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17화

작가: 재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미간을 잔뜩 찌푸린 강하리는 구승재가 자신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지 알 것 같았다.

“승재 씨, 전 가고 싶지 않아요.”

그러자 구승재는 눈썹을 찡그렸다.

“연회에 가려는 게 아니에요, 강 부장님. 그냥 킹스 클럽에 놀러 가는 거라고요. 진짜예요.”

강하리는 구승재가 대체 무슨 의도로 찾아왔는지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흥미도 없었고, 놀러 갈 기분도 아니었다. 강하리의 이런 모습을 본 구승재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강 부장님, 내가 강 부장님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날 한 번만 믿어봐요, 네?”

강하리는 자신을 설득하는 구승재를 보고 결국 동의했다. 구승재야말로 지금까지 그녀를 제일 잘 챙겨준 사람이었다.

강하리는 간단히 화장하고 치마로 갈아입었다. 그저 심플한 옷차림이었지만, 구승재는 넋 놓고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강하리 같은 여자를 옆에 두고도 형은 어떻게 송유라를 바라볼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유라보다 몇 배는 더 예뻤다.

“가요.”

깊은숨을 들이마신 강하리는 그를 따라갔다. 구승재는 정말로 그녀를 데리고 킹스 클럽으로 갔다.

그러나 룸 문을 열던 강하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연회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전부 이 룸 안에 있었다. 구승훈과 그의 어중이떠중이 친구들도 말이다.

강하리를 본 구승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강하리를 보았을 땐 순간 얼굴에 싸늘한 냉소가 번졌다.

“강 부장이 여긴 왜 왔어?”

남자는 무심한 태도로 물었다.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야유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안주인 같은 자태로 앉아있던 송유라도 강하리를 보자 안색이 싹 변했다.

구승재는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강 부장님, 미안해요. 나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뭐가 문제인지 형이 어젯밤 갑자기 생일 축하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거든요.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18화

    구승훈의 목소리를 들은 강하리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걸어 나갔다.여기에 단 일 초라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 가는 것이 몹시 우스워 보일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자마자 다시 가면 그녀는 진짜로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안현우도 강하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강하리 또한 그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여기에 남아서 불쾌감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구승훈은...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첫사랑을 옆에 두고 있으면서 강하리 더러 여기 남아서 첫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라도 하란 말인가?허리를 곧게 편 강하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계속 가려고 하는 그녀를 보자 구승훈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구승재는 그 상황을 보고 얼른 뛰어가서 강하리를 붙잡았다.“강 부장님, 여기까지 와서 왜 벌써 가려고 그래요.”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승재 씨, 미안하지만 난 이곳이 정말 싫어요.”승재는 눈썹을 찌푸리고 구승훈을 흘끗 쳐다봤다. 구승훈이 그녀를 잡길 바랐지만, 구승훈은 그저 어두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만 볼 뿐, 더는 말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이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보고 있던 안현우가 불쑥 끼어들었다.“승재 씨,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그냥 보내요. 애초에 저 여자가 낄 자리가 아니었어요. 기분 잡치게 하려고 데려온 거예요?”보다 못한 노민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안 대표, 그만해요. 강 부장님이 안 대표를 보러 온 것도 아니잖아요.”그러자 안현우는 쯧, 혀를 차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노민우를 힐끔 쳐다봤다.“노 대표, 언제부터 강 부장이랑 사이가 그렇게 좋았어요?”노민우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이왕 온 김에 좀 놀다 가요, 강 부장님. 오늘 승훈이 생일이잖아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19화

    “차에서 기다려.”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바로 차에 탔다. 구승훈은 코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송유라에게 건넸지만, 그녀는 받으려 하지 않았다.한숨을 토해 낸 구승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직접 송유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차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리는 씁쓸하게 웃었다.오늘 여기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강하리는 고개를 떨구고 더는 차창 밖을 쳐다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구승훈은 드디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는 강하리를 흘끗 쳐다보더니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강 부장 진짜 점점 대단해져 가네.”강하리는 그가 자신이 그의 앞에서 노민우 쪽으로 걸어간 것을 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일에 대해 딱히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땐 확실히 구승훈 옆에 앉기 싫었을 뿐이다.시선을 아래로 한 강하리는 그 문제로 더 논쟁하지 않고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순간 구승훈의 눈살이 잔뜩 찌그러졌다.“왜? 억울해?”강하리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아니요.”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구승훈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아파트로 돌아온 구승훈은 케이크도 없는 텅 빈 식탁을 보고 차갑게 웃었다.“강 부장, 올해는 밥 차릴 생각도 없나 봐?”강하리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차피 차려도 안 드실 거잖아요.”눈을 가늘게 뜬 구승훈은 한참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했다.“가서 국수 한 그릇 끓여줘.”말을 마친 그는 옷을 벗으며 욕실로 향했다. 제 자리에 서서 한참 고민하던 강하리는 결국 주방으로 걸어갔다.국수를 다 삶자 구승훈도 욕실에서 나왔다. 식탁 위에 놓인 그릇을 보니 이번에도 강하리가 매해 그에게 해주었던 잔치국수였다.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안색이 드디어 밝아졌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식탁 앞에 앉아 잔치국수를 먹었다.한편 강하리는 돌아서서 욕실로 향했다. 다 씻고 나오자 구승훈은 이미 침실에 들어와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강하리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20화

    다음 날 아침 강하리가 눈을 떴을 때 구승훈은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로 침대 옆에 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피곤하면 하루 쉬어도 돼.”어젯밤 구승훈은 강하리를 거칠게 몰아붙였고 그녀는 새벽이 되어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강하리는 고개를 저으며 바로 일어나 앉았다.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쉴 수가 없었다.구승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럼 나랑 같이 갈래?”그러나 강하리는 재차 거절했다.“괜찮아요. 전 버스 타고 갈게요.”하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문 옆에 기대서서 그녀를 기다렸다.그를 흘끗 쳐다본 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으려던 찰나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움찔하더니 서랍에서 작은 박스 하나를 꺼냈다.그 안에는 얼마 전 그녀가 안전을 지켜달라고 기원하며 받았던 염주가 들어 있었다.사실 구승훈의 생일 선물로 주려고 했지만, 어제 그가 물을 때 갑자기 그 슈트가 생각나더니 이내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구승훈에게 또다시 마음을 주었다가 무참히 짓밟히는 짓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이런 선물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강하리는 고개를 떨구고 그 박스를 다시 서랍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구승훈은 여전히 문 앞에 서있었다. 강하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대표님, 그 일은 어떻게 됐어요?”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진 구승훈은 잠시 침묵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강 부장은 진실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적어도 저한테는 아주 중요해요.”구승훈은 어두운 안색으로 한참을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 일은 확실히 누군가 계획적으로 한 게 맞아.”입술을 굳게 다문 강하리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몸 옆에 떨어뜨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입술을 바르르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송유라예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21화

    “유라 한동안 좀 쉬라고 해.”...안예서는 회사로 출근한 강하리를 보자마자 이상한 점을 감지하였다.“부장님, 무슨... 일 있어요?”강하리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저녁에 잠을 잘 못 잤나 봐. 연말 실적 보고서 준비는 잘 돼가?”“네, 거의 다 완성됐어요.”여전히 시름이 놓이질 않는지 안예서는 강하리를 계속 살피며 얘기했다.“부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라도 말씀 해주세요. 뭐 제가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누가 옆에서 아이디어라도 내주면 좋잖아요.”안예서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기특하여 강하리는 저도 몰래 웃음이 새어 나왔다.“고마워, 예서 씨.”“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안예서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춰 다른 얘기를 꺼냈다.“근데 부장님, 혹시 들으셨어요? 어제 대표님이 약혼을 안 했대요.”강하리는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사실 지금 제일 듣기 싫은 얘기가 바로 구승훈과 송유라에 관한 소문이었지만, 조잘대는 안예서를 그냥 내버려두었다.흥, 콧방귀를 뀌며 안예서가 말을 이었다.“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결국 이런 날이 온다니깐요. 부장님은 모르시겠지만 저번에 송유라가 대표님과 약혼식 올린다고 SNS에서 자랑질을 얼마나 해댔는데요. 하, 이번에 코가 제대로 납작해지겠네요. 난 또 우리 대표님이 송유라를 얼마나 좋아한다고... 뭐 결국은 별거 아닌 거였네요.”강하리는 한번 웃어 보이고는 업무 모드로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됐어, 이제 그만하고 업무보고서나 가져와 봐.”혀를 살짝 내두르며 안예서는 서둘러 강하리의 지시대로 보고서를 챙기러 가버렸다.끝내 조용해졌다.강하리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철을 보며 넋을 잃었다.어젯밤에 구승훈이 송유라와 약혼식을 올리지 않았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해 그녀는 매우 기뻤다. 그 둘이 약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그것이 그녀의 사심에서 비롯된 것이든 송유라와의 원한 관계에서였든, 이유는 중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22화

    강하리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구승재도 그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줄 아니 삐딱하게 들리진 않았다. 구승훈이 수호신처럼 송유라를 감싸고 도는데 내려놓지 않으면 또 어떡하겠나.하지만 마음속으로 달갑지는 않았다. 서류봉투의 끄트머리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고는 그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식사만 간단히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는데, 때를 맞춰 휴대폰이 울렸다.“올라와.”구승훈의 서늘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제자리에서 몇 초 못 박혔다가 돌아서서 올라가는 계단을 탔다.대표 사무실에 들어가니 구승훈은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저런 뒷모습이면 얼굴색은 보나 마나 가라앉아 있겠지.강하리는 그가 기분이 안 좋음을 감지했다.“대표님, 부르셨어요.”구승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짙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봤다.“식사 끝났어?”“네.”담담한 표정으로 그는 강하리의 앞으로 걸어와 얇은 입술을 열었다.“그럼 얘기해 봐. 밥 먹는 것 외에 또 뭘 했는지.”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죄송한데,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어요.”구승재랑 밥만 먹었는데 뭐가 더 있어야 하는가. “진짜 모르겠어? 그럼 이거, 설명해 봐.”구승훈은 서류 몇 장을 그녀한테 툭 던졌다.살펴보니 무슨 카톡 대화 기록을 캡처한 것이었는데 그녀의 프로필 사진과 아이디로 누가 파파라치한테 송유라가 그녀를 유산하게끔 만들었다는 과정을 폭로한 제보 내용이었다.아주 잠깐 어리둥절하였다가 금세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만 같았다.한참 후에야 눈을 들어 구승훈을 바라보며 강하리는 물었다.“그럼 대표님은 이게 제가 한 짓이라는 거죠?”“강 부장 아니야?”매우 당연하다는 듯 그는 되물었다.눈앞에 남자를 조금 넋이 간 채로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뒤엔 픽 웃음이 터져 나왔다.“맞아요, 내가 한 거. 이렇게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어요. 송유라가 내 배 속의 아이를 해쳤는데 난 그 여자가 한 짓 폭로하면 안 돼요? 왜 안되는데요?”“강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23화

    송유라가 나간 것을 보고 뒤이어 들어온 안예서가 강하리의 모습을 보고 얼른 물 한 잔 따라 주었다.“부장님, 괜찮으세요?”강하리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마음속은 답답하기만 하였다.송유라의 말대로 자신은 그녀와 게임이 안 되는 거였다. 구승훈이 그녀를 아주 감싸고 도는 점에서만 봐도 이미 진 싸움이었다.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강하리는 패배를 인정하기로 했다. 철두철미한 패배였다.그리고 더는 이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구승훈과 송유라의 일에 더는 자신을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그 일 말고도 할 일이 이토록 많은데 굳이 진 싸움에 시간과 정서를 쏟아부을 일 있는가.그 남자는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하나 그 꿈을 찢어버린 사람도 그 남자였다.아마 꿈속의 그 남자는 17살 때 이미 그 해변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바보 같이 그녀만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니 잔인하게도 현실은 그저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고통뿐이었다....강하리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정신을 차려 그 자질구레한 일들은 인제 그만 생각에서 제외하기로 맘 먹었다.퇴근 후, 강하리는 물건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와 글로벌 투자 유치회가 진행되는 장소로 향했다.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서 공동 개최한 투자 유치회는 마침 연성시에서 열리게 되었고 강하리는 이번 행사에서 통역을 맡게 되었다. 얼마 전에 임정원한테 추천한 그 선배는 그녀가 연성시에 있다는 걸 알고 이번 회의에 나와주기를 요청하였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승낙했다.투자 유치회 진행 장소인 국제컨벤션센터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차에서 내리는데 누가 그녀를 불렀다.“강하리!”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계단 위에 서 있었다.주해찬. 현 외교부 내에서 인기가 대단하고 촉망받는 샛별.강하리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주해찬도 계단에서 내려오며 몇 발 성큼성큼 걸어와 강하리 앞에 멈춰 섰다.“오랜만이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24화

    강하리의 웃음기가 얼어붙었다.오늘 밤 일은 구승훈한테 알리지도 않았고, 알렸으면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구승훈은 감정적으로는 자신한테 신경을 안 쓰면서 이상하게 소유욕과 통제욕은 유난히 넘쳤다. 그 남자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머리를 한번 뜯어보고 싶어질 지경이다.그 머릿속에 송유라만 들어찼을 것이 분명한데 왜 또 하필 그녀를 곁에 묶어 두려고 하는지.사색이 또 그 둘한테로 흐르니 짜증이 뻗칠까 하였다. 애써 신경을 안 쓰려고는 했지만 답답한 속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얼굴색이 어두워지는 강하리를 보고 심준호는 미간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다퉜어요?”그 말에 상념에서 깨어나며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뇨.”심준호도 굳이 눈치 없게 캐묻지는 않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도움 필요하면 말해요. 난 친분보다 도리가 있는 편에 서는 타입이라.”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오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해찬이 돌아왔다.심준호는 강하리를 보며 말했다.“이따 행사 끝나면 다시 얘기해요.”강하리는 알겠다고 답했다.심준호를 보내고 나서 강하리는 주해찬과 같이 통역실로 향했다.“떨려?”주해찬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하리는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안 떨린다면 거짓말이겠죠.”동시통역을 해본 지도 3년이 넘는데 첫 단추를 이렇게 큰 규모의 회의로 꿰게 생겼으니 실수하게 될까 봐 속은 엄청 긴장했다.하지만 주해찬은 그저 웃기만 하며 말했다.“난 널 믿어.”그를 힐긋 보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승낙한 이상 잘 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녀도 전쟁을 앞두고 꼬리 빼는 성격은 아니었다.통역실에는 이미 몇 명의 통역사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한창 낮은 소리로 이번 행사 주제와 내용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고, 주해찬이 강하리를 데리고 들어오자 일제히 그들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높은 급의 경력이 화려한 동시통역사들끼리는 보통 다 아는 사이거나 각종 회의에서 얼굴 정도는 본 적이 있었지만, 강하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255화

    주해찬은 감개무량했다."진작에 돌아왔어야 했어.”강하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웃었다. 그녀도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구승훈의 고비를 넘기는 것조차 곤란했다.두 사람은 안에서 나오자마자 심준호를 보았다.그는 이미 물건을 챙기고 컨벤션센터 입구에 서 있었다.강하리를 보자마자 그는 입을 열었다."하리씨, 데려다줄까요?”주해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원래 강하리를 데려다주려고 했으니 말이다.심준호는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아직 할 일이 많으시죠?”주해찬은 마지못해 웃었다. 할 일이 많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회의는 끝났지만 외빈들이 있으므로 접대를 해야 했다.하지만 그도 급하지 않았다. 강하리와 연락이 닿은 이상 다시는 그녀를 사라지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그는 강하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해찬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심준호와 함께 떠났다.밖에 나가서야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심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에 어머니가 계속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셨는데, 지금은요? 좀 나아졌나요?"심준호도 그가 왜 이러는지 몰랐다. 스스로도 웃기지만 지난번에 강하리에게서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그는 줄곧 이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강하리의 어머니가 자신의 누나일 리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정서원의 얘기를 꺼내면 강하리는 마음이 아파 났다."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깨어날 기회가 있다고 합니다.”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강하리가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 입구에서 눈에 익은 컬리넌이 보였다.구승훈은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추운 겨울밤의 어둠 속에 서 있었는데 구승훈이 이 날씨보다 더 차가운 것

최신 챕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8화

    여초연이 얼마나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인지 구승훈이 제일 잘 안다.정말 여초연이 연정이를 데려갔다면 그렇게 쉽게 꼬리를 드러내지 않았을 테고 초조했던 그는 계속해서 그녀가 먼저 빈틈을 보이길 기다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소란을 일으킨 뒤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할 생각이었다.그녀의 수단으로 봤을 때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걸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오늘 대놓고 이곳으로 왔다는 건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그를 유인한 걸까?그렇다면 연정이에게 일어난 일이 그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지지 않나?어쨌든 구승훈은 연정이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연정이가 정말 그녀의 손에 있고 막다른 길에 이른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그 시각 목란정원에서 여초연은 복도에서 누군가와 휴대폰을 들고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이쪽의 깊은 밤과 달리 저쪽은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강하리는 다음 날 주해찬과 함께 B시로 갔다.비행기에서 막 내린 두 사람은 입국 게이트에서 정주현이 신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강하리 씨, 드디어 왔네요!”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주해찬을 흘깃 쳐다보았다.주해찬은 무기력하게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었어. 계속 물어보니까 시간을 알려줄 수밖에.”정주현은 곧바로 불만을 터뜨렸다. “강하리 씨, B시로 오면 알려준다면서 이러는 건 아니죠!”강하리는 힘없이 웃었다.“가요.”그러던 중 정주현은 강하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걸 다시 한번 언급했지만 강하리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정주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하리 씨, 그래도 우리 같이 일한 적이 있는데 이러면 대양그룹에 불만이 있는 것 같잖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정 회장님이 절 찾아오라고 시켰어요?”정주현은 부인하지 않았다.“영감탱이한테 불만 있는 건 아니죠? 지난번에 구정우 도와줘서 그래요?”강하리는 침묵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주현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7화

    구승훈의 주변에 우중충한 공기가 감돌았고 차가운 시선은 올곧게 주해찬에게 향했다.가까이 다가온 주해찬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구승훈은 조금도 피할 생각 없이 그대로 얻어맞은 뒤 이윽고 주해찬의 손목에 주먹을 내리쳤다.그 손이 조금 전 강하리의 입술에 닿았다. 구승훈은 그의 뼈를 부러뜨릴 기세로 달려들었다.주해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구승훈, 하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아? 병원에서 그 며칠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 네가 뭔데 계속해서 걔한테 상처를 줘, 네가 뭐라고 걔한테 그런 식으로 강요해!”강하리가 병원에서 지냈던 걸 언급하자 구승훈의 표정이 굳어졌다.당연히 그는 그녀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고 있었다.매일 의사가 진정제를 놓아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심한 우울증이었다.노민준이 그날 했던 말을 그는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이러면 언제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있어. 이젠 살아갈 의욕을 완전히 잃었어.”구승훈의 몸이 경직되었지만 꿋꿋하게 받아쳤다.“주해찬 당신이 뭔데 나랑 하리 사이에 끼어들어?”주해찬은 입가에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아무리 그냥 선배라도 걔가 너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정말 그냥 선배가 되고 싶은 거야? 주해찬, 네 개수작을 모를 것 같아?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거잖아.”잠시 멈칫하던 주해찬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내가 아무리 이용하는 거라고 해도 억지로 강요하는 너보다 나아. 구승훈, 사람 존중하는 방법부터 배우고 다시 하리 앞에 나타나. 그전까지 넌 자격 없으니까.”주해찬은 말을 마치고 곧장 차 쪽으로 몸을 돌렸다.비를 맞으며 서 있던 구승훈은 한참이 지나서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자격이 없다고...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주해찬은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그는 입가를 가볍게 문지르며 위쪽을 올려다보았다.강하리는 주방에 약을 먹으러 가다가 비속에 서 있는 구승훈을 보게 될 줄은 몰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6화

    가서 팔찌를 가지고 백아영의 생일을 보낸 후 출국할 생각이었고 그 외 일은 지금 당장 처리할 기분이 아니었다.구승훈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손연지의 집 밑에 우산을 쓴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주해찬이었다.비 오는 밤, 가로등에 반사된 남자의 모습은 약간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무척 적극적이네.”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렬한 불빛이 주해찬에게 비추자 뒤를 돌아본 그가 구승훈의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강하리를 발견했다.구승훈은 보지 못한 듯 강하리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검은 우산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며 주해찬의 낮은 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걱정돼서 보러 왔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난 괜찮아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그때 주해찬이 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하리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구 대표님.”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가벼운 웃음을 내뱉으며 주해찬을 향해 시선을 들어 올렸다.“주해찬 씨가 뭐라고 저한테 감사 인사를 하는 거죠?”주해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하리의 선배로서요.”그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시간도 늦었는데 일찍 집에 가서 쉬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해찬이 우산을 들고 건물 쪽으로 따라나섰다.구승훈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서리가 낀 것 같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의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비를 맞으며 우산 아래서 두 사람의 어깨는 단단히 맞닿은 것 같았다.건물 입구에 다다랐을 때야 강하리가 나지막이 말했다.“선배, 나 혼자 올라가면 돼요.”주해찬의 시선이 강하리의 입술에 닿았다.입술이 어딘가 부딪힌 것처럼 살이 갈라져 있었다.갈 때는 괜찮았는데 돌아올 땐 입술이 찢어진 채로 왔다.구승훈에 대한 강하리의 쌀쌀맞은 태도는 다 지켜보고 있었다.“구승훈이 강요했어?”주해찬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강하리는 몸이 굳어지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5화

    한편 여초연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고 도우미가 옆에서 옷을 걸쳐주었다.“사모님, 시간이 늦었는데 일찍 쉬세요.”여초연은 밖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옷을 두른 채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승훈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도우미는 얼굴을 찡그렸다.“잘 지내지 못해요. 강하리라는 여자가 우리 집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세요. 어르신까지 들여보냈는데 큰 도련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여자한테 홀딱 넘어간 게 틀림없어요.”여초연은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요. 승훈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 며느리니까.”도우미가 입술을 달싹였다.“그래도 구씨 집안이 그 여자 때문에 이 모양이 됐잖아요!”SH그룹이 합병되면서 구씨 집안은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도우미들의 일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작 여초연은 조금의 초조함도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큰 도련님도 그 여자 때문에 사모님께 화를 냈잖아요.”여초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우산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따라오지 마요.”그녀가 속삭이자 도우미는 즉시 발걸음을 멈췄다.비 내리는 어느 날 밤, 검은색 승용차가 구씨 집안 저택에서 시내 반대편 목란정원을 향해 유유히 달렸다.목란정원은 여초연이 소유한 정원인데 그녀는 때때로 며칠씩 이곳에 오곤 했다.구승재는 그녀를 따라 목란정원 입구까지 갔다가 차를 멈췄다.그는 목란정원의 출입구를 바라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형의 지시로 구씨 저택에 머물면서 집안사람들을 돌보고 있었지만 사실은 여초연을 감시하는 것이었다.여초연의 차가 목란정원에 들어가는 것을 본 구승재는 휴대폰을 꺼내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요한 밤, 구승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하리의 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의 입술은 그녀의 귀에 닿은 상태였다.“전화 좀 받고 올게.”구승훈이 떠난 후 강하리 휴대폰도 울렸다.주해찬의 전화였다.“하리야, 비행기표 샀으니까 내일 데리러 갈게.”“그래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4화

    구승훈은 상처받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하리야, 넌 늘 그렇듯 매정하네.”강하리가 뒤돌아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휴대폰을 움켜잡았다.“딱 하룻밤만. 너 안 건드릴게, 응?”강하리의 몸이 굳어졌고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하리야, 내 소원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해. 네가 이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몇 번이나 상상했는지 몰라. 여기가 우리 집이야.”강하리의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그래도 결국 구승훈의 손을 뿌리쳤다.너무도 분명한 그녀의 거절에 구승훈은 답답한 가슴에 고통이 밀려왔고 쓴웃음을 짓던 그는 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샤워하고 나오면 다시 데려다줄게.”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구승훈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강하리는 통화 중이었다.발걸음이 멈칫한 그는 통화 상대가 주해찬이란 것을 알아차렸다.“선배, 전 괜찮아요.”“알았어, 항공편 예약해. 나도 같이 갈게.”강하리가 전화를 끊는데 구승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껴안고 고개를 숙여 입 맞추었다.“구승훈!” 강하리는 그의 키스에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구승훈은 점점 더 꽉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강하리의 턱을 잡고 깊숙이 파고들며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마치 화풀이나 비난하듯 키스를 퍼부었다.강하리는 벽에 단단히 밀려서 몸부림을 치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그녀가 다리를 들어 그의 아랫도리를 가격하려는데 구승훈이 먼저 그녀의 다리를 붙들었다.강하리가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구승훈의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힘의 격차로 인해 그녀는 반격할 방법이 없었다.강하리는 화가 나서 얼굴마저 하얗게 질렸고 구승훈은 실컷 헤집어놓은 뒤에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리가 그의 뺨을 때렸고 이내 구승훈의 얼굴엔 손자국이 생겨났다.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키스로 인해 부어오른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하리야, 나 생각이 바뀌었어.”강하리가 멈칫했다.“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3화

    그리고는 강하리를 곧장 차에 밀어 넣었다.차는 빗속을 뚫고 달려 나갔다.구승훈의 차는 굉장히 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시내를 벗어나 한 별장 앞에 멈춰 섰다.구승훈은 주차가 끝나자마자 차에서 내려 강하리를 빌라 안으로 끌어당겼다.빌라는 강하리가 선호하는 스타일로 안팎을 의도적으로 꾸몄다.안으로 들어선 강하리는 몸이 굳어버렸다.“여긴 내가 준비한 신혼집이야.”구승훈이 문득 등 뒤에서 이렇게 말했다.“결혼하면 여기서 지내려고 했어. 하리야, 정말 이대로 날 버릴 거야?”강하리는 꾸며진 방을 둘러보며 마음이 씁쓸했지만 애써 두 눈에 담기는 감정을 감추었다.“구승훈, 내가 그렇게 고통받는 걸 어떻게 지켜보기만 했어?”말문이 막힌 구승훈은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미안해.” 남자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다 내 잘못이야.”강하리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며 낮은 웃음을 지었다.너무 지쳤다.한때 열정적이었던 사랑이 이제는 고문처럼 느껴졌다.그날 구승훈이 아직도 자기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강하리는 답을 알 수 없었다.어쩌면 오랫동안 사랑했던 남자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진심으로 미웠다.그의 무자비함과 강압적인 성격이 싫었다.둘 사이에서 그는 항상 그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행동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그래, 어쩌면 그는 그녀를 위해, 아이를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하지만 자신이 해준 것들이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강하리가 발버둥쳤지만 구승훈은 더 꽉 끌어안았다.“구승훈, 그만하자.”구승훈의 목소리가 잠겼다.“그만하자니, 무슨 말이야? 하리야, 우리 사이가 이대로 끝날 것 같아? 문씨 집안도, 구씨 집안도 망했고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다 사라졌는데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우리 아이가 죽었잖아!”뒤돌아선 강하리의 눈엔 온통 고통만이 가득한 채로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2화

    “어떻게 알았어?”구승훈은 웃으며 눈을 내리깔고 테이블 아래 두 사람이 잡고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이상해?”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내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당연히 네 일에 대해선 다 알고 있지.”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손을 빼냈다.“그럴 필요 없어.”유난히 침착한 그 말이 구승훈의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필요한지 아닌지는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강하리, 내가 뭘 하든 그건 내 일이야.”강하리가 비웃었다.“하지만 난 이제 당신이랑 더 엮이고 싶지 않아.”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몇 마디 말로 두 사람 사이는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온 강하리는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 안예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녀는 최소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승훈이 옆에 앉아있자 마치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던 치유할 수 없는 상처, 두 사람의 목숨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했다.그녀의 어머니와 아이...강하리가 가정에서 나오는데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멍하니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데 문득 연정이가 사고를 당한 날 밤도 비 오는 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그날 밤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연정이가 이렇게 비 오는 밤에 춥고 무서워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강하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비를 바라보다가 눈가에 차오르는 시큰함을 꾹 참고 빗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머리 위로 드리워진 우산이 그녀를 덮었다.고개를 들자 미소를 머금은 주해찬의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렇게 비속우로 달려가면 감기 걸리잖아.”강하리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우산 챙기는 걸 깜빡해서.”“왜 전화 안 했어?”주해찬의 우산은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내가 마침 저녁을 먹으러 오지 않았으면 이대로 비를 맞으며 돌아가려고 했어?”주해찬의 눈에는 나무람과 관심이 가득했고 강하리는 웃으며 시선을 다른 곳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1화

    B시 대양그룹.정양철이 사무실로 들어가니 이미 비서가 대기하고 있었다.“강하리 검색어는 어떻게 된 거야?”비서는 잠시 머뭇거렸다.“사모님께서 대양그룹 명의로 매수한 것인데 아마도 회장님을 시험하려는 의도 같습니다.”정 회장이 강하리를 아낀다면 이 일을 거론할 것이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하든 말든 넘어가겠지.정양철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스쳤고 그가 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주현이 통해 강하리에게 연락해서 대양그룹이 JM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라고 해.”말을 마친 그가 멈칫했다.“집사람이 물어보면 강하리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고.”비서의 눈이 번뜩이더니 대답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강하리는 정주현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지난번 구승훈과 함께 대양그룹 입찰을 뺏은 이후 정양철 측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정양철이 무슨 꿍꿍이로 합작을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지금은 정양철을 상대로 놀아줄 기분이 아니었다.“정주현 씨, 대양그룹에서 마음만 먹으면 파트너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죠?”정주현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는 다소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강하리 씨, 우리랑 같이 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강하리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려던 찰나, 정주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B시에 언제 와요? 얼굴 보고 얘기할까요? 협업 안 해도 오랜만에 얼굴 한번 봐요. 우리 안 본 지 오래됐잖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알았어요, 그럼 가면 연락할게요.”정주현이 전화를 끊자 사무실 앞에 서 있는 연미숙의 모습이 보였다.“엄마, 여기서 뭐 해?”연미숙이 웃었다.“우리가 강하리랑 같이 일해?”정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구씨 집안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밖으로 사업을 넓히려는 것 같아.”연미숙은 인상을 찌푸렸다. “꼭 강하리여야만 대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거야?”정주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강하리가 왜?”연미숙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740화

    구승훈은 차갑게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강하리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화사한 아침 햇살 같은 그 미소가 구승훈은 왠지 모르게 눈에 거슬렸다.강하리는 차에서 내려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구승훈의 차가 보였다.그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지만 시선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강하리가 안으로 들어간 후 주해찬은 차에서 내려 구승훈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창문을 살며시 두드리자 구승훈이 창문을 내렸다.“구 대표님 시간 있으세요? 얘기 좀 할까요?”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주해찬 씨는 남의 연애에 참견하는 걸 좋아하나 봐요?”구승훈의 가시 돋친 말에도 주해찬은 계속 웃기만 했다.“구승훈 씨, 당신과 하리가 잘 지낸다면 나도 굳이 끼어들고 싶진 않은데 당신은 하리를 행복하게 해준 적이 있긴 한가요?”그의 말에 구승훈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들이마신 후 말을 시작했다.“주해찬 씨, 행복하든 아니든 그건 다 나와 강하리 사이의 일이지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주해찬은 조롱 섞인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웃었다. “구승훈 씨, 내가 하리 데려간다고 했죠. 이번엔 말한 대로 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돌아서서 다시 차로 향했다.구승훈의 얼굴에서 미소가 조금씩 완전히 사라진 채 떠나는 차를 바라보았다.그는 한참 동안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다보면서 결국 강하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했다.[그 자식이랑 떠날 거야?]강하리가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전화벨이 울렸고 그녀는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가 그냥 대화창을 닫아버렸다.구승훈은 전송된 메시지에 답장이 오지 않자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입안의 쓴맛을 삼키고 휴대폰을 치우려던 찰나, 구승재의 전화가 걸려 왔다.“형, 큰어머니가 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