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984 챕터

제151화

송유라는 억울한 듯 뾰로통해서 말했다.“다른 얘기는 안 했어요, 강 부장님께 오빠한테 선물할 옷 좀 같이 골라달라고 했는데 기분이 상하셨나 봐. 강 부장님은 내가 옷도 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송유라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강하리는 이런 송유라의 즉석 연기를 보고 내심 감탄하였다. “유라 씨, 알면 됐어요. 다음부터 남의 남자 친구한테 함부로 옷 사주고 그러시지 않길 바라요.”남자 친구라는 말을 듣고 송유라는 우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구승훈은 의자에 기댄 채 부정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송유라는 분해서 쇼핑백을 구승훈에게 내팽개치고 울면서 뛰쳐나갔다.구승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강하리만 응시하고 있었다.“이제 만족해?”구승훈은 냉소를 드리우며 물었다. “연인관계로 발표해도 된다고 대표님이 그러지 않으셨나요?”분명히 웃고 있었지만, 구승훈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 없었다. 그는 강하리의 옆으로 다가와서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매만졌다. 마치 맘에든 장난감을 보는듯했다.“여자 친구라, 강 부장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그러면 애인 사이에 하는 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저녁에 깨끗이 씻고 침대에서 기다려, 우리 재미를 좀 보자고. 응?”말을 마치고 구승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히고 조용해진 방안에는 강하리의 떨리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번 판은 내가 이겼나?’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진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눈물을 참는 두 눈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가슴 아파할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닌가 그것도 이쁜 아이한테만 주는 건가, 송유라처럼.거실로 나온 강하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는 구승훈의 비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장난감을 보는 듯한 그 눈빛. 여자 친구라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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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손연지는 마침내 강하리의 목소리가 이상한 걸 알아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구승훈 그 개자식이 또 괴롭히던? ”강하리의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녀는 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었지만, 말도 안 되는 자신의 감정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는지 몰랐다.“아니야. 그냥 목감기인 것 같아.”“어이구.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 해. 너 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잖아. 조심해야지.” “알았어.”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통화를 끊었다. 그 순간 초인종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문밖에는 구승훈의 비서 신도윤이 서있었다. 손에는 쇼핑백들이 들려져 있었다. “대표님께서 의상과 액세서리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했습니다. 내일부터 강 부장님이 회사로 출근하실 거라고...”“네, 고마워요. 고생하셨어요. 신 비서님.”강하리는 비서의 손에서 쇼핑백을 받아 들면서 말했다.신비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비서님, 무슨 일인가요?”강하리는 신도윤을 보면서 물었다.신도윤은 잠시 주저하다 이내 큰 결심한 듯 말했다.“강 부장님, 지금 자리에 대신 계시는 그 분, 같이 지내기 어려운 사람이에요. 회사에서 주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강하리는 잠시 멈칫하다 이내 비서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네. 그럴게요.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그제야 신도윤은 안심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신 비서를 보내고 강하리의 시선은 쇼핑백으로 향했다. ‘그동안 이런 수작으로 여자들을 달랬던 건가?’아마 오늘 밤의 일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아마 정말로 감동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이 쇼핑백들이 꼴 보기도 싫어졌다. 강하리는 옷과 액세서리들을 소파에 내동댕이치고 다시 술을 따라서 단숨에 들이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은 바닥이 났고 두 번째 병을 터뜨리려고 할 때쯤 현관문이 열렸다. “오셨네요.”강하리는 돌아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밖에서 돌아온 구승훈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술에 취한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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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강하리가 술잔을 내려놓자, 구승훈은 바로 다시 가득 따라주었다.연속 여러 잔을 들이키는 그녀를 보고 구승훈의 미간이 찡그려졌다.“빨리 따라요. 승훈 씨 왜 안 따라줘요?”구승훈은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다.막 들어왔을 때, 그는 확실히 화가 좀 났다.그의 앞에서 송유라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모자라 그가 준 선물을 아무렇게나 처박아 놓다니!그는 강하리를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 술에 취한 여자를 괴롭히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구승훈은 강하리를 번쩍 안고 침실로 향했다. 그녀는 진짜로 취했다. 주량이 아무리 센 사람도 이렇게 마셔대면 취할 수밖에 없을것이다.침대에 눕히려는 순간 강하리는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갔다. 정신없이 토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구승훈은 말없이 물을 따라왔다.그녀가 다 토한 후에야 그녀를 일으켜 세워 물을 마시게 했다.“물 좀 마셔!”기어코 마시려 하지 않는 강하리의 턱을 잡고 구승훈은 물을 들이키게 했다. 그의 강한 손아귀에 강하리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강하리!”구승훈의 큰소리에 강하리는 이내 얌전해졌다. 자신한테 화내는 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자니 강하리는 갑자기 서러워져 눈물이 뺨을 타고 머무르다 옷에 툭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승훈 씨 왜 이렇게 못되게 변했어요?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나요?”“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한번 말해봐.”그의 비웃는 듯한 말투에 그녀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강하리는 울먹이면서 얘기했다.“나한테 너무 거칠게 대하잖아요.”구승훈은 나른한 표정을 지으면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뭐가 거칠다는 거지? 더 거친 것도 있는데 한번 해볼래?”말을 마치고 강하리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강하리는 남자의 미간을 쓰다듬으면서 물었다.“왜 나를 찾지 않았어요? 왜 나를 잊은 거예요?”구승훈의 눈빛은 다시 차가워졌다.“강하리, 지금 어떤 놈 생각하고 있는 거야?”“그 사람들도 나를 괴롭히고 당신도 나를 괴롭히고, 당신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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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한밤중에 강하리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옆에는 구승훈이 없었다.‘승훈 씨 왔던 것 같은데. 또 나갔나.’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물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베란다에는 구승훈이 서있었다. 탄탄한 실루엣은 어두운 야경 속에서 더욱 외로워 보였다.그가 기분이 좋지 않은 걸 강하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의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송유라밖에 없으리라.강하리는 주방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려고 할 때 침실문이 열리고 구승훈이 들어왔다.문 앞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어렴풋했지만, 그의 몸에서 나는 짙은 담배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깼어?”그의 목소리에는 언짢음이 묻어있었다.“네, 구 대표님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죄송한데 더 자고 싶어요.”“강 부장은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가 봐?”구승훈의 얼굴에는 냉소적인 비웃음이 가득했다.강하리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애써 기억을 떠올렸지만 구승훈이 술을 마시라고 강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죄송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강하리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돌아누웠지만 구승훈이 이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강하리가 뿌리치기도 전에 구승훈은 그녀의 몸에 올라탔다.“기억 안 난다고?”구승훈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 “그러면 다시 기억나게 해주지.”날카로운 이빨이 그녀의 보드라운 목덜미를 잘근잘근 물어왔다. 찌릿한 통증이 온몸을 타고 퍼졌다.“미쳤어요? 뭐 하는 짓이에요!”구승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그래, 안 미치고서야.”구승훈은 정말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다. 강하리가 다시는 임신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순간 그의 가슴에는 불길이 타올랐다. 꺼지지도 않고 발산할 곳도 없었다.임신할 수 없다니. 하지만 그에겐 한마디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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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아 진짜요. 지금은 괜찮나요?”“응, 많이 좋아졌어.”강하리는 대답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사무실 안에 들어선 그녀는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제 신 비서가 그녀에게 귀띔해 줬지만, 눈앞의 여자를 보고 여전히 조금 놀랐다.장서연.장진영의 조카이자 송유라의 사촌인 이 여자는 어릴 적 송유라와 같이 강하리를 적잖이 괴롭혔다.장서연을 발견한 안예서의 얼굴에도 불만이 가득했다.“구 대표님 관계로 들어 온 낙하산이잖아요. 소문에 의하면 그 송유라 친척이라 하데요. 그래서 여기로 배정된 거라고 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엉뚱한 일만 시키지 않나 또 맨날 부하에게 화내지 않나. 부서에 여러 명이 사직했어요. ”안예서는 강하리 귓가에 속삭였다.강하리는 안예서를 먼저 내보내고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통화 중이던 장서연은 걸어오는 강하리를 발견하고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언니, 지금 여기 누가 왔는지 알아?”상대방이 뭐라고 몇 마디 하자 장서연은 더 크게 웃은 뒤 전화를 끊고 비아냥거렸다.“난 또 누구라고. 첩이 낳은 내연녀네.”강하리는 굳어지는 얼굴을 감추며 내색 하지 않고 맞받아쳤다.“장서연, 송유라에게 어제 왜 맞았는지는 물어봤어?” 비웃던 장서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송유라가 어제 맞은 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구승훈은 그 일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강하리, 너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올라. 너는 그냥 첩이 낳은 딸이야. 그냥 남이 놀다 버린 장난감이라고, 어디서 주제도 모르고!”“주제는 모르겠고 그건 알겠네. 내가 돌아왔으니까 넌 이제 여기서 꺼져야 하는 건 알겠어.”순간 장서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그녀가 들어올 때 송유라는 분명히 마케팅부장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대리 부장이었다.몇 번이고 송유라를 찔러봤지만, 알겠다는 대답만 돌아오고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장서연은 나중에 구승훈을 찾아갔지만, 매번 그의 비서에게 제지당했다. “꿈 깨! 어디서 내연녀가 나한테 나가라 마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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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사무실 앞에서 심호흡 한번 하고 노크를 했다.“들어오세요.”구승훈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구 대표님, 부르셨나요?”“강 부장은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네.”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일은 구 대표님이 크게 만드시는 것 같은데요. 제가 오늘 출근하는 걸 뻔히 아시면서 왜 인사팀을 시켜서 장서연 씨랑 얘기하라고 하지 않으셨나요?”“그래서 이렇게 막 나가는 건가?”강하리는 이해 안 되는 듯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했어야 하나요?”구승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나를 찾아올 생각은 안 했나 봐?”“구 대표님을 찾아오면, 저 대신 나서주시나요?”송유라의 괴롭힘을 못 이기고 구승훈을 찾아갔을 때 그가 강하리에게 못하겠으면 나가라고 했던 그 말이 그녀는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송유라가 넘버원이고 그녀는 영원히 뒷전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사서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자신의 힘으로 해야 했다.마치 강하리의 머릿속을 읽은 듯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강 부장은 내가 미덥지 못한가 봐.”강하리는 웃음이 나왔다. ‘우리 사이에 아직 믿음이 남아있을 리가 있나?’그녀는 구승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대답했다.“구 대표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요. 제가 주제를 좀 알아서요.”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기분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표시였다. “이리 와.”구승훈이 낮게 으르렁거렸지만, 강하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강하리.”강하리는 낮게 한숨을 쉬고는 결국 다가갔다.남자의 손아귀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강하리,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얘기인가? 경고하는데 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그는 강하리의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몸이 뻣뻣해졌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이 남자의 속을 긁었다가는 자신한테 무슨 짓이든 하리라는 것을. 아마 회사도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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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승훈 씨, 마케팅팀은 내가 만든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에요!”강하리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래서?”“그래서 그 장서연한테 양보할 수 없어요!”강하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러면 강 부장, 부탁하는 태도를 보여줬어야지.”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강하리는 그런 그를 몇 초 바라보다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구 대표님, 저 마케팅팀 떠나기 싫어요. 부탁이에요.”누그러진 그녀를 보면서 구승훈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인사팀에서 장서연을 부서 이동시킬 거야. 유라 광고 건도 부하에게 시켜. 그러면 앞으로 유라하고 부딪히는 일도 없을 거야.”“네, 고마워요. 대표님.” 강하리는 쓴웃음 지으며 대답했다.구승훈은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그녀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강하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그는 한참 키스하고 나서야 화가 풀리는 듯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앞으로 좀 착하게 굴어. 강 부장. 나를 자꾸 화나게 하지 말고.”“네.”“점심 뭐 먹고 싶어? ”구승훈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예서랑 구내식당에서 같이 먹기로 했어요.”“좀 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강하리는 낮게 대답하였다.“나가봐.”구승훈은 그녀에게 짧게 입맞추고 말했다.그녀가 입구로 가는 순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남자가 뛰어들었고 뒤에는 구승재도 보였다. 비서는 입구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말했다.“구 대표님, 죄송해요. 도저히 저의 힘으로 말려지지 않아서...”구승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들어온 남자의 시선은 강하리에게 잠시 머물다가 이내 구승훈에게 향하면서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형을 만나기 참 어렵네.”구승훈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구승재를 보고 말했다.“먼저 강 부장이랑 나가 있어.”구승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강하리를 데리고 나갔다.사무실에서 빠져나온 구승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아까 그 사람 둘째 형이거든요. 얼마 전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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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난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실수였다고. 설마 다들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장서연의 얼굴에는 점차 웃음기가 사라지고 불안함과 두려움에 잔뜩 질려있는 가련한 표정이 가득 어렸다.장서연의 모습을 본 강하리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장서연, 송유라 누가 사촌지간 아니랄까봐 어쩜 저리도 똑같을까.강하리는 점점 눈물이 차오르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장서연의 눈시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녀는 모두가 쳐다보는 앞에서 천천히 장서연에게 걸어가더니 나온지 얼마 안 된 뜨거운 죽그릇을 들어 장서연에게 부어버렸다.“어머, 죄송해요. 저도 실수였어요. 이해해줄 거죠?”순식간에 끈적하고 뜨거운 죽을 온몸에 뒤집어쓴 장서연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이 미친년이!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너도 하는 실수인데, 내가 못 할 건 또 뭐야?”말을 마친 그녀는 손에 들려있던 죽그릇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수도꼭지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분노에 가득 차 이를 꽉 깨문 장서연은 강하리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넌 잘 하고 있던 남의 연애 풍비박산 내놓고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강하리 넌 그냥 내연녀잖아! 세상사람들! 다들 똑똑히 봐두세요! 이게 당신들이 알고있던 그 강부장의 실체니까! 내연녀 주제에 뻔뻔하게 고개 들고 다니는 거 좀 보시라고요!”장서연의 발언에 강하리가 두 주먹에 힘을 주었다.물로 팔에 묻은 죽을 씻어내러 수도꼭지 쪽으로 걸어가던 강하리가 몸을 돌려 장서연을 쳐다보았다.“장서연 씨, 허위사실 유포는 범죄인 거 몰라요? 내가 경고 하나 하는데,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지?”강하리의 발언에 장서연이 비웃으며 말했다.“왜? 진짜 내연녀라고 하니까 인정하긴 쪽팔린가 보지?”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강하리가 천천히 또각또각 장서연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보다 훨씬 아담한 장서연을 내려다보았다.“내가 내연녀라니, 증거 있어요? 내가 누구 내연녀인데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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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안예서의 대답에 강하리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안예서가 미간을 좁히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래도 믿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겁니다. 보스, 이거 이대로 가만둘 건 아니죠?”강하리는 시선을 밑으로 옮겨 자신의 팔 위로 차가운 물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았다.가만두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할 수가 있는데?그녀 대신 발 벗고 나서서 강하리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강하리는 체념한 듯 짧게 실소를 터뜨렸다.자신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송유라는 고사하고 구승훈도 나서줄 리가 없었다.수도꼭지를 돌려 잠근 강하리가 낮게 말했다.“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일일이 신경 쓸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냥 나만 행동거지 조심하면 돼.”...회사 직원들 모두가 모여있는 점심시간의 구내식당에서 벌어진 소란에 회사 내에서는 강하리에 관한 소문이 끊임없이 퍼져가고 있었다.원래부터 예쁘기로 소문났던 강하리였기에 입사한 3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누군가는 사랑이었고 또 누군가는 질투였다.그런 그녀의 소문이 사내로 쭉 퍼져나가자 모두가 잔뜩 흥분한 채 강하리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누군가는 강하리가 정말 누군가의 내연녀 노릇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했고,또 누군가는 질투심에 눈이 먼 장서연이 지어낸 루머라고 했다.하지만 결국에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하지만 소문의 중심에 있던 강하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모아 업무 계획을 짜고 지시사항을 전달할 뿐이었다.마치 일에만 집중한 채 바쁜 일상을 보냄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모든 소문과 이러저러한 잡다한 것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온 그녀는 안예서와 함께 스튜디오로 향했다.모든 일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니 이미 해는 저물어 어둑어둑해진 뒤였다.하지만 계속 옆에서 강하리를 지켜본 안예서는 여전히 그녀가 걱정되었다.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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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말을 꺼낸 강하리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는 달리 온화하고 순했다.어찌 보면 그 목소리 안에는 애절하고도 간절한 부탁이 담겨있기도 했다.구승훈은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그는 고개를 들어 강하리의 눈을 마주치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강 부장은 내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어?”“사람들한테 제가 내연녀가 아니라고 얘기만 해주세요. 저 대신 해명만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온종일 신경 쓰지 않는 척 행동했지만, 신경이 안 쓰인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오해를 받고 괄시를 받아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비참했다.따뜻한 손길로 연고를 발라주는 눈앞의 남자에 강하리의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든 것이다.지금 강하리를 도와 이 모든 게 다 헛소리고 루머라고 얘기해줄 사람은 구승훈 뿐이었다.강하리의 말에 연고를 발라주던 구승훈의 손길이 멈췄다.강하리의 눈을 바라보던 구승훈이 물었다.“강 부장 생각엔, 이렇게 하는 게 올바른 대처방법이라고 생각해?”구승훈의 뼈가 있는 한마디에 강하리는 정신을 차렸다.구승훈의 말처럼 이렇게 하는 게 옳은 방법은 아니었다.구승훈이 대체 어떤 신분으로, 또 어떤 입장에서 강하리를 위해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둘은 스스로 자신들의 관계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게 되어버리는 것이다.둘의 사이를 인정해버리면 송유라는 어떻게 될까? 송유라를 내연녀로 만들어버려야 하나?이건 구승훈이 원하지 않을 거다.강하리가 체념한 듯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구승훈이 송유라를 포기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강하리를 도와줄 리가 없었다.“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주제넘게 행동했어요.”잔뜩 주눅 든 강하리의 목소리에 구승훈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휴지를 뽑아 손에 묻은 연고를 닦아내며 말했다.“장서연은 조만간 해고할 거야. 회사 내에서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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