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안 깼다면서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나 오늘 회사 가야 돼요. 육경한이 약속한 거예요.”소종은 쌀쌀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하세요.”그는 이 여자가 양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 한두 날 아니었다.그녀를 계속 곁에 두고 있으면 해만 끼칠 거지만 보스가 손을 대지 말라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소원은 뒤돌아서 서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 육경한이 방해 될 줄 알았는데 하늘도 그녀를 돕는듯했다.육경한은 현재 병원에 누워있고 소종도 잠시 몸을 뺄 수는 없으니 모든 것이 완벽했다.소원은 별장을 나왔고 오늘은 오직 기사 한 명만 그녀를 배웅했다.평소의 경호원들은 대부분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네 명은 남아서 별장을 지켰다.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따라오지 않았다.그녀는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차에 앉아 점점 눈앞에서 벗어나는 별장을 말없이 지켜보았다.백미러 속 그 흰색 ‘감옥’은 점점 멀어져 끝내 보이지 않았다.이곳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소원은 마음을 굳게 먹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차에서 내리기 전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당부했다.“오늘은 기다리지 않으셔도 돼요. 이따 육 도련님 만나러 갈 거거든요.”운전기사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소원은 회사로 돌아와 오후까지 안에 있고 난 뒤 홀로 지하 차고로 향했다.그러고는 별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승용차에 들어갔다.잠시 후, 그녀는 검은색의 타이트한 가죽 재킷으로 갈아입고 검은 헬멧을 쓴 채 차 밖으로 나와 곁에 세워진 한 대 검은색 모터바이크에 늠름하게 올라탔다.그녀는 몸을 살짝 숙이고 ‘쌩’하는 바람 소리만 남긴 채 떠났다.모터바이크는 한 고급 회관의 차고에 도착하여 멈추었다.소원은 미리 알아두었던 경로에 따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굳이 회관에서 방 대표님과 거래하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회관에 사람이 많고 지켜보는 눈도 많기 때문에 방 대표님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공연하게 사람을 잡을
동시에 두 가지 금지 사항을 위반했으니, 그도 감히 방현수더러 처리해 달라고 말을 못 할 것이다.“그만해, 사람 왔어.”방민기는 술에 취해 다리 위의 여자를 밀어냈다.방민기의 어머니는 유명한 연예인이었고 그는 어머니의 화려한 외모를 물려받아 볼 만한 얼굴이었다.하지만 희미한 불빛 아래 유난히 창백한 얼굴과 눈 밑 선명한 다크서클, 그리고 목덜미 곳곳에 남아있는 연분홍색의 키스 마크들은 그가 긴 시간 동안 여자들과 뒤엉켜있었다는 것을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그가 실눈을 뜨고 힐끗 쳐다보자,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온통 검은색 차림을 한 채 헬멧을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가 정말로 죽여줬다.특히 이 모터바이크 복장은 그 누구도 더 섹시하게 못 입을 것 같은 정도로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그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뭐야, 완전 미인이잖아!”방민기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소원을 향해 걸어가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아가씨, 할 말은 저의 품속에서 하지 않을래요?”역겨운 술과 담배 냄새가 엄습해 왔다.소원은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옆으로 재빠르게 피했다.헛것을 잡은 방민기는 한 춤추고 있는 여인을 낚아채어 슬쩍 몸을 만지고는 언짢은 듯 말했다.“하 참, 내가 지금 너랑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 안 들려?”“방 대표는 얘기할 시간이 없는가 봐요.”소원은 말을 마치고 머뭇거림 없이 돌아서서 가버렸다.문고리에 손을 올린 순간 방민기가 소리쳤다.“거기 서!”소원은 잠시 움직임이 없다가 뒤돌아 방민기를 쳐다보았다.헬멧이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방민기는 뭔가 싸하고 매서운 기운을 느꼈다.그는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성질은 꽤 있네, 내가 언제 얘기를 안 한다고 했니?”소원이 말했다.“얘기를 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 전부 나가 달라고 하시죠.”방민기는 헤헤 웃으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쁜 아가씨, 나를 독차지하고 싶은가 봐? 그래, 네 말대로 하지.”그는 손짓하며 여자들을 나가게 했다.그의 다리에 앉아
순간, 암문에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뛰쳐나왔다.방민기에게는 이전의 부잣집 도련님의 장난기와 방탕함이 보이지 않았고 눈매가 음험하고 사나웠다.딱 봐도 애초부터 그녀를 잡을 준비가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그의 상상처럼 멍청하지 않았고 이런 것들도 전부 그녀의 예상 속에 있었다.그녀는 쏜살같이 달려들어, 희고 얇은 손목이 깔끔한 곡선을 그리자 예리하고 차가운 빛을 반사하는 작은 칼이 이미 눈 깜빡할 사이에 방민기 목에 닿았다.갑작스러운 변고가 생겼지만, 방민기은 여전히 이 여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그는 두 경호원을 호되게 꾸짖었다.“어서 이 미친년을 처리하지 못해!”두 경호원은 모두 완벽한 훈련을 거쳤고 이 상황을 보자 둘은 서로 눈빛 교환만으로도 분공을 끝냈고, 앞뒤로 달려들어 이 여자를 포획하려고 했다.하지만 소원의 행동은 그들의 예상보다 빨랐고, 칼끝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의 목을 향해 쿡 찔렀다.그녀의 동작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피가 ‘푸쉭-’하고 뿜어져 나왔다.방민기는 아픔에 ‘씁’하고 줄곧 숨을 헐떡이며 욕을 내뱉었다.“이런 미친년, 죽고 싶어?!”경호원들은 이 여자가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것을 보아내고 움직이려던 행동을 멈추었다.그들의 언제나 방 사장의 생명 안전을 첫 순위에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소원은 냉랭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방민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저도 가만 안 있을 거예요!”“쯧!”방민기는 화가 나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그는 애초에 오늘은 누가 그를 협박하든 무조건 상대방의 손을 잘라내고 혀를 뽑아내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여자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보자 똥 먹는 개는 버릇을 못 고친다고 그는 일단 마음대로 갖고 논 뒤 처리해 버려도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그런데 갖고 놀기는커녕, 이 여자의 손에 패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방민기는 화를 내며 말했다.“대체 뭘 원해!”“방 대표님께서 얘기하는 걸 허락하셔서 왔는데요.”소원은 냉담한 표정으로 계속했다.“나는 내가
경호원은 황급히 물러났다.방민기의 머리는 소원의 무릎에 눌려 소파 위에 15분 동안이나 똑같은 자세로 있다가 드디어 풀려났다.이제 방민기는 더 이상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는 원래 술과 놀음에 취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몸이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이렇게 마음대로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좋은 경호원을 찾아주신 덕분이었다.그는 소파에 축 늘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날 건들지 마, 힘이 없어.”방민기는 목이 부러진 것만 같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으며, 하여 목을 기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미친년이야!’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소원은 칼끝을 방민기 목에서 조금도 떼어내지 않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들어오세요.”방금 나갔던 경호원이 들어와서 커피색 서류봉투를 내밀었다.소원은 말했다.“땅에 던지고 다시 나가세요.”경호원이 머뭇거리며 방민기을 쳐다보자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욕을 퍼부었다.“꺼져, 쓸모없는 놈아.”정신이 문제 있는 여자 한 명도 상대하지 못해 그를 여기서 고생시키다니!그는 목숨을 아끼고 싶었고 다시는 이 미치광이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얼른 물건 가지고 꺼져, 제발.’소원이 서류를 꺼내자 익숙한 글자체가 그녀의 반짝이던 아름다운 눈망울을 뿌옇게 흐렸다.짜고 축축한 눈물이 부서진 유리구슬처럼 굴러떨어졌다.그녀는 입을 반쯤 벌리고 소리 없이 말했다.‘아버지...’가슴이 누군가의 발에 짓밟히고 있는 듯 찌릿찌릿 아팠다.다행히 헬멧이 그녀의 슬퍼하는 기색을 가렸기 때문에 방민기에게 지금이 그녀를 공격할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소원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침착하라고 자신을 타일렀다.그녀는 서류를 품에 넣은 뒤 지퍼를 잠그고 말했다.“방민기, 나를 안전하게 떠나게 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당신을 죽일 거예요.”방민기는 힘없이 대답했다.“가는 건 되는데, 그전에 네가 약속한 것은 주고 가야지.”“내가 안전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엾기 그지없었고 온갖 비참한 척을 다 해대던 여인은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깨진 술병을 들고는 그녀의 목을 향해 무작정 찔러왔다.소원은 생각할 겨를 없이 팔을 번쩍 들어 공격을 막았다.유리가 그녀의 팔을 스치며 베자, 순간 피가 흘러내렸다.쥐고 있던 작은 칼도 쨍그랑 하고 땅에 떨어졌다.방민기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 없이 땅에서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고는 복도 쪽을 향해 소리 질렀다.“이놈들아, 모두 이리 와!”여인은 땅에서 천천히 일어나 술병을 높게 쳐들고 칭찬이라도 받고 싶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종알댔다.“오빠, 어서 저를 칭찬해 줘요. 앞으로 제가 여자 몇 명 더 잡아드릴게요.”소원은 그제야 자신을 모함한 여자가 방금 그녀와 생김새가 흡사한 여자라는 것을 발견하였다.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백한 성형의 흔적은 대체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행동인지 알 수 없었고 소원의 마음속에 물음표만 가득 남겨놓았다.방민기는 청아의 엉덩이를 꼬집고 변태처럼 실실 웃으며 말했다.“좋아! 우리 이쁜 청아가 제일 기특하지. 오빠가 나중에 좋은 상을 줄게. 오빠가 크고 맛있는 걸...”두 사람의 대화를 소원은 겨우겨우 알아들었다.청아가 방민기를 도와 나쁜 짓을 한 건 무조건 처음이 아니었다.전에도 비슷한 찌질한 방법을 사용해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는 가여운 여자들을 강박했을 것이다.그래서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 것이었다.소원은 상처를 꾹 눌러 어느 정도 지혈시키려고 했고, 눈을 힘주어 부릅뜨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방민기를 잡을 작정이었다.그때, 터벅터벅 촉박한 발걸음 소리가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그녀는 단번에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을 눌렀다.청아는 상황을 보고 달려와 엘리베이터 문을 안 닫기게 손으로 막고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소원에게 발로 걷어차여 뒤로 튕겨 나갔다.“악!”청아는 벽에 쿵 하고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엘리베이터 문이 점차 닫혔다.방민기는 문밖에서 조급
“악!”이어서 물려있는 손을 높이 쳐들고 소원의 머리를 땅으로 세게 내리쳤다.쿵!소원은 머리가 깨지는 듯 아팠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방민기는 손을 빼내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아픔에 숨을 할딱였다.경호원 몇 명이 그를 에워싸고 상황을 살폈다.소원은 혼란을 틈타 가죽 재킷의 지퍼를 조이고, 서류를 품에 꼭 안겨 쥔 채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비틀거리며 앞으로 달려갔다.방민기는 경호원 중 한 명을 발로 걷어차며 화를 냈다.“저년 못 도망가게 막아!”그러자 경호원들이 뒤를 바싹 쫓아왔다.소원은 겨우 몇 걸음밖에 못 뛰었는데 한 경호원에게 뒷덜미를 잡혀 다시 끌려갔다.그녀는 더 이상 발버둥 칠 힘이 없었다.이 긴급한 순간에 갑자기 어떤 귀를 찌르는 경적이 저 먼 곳에서부터 이곳을 향해 끊임없이 울리며 다가왔다.이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곧이어 굉음이 울렸고 올블랙의 멋진 모터바이크 한 대가 사람들 중심을 향해 겁 없이 돌진해 왔다.초고와트의 헤드라이트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부셨다.눈 부신 빛과 흩날리는 불꽃 속에서 서서히 눈을 뜨니 그 모터바이크는 이미 소원 눈앞에 세워져 있었다.차에 타고 있던 검은 옷차림의 낯선 사람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타.”이 한 글자는 소원에게 익숙하기 그지없었다.소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대방의 손을 덥석 잡았다.검은 옷의 사람은 팔을 내밀어 그녀를 끌어올렸고 소원은 가볍게 뛰어 올라탔다.“꽉 껴안아!”검은 옷의 사람이 말했다.눈 깜빡할 사이에 완전히 뒤바뀐 상황을 본 방민기는 큰 소리로 외쳤다.“뭘 가만히 있어?!”정신을 차린 경호원들은 즉시 조금 전 소원을 포위하던 방법으로 원을 만들어 모터바이크를 가두려고 했다.하지만 모터바이크는 두려움이 없었다.그는 오만하게 사람들 앞으로 달려들어 앞머리를 높이 치켜들더니 바로 한 경호원의 머리 위로 가뿐하게 날아가 버렸다.현란한 스킬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그들은 십여 명의 사람
거의 미친 듯이 내달린 모터바이크는 마치 허리케인이 휘몰아치는 것만 같았다.남자의 셔츠에는 바람이 들어가 부풀어 올랐다.그러고 나서 모터바이크는 사람들의 놀라운 눈빛 속에서 날아올랐다.진짜 하늘을 날았다.호수의 이쪽 편에서 반대편으로 날아 넘어 풀밭에 안전하게 착륙한 후 씽 가버렸다.뒤를 쫓던 경호원은 여전히 체념하지 않았다.그들은 10억짜리 목표물이 호수를 날아 넘었으니,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제자리에서 부웅부웅 준비운동을 마친 후, 선두 모터바이크가 앞장서서 시도했다.그러나 모터바이크는 날다가 공중에서 갑자기 추락했으며 하늘을 날던 경호원은 모터바이크와 함께 물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물보라를 일으킨 호수면은 다시 고요해졌다.모터바이크와 그 위에 타고 있던 사람은 마치 호수에 삼켜버린 것만 같았다.다른 세 대의 모터바이크는 더 이상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들은 심지어 호수에 빠진 사람을 찾기는커녕 바로 방향을 돌려 호수 반대편까지 가는 다른 길을 찾았다.호수의 건너편, 검은색 모터바이크는 지름길에서 빠져나와 큰길로 질주했다.반 시간 정도 더 달리다가 모터바이크는 마침내 장미꽃이 가득 피어오른 담벼락이 있는 양옥 앞에 멈춰 섰다.남자는 한 발로 땅을 밟으면서 말했다.“꽉 안아요.”소원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그녀를 모터바이크에서 업어 내렸다.소원의 몸은 아직 방금 전의 비바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모터바이크에서 업혀 내려오고 나서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소원이가 입을 열려 한 순간, 남자는 그녀를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모터바이크에 가로로 앉혔다.소원은 손으로 안장을 받치고 균형을 잡았다.남자는 천천히 그녀의 헬멧을 벗어 손잡이에 걸어놓고는 자기 헬멧을 벗었다.거의 완벽하게 잘생긴 얼굴이 소원의 눈앞에 드러났다.“현재야...”소원은 서현재인 줄 알았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여서 저도 모르게 예전의 호칭대로 불렀다.서현재는 입꼬리를 올려 엷은 미소를
소원은 차에서 떨어지면서 세게 부딪혔지만, 그녀가 입고 있던 가죽 재킷은 특수 제작된 옷이라 세게 넘어지면 다시 반발하곤 했다.그래서 소원은 넘어진 후, 온몸이 저렸던 것과 팔에 생긴 상처를 제외하고 나면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서현재가 말했다.“그래요. 팔이 물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소원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양옥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침실은 그들이 살기 편하도록 모두 아래층에 있었고 위층의 두 침실은 소원의 부모와 어린 소원이가 썼었다.소원은 자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방으로 돌아가 보니 감개무량했다.방 안은 잘 꾸며져 있었다. 소원은 옷장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옷장 안에는 예쁜 옷이 가득 걸려 있었고 전부 상표를 뜯지 않은 상태였다.나무문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소원은 고개를 돌려보니 서현재가 한 손을 주머니에 꽂고 길쭉한 몸을 문틀에 기대어 서있었다.소원의 눈빛에서 놀라움을 본 서현재는 잘생긴 얼굴을 확 붉히면서 말했다.“제가 출장 다니면서 누나한테 어울리는 옷을 볼 때마다 사 온 거예요.”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옷장은 바로 이렇게 꽉꽉 채워졌다.소원은 옷들을 살펴보았는데 다 명품 브랜드여서 적게는 몇십만, 몇백만 심지어 몇천만짜리도 있었다.서현재는 명품 브랜드를 입는 습관이 없어서 평소에 입는 슈트나 셔츠는 다 한 개 대중 브랜드였고 가격은 몇만에서 몇십만 원밖에 안 했다.하지만 서현재는 소원에게 사준 이 옷들을 그녀가 입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전혀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계약서를 받아 기분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죽다 살아나 느슨해진 감정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소원은 웃으면서 서현재한테 장난을 쳤다.“현재야, 나 이제 돈 없으면 너의 이 옷만 팔아도 몇 년은 더 살 수 있겠어.”명품 브랜드의 옷은 다 클래식한 스타일이어서 상표를 뜯지 않은 옷은 30%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서현재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게는 안 두죠. 저의 손재주가 남아 있는 한 두 사람은 먹여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