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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책상 위에 놓은 자료들을 두어 번 대충 훑어보던 구승훈이 펜을 들어 결재 서류 위로 사인을 휘갈겼다.

사인을 마친 구승훈은 결재 서류를 강하리에게 넘겨주는 대신 고개를 들어 강하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팔은, 좀 괜찮아?”

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여전히 강하리를 바라보던 구승훈이 또다시 물었다.

“몸은 좀 어때?’

“괜찮습니다.”

남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일도 할 수 있을 만큼만 해.”

“네.”

잠시 멈칫한 강하리가 물었다.

“구 대표님,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조용히 강하리를 바라보던 구승훈이 물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서 자꾸 가려고 안달이실까.”

딱히 부정은 하지 않은 강하리가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서요.”

눈을 가늘게 뜬 구승훈이 강하리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

“이번 주 주말에 동창회 한다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강하리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구 대표님 시간 안 되시면, 굳이 참석 안 하셔도 됩니다.”

구승훈이 그녀의 동창회에 같이 나가주겠다고 말한 뒤로 강하리 역시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남자친구 행세 역시 가짜인 건 알고 있었지만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불과 이틀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어버린 후부터는 그 일말의 기대 역시 사라져 버렸다.

구승훈을 남자친구라고 데려가봤자 달라지는 게 있을까?

어차피 가짜인데, 다 거짓말인데.

강하리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빛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을 지키던 구승훈이 입을 열었다.

“이미 강 부장이 부탁했던 일 아닌가, 같이 가준다고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지.”

구승훈의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인 강하리가 고개를 들어 구승훈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가 동창회에서 누구 만날까 봐 그러시는 거라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걔 안 와요.”

다시 한번 가늘게 실눈을 뜬 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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