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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하리는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말로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모든 피가 차게 식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 자체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절망이라는 감정에 절여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아니면 얇게 입은 탓인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강하리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구승훈에게 문자를 보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강하리는 구승훈과의 대화창에 단 한 글자도 입력하지 못했다.

따진다고 뭐가 달라질까?

기껏해야 마음만 조금 편해지려나?

강하리도 알고 있었다. 구승훈은 송유라를 위해서라면 자신과의 약속 따위는 가볍게 저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그 약속을 저버리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송유라라는 사실까지.

그녀는 자학의 심정으로 송유라의 트위터 타임라인으로 들어가 보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불과 3분 전에 올라온 그녀의 게시물이 보였다.

게시물은 다름 아닌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그녀의 사진이었다.

하지만 강하리는 그 사진 속에서 반만 찍힌 한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비록 반밖에 안 찍힌 사진이었지만 강하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뒷모습의 주인이 바로 구승훈이라는 것을.

게다가 시사회에 참석한 구승훈이 입고 있던 옷은 바로 자신이 예전에 직접 구승훈에게 선물해 주었던 정장이었다.

강하리는 자신이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자부해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가락은 사시나무 떨듯 힘없이 떨리고 있었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트위터 앱에서 나온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억누르며 손연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손연지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가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허리야, 무슨 일 있어?”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먼저 가볼게.”

강하리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

그녀는 홀로 동창회에서 장서연과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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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skl
하루에 2편은 너무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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