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91 - Chapter 200

984 Chapters

제191화

구승훈은 그녀의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어디 불편해?”“불편하면 먼저 가라고 할 거예요?”확실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저 마음만 있을 뿐 그녀는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약 가져다 달라고 할 테니까 밥 먹고 가.”강하리는 웃는 얼굴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구승훈이 왜 굳이 그녀에게 이 식사 자리에 남으라고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려고? 아니면 송유라와 자신이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보여주기 위해서?’밖으로 나온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룸 안, 구승훈은 송유라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왜 자꾸 저 여자 괴롭히는 거야? 재미있어?”그 말에 송유라는 펄쩍 뛰었다.“괴롭히긴 누가 괴롭혀요? 난 분명 좋게 좋게 얘기했다고요. 언짢은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한 사람은 강하리예요.”“그냥 못 본 척하면 될 거 아니야?”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럼, 오빠는 저 여자 왜 데리고 온 거예요? 왜 나한테 이러냐고요? 나 좋아한다고 했었잖아요.”“송유라,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애초에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너였어.”“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예요?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서?”송유라는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 “아니.”사실 그 일에 대해 화난 건 아니었다. 감정이라는 건 원래 그 사람의 자유니까. 송유라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는 굳이 붙잡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갔다.“잠깐 나갔다 올게."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봤죠? 구 대표가 점점 강하리에 대해 신경 쓰고 있는 거.”옆에 있던 안현우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말에 송유라의 안색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사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눈치챌 수 있었다. 구승훈이 강하리에 대해 점점 더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최근 들어서는 그가 강하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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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그 당시, 송유라가 올린 사진 때문에 인터넷은 난리가 났었다. 하지만 그 사진은 사실 오래전부터 찍혀 있던 사진이었고 막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찍힌 사진이었다. 송유라는 단지 적당한 시기에 그걸 인터넷에 뿌렸을 뿐이다. 그녀는 강하리가 구승훈을 찾아가 따지고 성질을 부리기를 바랐다. 구승훈 같은 성격이라면 여자가 끊임없이 따지고 성질부리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번 말다툼이 있다 보면 그는 분명 싫증을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승훈 오빠는 널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넌 네 신세가 불쌍하지도 않니?”가슴이 답답해진 강하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그녀는 송유라의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은 잘 알고 있다. 그 사진이 언제 찍혔던지 구승훈의 묵인이 없었다면 송유라가 그런 상황에서 트위터에 사진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가 그 일에 대해 신경 썼다면 아마 진작에 그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게시물은 아직도 인터넷에 버젓이 걸려 있다. 두 사람이 화해하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은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분명히 보여주는 듯 말이다. 강하리는 깊을 숨을 들이마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송유라, 나랑 구 대표가 어떻게 되든 그건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일이야. 그 사람이 날 신경 쓰든 안 쓰든 그건 너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두 사람 사이를 간섭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웃으며 말하는 강하리를 보고 송유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송유라한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전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그것도 구승훈이 스스로 자신은 솔로라고 밝힌 이 시점에서 그녀에게 무슨 자격이 있겠는가?“그냥 네가 불쌍해 보여서. 오빠 곁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명분도 없이. 역시 마음이 없는 사람한테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니까. 강하리, 오빠한테 넌 그냥 섹스 파트너일 뿐이야.”그 말을 들은 강하리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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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다행히 저녁 식사는 이내 끝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송유라가 갑자기 놀러 가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구승훈은 아무 말도 없이 강하리만 쳐다보았다.“난 안 될 것 같아요. 세 사람만 놀러 가요.”“승훈이 넌?”안현우가 물었다.“좀 피곤해. 다음에 하자.”나른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그는 많이 피곤한 것 같았다. 송유라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오던 그들은 마침 정주현과 마주쳤다. 정주현은 그들보다 나이가 어렸다. 양복 차림이 아닌 캐주얼한 옷을 입고 그는 활기찬 소년의 모습이었다. 강하리를 발견한 그가 눈빛을 반짝거렸다.“강하리 씨.” 그가 그녀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고는 그제야 구승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구 대표님,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반가워요.”한편, 강하리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이 굳어진 구승훈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나 정주현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강하리만 쳐다보았다.“하리 씨,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조금 피곤해서요. 미안하지만 먼저 가볼게요. 그럼, 이만.”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자리를 떴다. 정주현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는 그제야 구승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그는 구승훈 옆에 찰싹 붙어있던 송유라를 힐끗 쳐다보았다. “구 대표님, 대표님과 강 부장님 두 분 사귀는 사이 아니죠? 아니라면 제가 강 부장님한테 대시할 생각이거든요.”그 말에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차갑게 웃었다.“정주현 씨, 남의 여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말하는 그의 눈빛에 싸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았는데 정주현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사실 정주현은 구승훈이 조금 두려웠다. 구승훈이라는 사람은 상류층에서 신 같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라도 젊은 구승훈 앞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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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의 키스에 깜짝 놀란 강하리는 그를 밀어냈다.“승훈 씨.”이곳은 레스토랑 입구의 주차장이었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구승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반항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키스는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거칠었다. 오늘 밤, 자신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와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그녀는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강하리, 계속 발버둥 칠래?”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고 그 소리에 그녀는 몸이 뻣뻣해졌다.“여기서 이러지 말아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어찌할 생각이 없었다. 잠시 후, 정주현이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한 그는 바로 강하리를 안아 차에 태웠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승훈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시동을 걸었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그녀를 문으로 있는 힘껏 밀어붙였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그의 키스에 그녀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고 거침없이 그의 키스에 호응했다. 이 남자 앞에서 반항은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녀를 더 힘들게 할 뿐이었다.강하리는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싸고는 까치발을 들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흠칫하던 구승훈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옷이 흐트러지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그는 단번에 그녀의 옷을 찢어버렸다. 쌀쌀한 기운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왜? 벌써 안달이 난 거야?”“추워요.”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고는 그녀의 쇄골에 얼굴을 묻고 그녀를 거침없이 탐했다. “강 부장, 걱정하지 마. 곧 뜨겁게 만들어 줄 테니까.”이내 그가 그녀를 침대에 거칠게 내던졌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어버렸다.뜨거운 키스는 점점 아래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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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샤워요.”그녀가 한마디 툭 내뱉고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욕실로 들어갔다.욕실로 들어온 후,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그동안 사실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많이 애를 썼다. 그러나 기억은 끌어안고 있을수록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오늘 밤, 그 남자가 또다시 그녀의 상처를 끄집어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에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뜨거운 물이 샤워부스에서 흘러내렸고 그녀는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몸을 감쌌다. 이렇게 해야만 마음의 고통이 조금 풀리는 것만 같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가슴이 찢어지지만 그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울었다. 구승훈에 대한 그녀의 사랑도 그렇다.처음에는 뜨겁고 강렬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하루하루 반복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랑도 소리 없이 다 사라져 버린 것 같다.잠시 후, 그제야 마음이 가라앉은 그녀는 타올을 잡아당겨 몸에 둘렀다.욕실을 나가니 그가 담배를 손에 쥔 채 창가에 서 있었다.그녀를 발견한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욕실로 들어가 드라이기를 가지고 나왔다.“이리 와.”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리 오라고. 내 말 안 들려?”강하리는 앞으로 다가가 드라이기를 잡았다.“내가 할게요.”그러나 그는 손을 놓지 않았고 그녀를 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따뜻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손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잠시 후, 머리를 다 말리고 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강하리, 이제 다시 그런 말 하지 마. 나 그런 말 듣기 싫어.”“내가 틀린 말 했어요? 사실이잖아요. 승훈 씨는 내가 승훈 씨한테 다른 걸 원하기를 바라는 거예요?”차갑게 말하는 그녀를 그는 힐끗 쳐다보았다.“그럼 내가 한 말 사실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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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깊은 밤부터 시작해 날이 밝을 때까지, 그는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힌 후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자.”강하리는 눈을 감고 바로 잠이 들었다. 얼마 후,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그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침실로 나와 심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은 못 갈 것 같아. 다음에 보자.”그 말에 강하리를 만나보고 싶었던 심준호는 다소 실망한 모습이었다. “그럼... 강하리 씨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피식 웃었다. “우리 강 부장한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거 아니야?”그 말을 듣고 심준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너 진짜 강하리 씨 좋아하는 거지?”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와 강하리는 좋아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은 관계였다.다만 강하리 이 여자에 대해 변태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소유욕이 있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이런 소유욕은 남자라면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할 얘기 더 있어? 없으면 전화 끊어.”“아니, 잠깐.”심준호가 급히 입을 열었다.“오해하지 마, 난 너네 강 부장한테 전혀 다른 뜻 없으니까. 어제 예진이가 갑자기 강 부장이 우리 누나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물어본 거야.”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확실해?”“응. 난 잘 모르겠는데, 예진이는 포토그래퍼라서 이런 쪽에 많이 민감한 편이야. 어제 강하리 씨 사진과 우리 누나 사진이랑 비교해 보니까 확실히 비슷한 구석이 많았어.”구승훈은 아무 말도 없이 침대에서 조용히 자는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 닮은 사람은 많아.”“나도 그거 아는데. 하지만 닮은 사람을 봤으니까 한 번쯤은 물어봐야 하잖아. 놓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심준호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강하리 씨 어머니의 성함이 뭔지 알아?”그 말에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도 정말 모르고 있었다.그저 강하리의 어머니가 큰 교통사고로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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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배고파?”배가 고팠던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그 식사 자리가 너무 불편해 별로 먹지 못하였고 오늘도 여태껏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일어나, 나가서 밥 먹자.”“움직이기 싫어요. 그냥 주문해서 먹어요.”그녀의 말에 구승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자고도 아직 회복이 안 돼?”“오랫동안 일했으니까요.”그가 웃으며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었다.“일어나서 운동 좀 해.” 옷을 입혀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강 부장도 보경대학 나왔다고 했지? 나 구경 좀 시켜줘.”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갑자기 보경대학은 왜요?”“강 부장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서.”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고 거절한다고 해도 이 남자한테는 소용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던 그녀는 시큰거리는 허리를 펴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두 사람은 밥을 먹고 난 뒤, 보경대학으로 향했고 날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보경대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캠퍼스에는 각양각색의 커플들이 있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구승훈과 함께 캠퍼스를 걸어 다니면서 문득 그녀는 옛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그녀도 캠퍼스 어딘가에서 이 남자를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말이 안 되는 우연한 만남을 위해 가장 먼 길을 돌아 매일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었다.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상황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승훈 씨는 어디서 대학 다녔어요?”그녀는 갑자기 물었다.“강주에서.”그 말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구승훈은 외국에서 대학을 다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기 때문에 그가 강주에서 대학에 다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그 작은 어촌 마을이 바로 강주에 있었다.“왜... 왜 강주예요?”그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하듯 담담해 보였다.“그냥, 가고 싶어서.”아주 짤막한 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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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사실 이 질문은 좀 갑작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이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이었으니까.그래서 그의 물음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예의 바르게 되물었다.“우리 어머니에 관해 궁금한 게 뭔가요?”“하리 씨 어머니의 연세, 직장 그리고 성함이요. 실례가 안 된다면 나한테 말해줄 수 있을까요?”정서원을 생각하니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는 매우 훌륭한 여자였다. 예쁘고 성격도 온화하고 춤이든 그림이든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사람을 잘못 만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바람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한 남자 때문에 이 꼴이 된 것이다. 그녀는 아픈 마음을 가다듬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우리 엄마는 정 씨예요. 3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후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어요.”그녀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정서원의 나이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모른다. 그 당시 기억을 잃은 정서원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신분증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지금의 서류들은 모두 후에 송동혁이 대신 발급받아 준 것이었다. 그래서 나이든 생일이든 강하리는 사실 정확히 몰랐다. 한편, 심준호는 강하리의 어머니의 성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성이 정 씨였군. 그럼 아니라는 거잖아.’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큰 교통사고였나요?”그는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아주 심했죠. 지금까지도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거든요.”그녀의 말에 심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눈앞의 어린 여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누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여자라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이 안 좋았다.“미안해요.”진작에 익숙해진 강하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심준호는 예의상 더는 묻지 않고 말길을 돌렸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핸드폰 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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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강하리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었다.“기회가 되면 자주 연락해요. 승훈이 신경 쓰지 말고.”강하리는 심준호의 번호를 받아적었고 심준호는 웃는 얼굴로 구승훈을 쳐다보았다.한편,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구승훈은 끝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심준호가 떠난 뒤에도 구승훈은 카페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커피를 마시지 않는 그 앞에는 따뜻한 물 한 잔이 놓여있었다. 그는 예술품을 다루듯이 유리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대표님, 안 가요?”그녀의 말에 그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왜? 심준호가 가면 우리도 가야 하는 거야?”그의 말투에서 그녀는 그가 기분이 안 좋아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아마도 자신이 심준호의 전화번호를 받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대인관계가 있지 않는가?“가고 싶지 않으면 여기 좀 더 있어요.”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갑자기 그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준호 같은 스타일 좋아해?”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그의 시선을 피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서 한 쌍의 커플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여자가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문뜩 곧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 말은 곧 있으면 구승훈의 생일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니요, 심준호 씨는 내 스타일 아니에요.”“그럼, 강 부장은 어떤 스타일 좋아하는데? 당신이 짝사랑하는 그 남자는 어떤 스타일인 거야?”그녀는 맞은편의 남자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좋아하는 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사람을 이미 충분히 좋아할 만큼 좋아했었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다면 그녀는 아마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구승훈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대답이 이래?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좋다는 얘기인가?”“그렇게까지는 못하죠. 하지만 날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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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강하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왜? 물어보면 안 되는 거야?”“아니요. 그냥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라서요.”그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강 부장이 그 사람한테 많이 다쳤나 보군.”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그녀의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더욱 세게 잡았다. “아직도 못 잊은 거야?”“그냥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불편할 뿐이에요.” 그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해갔다.“강 부장이 이렇게 사랑에 목매는 사람인 줄은 몰랐어.”강하리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한참 쳐다보고는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당신이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거야?”“좋은 사람이었어요. 예전에 나한테 잘해줬거든요.”그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잘해줬는데 당신을 떠난 건가? 그건 당신의 감정을 가지고 논 나쁜 놈인 거잖아.”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그 사람이 날 잊어버렸어요.”“잊어버렸다고? 어떻게? 어디 다친 거야? 기억이라도 잃어버린 건가? 아니면 당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잊어버린 거야?”“나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날 잊어버렸더라고요.”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고 그녀의 눈에 비친 슬픔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눈빛이 어두워진 그가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그 후에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고? 언제?”“없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또다시 물었다.“그 사람 보고 싶어?”그녀는 자신을 감정을 가다듬고는 그를 향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그 사람 생각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 사람도 아닌데. 그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어요.”웃고 있지만 눈빛이 슬퍼 보이는 그녀를 보며 구승훈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이런 그녀의 모습보다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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