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모욕적이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비록 강하리는 자신이 이젠 어떤 상처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말을 구승훈의 입에서 들으니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애써 참으며 등을 곧게 펴고 밖으로 나갔다.그는 오히려 그녀 앞에서 문고리를 잡았다."데려다줄게.""아니요, 택시를 타면 돼요."구승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강 사장, 내연녀면 내연녀의 각오가 있어야지. 어디에 사는지조차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겁니까?"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끝내 그 남자를 보지 않았다.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아픈지 알 수 없었다."대표님께서 필요하시면 제가 올 테니 제가 어디에 사는지 아실 필요 없습니다."구승훈은 그녀의 캐리어를 직접 들어 올렸다.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낯익은 벨소리는 가뜩이나 어색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다."대표님, 우선 송유라 씨의 전화를 받으시죠. 어쨌든, 그녀는 대표님이 가장 아끼시는 분이니까요!"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구승훈은 바로 전화를 끊고 그녀 들고 있는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하지 않았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늘 그를 보내지 않더라도 또 조만간 유라에게 갈 것이라는 것을.조용한 밤, 차 안의 분위기는 우울함뿐이었다.가는 길 내내 구승훈의 안색은 내내 유난히 어두웠다.그의 휴대전화는 여전히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마치 구승훈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처럼.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차를 길가에 세우고 전화부터 받으실래요?"구승훈이 그녀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강 부장님이 오지랖이 넓으시네요."강하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차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차가 단지로 돌아서 복도 입구에 세워졌을 때, 구승훈이 다시 물었다."어제 유라가 널 찾아갔어?"강하리는 부인하지 않았다.구승
문자를 보낸 후 그녀는 침대에 누웠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다음날 깨어나 보니 핸드폰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이 깨끗했고 당연히 구승훈에게서 온 답장도 없었다. 강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가슴 한구석은 조금 아쉬웠다. 그녀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꼭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강하리는 회사 사람들이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구 대표님 여자 친구 있으시대요.”“근데 송유라가 아니라면서요.”“다들 구 대표님 목하고 귀 뒤에 긁힌 자국 보셨어요? 정말 자극적이지 않아요?”“어머 어머. 난 갑자기 그 여자가 너무 부러워졌어요. 구 대표님 같은 남자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강하리는 몇 마디 들은 뒤 더 듣지 않았다.“강 부장님, 들으셨어요? 저희 구 대표님 여자 친구 있으시대요. 그런데 송유라가 아니래요.”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예서 씨 소문은 믿지도 말고 퍼뜨리지도 마. 구 대표님이 여자 친구가 있다면 송유라 뿐일 거야.”안예서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다들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짜가 아닌 것 같은데요?”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더 말하지 않았고 안예서도 눈치를 살피더니 더 말하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입을 열었다.“맞다! 강 부장님, 저희 팀 오늘 저녁에 회식인데 괜찮으시죠?”강하리는 그제야 이 일이 떠올랐다.“예서 씨가 주소 문자로 보내줘.”“알겠습니다.”안예서는 대답했다.안예서가 떠난 후 강하리는 살짝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정신을 차린 뒤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같은 시각 꼭대기 층 대표님 사무실.구승재가 마침 구승훈의 사무실에 앉아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고 있었다.“형, 어제저녁에 그 여자가 정말 형 여자 친구야?”구승훈은 어두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승재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설마 또 싸운 건 아니지? 형 뭔가 실연당한 사람 같아 보여.”구승훈은 퍽 하
강하리는 입술을 꽉 다문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구승재가 전에 했던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구승현이 구승훈에게 혼난 건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래서 그녀는 지금 무의식적으로 이 남자를 피하려고 했다.“죄송하지만 제가 일정이 있어서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구승현을 피해 룸으로 걸어갔다.구승현도 더 이상 그녀를 잡지 않았지만 그녀가 룸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시선을 거둠과 동시에 살짝 사나운 얼굴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가서 방금 그 아가씨한테 여기서 가장 잘생긴 엠디를 보내 오늘 밤 반드시 저 여자를 잘 케어하라고 해.”그의 옆에 있던 사람은 순간 깜짝 놀랐다.“사장님, 저분은 누구죠?”구승현은 차가운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맏형의 여자야. 난 저 여자가 바람피우면 형이 어떻게 변하는지 꼭 지켜봐야겠어.”말을 마친 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는 자기 형이 정말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무적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강하리가 룸에 들어서자마자 한 무리의 부하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안예서는 평소 회사에서는 생각이 없어 보이더니 오늘 밤은 화끈하게 차려입고 왔다. 그녀는 강하리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가장 먼저 달려왔다.“부장님, 드디어 오셨습니까?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강하리가 웃었다.“모두 너무 빨리 온 거 아니야? 평소 일할 때 이렇게 적극적이면 내가 매달 보너스 줄 텐데.”안예서는 강하리를 향해 메롱 하며 혀를 내밀더니 그녀의 뒤를 힐끔거렸다.“부장님, 정말 혼자 오셨어요?”강하리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룸 안으로 들어갔다.안예서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저희 오늘 밤에 모두 가족을 데려왔어요. 부장님만 혼자 오셔서 저희가 죄송하네요. 아니면 제가 전화해서 제 친구라도 부를까요? 마침 부장님한테 소개도 해드리고요.”강하리가 웃으며 말했다.“예서 씨 농담하지 마. 난 잠깐 있다가 갈 거야. 다들 재밌게 놀아.
“누나,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왜 이렇게 차가워요? 말해주면 내가 고칠게요.”강하리는 머리가 아팠다. 안예서는 옆에서 그녀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부장님, 그러지 마시고 옆에 그냥 두세요. 어차피 부장님 파트너도 없으시잖아요.”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어린 남자도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누나 가지 마요. 누나가 이러면 나 서운해요.”강하리는 발걸음을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문을 열고 룸을 나서며 고개를 드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한 쌍의 눈을 마주쳤다.남자는 복도 반대편에서 온몸에 여유롭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한 여자가 함께 있었다. 그 여자도 20대 정도로 보였고 아주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여자는 순수한 재스민처럼 남자의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이곳에 와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의 인상 속에서 일반적으로 구승훈은 놀 때면 대부분 킹스 클럽으로 향했다.이 클럽은 비록 구씨 가문의 것이었지만 구씨 가문의 둘째가 경영하는 것이었기에 구승훈은 자주 오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오늘 그가 이곳에 왔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우연히 이런 장면을 마주치게 되었다. 구승훈의 눈빛은 조용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검은 눈동자가 강하리의 얼굴에 잠시 머물더니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어린 남자에게로 옮겨갔다.안현우가 옆에서 비웃음을 날렸다.“강 부장님, 정말 우연이네요.”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계속 발걸음을 옮겨 안내데스크로 향했다.안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설마 강 부장 이렇게 급하게 남자를 데리고 호텔 룸이라도 잡으려는 거야?”강하리의 등이 굳어졌다.“안현우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거면 좀 닥쳐요.”안현우는 순간 흥미를 느꼈다.“그냥 노는 건데 말도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아니면 승훈이가 당신 같은 여자가 얼마나 추한지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건가요?”구승훈은 고개를 숙이고서는 담배에
강하리는 말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시선을 구승훈 옆에 앉아 있는 어린 여자에게 옮겼다.이보다 더 명백할 수는 없었다.‘당신도 결국 그렇게 놀려고 나온 거 아닌가?’이때 어린 여자는 적대적인 눈빛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구 대표님, 이분은 누구예요?”구승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강하리를 계속 바라보았다.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옆에 앉아 있는 어린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나가.”그의 말이 끝나자 어린 여자는 순간 멍하니 앉아 있었다.“구 대표님, 무슨 말이에요? 저는...”“꺼지라고! 못 알아들어?”얼굴이 창백해진 어린 여자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그 여자가 떠나자 구승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이리 와.”강하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의 옆에 다가가 앉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구승훈도 더 강요하지 않았다.그는 비웃음을 날리더니 몸을 일으켜 강하리의 앞에 다가왔다. 그런 다음 강하리의 옆에 서 있는 어린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강 부장, 이런 스타일 좋아해?”눈앞에 이 남자는 흰 피부에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의 꽤 괜찮은 외모였다. 구승훈의 주위에서 점점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강하리는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2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입을 열었다.“안 좋아해요.”구승훈은 싸늘한 눈썹을 치켜올리며 표정을 조금 부드럽게 푸는 듯싶더니 다음 순간 더욱 일그러졌다. 그는 강하리의 목덜미를 잡으며 그녀의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그렇게 급하게 이사를 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강하리는 그에게 잡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촉촉하게 젖어 드는 눈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구승훈 씨, 이 남자는 당신 동생이 일부러 나한테 붙여놓은 사람이에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넌 언제 또 구승현하고 엮인 거야? 구승재 한 명으로는 부족해서 또 구승현을 꼬신 거야?”“그런 거 아니에요.”
안현우는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답답해져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어린 남자를 한 번 더 발로 찼다.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강하리를 찾아가 일을 만들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속에서 악마처럼 자라났다.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가 없었고 안현우를 끔찍하게 괴롭혔다. 그리고 더욱더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는 강하리와 구승훈의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다. 원래 그는 강하리가 구승훈을 떠나면 그녀를 자기 손에 넣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호스트바 선수를 만나면 만났지 그를 찾지 않았다.안현우는 너무 화가 나서 어린 남자를 또다시 발로 찼다.빌어먹을 년!구승훈은 강하리를 데리고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녀를 차에 태운 후 그는 비웃음을 날렸다.“강 부장은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강하리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밤 일어난 일에 대해 그녀는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승훈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리는 알고 있었다.“왜 로열 클럽으로 온 거야?”“우리 부서 연말 회식이었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구승훈은 또 차가운 웃음을 터트렸다.“그럼 너희 부서는 평소 회식을 이렇게 해?”강하리는 입술을 움찔거렸지만 더 말하지 않았고, 구승훈도 그녀를 바라보다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구승훈은 강하리를 침대 위로 밀었다.“강 부장, 내가 널 만족 시키지 못했나?”강하리는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승훈 씨, 오늘 밤 일어난 일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구승훈은 차갑게 웃었다.“정말 네 탓이 아니야? 그럼 왜 구승현이 다른 사람한테는 남자를 붙여주지 않은 건데?”강하리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승훈 씨, 난 당신의 애인일 뿐이지 와이프가 아니에요. 당신이 뭔데 내 주위에 이성이 하나도 없길 요구하
구승훈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서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보기 드문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강하리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부드러움을 보고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웃었다.“대표님, 설마 후회하는 거예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본 뒤 놓아주고서는 그녀의 옆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강하리 지금 내가 너 자존심 상하지 않게 양보하는 거야. 정말로 돌아오지 않을 거야?”“네.”그녀는 말을 마친 뒤 문을 열고 바로 집을 떠났다. 구승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잠시 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구승현 이름으로 된 모든 재산을 회수해.”전화를 끊은 뒤 구승훈은 창가에 서서 이미 아래로 내려간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밤거리를 걸어 점점 시야에서 사라졌고, 구승훈은 그제야 담배를 피웠다.그는 원래 강하리를 밖에서 며칠 동안 쉬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 일 때문에 그는 강하리를 밖에서 지내게 한 것을 후회했다. 카나리아는 카나리아다워야 한다.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리고서는 야경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강하리는 돌아온 뒤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다음날 그녀는 핸드폰 벨소리에 의해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 핸드폰을 확인한 강하리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정서원의 주치의 전화였다.순식간에 졸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선생님, 무슨 일 있나요? 혹시 저희 엄마한테...”“아니요.”의사의 대답에 강하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무슨 일이죠?”“그게 강하리 씨 어머니께서 사용하는 약은 사실 가격이 엄청 높은 것입니다. 전에는 구 대표님 때문에 약들을 전부 할인해 드렸는데 지금 구 대표님의 뜻은 앞으로 약들을 강하리 씨에게 할인해 드릴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요.”강하리는 순간 깜짝 놀라 전화기를 잡은
강하리는 더 이상 구승훈과 송유라의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강하리는 정서원의 손을 잡고서는 어쩔 수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빨리 일어나 봐요. 네? 나... 조금 힘들어요.”강하리는 말을 한 후 눈물을 흘렸다. 손을 올려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다행이에요. 사실 3년 동안 쭉 한 사람이 도와줬어요. 그 사람 이름이 구승훈인데 엄마도 기억나요? 어렸을 때 우리 어촌마을에서 살았잖아요. 그때 울보였던 남자애예요. 근데 지금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됐어요. 엄마 깨어나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근데... 그 사람은 우리를 기억하지 못해요.”그녀는 웃으며 정서원의 손을 쓰다듬었다.“어차피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꼭 일어나야 해요. 늦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날 혼자 버려두지 마세요...”정서원의 병실에서 나온 뒤 강하리는 의사에게 가서 병원비 청구서를 받은 뒤 수납하러 갔다. 자기 카드 안에 있는 모든 돈을 다 병원비로 냈고 모든 일을 끝마친 그녀는 그제야 병원을 나섰다.병원 입구까지 걸어왔을 때 우연히 심준호를 만났다.“하리 씨.”심준호의 불음에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심 대표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심준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물었다.“울었어요?”강하리는 다급하게 눈을 피했다.“아니요. 방금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요.”심준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하리 씨,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긴 하지만 날 친구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인생 선배라고 생각해도 좋고요. 안 좋은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도 돼요.”강하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방금 엄마를 보고 와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던 것뿐이에요.”심준호는 당황했다.“그렇군요. 어머님이 이 병원에 입원해 계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려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손연지의 전화였다. 그녀는 조금 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심 대표님, 죄송하지만 제가 일이 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