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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노민우는 살짝 민망해졌다. 그가 강하리에게 물어보자마자 구승훈이 왔기 때문이다. 꼭 구승훈이 없는 빈틈을 파고들려다가 현장을 잡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노민우가 강하리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구승훈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다.

예전에는 계속 마음을 들춰내지 않았지만 이제 구승훈이 곧 약혼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노민우는 용기를 내서 고백했다.

그러나 지금 구승훈의 태도를 보니 약혼한다고 하더라도 강하리를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노민우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저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구승훈과 대적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승훈아, 왔어? 그럼 난 먼저 갈게.”

말을 마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구승훈의 시선이 그를 지나쳐서 강하리에게로 향했다.

“노 대표가 가는데, 강 부장은 아무 말 안 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강하리는 잠시 후에야 고개를 돌려 노민우에게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노 대표님.”

고개를 끄덕인 노민우는 구승훈을 보며 말했다.

“다음에 봐, 승훈아.”

구승훈이 아무 대답이 없자 노민우는 멋쩍은 듯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눈을 치켜뜬 강하리는 구승훈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노민우 씨와는 정말 우연히 만났을 뿐이에요.”

구승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정말 이런 빌어먹을 우연이 다 있네!”

미소를 지은 강하리는 눈을 치켜떴다. 눈동자에는 불필요한 감정이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러게요. 정말 기막힌 우연이죠. 저와 대표님도 이렇게 우연히 만났잖아요?”

구승훈은 어두운 눈길로 눈앞에 여자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어색해 보이는 강하리의 태도에 구승훈은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그때 두 사람이 유산한 일로 다툰 이후로 그녀는 쭉 이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더욱 선명했다.

“강하리, 그딴 작은 일로 자꾸 불쾌하게 트집 잡지 마!”

강하리는 씁쓸한 웃음을 토해냈다.

작은 일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의 눈에는 그저 사소하고 하찮은 일로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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