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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몇 초 동안의 정적을 깬 강하리가 말했다.

“구 대표님께서 제 동창회에 같이 가줄 수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구승훈은 어딘가 실망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저녁엔 돌아갈 테니까 저녁밥 준비해 놔.”

“네.”

이대로 끊기엔 아쉬웠는지 구승훈이 다시 한번 물었다.

“뭐, 다른 일은 없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말을 마치는 순간 남자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은 강하리가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걸어갔다.

냉장고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구승훈이 음식에 대해 까다롭던 탓에 뭐든 당일에 사 온 신선한 재료로만 요리를 해왔던 게 문제였다.

게다가 요 며칠 강하리 역시 몸이 좋지 않았던 탓에 계속 룸서비스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탓에 냉장고에 뭐가 있는 게 더 이상했다.

어찌 됐든 구승훈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 저녁밥을 차려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장서연이 동창회에서 또 무슨 짓을 할지는 강하리 역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구승훈이 참석한 이상 장서연이 멋대로 날뛰는 일은 없으리라.

저녁 준비를 위해 간단히 장을 보고 왔더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강하리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녁밥을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시간은 벌써 8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 된 밥과 반찬거리들을 식탁에 차려놓은 강하리가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디.

하지만 이상하게도 돌아오는 응답은 딱딱한 기계음뿐이었다.

잠시 멈칫한 강하리가 다시 한번 다이얼을 눌러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다.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하리는 다급하게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은 구승훈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채 현관에 서 있는 구승훈은 어딘가 모르게 지쳐 보였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구승훈은 코트를 벗으며 현관을 벗어나 집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탁 앞까지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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