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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소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경한은 소원의 마음이 살짝 풀렸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렇게 꽉 잡지 않고 그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그러고는 게걸스럽게 그에게는 없는 소원의 향기를 탐했다.

소원은 육경한에게 마약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가다간 오장육부가 뒤틀릴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쪽으로 손이 갔다.

육경한은 지금 ‘사랑’이란 어떤 맛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소원이 옆에 있어야만 선명히 느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그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죄인이고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모질뿐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에 달성하는 그에게는 생사만 있지 포기는 없었다.

소원이 평생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그가 소원을 사랑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육경한이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소원아, 과거는 다 잊고 우리 새로 시작하자. 사랑이란 뭔지 깨닫게 해줄게.”

육경한은 누구에게 머리를 숙여본 적이 없었다. 외국에서 개처럼 두들겨 맞으면서도 한 번도 고개를 숙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소원 앞에서는 그 원칙이 한번 또 한 번 무너졌다. 고개를 숙여서라도 소원의 연민을 받고 싶었다.

그녀가 조금만 눈길을 주었다면 이 정도로 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육경한이 잊은 게 있었다.

지금 육경한 앞에 서 있는 건 기억 속의 그 소원이 아니었다.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던 소원은 이제 죽고 없었다.

소원은 육경한이 경계를 푼 틈을 타 팔꿈치로 빠르고 정확하게 육경한의 상처를 명중했다.

그러더니 철렁하는 소리와 함께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고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욕조에 쓰러진 육경한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육경한, 네가 주는 사랑은 역겹고 싫어. 나는 너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이야. 그러니 네가 하는 말만 들어도 토가 나와. 앞으로 절대 입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마.”

“여생? 네가 나랑 그걸 토론할 자격은 되고?”

“다시 시작해? 네가 뭔데?”

소원은 육경한에 대한 증오를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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