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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육경한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녀를 놓아주더니 두 팔을 욕조에 포갠 채 소원의 보살핌을 만끽하고 있었다.

머리를 씻어주려는데 자세가 어정쩡했던 서원은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을 마주하고 앉았다.

다행히 육경한도 눈을 감았기에 그렇게 밉지는 않았다.

육경한은 여전히 잘생겼다. 남자다운 오관을 한데 모아놓으니 외모가 정말 눈부셨다.

하지만 잘생긴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육경한은 성악설의 대명사였다.

그는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사악한 생각을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인가했다.

소원이 말을 들으면 그는 마치 강아지를 달래듯 고기를 던져주었지만 반항하면 우리에 가둬두고 고분고분해질 때까지 괴롭혔다.

외국에 있는 3년 동안 그는 마지막 남은 인성을 전부 갉아 먹힌 것 같았다. 지금 그의 몸뚱아리는 마치 악마의 화신 같았다.

소원이 머리를 너무 오래 씻는다는 느낌에 육경한은 갑자기 눈을 떴다.

소원과 눈이 마주친 순간 육경한은 그녀의 눈에서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살을 가르고 뼈를 발라버릴 만큼의 증오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전혀 위장하지 않은 소원의 본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를 뼛속까지 증오했다. 한치의 여지도 없이 그를 죽도록 미워했다.

육경한은 소원의 눈동자에 가득 찬 분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어딘가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지금 그 눈빛을 보니 나를 어떻게 죽일지 생각하는 모양인데?”

소원은 이제 들켰으니 숨길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육경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소원이 차갑게 비아냥댔다.

“아니면? 내 눈빛이 너를 사랑하는 걸로 보여?”

‘네가 죽었으면 몰라도.’

육경한은 손으로 소원의 턱을 살짝 당기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 기어오르네. 내가 너를 어떻게 벌주면 될까?”

소원은 육경한의 손을 뿌리치며 코웃음 쳤다.

“육경한, 나더러 사람도 아닌 짐승 말을 들으라고? 다음 생에도 그럴 일은 없어.”

“음…”

육경한이 소원의 손목을 낚아채며 일렁이는 물결과 함께 소원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목소리는 우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소원아, 나 도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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