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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강하리의 웃음기가 얼어붙었다.

오늘 밤 일은 구승훈한테 알리지도 않았고, 알렸으면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구승훈은 감정적으로는 자신한테 신경을 안 쓰면서 이상하게 소유욕과 통제욕은 유난히 넘쳤다. 그 남자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머리를 한번 뜯어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그 머릿속에 송유라만 들어찼을 것이 분명한데 왜 또 하필 그녀를 곁에 묶어 두려고 하는지.

사색이 또 그 둘한테로 흐르니 짜증이 뻗칠까 하였다. 애써 신경을 안 쓰려고는 했지만 답답한 속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얼굴색이 어두워지는 강하리를 보고 심준호는 미간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다퉜어요?”

그 말에 상념에서 깨어나며 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심준호도 굳이 눈치 없게 캐묻지는 않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도움 필요하면 말해요. 난 친분보다 도리가 있는 편에 서는 타입이라.”

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나오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해찬이 돌아왔다.

심준호는 강하리를 보며 말했다.

“이따 행사 끝나면 다시 얘기해요.”

강하리는 알겠다고 답했다.

심준호를 보내고 나서 강하리는 주해찬과 같이 통역실로 향했다.

“떨려?”

주해찬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하리는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겠죠.”

동시통역을 해본 지도 3년이 넘는데 첫 단추를 이렇게 큰 규모의 회의로 꿰게 생겼으니 실수하게 될까 봐 속은 엄청 긴장했다.

하지만 주해찬은 그저 웃기만 하며 말했다.

“난 널 믿어.”

그를 힐긋 보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승낙한 이상 잘 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녀도 전쟁을 앞두고 꼬리 빼는 성격은 아니었다.

통역실에는 이미 몇 명의 통역사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한창 낮은 소리로 이번 행사 주제와 내용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고, 주해찬이 강하리를 데리고 들어오자 일제히 그들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높은 급의 경력이 화려한 동시통역사들끼리는 보통 다 아는 사이거나 각종 회의에서 얼굴 정도는 본 적이 있었지만, 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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