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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심지어 홍채 인식이 필요했다!

육경한 본인 외에는 누구도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녀는 순식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실망감을 느꼈다.

몸을 돌려 떠나려 할 때 한 유리장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한 층, 두 층, 세 층, 유리장 안엔 그녀와 밀접히 연관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졸업작품, 졸업사진, 전에 육경한에게 손수 짜주었던 목도리, 그에게 밥을 가져다줬던 도시락통...

그 외에 또 너무 많았고 어떤 물건들은 심지어 그녀가 줬던 물건인지 멍을 때리고 생각을 해봐야 기억이 조금씩 나는 것들이었다.

모든 것들이 온전하게 유리장 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게다가 유리장 겉면은 먼지 한 톨도 없이 누군가 쭉 정성껏 닦아온 것처럼 보였다.

이런 비밀 공간은 다른 사람이 들어올 리는 없고 그렇다면 모든 것은 육경한 본인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할 뿐이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들도 이전엔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다.

육경한도 그녀에게 잘 대해줬던 적은 있었다...

그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서 눈부신 사랑을 했었고,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낙엽 아래서 깍지를 끼고 산책도 했으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에는 서로 꼭 껴안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숨 막히는 삶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고, 그는 그녀의 모든 취향과 혐오하는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매번 정확히 그녀의 지뢰점을 짓밟아 그녀의 한계를 도전했다.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그처럼 머릿속이 온통 원망으로 도배되고 침식되었다.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그녀도 괴물로 되어버렸다.

그들은 결국 같은 부류였다...

그녀가 동경하고 꿈꿔왔던 평범한 날들은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소원은 상념에 잠겨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와 함께 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종 씨, 다녀오셨습니까.”

“응.”

소종의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

소원은 당황하여 허둥지둥 숨겨진 방에서 나와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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