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70화

소원이 심호흡했다. 목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얼른 타올을 한 장 꺼내 육경한의 뒤로 걸어가 타올을 둘러줬다.

손가락이 의도치 않게 육경한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탄탄한 근육과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 마치 손난로 같았다.

타올을 두른 소원은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시작해 볼까요?”

육경한이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미끄럼방지 매트를 밟고 욕조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늘로 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원은 육경한의 어깨를 아래로 꾹 누르며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제 씻어요. 의사가 물이 따듯하면 건강에 좋다고 했어요.”

육경한의 미간이 천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따듯하면 몸에 좋다니, 욕조에 담긴 물은 따뜻한 게 아니라 뜨거웠다. 찬물을 아예 섞지 않은 것 같았다.

‘소원 너 정말.’

소원은 육경한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힘겨루기에서 이겼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하여 덤덤하게 되물었다.

“왜요? 성에 안 차요?”

소원은 약을 올리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지만 육경한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찬물을 넣지 않은 것 육경한의 병이 채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물에 샤워했다가 열이 나서 상처가 덧나기라도 하면 다시 잡혀서 보살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뭘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냥 샤워를 도와주기는 싫고 억울해 뜨거운 물을 받아 골탕 먹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화상 입을 온도는 아니었고 조금 괴롭다가 말 것이다.

욕조가 커서 온도가 잘 빠지기도 했고 말하면서 시간을 잡아먹었기에 지금 욕조 물의 온도는 겨우 70, 80도 좌우였다.

육경한은 정말 참을성이 좋았다. 물이 너무 뜨거워 온몸이 빨개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지. 네가 직접 받은 물인데 안 찰 게 뭐가 더 있겠어?”

육경한은 덤덤한 말투로 말하긴 했지만 상처에 난 살은 새살이었기에 뜨거운 물을 만나면 간질거렸고 이에 바짝 약이 오른 육경한은 뭔가를 막 잡아 뜯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는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팔을 내밀어 불난 집에 부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