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134 챕터

제871화

육경한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녀를 놓아주더니 두 팔을 욕조에 포갠 채 소원의 보살핌을 만끽하고 있었다.머리를 씻어주려는데 자세가 어정쩡했던 서원은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을 마주하고 앉았다.다행히 육경한도 눈을 감았기에 그렇게 밉지는 않았다.육경한은 여전히 잘생겼다. 남자다운 오관을 한데 모아놓으니 외모가 정말 눈부셨다.하지만 잘생긴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육경한은 성악설의 대명사였다.그는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사악한 생각을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인가했다.소원이 말을 들으면 그는 마치 강아지를 달래듯 고기를 던져주었지만 반항하면 우리에 가둬두고 고분고분해질 때까지 괴롭혔다.외국에 있는 3년 동안 그는 마지막 남은 인성을 전부 갉아 먹힌 것 같았다. 지금 그의 몸뚱아리는 마치 악마의 화신 같았다.소원이 머리를 너무 오래 씻는다는 느낌에 육경한은 갑자기 눈을 떴다.소원과 눈이 마주친 순간 육경한은 그녀의 눈에서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살을 가르고 뼈를 발라버릴 만큼의 증오 말이다.이것이야말로 전혀 위장하지 않은 소원의 본모습이었다.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증오했다. 한치의 여지도 없이 그를 죽도록 미워했다.육경한은 소원의 눈동자에 가득 찬 분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어딘가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지금 그 눈빛을 보니 나를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는 모양인데?”소원은 이제 들켰으니 숨길 생각도 없었다.어차피 육경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소원이 차갑게 비아냥댔다.“아니면? 내 눈빛이 너를 사랑하는 걸로 보여?”‘네가 죽었으면 몰라도.’육경한은 손으로 소원의 턱을 살짝 당기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자꾸 기어오르네. 내가 너를 어떻게 벌주면 될까?”소원은 육경한의 손을 뿌리치며 코웃음 쳤다.“육경한, 나더러 사람도 아닌 짐승 말을 들으라고? 다음 생에도 그럴 일은 없어.”“음…”육경한이 소원의 손목을 낚아채며 일렁이는 물결과 함께 소원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목소리는 우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소원아, 나 도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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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소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경한은 소원의 마음이 살짝 풀렸다고 생각했다.하여 그렇게 꽉 잡지 않고 그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그러고는 게걸스럽게 그에게는 없는 소원의 향기를 탐했다.소원은 육경한에게 마약 같은 존재였다.이렇게 가다간 오장육부가 뒤틀릴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쪽으로 손이 갔다.육경한은 지금 ‘사랑’이란 어떤 맛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소원이 옆에 있어야만 선명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죄인이고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마음이 모질뿐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에 달성하는 그에게는 생사만 있지 포기는 없었다.소원이 평생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그가 소원을 사랑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육경한이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소원아, 과거는 다 잊고 우리 새로 시작하자. 사랑이란 뭔지 깨닫게 해줄게.”육경한은 누구에게 머리를 숙여본 적이 없었다. 외국에서 개처럼 두들겨 맞으면서도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하지만 소원 앞에서는 그 원칙이 한번 또 한 번 무너졌다. 고개를 숙여서라도 소원의 연민을 받고 싶었다.그녀가 조금만 눈길을 주었다면 이 정도로 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육경한이 잊은 게 있었다.지금 육경한 앞에 서 있는 건 기억 속의 그 소원이 아니었다.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던 소원은 이제 죽고 없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경계를 푼 틈을 타 팔꿈치로 빠르고 정확하게 육경한의 상처를 명중했다.그러더니 철렁하는 소리와 함께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욕조에 쓰러진 육경한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육경한, 네가 주는 사랑은 역겹고 싫어. 나는 너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네가 하는 말만 들어도 토가 나와. 앞으로 절대 입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마.”“여생? 네가 나랑 그걸 토론할 자격은 되고?”“다시 시작해? 네가 뭔데?”소원은 육경한에 대한 증오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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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남자는 그녀를 꾹 누르며 얼음장같이 거무스름한 눈동자를 크게 뜨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쌀쌀하게 말했다.“서 씨네 그 잡종?”소원은 피식 차갑게 웃었다.이 남자는 항상 이 모양이었다.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면서도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서현재는 이미 남자 눈에 박힌 목표물로 되었으니, 그녀가 언급하든 말든 이 남자가 그를 곤란한 처지에 밀어붙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다행히 서현재도 지금 의지할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그에게는 서씨 집안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고 육경한은 그 지경까지 권세를 믿고 나댈정도는 아니었다.만약 그가 정말 평범한 의사라면, 생명을 위협하는‘사고’가 언제 닥칠지 몰랐다.소원은 눈을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육경한, 넌 정말 비참한 사람이야. 너 자신을 다른 남자와 비교할 때 얼마나 멍청하고 웃기는 알아? 네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비교를 해?”“네가 귀국한 뒤 나를 아무렇게나 짓밟았을 때부터 나는 이미 너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고!”“넌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를 네 곁에 억지로 남겨두고,계속 네 혼잣말로 사랑한다고 중얼거렸잖아.”“네가 이러는 게 내 눈엔 뭐 같은지 알아?”“개 같아, 그것도 재수 없는 개.”“내가 너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들이대다니, 넌 정말 답이 없는 놈이야.”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차갑고 날카로운 고드름이 되어 남자의 가슴에 꽂혔다.분명히 그는 힘이 매우 세지만 이 순간만큼은 온몸이 탈진된 것처럼 힘없게 느껴졌다.맞다, 소원의 말은 전부 맞는 말이었다.그는 소원이 오래전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그때 가문의 원한을 짊어지고 그녀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의 끓어 번지는 분노의 파도는 여전히 가슴속 깊이 묻어둔 애정의 불씨를 꺼버릴 순 없었다.그는 재수 없게도 감히 인정하지 못하였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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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소원은 9시가 다 되도록 계속 자고 있었다.그녀의 몸은 너무 피곤해 극도로 수면이 필요했다.늦게 일어난 것을 발견한 그녀는 재빨리 씻고 문을 열러 갔다.어제 문 뒤에 놓아둔 의자는 아직 멀쩡했다.그녀는 문을 열면서 어제 그 난리가 났었는데 만약 육경한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또 무슨 수를 써서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바깥 복도는 매우 조용했다.소원은 이상하다고 느꼈다.보통 9시부터 별장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의사가 육경한에게 달인 한약은 하루에 네 끼를 마셔야 하는데, 매일 이 시간이 마침 그가 약을 마실 때였다.매번 이때마다 하인들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쁘게 움직였지만 오늘은 빈집처럼 조용했다.심지어 소종도 보이지 않았다.계단을 막 내려가려고 할 때, 그녀는 아래층 주방에서 두 아주머니가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육 도련님께서 무슨 일 생기신 거 아니야? 밤에 밖의 인기척을 들었는데 육 도련님을 급히 병원으로 데려가신 것 같아.”“그때 나도 마침 봤어. 욕조에 빠지신 걸 소종님이 발견하여 건져냈는데, 금방 건져냈을 때 그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려 있던 얼굴이 마치 이미 숨 멎어있는 사람과 같아서 너무 무서웠어.”“소종님이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한 후에야 육 도련님은 정신이 좀 들었고, 나중에는 산소 부족 시간이 길어져 뇌에 손상이 될까 봐 큰 병원으로 보내졌대.”소원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육경한은 어젯밤에 끝내 욕조에서 기어 나오지 못했다.‘어쩐지 내가 떠날 때 뒤에서 아무 소리도 없더라니...’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반격을 당했을 때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이때 아래층 아주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육 도련님이 데려온 이 소 아가씨는 정말 악운이야. 그녀가 이 집에 온 뒤 도련님의 상처는 점점 더 심해졌고 조금 괜찮아지려나 하면 또다시 심해지고... 지금은 또 물에 빠지다니, 정말 이상해.”“맞아, 소종님께서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육 도련님은 이렇게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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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심지어 홍채 인식이 필요했다!육경한 본인 외에는 누구도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그녀는 순식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실망감을 느꼈다.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한 유리장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한 층, 두 층, 세 층, 유리장 안엔 그녀와 밀접히 연관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의 졸업작품, 졸업사진, 전에 육경한에게 손수 짜주었던 목도리, 그에게 밥을 가져다줬던 도시락통...그 외에 또 너무 많았고 어떤 물건들은 심지어 그녀가 줬던 물건인지 멍을 때리고 생각을 해봐야 기억이 조금씩 나는 것들이었다.모든 것들이 온전하게 유리장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게다가 유리장 겉면은 먼지 한 톨도 없이 누군가 쭉 정성껏 닦아온 것처럼 보였다.이런 비밀 공간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리는 없고 그렇다면 모든 것은 육경한 본인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할 뿐이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그들도 이전엔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다.육경한도 그녀에게 잘 대해줬던 적은 있었다...그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서 눈부신 사랑을 했었고,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낙엽 아래서 깍지를 끼고 산책도 했으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에는 서로 꼭 껴안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숨 막히는 삶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고, 그는 그녀의 모든 취향과 혐오하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매번 정확히 그녀의 지뢰점을 짓밟아 그녀의 한계를 도전했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그처럼 머릿속이 온통 원망으로 도배되고 침식되었다.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그녀도 괴물로 되어버렸다.그들은 결국 같은 부류였다...그녀가 동경하고 꿈꿔왔던 평범한 날들은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소원은 상념에 잠겨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와 함께 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소종 씨, 다녀오셨습니까.”“응.”소종의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소원은 당황하여 허둥지둥 숨겨진 방에서 나와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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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소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깼다면서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나 오늘 회사 가야 돼요. 육경한이 약속한 거예요.”소종은 쌀쌀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그는 이 여자가 양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 한두 날 아니었다.그녀를 계속 곁에 두고 있으면 해만 끼칠 거지만 보스가 손을 대지 말라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소원은 뒤돌아서 서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 육경한이 방해 될 줄 알았는데 하늘도 그녀를 돕는듯했다.육경한은 현재 병원에 누워있고 소종도 잠시 몸을 뺄 수는 없으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소원은 별장을 나왔고 오늘은 오직 기사 한 명만 그녀를 배웅했다.평소의 경호원들은 대부분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네 명은 남아서 별장을 지켰다.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따라오지 않았다.그녀는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차에 앉아 점점 눈앞에서 벗어나는 별장을 말없이 지켜보았다.백미러 속 그 흰색 ‘감옥’은 점점 멀어져 끝내 보이지 않았다.이곳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소원은 마음을 굳게 먹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차에서 내리기 전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당부했다.“오늘은 기다리지 않으셔도 돼요. 이따 육 도련님 만나러 갈 거거든요.”운전기사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소원은 회사로 돌아와 오후까지 안에 있고 난 뒤 홀로 지하 차고로 향했다.그러고는 별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승용차에 들어갔다.잠시 후, 그녀는 검은색의 타이트한 가죽 재킷으로 갈아입고 검은 헬멧을 쓴 채 차 밖으로 나와 곁에 세워진 한 대 검은색 모터바이크에 늠름하게 올라탔다.그녀는 몸을 살짝 숙이고 ‘쌩’하는 바람 소리만 남긴 채 떠났다.모터바이크는 한 고급 회관의 차고에 도착하여 멈추었다.소원은 미리 알아두었던 경로에 따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굳이 회관에서 방 대표님과 거래하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회관에 사람이 많고 지켜보는 눈도 많기 때문에 방 대표님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공연하게 사람을 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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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동시에 두 가지 금지 사항을 위반했으니, 그도 감히 방현수더러 처리해 달라고 말을 못 할 것이다.“그만해, 사람 왔어.”방민기는 술에 취해 다리 위의 여자를 밀어냈다.방민기의 어머니는 유명한 연예인이었고 그는 어머니의 화려한 외모를 물려받아 볼 만한 얼굴이었다.하지만 희미한 불빛 아래 유난히 창백한 얼굴과 눈 밑 선명한 다크서클, 그리고 목덜미 곳곳에 남아있는 연분홍색의 키스 마크들은 그가 긴 시간 동안 여자들과 뒤엉켜있었다는 것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그가 실눈을 뜨고 힐끗 쳐다보자,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온통 검은색 차림을 한 채 헬멧을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가 정말로 죽여줬다.특히 이 모터바이크 복장은 그 누구도 더 섹시하게 못 입을 것 같은 정도로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뭐야, 완전 미인이잖아!”방민기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소원을 향해 걸어가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아가씨, 할 말은 저의 품속에서 하지 않을래요?”역겨운 술과 담배 냄새가 엄습해 왔다.소원은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옆으로 재빠르게 피했다.헛것을 잡은 방민기는 한 춤추고 있는 여인을 낚아채어 슬쩍 몸을 만지고는 언짢은 듯 말했다.“하 참, 내가 지금 너랑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 안 들려?”“방 대표는 얘기할 시간이 없는가 봐요.”소원은 말을 마치고 머뭇거림 없이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고리에 손을 올린 순간 방민기가 소리쳤다.“거기 서!”소원은 잠시 움직임이 없다가 뒤돌아 방민기를 쳐다보았다.헬멧이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방민기는 뭔가 싸하고 매서운 기운을 느꼈다.그는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성질은 꽤 있네, 내가 언제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니?”소원이 말했다.“얘기를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 전부 나가 달라고 하시죠.”방민기는 헤헤 웃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쁜 아가씨, 나를 독차지하고 싶은가 봐? 그래, 네 말대로 하지.”그는 손짓하며 여자들을 나가게 했다.그의 다리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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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순간, 암문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뛰쳐나왔다.방민기에게는 이전의 부잣집 도련님의 장난기와 방탕함이 보이지 않았고 눈매가 음험하고 사나웠다.딱 봐도 애초부터 그녀를 잡을 준비가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그의 상상처럼 멍청하지 않았고 이런 것들도 전부 그녀의 예상 속에 있었다.그녀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희고 얇은 손목이 깔끔한 곡선을 그리자 예리하고 차가운 빛을 반사하는 작은 칼이 이미 눈 깜빡할 사이에 방민기 목에 닿았다.갑작스러운 변고가 생겼지만, 방민기은 여전히 이 여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는 두 경호원을 호되게 꾸짖었다.“어서 이 미친년을 처리하지 못해!”두 경호원은 모두 완벽한 훈련을 거쳤고 이 상황을 보자 둘은 서로 눈빛 교환만으로도 분공을 끝냈고, 앞뒤로 달려들어 이 여자를 포획하려고 했다.하지만 소원의 행동은 그들의 예상보다 빨랐고, 칼끝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향해 쿡 찔렀다.그녀의 동작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피가 ‘푸쉭-’하고 뿜어져 나왔다.방민기는 아픔에 ‘씁’하고 줄곧 숨을 헐떡이며 욕을 내뱉었다.“이런 미친년, 죽고 싶어?!”경호원들은 이 여자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것을 보아내고 움직이려던 행동을 멈추었다.그들의 언제나 방 사장의 생명 안전을 첫 순위에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소원은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방민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도 가만 안 있을 거예요!”“쯧!”방민기는 화가 나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그는 애초에 오늘은 누가 그를 협박하든 무조건 상대방의 손을 잘라내고 혀를 뽑아내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여자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보자 똥 먹는 개는 버릇을 못 고친다고 그는 일단 마음대로 갖고 논 뒤 처리해 버려도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그런데 갖고 놀기는커녕, 이 여자의 손에 패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방민기는 화를 내며 말했다.“대체 뭘 원해!”“방 대표님께서 얘기하는 걸 허락하셔서 왔는데요.”소원은 냉담한 표정으로 계속했다.“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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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경호원은 황급히 물러났다.방민기의 머리는 소원의 무릎에 눌려 소파 위에 15분 동안이나 똑같은 자세로 있다가 드디어 풀려났다.이제 방민기는 더 이상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는 원래 술과 놀음에 취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몸이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이렇게 마음대로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좋은 경호원을 찾아주신 덕분이었다.그는 소파에 축 늘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날 건들지 마, 힘이 없어.”방민기는 목이 부러진 것만 같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으며, 하여 목을 기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미친년이야!’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소원은 칼끝을 방민기 목에서 조금도 떼어내지 않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들어오세요.”방금 나갔던 경호원이 들어와서 커피색 서류봉투를 내밀었다.소원은 말했다.“땅에 던지고 다시 나가세요.”경호원이 머뭇거리며 방민기을 쳐다보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욕을 퍼부었다.“꺼져, 쓸모없는 놈아.”정신이 문제 있는 여자 한 명도 상대하지 못해 그를 여기서 고생시키다니!그는 목숨을 아끼고 싶었고 다시는 이 미치광이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얼른 물건 가지고 꺼져, 제발.’소원이 서류를 꺼내자 익숙한 글자체가 그녀의 반짝이던 아름다운 눈망울을 뿌옇게 흐렸다.짜고 축축한 눈물이 부서진 유리구슬처럼 굴러떨어졌다.그녀는 입을 반쯤 벌리고 소리 없이 말했다.‘아버지...’가슴이 누군가의 발에 짓밟히고 있는 듯 찌릿찌릿 아팠다.다행히 헬멧이 그녀의 슬퍼하는 기색을 가렸기 때문에 방민기에게 지금이 그녀를 공격할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소원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침착하라고 자신을 타일렀다.그녀는 서류를 품에 넣은 뒤 지퍼를 잠그고 말했다.“방민기, 나를 안전하게 떠나게 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당신을 죽일 거예요.”방민기는 힘없이 대답했다.“가는 건 되는데, 그전에 네가 약속한 것은 주고 가야지.”“내가 안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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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엾기 그지없었고 온갖 비참한 척을 다 해대던 여인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깨진 술병을 들고는 그녀의 목을 향해 무작정 찔러왔다.소원은 생각할 겨를 없이 팔을 번쩍 들어 공격을 막았다.유리가 그녀의 팔을 스치며 베자, 순간 피가 흘러내렸다.쥐고 있던 작은 칼도 쨍그랑 하고 땅에 떨어졌다.방민기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 없이 땅에서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고는 복도 쪽을 향해 소리 질렀다.“이놈들아, 모두 이리 와!”여인은 땅에서 천천히 일어나 술병을 높게 쳐들고 칭찬이라도 받고 싶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종알댔다.“오빠, 어서 저를 칭찬해 줘요. 앞으로 제가 여자 몇 명 더 잡아드릴게요.”소원은 그제야 자신을 모함한 여자가 방금 그녀와 생김새가 흡사한 여자라는 것을 발견하였다.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백한 성형의 흔적은 대체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행동인지 알 수 없었고 소원의 마음속에 물음표만 가득 남겨놓았다.방민기는 청아의 엉덩이를 꼬집고 변태처럼 실실 웃으며 말했다.“좋아! 우리 이쁜 청아가 제일 기특하지. 오빠가 나중에 좋은 상을 줄게. 오빠가 크고 맛있는 걸...”두 사람의 대화를 소원은 겨우겨우 알아들었다.청아가 방민기를 도와 나쁜 짓을 한 건 무조건 처음이 아니었다.전에도 비슷한 찌질한 방법을 사용해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는 가여운 여자들을 강박했을 것이다.그래서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것이었다.소원은 상처를 꾹 눌러 어느 정도 지혈시키려고 했고, 눈을 힘주어 부릅뜨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방민기를 잡을 작정이었다.그때, 터벅터벅 촉박한 발걸음 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녀는 단번에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을 눌렀다.청아는 상황을 보고 달려와 엘리베이터 문을 안 닫기게 손으로 막고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소원에게 발로 걷어차여 뒤로 튕겨 나갔다.“악!”청아는 벽에 쿵 하고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엘리베이터 문이 점차 닫혔다.방민기는 문밖에서 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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