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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송유라가 나간 것을 보고 뒤이어 들어온 안예서가 강하리의 모습을 보고 얼른 물 한 잔 따라 주었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강하리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마음속은 답답하기만 하였다.

송유라의 말대로 자신은 그녀와 게임이 안 되는 거였다. 구승훈이 그녀를 아주 감싸고 도는 점에서만 봐도 이미 진 싸움이었다.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강하리는 패배를 인정하기로 했다. 철두철미한 패배였다.

그리고 더는 이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구승훈과 송유라의 일에 더는 자신을 끼워 넣고 싶지 않았다. 그 일 말고도 할 일이 이토록 많은데 굳이 진 싸움에 시간과 정서를 쏟아부을 일 있는가.

그 남자는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하나 그 꿈을 찢어버린 사람도 그 남자였다.

아마 꿈속의 그 남자는 17살 때 이미 그 해변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바보 같이 그녀만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마주하니 잔인하게도 현실은 그저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고통뿐이었다.

...

강하리는 눈을 깜빡이며 다시 정신을 차려 그 자질구레한 일들은 인제 그만 생각에서 제외하기로 맘 먹었다.

퇴근 후, 강하리는 물건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와 글로벌 투자 유치회가 진행되는 장소로 향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서 공동 개최한 투자 유치회는 마침 연성시에서 열리게 되었고 강하리는 이번 행사에서 통역을 맡게 되었다. 얼마 전에 임정원한테 추천한 그 선배는 그녀가 연성시에 있다는 걸 알고 이번 회의에 나와주기를 요청하였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승낙했다.

투자 유치회 진행 장소인 국제컨벤션센터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누가 그녀를 불렀다.

“강하리!”

소리를 따라가 보니 한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주해찬. 현 외교부 내에서 인기가 대단하고 촉망받는 샛별.

강하리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주해찬도 계단에서 내려오며 몇 발 성큼성큼 걸어와 강하리 앞에 멈춰 섰다.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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