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11 - Chapitre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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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더 세게 물어.”픽 웃으며 내뱉은 구승훈의 한마디에 강하리는 점점 더 세게 깨물었다. 두 사람은 기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불어닥친 사나운 비바람이 멎듯, 강하리가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남자의 옷차림은 여전히 깔끔하고 옷깃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깊숙하게 연기를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뿜었다.“아이 일은 내가 제대로 조사해 볼 거야. 네가 진실이 알고 싶다면 진실을 밝혀 줄게. 하지만 송유라와 관계된 일이라면 여전히 널 도와줄 수 없어.”침대에 누워있던 강하리는 자신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은 구승훈의 말에 쓴웃음을 삼켰다. 그녀는 이불을 그러쥐고 이 남자로 인해 출렁거리는 감정을 추스르려고 애썼지만 마음이 꽁꽁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이불을 끌어 올려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연말이 다가오자, 갑자기 크고 작은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구승훈은 바삐 돌아치기 시작했다. 아이 일에 대해 강하리는 다시 묻지 않았고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이지도 않았다. 그가 진실을 밝혀주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그가 말하는 진실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막연하게 구승훈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어떤 일은 여전히 직접 알아보고 싶었던 강하리는 그 팬의 가족에게 연락도 시도해 보고 팬카페에서 실마리라도 찾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아쉽게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결국 고민 끝에 구승재에게 연락했다. 그가 자신을 도와줄지 말지는 미지수지만 지금 강하리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났던 사람 중에 유일하게 그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은 사람이기도 했다.구승재와의 약속 시간이 거의 다가오자 강하리는 휴대폰을 한번 들여다보고는 안예서에게 업무를 지시한 뒤 빌딩을 내려갔다.공교롭게도 일 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송유라와 마주쳤다. 저번에 만났을 때와는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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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송유라는 눈을 부릅뜨고 강하리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녀는 절대로 믿지 않았다. 강하리와 구승훈이 고작 거래 관계일 뿐이라는 것을.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결코 그럴 수가 없다. 구승훈은 점점 강하리를 신경 쓰고 있었고 이제는 그 정도가 심지어 자신에게 신경 쓰는 정도를 뛰어넘은 것 같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구승훈은 인터넷에 자기가 솔로라고 공표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녀가 커피를 뒤집어썼는데도 강하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어떻게 고작 거래 관계란 말인가? 속을 만한 사람을 속여야지!게다가 강하리와 구승훈의 어릴 때 일만 해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하리는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구승훈은 그저 강하리와 거래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강하리는 분명 구승훈에게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송유라는 화가 치밀어 아드득 이를 갈며 강하리를 째려봤다.“그딴 말 내가 믿을 것 같아? 강하리, 내가 충고하는데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게 좋을 거야!”“송유라, 두 사람 곧 약혼할 거라며 굳이 나한테 이런 말 할 필요가 있어?”강하리는 픽 실소를 흘렸다.“축하해, 두 사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길 바랄게. 이제 만족해?”말을 마친 강하리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밖에 나온 그녀는 그제야 불안감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고?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녀가 3년이나 따라온 남자인데, 몇 년이나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남자인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은 그저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기 위한 방패막이일 뿐이다.그렇다고 구승훈이 약혼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그녀가 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물어볼 수 있는 신분조차 아닌데 말이다.깊은숨을 들이마신 강하리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뒤로하고 돌아서서 옆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그녀를 본 승재가 반갑게 손을 흔들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강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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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가고 싶지 않아요.”강하리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커피를 휘저었다. 그녀는 구승훈의 생일 축하연에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가서 뭐 하는데? 구승훈과 송유라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걸 축복해 줘야 한단 말인가.구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카페에 걸려있는 TV에서 연예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구씨 가문 수장이 다시 한번 첫사랑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커플 옷을 입고 달콤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아마도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눈을 치켜뜬 강하리는 마침 TV에서 나오는 사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진 속, 송유라는 검정 피시 테일 드레스를 입고 검정 슈트를 차려입은 구승훈의 곁에 나란히 서있었다.한 사람은 고개를 쳐들고 한 사람은 시선을 아래로, 확실히 뉴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강하리는 언뜻 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그 모습에 승재는 눈살을 찌푸렸다.“강 부장님, 형은 아니...”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하리는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상관없어요, 승재 씨. 저에게 해명하지 않아도 돼요. 전 지금 오직 아이 일만 생각하고 있어요.”입만 달싹이던 구승재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강하리는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승재 씨, 그일 꼭 좀 부탁드려요. 전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승재가 작별 인사를 하기도 전에 강하리는 이미 자리를 떠났다.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형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회사로 돌아온 강하리는 사무실에서 한 무리의 어린 여자들이 한창 토론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하리는 단번에 구승훈의 약혼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쓴웃음을 삼킨 그녀는 그제야 모두가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안예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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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노민우는 살짝 민망해졌다. 그가 강하리에게 물어보자마자 구승훈이 왔기 때문이다. 꼭 구승훈이 없는 빈틈을 파고들려다가 현장을 잡힌 기분이었다.하지만 노민우가 강하리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구승훈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다. 예전에는 계속 마음을 들춰내지 않았지만 이제 구승훈이 곧 약혼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노민우는 용기를 내서 고백했다.그러나 지금 구승훈의 태도를 보니 약혼한다고 하더라도 강하리를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노민우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구승훈과 대적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승훈아, 왔어? 그럼 난 먼저 갈게.”말을 마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구승훈의 시선이 그를 지나쳐서 강하리에게로 향했다.“노 대표가 가는데, 강 부장은 아무 말 안 해?”입을 꾹 다물고 있던 강하리는 잠시 후에야 고개를 돌려 노민우에게 인사했다.“안녕히 가세요, 노 대표님.”고개를 끄덕인 노민우는 구승훈을 보며 말했다.“다음에 봐, 승훈아.”구승훈이 아무 대답이 없자 노민우는 멋쩍은 듯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눈을 치켜뜬 강하리는 구승훈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노민우 씨와는 정말 우연히 만났을 뿐이에요.”구승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래? 정말 이런 빌어먹을 우연이 다 있네!”미소를 지은 강하리는 눈을 치켜떴다. 눈동자에는 불필요한 감정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그러게요. 정말 기막힌 우연이죠. 저와 대표님도 이렇게 우연히 만났잖아요?”구승훈은 어두운 눈길로 눈앞에 여자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어색해 보이는 강하리의 태도에 구승훈은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그때 두 사람이 유산한 일로 다툰 이후로 그녀는 쭉 이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더욱 선명했다.“강하리, 그딴 작은 일로 자꾸 불쾌하게 트집 잡지 마!”강하리는 씁쓸한 웃음을 토해냈다.작은 일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의 눈에는 그저 사소하고 하찮은 일로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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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강하리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명절이라 그런지 길이 다소 막혔다. 길가에는 손잡고 다니는 커플들이 즐비했다. 이때 갑자기 구승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역시나 송유라를 위해 특별히 설정한 벨소리였다.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전화를 받았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다 오빠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안 갈 거야.”대답하자마자 구승훈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하리는 입꼬리가 살짝 떨려왔다.“죄송해요, 제가 대표님 데이트를 방해했네요.”구승훈은 그녀를 보며 냉소를 흘렸다.“뭐 피차일반 아닌가. 나도 강 부장 데이트를 방해했잖아?”그를 슬쩍 쳐다본 강하리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얼마 안 가서 차가 아파트 아래에 멈춰 섰다. 강하리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 할 때 구승훈이 갑자기 잠금장치를 눌렀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말했다.“그렇게 서둘러 내릴 필요 없어.”그러더니 강하리를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두 사람은 그날 이후로 한 적이 없었다.이 이틀 동안 구승훈은 계속 기분이 아주 나빴다. 그날 밤 강하리의 눈물과 낯선 모습이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그는 항상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두 번 끊임없이 이 여자로 인해 크나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지금은 아예 마음속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구승훈은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헤집으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곧이어 커다란 손이 그녀의 옷 아래를 비집고 들어왔다. 순간 강하리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됐다.“돌아가서 하면 안 돼요?”구승훈은 피식 웃었다.“안 돼.”컬리넌이 거의 한 시간 동안 흔들리더니 그제야 멈췄다. 지쳐버린 강하리는 팔을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구승훈은 그녀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가는 내내 그녀의 휴대폰이 계속 시끄럽게 울려대자, 구승훈은 조금 짜증이 나는 듯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손연지가 문자를 여러 개 보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의 친구는 정말 한가한가 봐.”강하리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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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구승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깨끗하고 예쁜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예전에 구승훈은 강하리의 웃는 얼굴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미소가 너무 거슬렸다. 구승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날 떠나고 싶어?”강하리는 그를 쳐다만 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답은 이미 정해졌다.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그러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강하리, 내가 말했지. 내 동의 없이는 날 떠날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이 말 영원히 기억하고 있기를 바라.”말을 마친 그는 강하리의 턱을 놓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씻고 침대에 누웠다.다음 날.강하리가 기분이 안 좋을까 봐 걱정된 손연지는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강하리를 찾아왔다.사실 강하리는 괜찮았지만, 굳이 손연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쇼핑하러 나갔다.말이 쇼핑이지, 손연지는 돌아다니는 내내 계속 강하리의 안색만 살폈다. 강하리는 손연지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살짝 어이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나 괜찮아. 그러니까 계속 이렇게 쳐다보지 않아도 돼.”손연지는 그 말을 듣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구승훈 그 개... 바보 같은 자식 눈이 삔 게 틀림없어. 아니면 이렇게 착한 너를 옆에 두고 어떻게 송유라 그 여우 같은 년을 선택할 수 있지.”강하리는 피식 웃었다.“연지야, 우리 사이는... 처음부터 계약서에 똑똑히 적혀 있었어. 내가 원망할 것도 없어.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우리 관계만 잘 기억하고 있으면 괜찮아. 그 사람과 송유라가... 약혼하든, 결혼하든 난 신경 쓰지 않아.”예전에 강하리가 이렇게 말했으면 손연지는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하리가 오랜 시간 동안 구승훈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 그녀는 강하리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을까? 아닌 척하고 있을 뿐이겠지.손연지는 마음이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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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미간을 잔뜩 찌푸린 강하리는 구승재가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지 알 것 같았다.“승재 씨, 전 가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구승재는 눈썹을 찡그렸다.“연회에 가려는 게 아니에요, 강 부장님. 그냥 킹스 클럽에 놀러 가는 거라고요. 진짜예요.”강하리는 구승재가 대체 무슨 의도로 찾아왔는지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흥미도 없었고, 놀러 갈 기분도 아니었다. 강하리의 이런 모습을 본 구승재는 마음이 답답해졌다.“강 부장님, 내가 강 부장님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날 한 번만 믿어봐요, 네?”강하리는 자신을 설득하는 구승재를 보고 결국 동의했다. 구승재야말로 지금까지 그녀를 제일 잘 챙겨준 사람이었다.강하리는 간단히 화장하고 치마로 갈아입었다. 그저 심플한 옷차림이었지만, 구승재는 넋 놓고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강하리 같은 여자를 옆에 두고도 형은 어떻게 송유라를 바라볼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유라보다 몇 배는 더 예뻤다.“가요.”깊은숨을 들이마신 강하리는 그를 따라갔다. 구승재는 정말로 그녀를 데리고 킹스 클럽으로 갔다.그러나 룸 문을 열던 강하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연회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전부 이 룸 안에 있었다. 구승훈과 그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도 말이다.강하리를 본 구승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강하리를 보았을 땐 순간 얼굴에 싸늘한 냉소가 번졌다.“강 부장이 여긴 왜 왔어?”남자는 무심한 태도로 물었다.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야유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안주인 같은 자태로 앉아있던 송유라도 강하리를 보자 안색이 싹 변했다.구승재는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 부장님, 미안해요. 나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뭐가 문제인지 형이 어젯밤 갑자기 생일 축하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거든요.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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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구승훈의 목소리를 들은 강하리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걸어 나갔다.여기에 단 일 초라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 가는 것이 몹시 우스워 보일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자마자 다시 가면 그녀는 진짜로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안현우도 강하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강하리 또한 그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여기에 남아서 불쾌감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구승훈은...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첫사랑을 옆에 두고 있으면서 강하리 더러 여기 남아서 첫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라도 하란 말인가?허리를 곧게 편 강하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계속 가려고 하는 그녀를 보자 구승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구승재는 그 상황을 보고 얼른 뛰어가서 강하리를 붙잡았다.“강 부장님, 여기까지 와서 왜 벌써 가려고 그래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승재 씨, 미안하지만 난 이곳이 정말 싫어요.”승재는 눈썹을 찌푸리고 구승훈을 흘끗 쳐다봤다. 구승훈이 그녀를 잡길 바랐지만, 구승훈은 그저 어두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만 볼 뿐, 더는 말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이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보고 있던 안현우가 불쑥 끼어들었다.“승재 씨,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그냥 보내요. 애초에 저 여자가 낄 자리가 아니었어요. 기분 잡치게 하려고 데려온 거예요?”보다 못한 노민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안 대표, 그만해요. 강 부장님이 안 대표를 보러 온 것도 아니잖아요.”그러자 안현우는 쯧, 혀를 차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노민우를 힐끔 쳐다봤다.“노 대표, 언제부터 강 부장이랑 사이가 그렇게 좋았어요?”노민우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이왕 온 김에 좀 놀다 가요, 강 부장님. 오늘 승훈이 생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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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차에서 기다려.”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바로 차에 탔다. 구승훈은 코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송유라에게 건넸지만, 그녀는 받으려 하지 않았다.한숨을 토해 낸 구승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직접 송유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차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리는 씁쓸하게 웃었다.오늘 여기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강하리는 고개를 떨구고 더는 차창 밖을 쳐다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구승훈은 드디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는 강하리를 흘끗 쳐다보더니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강 부장 진짜 점점 대단해져 가네.”강하리는 그가 자신이 그의 앞에서 노민우 쪽으로 걸어간 것을 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일에 대해 딱히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땐 확실히 구승훈 옆에 앉기 싫었을 뿐이다.시선을 아래로 한 강하리는 그 문제로 더 논쟁하지 않고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순간 구승훈의 눈살이 잔뜩 찌그러졌다.“왜? 억울해?”강하리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요.”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구승훈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아파트로 돌아온 구승훈은 케이크도 없는 텅 빈 식탁을 보고 차갑게 웃었다.“강 부장, 올해는 밥 차릴 생각도 없나 봐?”강하리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차피 차려도 안 드실 거잖아요.”눈을 가늘게 뜬 구승훈은 한참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했다.“가서 국수 한 그릇 끓여줘.”말을 마친 그는 옷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제 자리에 서서 한참 고민하던 강하리는 결국 주방으로 걸어갔다.국수를 다 삶자 구승훈도 욕실에서 나왔다. 식탁 위에 놓인 그릇을 보니 이번에도 강하리가 매해 그에게 해주었던 잔치국수였다.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안색이 드디어 밝아졌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식탁 앞에 앉아 잔치국수를 먹었다.한편 강하리는 돌아서서 욕실로 향했다. 다 씻고 나오자 구승훈은 이미 침실에 들어와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강하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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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눈을 떴을 때 구승훈은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로 침대 옆에 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피곤하면 하루 쉬어도 돼.”어젯밤 구승훈은 강하리를 거칠게 몰아붙였고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강하리는 고개를 저으며 바로 일어나 앉았다.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쉴 수가 없었다.구승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럼 나랑 같이 갈래?”그러나 강하리는 재차 거절했다.“괜찮아요. 전 버스 타고 갈게요.”하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문 옆에 기대서서 그녀를 기다렸다.그를 흘끗 쳐다본 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으려던 찰나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움찔하더니 서랍에서 작은 박스 하나를 꺼냈다.그 안에는 얼마 전 그녀가 안전을 지켜달라고 기원하며 받았던 염주가 들어 있었다.사실 구승훈의 생일 선물로 주려고 했지만, 어제 그가 물을 때 갑자기 그 슈트가 생각나더니 이내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구승훈에게 또다시 마음을 주었다가 무참히 짓밟히는 짓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이런 선물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강하리는 고개를 떨구고 그 박스를 다시 서랍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구승훈은 여전히 문 앞에 서있었다. 강하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대표님, 그 일은 어떻게 됐어요?”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진 구승훈은 잠시 침묵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강 부장은 진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적어도 저한테는 아주 중요해요.”구승훈은 어두운 안색으로 한참을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 일은 확실히 누군가 계획적으로 한 게 맞아.”입술을 굳게 다문 강하리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몸 옆에 떨어뜨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입술을 바르르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송유라예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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