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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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하지만 그것도 단지 일시적인 감정일 뿐, 그는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구승훈은 그제야 자신이 결코 강하리의 반골 기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소리 없는 반항이었지만 그 힘만큼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강하리가 매번 소원하게 굴 때마다 불쾌감이 마구 치솟았다. 그저 고분고분하게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그녀의 날개를 확 부러트리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참았다.어차피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애인일 뿐이었고 그녀가 계속 그의 곁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불쾌한 마음은 무조건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강하리의 턱을 잡아 치켜올린 구승훈은 안하무인이었다.“이건 다 강 부장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닌가? 만약 이만한 일도 제대로 못 한다면 강 부장은 그 돈도 가질 자격이 없는 거야.”구승훈의 쌀쌀맞은 눈빛에는 한치의 욕망도 담겨있지 않았고 오히려 분노가 스며 있었다.사실 강하리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멀어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근거 없는 그의 소유욕처럼 말이다.하지만... 강하리도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는 쓴 속을 주워 삼키며 간신히 웃음을 쥐어 짜냈다.“좋아요. 제가 대표님을 어떻게 만족시켜 드리면 될까요?”“손으로 하면 돼.”구승훈이 여유 있고 편한 자세로 문에 기대서서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강하리는 그의 팬츠 버클을 풀고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손길이 닿는 순간 구승훈의 입술이 다시 강하리의 입술에 포개졌다.카드를 미처 넣을 새도 없이 어둑한 방에서 하는 키스는 뭔가 더 야릇한 느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리는 체력이 바닥까지 소모되어 후반부에는 거의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거사를 치른 후 구승훈은 강하리의 귓불을 깨물며 말했다.“날로 먹네, 강 부장.”“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힘이 남아나지 않는걸요.”아픔을 참으며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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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살짝 저릿한 느낌이 전해지는 입술 아래로 구승훈의 목젖이 두어 번 오르내리더니 그는 강하리의 목덜미를 거칠게 잡았다. 그리고 입에서 건조하고 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강 부장은 고작 가벼운 입맞춤 따위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계속 해.”그녀의 목을 문지르며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강하리의 미간이 구겨졌다.“대표님, 저희 저녁 연회에 참석해야 하는데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뜨고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일단 빚진 거로 하든가.”말을 마친 그는 숄을 꺼내와 강하리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가자.”저녁 연회는 한 채의 별장에서 진행 중이었고 아마도 사적인 연회 같았다. 구승훈이 강하리를 데리고 별장에 들어섰을 때 삼십 대 초반의 한 남자가 맞이하러 나왔다.“구승훈, 너 지각이야!”남자가 다가와 웃으며 말하자 그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구승훈이라는 이름 세글자는 어디를 가나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강하리는 그의 팔짱을 낀 채 저에게로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의 세례를 감내해야만 했다.약삭빠른 사람들은 벌써 와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구승훈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보려고 다가오는 이들을 두세 마디 말로 돌려보냈고 제일 처음 말을 걸어온 남자만 남게 되었다. 남자의 눈길이 강하리에게 닿으며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승훈아, 누군지 소개 안 해줄 거야?”“회사 동료, 강하리 부장이야.”구승훈이 강하리를 흘긋 보며 말하자 그 남자는 싱긋 웃었다.“아, 동료였어. 난 또 여자 친구인 줄 알았잖아!”구승훈은 대꾸하지 않고 강하리를 보며 이어서 소개했다.“이쪽은 법무법인 정세, 대표 변호사 심준호야.”강하리는 TV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법무법인 정세는 국내 최대 대형로펌이다. 전문적으로는 공정거래 분쟁과 재산 분할 및 재벌 이혼 소송 분야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정세의 대표는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고 매우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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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구승훈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고 심준호는 쓴 미소를 지었다.“내 위에 누나가 한 명 있는데 나보다 족히 20살이 많아. 그런데 어릴 때 실종되고 나서 지금까지 찾지 못해서 부모님께서 수년 동안 늘 안타까워하셨어. 특히 엄마는 누나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글썽이시고.”심준호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사진 속의 여인은 무척 아름답고 옅은 미소는 부드러움을 담고 있었다. 눈썹이 살짝 좁혀든 구승훈은 왠지 모르게 사진 속 사람이 낯설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회상해 보아도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실종된 지는 몇 년 됐어?”“아마 28년은 됐을 거야.”만약 사진이 없었다면 심준호는 이미 자기 누나의 외모를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사람을 시켜 계속 알아보라고 할게.”“고마워.”심준호는 구승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애피타이저를 두세 입 먹은 강하리는 더는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다. 연회장이 조금 답답해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걸어갔다. 찬 바람이 불어와 으슬으슬한 한기를 느낀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숄로 몸을 감쌌다. 이때 한 사람이 옆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술잔을 건넸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양그룹 총수의 아들 정주현이 옆에 서있었다. 대양그룹, 바로 그들의 이번 협력 파트너였다. 강하리는 지체하지 않고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정주현 씨.”“이제야 강 부장님을 실제로 뵙는군요. 동영상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예쁘시네요.”정주현은 인사를 하며 다시 손에 들린 술잔을 강하리 앞으로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미안해요, 주현 씨. 전 술을 못 마셔요.”“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강 부장님, 술을 아주 잘 마신다고 들었어요.”정주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강하리는 여전히 거절하는 태도로 일관했다.“요즘 약을 먹고 있어서 진짜 못 마셔요.”그 말에 정주현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럼 조금 있다가 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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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강하리의 입꼬리가 뻣뻣하게 굳었다.“대표님은 상상력이 참 풍부하시네요.”그녀는 확실히 정주현이 그녀와 잠자리를 갖고 싶어 하는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기껏해야 작업을 걸어오는 정도였다.대답이 없는 구승훈은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어찌 됐든 3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해왔기에 강하리는 한눈에 그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 뒤로 연회장에 있는 내내 구승훈은 계속 강하리를 옆에 끼고 있었다. 그는 신분이 고귀하여 이런 장소에 있을 때면 그에게 아첨하며 술을 권하러 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구승훈은 그저 따분할 따름이다. 앞에 건네진 술잔을 보며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부장이 나 대신 마셔줘.”아직 생리 중이어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강하리가 미간을 심하게 구겼다.“대표님, 저 마시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구승훈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보며 쓴웃음을 흘린 강하리는 이 남자가 분명 화가 나 있음을 알고는 결국 자기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눈 딱 감고 앞으로 건네 온 술잔을 받아 들었다. 한 잔이 있으면 두 잔이 있기 마련이고 그렇게 세 잔...연속 몇 잔 마셨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린 강하리가 다시 술잔을 받아 들려고 할 때 구승훈이 돌연 술잔을 뺏어갔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단숨에 술을 쭉 들이켠 구승준은 그길로 강하리를 데리고 심준호와 작별 인사를 했다.“일이 있어서 오늘은 이만 가 봐야겠어.”일찌감치 구승훈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본 심준호도 만류하지 않았다.“그래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 할게.”고개를 끄덕인 구승훈은 강하리를 끌고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강하리는 이 남자가 또 왜 이러는지 그 저의를 알 수 없었지만,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돌아가는 내내 구승훈은 말없이 그저 강하리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그녀를 자기 몸속에 구겨 넣을 기세였다. 강하리는 불편했지만, 꾹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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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혼자 걸을 수 있어요!”강하리의 몸부림에도 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꿋꿋이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강하리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욕실에서 나오자 구승훈이 룸서비스를 시켰다. 강하리는 눈앞에 놓인 음식을 봐도 아무런 식욕이 돌지 않았다. 미동도 없는 그녀를 보고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떴다.“왜, 먹기 싫어?”“네, 입맛이 없어요.”고개를 끄덕인 구승훈은 다시 카운터에 전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직원이 영양죽 한 그릇과 찐빵 두 개를 가져왔다.“저녁이니까, 단 거 많이 먹지 마.”뭔가 걱정하듯 말하는 구승훈의 말에 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고마워요.”식사를 마친 강하리는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아마도 술을 마신 탓인지 그대로 깊게 잠들었다. 다음 날 그녀는 비몽사몽간에 구승훈이 자기 입에 입맞추는 것을 느꼈다.“내가 올 때까지 호텔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구승훈이 서명식에 저를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걸 알고 강하리는 눈을 번쩍 뜨고 그와 시선을 맞췄다.“전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요.”구승훈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어디 갈 건데?”사실 강하리는 마침 보경시에 있는 손연지가 말했던 요양원에 가보고 싶었다.“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이나 하려고요.”여기저기 돌아다니겠다는 강하리의 말에 구승훈은 불현듯 노민우가 전에 찍어 보내온 놀랄 만큼 아름다웠던 그 사진이 떠올라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졌다.“강 부장, 싸돌아다니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 오후에 돌아와서 같이 승마하러 가.”남자는 그녀의 입에 다시 입맞추고 나서야 돌아서서 나갔다. 옅은 한숨을 토해낸 강하리는 그가 떠나자 기어이 밖으로 나와 요양원으로 갔다.설령 아직 의료비를 마련할 수 없을지라도 한 번 알아봐서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요양원의 환경은 물론 의료시설 또한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궁금한 점들을 일일이 물어 본 후에야 강하리는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요양원의 입구에서 심준호와 마주쳤다.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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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순간 강하리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그녀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엄마를 위해 고급 요양원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어요.”그녀의 표정에서 뭔가 수상한 낌새라도 찾아내려는 듯 구승훈은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강하리는 집요하게 달라붙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떨쳐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구승훈은 의심이 아주 많았기에 그녀가 불안한 기색 없이 평정을 유지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그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강 부장 앞으로 보경에 와서 살 생각이야?”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요양원이 심씨 가문 소유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하리는 일찌감치 포기할 심산이었다. 그녀는 구승훈을 떠난 후에는 두 번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아마도요.”“보경이 좋아?”“그건 아닌데 그냥 보경이 수도잖아요. 그렇다 보니 의료 시설이 다른 곳에 비해 좋지 않겠어요.”강하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구승훈은 가타부타 내색을 하지 않았다.“그렇지만 여기 의료비도 다른 곳에 비해 아주 비쌀 거야. 강 부장, 연성도 의료시설이 괜찮아.”입매가 굳어진 강하리는 대답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구승훈도 더는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준비해. 나가서 밥 먹자.”“나가서 먹자고요?”두 사람은 3년 동안 같이 있었지만, 외식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하리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접대 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하리가 집에서 밥을 했다. 정확히 짚어 말하면 두 사람의 사이는 떳떳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데이트나 외식과 같은 커플들끼리나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는 크나큰 사치였다. “그래, 먹고 나서 승마하러 가자.”“좋아요.”옷을 갈아입은 강하리는 구승훈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남자의 커다란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강하리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쳐들어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정말 잘생겼다. TV에 나오는 아이돌과는 떡잎부터 달랐다.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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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두 사람을 본 심준호가 손을 흔들었다.“승훈아. 하리 씨, 또 만나네요.”강하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 심준호는 자신의 뒤에 있던 여자를 앞으로 끌어왔다.“이분은 제 약혼녀, 심예진이에요.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어요.”“예진아, 이분이 바로 구승훈 대표님이야.”잠시 멈칫하던 심준호는 구승훈을 흘긋 쳐다보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이분은 구 대표님의 회사 동료, 강하리 씨야.”구승훈의 눈동자가 언뜻 번뜩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예진은 두 사람과 가볍게 인사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 있던 고이선이 입을 열었다.“난 또 누구시라고. 이제 보니 불륜녀가 되기를 즐기시는 강하리 씨였네.”무례하고 까칠한 발언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이 한순간에 굳어 버렸다. 구승훈의 눈썹이 슬며시 위로 올라가며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실 구승훈은 처음으로 바로 앞에서 강하리를 불륜녀라고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전에 회사에서 떠도는 소문이든 인터넷에 올라온 시시껄렁한 언론을 보고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하지만 직접 듣고 나니 마음에 불쾌감이 마구 치솟았다. 어찌 됐든 강하리는 그의 여자였고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냉소를 흘리며 눈썹을 매섭게 치켜 올린 구승훈이 물었다.“준호야, 이분은 누구야?”“사촌 누나네 딸이야.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애가 버릇이 없어. 미안해.”어두운 표정으로 말한 심준호는 고개를 돌려 고이선을 쏘아보며 다그쳤다.“고이선, 빨리 와서 사과드려!”“싫어요. 삼촌이 몰라서 그렇지 저 여자가 바로 송유라와 구 대표님 사이에 끼어들어 이간질했다고요. 절대 반반한 외모에 속으면 안 돼요. 저 여자는 그냥 불여우란 말이에요!” “고이선!”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심준호의 우아한 기품은 어느새 냉혹하고 매섭게 변해 있었다. 순간 고이선은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도끼눈을 뜨고 강하리를 노려보았다. 싸늘한 웃음을 흘린 강하리가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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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구승훈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강 부장이 뺏은 거 아니야?”“당신 솔로 아니셨나요?”남자의 눈을 마주한 강하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구승훈에게 이어서 말했다.“솔로이신데 송유라 씨 남자를 뺏었다는 말은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강 부장, 앞으로도 영원히 지금처럼 떳떳하길 바라.”코웃음을 치며 말하는 구승훈의 말에 강하리는 대꾸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실 자신이 하나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건 오직 그녀만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구승훈이 솔로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지만, 그의 마음은 송유라를 향해 있었다. 구승훈은 강하리를 데리고 마구간을 한 바퀴 돌며 몹시 사나워 보이는 말 한 마리를 골랐다.“진짜 안 탈 거야?”구승훈의 물음에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는 승마를 배운 적이 있었다. 구승훈은 그녀에게 승마, 펜싱, 골프 모든 것을 가르쳐줬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말을 타고 싶지 않았다.“내가 태워줄게.”눈썹을 찌푸린 강하리가 미처 거절할 새도 없이 구승훈이 안아서 말 위에 앉혀 놨다. 말에 올라탄 구승훈이 미끈한 다리를 구르자 말이 맹렬히 질주했다.“승훈 씨!”겁에 질린 강하리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승마를 배왔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빠른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팔을 그녀의 허리에 두른 구승훈이 옅은 웃음을 터뜨리자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뭐가 무서워? 날 꽉 잡아.”강하리가 남자의 손을 꼭 잡자, 남자는 자기 손을 빼서 그녀의 손을 감쌌다. 구승훈은 그녀를 데리고 승마장 두 바퀴를 돌고 나서야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언덕 앞에 이르자 그는 마침내 말을 멈춰 세웠다. 저 멀리 석양이 이미 하얀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강하리는 넋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와 함께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이런 장면을 그녀는 수없이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이런 상황에서 실현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하리.”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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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강하리가 나오는 모습을 본 구승훈은 이쪽으로 걸어왔다.“힘들어?”“괜찮아요.”“그럼 조금 있다 같이 밥 먹으러 가.”흠칫 놀란 강하리는 몸이 금세 굳어버렸다.“대표님, 전 심 대표님이랑 돌아가면 돼요.”“강하리, 내 차에 앉기 싫어?”구승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자 강하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송유라 씨를 만나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그냥 밥만 먹을 거야. 같이 먹고 돌아가자.”“그렇지만 전 송유라 씨와 함께 있는 게 싫은데요. 대표님도 아실 거 아니에요? 송유라 씨도 사실 저를 몹시 미워한다는 걸.”강하리가 떨떠름한 기색을 내비치자 구승훈이 냉소를 흘렸다.“그럼 강 부장이 다른 남자 차에 타는 걸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네.”“시내에 도착하면 내려줘요. 전 택시를 타고 돌아갈게요.”구승훈은 더는 말이 없었다. 동의한 건지 아닌지도 모른 채 강하리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심준호가 다가와서 작별 인사를 하며 겸사겸사 물었다.“언제 연성으로 돌아갈 계획이야?”사실 이번 출장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마무리한 상태였다. 하지만 구승훈은 강하리를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두 날 더 있을 거야. 강 부장이랑 좀 더 놀다 갈 거야.”“그럼 내일 점심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래? 부모님이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시거든. 하리 씨도 같이 와요.”강하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심준호의 눈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주고받고 헤어졌다. 강하리와 구승훈이 가고 나서 계속 말이 없던 심예진이 갑자기 한마디를 내뱉었다.“오빠, 이 사진 봐. 사진 속 하리 씨 분위기 미현 언니랑 정말 닮았어.”심준호가 다가가서 사진을 보니, 바람을 맞으며 저녁노을 아래에 서 있는 사진 속 강하리는 훨씬 부드럽고 온화해 보였다. 사진 속의 심미현이랑 분명 어딘가 닮아 있었다. 한참을 보던 심준호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왠지 강하리가 낯익다 했더니 심미현과 조금 닮아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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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안현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세 사람 모두 뻔히 알고 있었다. 구승훈의 얼굴은 살얼음이라도 낀 것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사실 예전에는 안현우의 이런 모욕적인 발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근본이 저열한 인간이니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근질거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시샘하고 질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구승훈은 지금 꾹 참고 있는 강하리의 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에 불쾌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안 대표, 만약 한가해서 할 일이 없는 거라면 내가 다시 일거리를 만들어 줘?”간신히 표정 관리를 한 안현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승훈아, 고작 이런 년 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잖아?”“있고 말고는 내가 판단할 일이야. 안 대표가 그래도 여전히 시도해 보고 싶다면 내가 제대로 상대해 주지.”흥, 콧방귀를 낀 안현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구승훈에게 시달릴 때의 그 고통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구승훈이 가볍게 던진 한마디로 안현우는 피를 토할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이 남자는 그들 무리에서도 속내를 알 수 없고 무자비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가 강하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안현우는 여전히 믿지 못했다. 구승훈, 이 남자는 쉽게 마음이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송유라도 있는데 그가 어떻게 강하리를 좋아할 수나 있을까? 그를 적대한 이유는 아마도 남자의 소유욕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물건을 본인은 싫어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염두에 두는 것이 못마땅할 뿐이다.“그냥 해본 말이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승훈아.”구승훈은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송유라는 구승훈의 옆에 앉아 있는 강하리를 보고 미소를 머금었던 얼굴이 금세 굳어 버렸다.“강 부장님도 왔네요?”그녀의 말에 강하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송유라는 입술을 삐죽였다.“오빠, 왜 강 부장이 온다고 말해주지 않았어요?”기분이 별로인 구승훈은 송유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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