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134 챕터

제851화

남자들은 여자가 예뻐도 질릴 때가 오는 법이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매력은 금방 사라진다.그래서 그녀와 같은 사람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데 순종적이며, 일을 잘해야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도련님, 저와 한 잔만 해주세요.” 여직원은 코를 찌를듯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다시 이준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술잔을 쳐서 떨어뜨렸고 결국 여직원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곧이어 훤칠한 키에 길쭉한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명심해. 내가 혜인이한테 집착하고 내가 혜인이한테 놀아달라고 부탁한 거야.”이 한마디에 방안은 충격에 휩싸였다.특히 손동표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당황했다.그는 이준혁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를 자꾸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이것 참...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그때, 아직도 바닥에 앉아 있던 여직원 손동표가 일어서자 부드럽게 말했다.“손 대표님...”이쪽에 기회가 없어졌으니 저쪽으로 가보려 했지만 손동표는 그 소리가 듣기 불편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여직원을 밀치고 말했다.“꺼져! 재수 없는 년아!”...윤혜인은 밖으로 나와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혜인아!”그러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물었다.“손님, 혹시 손님 부르시는 거 아닌가요?”윤혜인은 차갑게 말했다.“아니요, 기사님, 그냥 가주세요.”이미 자신의 의견을 다 말한 이상 이준혁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기사님은 그 말을 듣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곧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택시가 강제로 멈춰 섰다.그리고 한 남자가 뒷좌석으로 걸어오며 문을 열려고 했다. 그는 아주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놀란 택시 운전기사는 몸을 떨며 재빨리 몸을 잠갔다.“손님, 우리... 우리 나쁜 사람을 만난 것 같습니다.”이준혁은 문을 두 번 세게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그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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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이준혁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설명하기 시작했다.“다른 여자는 안 건드려. 나 깨끗해.”그러나 윤혜인은 고개를 휙 돌렸다.“당신이 깨끗한지 아닌지, 나랑은 상관없어요.”“어떻게 상관이 없겠어?” 그러더니 이준혁은 운전기사를 힐끗 보고 나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말고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화가 난 윤혜인은 깜짝 놀라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래서 꾸짖듯 말했다.“헛소리하지 마요.”이준혁은 약간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까 나랑 다시 함께하고 싶다며.”그러나 윤혜인은 지금 그 찰나의 충동을 이기지 못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그 제안 취소할게요.”“난 반대야. 지금부터 우리는 남자친구, 여자친구야.”이준혁이 단호하게 말하자 윤혜인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곧바로 그녀는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가주세요.”더 해명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준혁은 고개를 돌려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님, 저랑 차 좀 바꾸시죠. 괜찮으세요?”운전기사는 어리둥절했다.“뭐라고요?”뒤이어 이준혁은 주훈이 건네준 열쇠를 기사에게 건넸다.“제가 기사님 차 쓰고 기사님은 제 차를 쓰시면 됩니다, 괜찮으세요?”그러자 운전기사는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돈을 벌어야 해서요.”윤혜인은 속으로 운전기사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말했다.“기사님, 저희 때문에 시간 지체하게 해서 죄송해요. 타임 미터로 계산할게요.”이준혁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러다 문득 택시의 액정 표시창에 ‘야간 기사 모집'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주훈을 밀어 넣으며 물었다. “이 사람은 어떠세요?”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준혁은 자신이 직접 지원했을 것이다.운전기사는 웃으며 말했다.“젊으신 분이... 장난치지 마세요.”“기사님, 장난 아닙니다.”“네, 장난 아닙니다.”주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서로서 여러 직책을 겸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니 말이다.이준혁은 운전기사를 향해 진지한 표정을 내보였다.“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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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특히 택시 안에는 가림막도 없었으니 말이다.‘아니 옷을 안 입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릴 뭐라고 생각하겠어...’“그건 안 되지. 기사님이랑 약속했잖아. 너를 잘 ‘사랑’해주겠다고.”윤혜인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러더니 팔을 들어 그녀의 코앞에 대며 말했다.“냄새 맡아봐. 안에는 냄새 안 나. 아까 안에서 코트 안 벗었거든.”윤혜인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정말 뻔뻔하네요.”“응, 난 뻔뻔해.”이준혁은 팔을 윤혜인의 머리 위로 넘기고 의자 등받이에 걸쳐 마치 그녀를 감싸는 듯한 자세로 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냥 널 원할 뿐이야.”윤혜인은 귀까지 빨개져 당황하며 말했다.“난 당신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한테 손대고 다녀서 더러워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의 얼굴을 돌려세우고 손가락을 하늘로 올리며 맹세했다.“정말 다른 여자에게 손대지 않았어. 주 비서한테 물어봐도 돼. 그 여자가 나를 가까이하게 하지도 않았고 같은 공기를 마신 게 유일한 죄야.”주훈은 앞길을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한 채 증언했다.“맞아요. 대표님은 정말 깨끗하게 행동하셨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손대지 않으셨어요.”얼굴이 화끈해질 대로 화끈해진 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을 쳐냈다.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주훈 앞에서는 말하기가 불편했다.그래서 몸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수줍음을 많이 탄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놀리지 않은 채 여전히 그녀를 감싸는 듯한 자세를 유지했다.목적지에 도착한 후, 주훈은 눈치껏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윤혜인은 말없이 차 문을 열려고 했으나, 이준혁이 길게 뻗은 팔로 문손잡이를 눌렀다.“혜인아...”이준혁이 차 문을 누르는 동작은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곧 그의 차가운 기운이 윤혜인을 완전히 감쌌다.“미안해. 내가 질투를 너무 과하게 부렸어. 널 좀 더 믿어야 했고 다른 남자와 엮인 걸 보고 화내지 말았어야 했어. 나도 고치려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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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그럼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 줄게요.”거실에 도착하자 이준혁은 윤혜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 상 가득한 음식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윤혜인이 정말로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 분명했는데 자신은 그걸 저버린 셈이었다. 그래서 이준혁은 한없이 자책했다.윤혜인은 그가 오랫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속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토마토 달걀 국수를 만들어 주었다.국수가 끓는 동안 그녀는 불을 약하게 줄여 더 부드럽게 끓였다.국수를 다 준비하고 나서 이준혁은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그가 여전히 배고픈 듯 윤혜인을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더 먹으면 안 돼요. 소화 시켜야 해요.”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윤혜인은 도우미를 부르지 않고 직접 그릇을 씻으려고 했다.하지만 이준혁이 먼저 그릇을 가져가서 싱크대에서 깨끗이 씻었다.키가 크고 다리가 긴 탓에 싱크대가 그의 허리 높이도 되지 않아 조금은 어색해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이준혁은 떠나기 아쉬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이 좀 봐도 돼?”흔쾌히 승낙한 후 윤혜인은 앞치마를 풀려고 했으나 실수로 그 리본을 더 꽉 묶고 말았다.그러자 이준혁이 뒤에서 다가와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해 줄게.”이준혁의 손가락이 그 리본을 풀 때, 종종 목덜미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느낌이 윤혜인에게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그녀는 벽을 향하고 이준혁은 윤혜인의 뒤에 있는 모습이 마치 은밀한 상황을 연상시켰다.곧 윤혜인의 호흡이 가빠지자 이준혁은 씩 미소를 지으며 낮게 웃었다.“왜 귀가 그렇게 빨개졌어?”남자의 느긋한 웃음소리는 마치 우아한 첼로 음악처럼 피부를 뚫고 스며들었다. 윤혜인은 귀뿐만 아니라 목까지 붉어졌다.“다 풀었어요?”그녀가 물었다.“다 풀었어.”이준혁은 앞치마를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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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심장 자폭기를 삽입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그 조직은 매우 강력할 것이다.만약 정말로 찰스 가문이라면 후환이 클 수밖에 없다.국내에서는 어떻게든 윤혜인과 아름이를 보호할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그만큼 어렵다.이준혁은 곰곰이 생각할수록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 잘생긴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계속해서 그 사람들이 왜 혜인이를 노리는지 알아봐!”그는 냉랭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혜인이와 아름이 곁에 각각 두 명의 엘리트를 배치해. 너무 가까이 있지는 않되 반드시 두 사람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네.”주훈이 대답했다....그 후 며칠 동안, 윤혜인은 업무로 바빴다.이준혁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직접 스튜디오로 식사를 가져왔다.곧 스튜디오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혜인에게 아주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그리고 윤혜인은 그가 일부러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그 사이에 눈에 띄는 일이 있었다. 바로 원지민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혁과의 관계에 대해 해명했다는 것이다.그녀는 기자회견에서 이준혁과는 업무 외의 어떤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그러나 기자회견 내내 원지민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이후 이 일은 화제가 되었고 인터넷에서는 원지민이 재벌 가문에서 밀려났다는 소문이 돌았다.이에 따라 이선 그룹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호감도가 계속 하락했다.윤혜인은 이 기자회견이 원지민에게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윤혜인은 이에 대해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요즘 그녀는 자선 프로젝트로 분주했으니 말이다.예전 윤혜인의 모친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고 항상 자선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했다.그래서 이번에 윤혜인은 달밤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어린이 사랑 재단과 함께 자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그녀는 이 프로젝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기부와 함께 직접 방문하여 아이들과 어울리곤 했다.3일간의 지원 활동 중 오늘은 두 번째 날이었고 내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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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이 한 마디에 윤혜인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이어서 벌떡 일어난 그녀의 바로 눈앞에는 찬장 위의 장식품들이 모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또한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이 함께 울려 퍼졌다.아무런 여유도 없이 윤혜인은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가려 했다.그러나 문이 마치 용접된 것처럼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았다.산간 지역에는 호텔이 없어서 모든 자원봉사자들은 일부는 마을 주민들의 집에, 일부는 학교에 머물고 있었다.학교 건물은 대부분 매우 낡았지만 문은 모두 철문으로 된 거라 오래 사용해도 쉽게 썩지 않았다.그러나 문 잠금장치는 오랫동안 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문제가 발생하여 밖에서만 열 수 있었다.안에서 차도 소용없었고 밖에서 차야만 열릴 수 있었다.윤혜인은 문을 열 수 없어서 철문을 힘껏 두드리며 크게 외쳤다.“거기 누구 없어요? 누구 와서 문 좀 열어주세요!”하지만 밖에서는 모두 혼란스럽게 도망치는 발소리뿐이었다.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어서 윤혜인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남임산에서 갑작스러운 산사태 위험이 발생했습니다. 모두 마을 중심의 안전한 장소로 신속하게 대피하세요!”마을 방송에서는 이렇게 외쳤다.윤혜인은 그제야 이해했다.이것은 지진이 아니라 산사태였던 것이다.그러나 이 초등학교는 산기슭에 위치해 있었고 소리와 분위기로 미루어보아 매우 위험한 중심지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윤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도구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그러나 실내에는 쇠막대 같은 도구가 없었고 의자 다리가 부러져도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찾아 자원봉사자 팀장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쿵!”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철문을 차는 소리와 더불어 밖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혜인 씨, 안에 계신가요?”윤혜인은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문에서 떨어져 주세요.”윤혜인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밖에서 다시 두 번 ‘쿵쿵' 소리가 났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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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한 경호원이 조명을 켜자 할머니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그 옆에는 네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할머니 위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사람들이 들어오자마자 윤혜인을 알아보았다.아이에게 있어 그녀는 마치 요정 같은 착한 누나였다.소년은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요정 누나, 제발... 할머니를... 구해주세요...”우선 윤혜인은 두 경호원에게 할머니를 데리고 나가라고 손짓했고 자신은 어린 남자아이를 안으려고 했다.경호원들이 할머니를 들어 올리고 나가자 윤혜인은 아이를 안았는데 아이의 발이 무언가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자세히 보니 아이의 발이 마끈에 걸려 있는 것이었다.윤혜인은 주머니에서 호신용 군용 칼을 꺼내 힘껏 마끈을 자르기 시작했다.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남자아이는 계속해서 떨며 말했다.“요정 누나, 나 무서워요...”아이는 윤혜인이 자신을 버릴까 봐 두려웠다.아직 부모님을 뵙지도 못했는데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윤혜인은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걱정 마, 누나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마침내, 마끈이 잘리고 윤혜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안아 일어서는 순간, 강력한 충격이 그들을 덮쳤다.그녀는 충격파에 의해 벽에 부딪혔지만 다행히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윤혜인은 산사태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지금 산사태가 내려가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않았다. 완전히 매몰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이윽고 그녀는 결단력 있게 아이를 안고 측면으로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일정 거리를 달린 후, 그녀는 이번 산사태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게다가 최근 비가 많이 내린 탓에 토양은 매우 질퍽질퍽해져 있었다.어느 방향으로 가든 흙이 계속 쏟아져 내려왔다.잔뜩 놀란 아이는 이미 반쯤 넋이 나간 듯 보였다.소년은 윤혜인의 목을 꼭 껴안고 계속 울었다.“누나... 요정 누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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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서준은 얌전하게 듣고 있었다.윤혜인이 말했다.“일단 나무를 꽉 잡고 있어. 절대 자면 안 돼. 조금만 더 버티면 누가 구해주러 올 거야. 사람들은 너 포기하지 않아.”“네...”“무슨 소리 들리면 빨간 스카프를 마구 흔들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너 발견할 수 있어. 알겠니?”서준이 울먹이며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발밑은 갯벌에 빠진 것처럼 꽉 조여왔다. 그런 압박감에 윤혜인은 점점 더 허약해졌다.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에 윤혜인은 천천히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서준아, 만약에 아름이라는 여자애 만나면 대신 전해줄래? 아줌마 딸이거든.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줘... 아름이는 늘 엄마의 자랑이라고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이야...”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눈앞이 점점 흐릿해져갔고 더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온몸에 힘이 점점 풀려갔다.“...”윤혜인은 이제 의지할 데가 없었다. 어렴풋이 서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몸이 거의 물에 잠기려는 순간 아직 인사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올랐다.아빠, 오빠, 소원, 구지윤, 홍 아줌마, 그리고 그 남자까지... 너무 화가 났다.‘이럴 줄 알았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였는데...’의식을 잃기 전 윤혜인은 힘껏 입꼬리를 당겼다.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면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다.무섭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무서웠다. 무서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못한 걸 후회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다시 닥쳐온다 해도 윤혜인은 서준이 죽어가는 걸 나 몰라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줄기 희망만 있다면 꼭 살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해남 공항.까만 슈트는 이준혁의 기다란 체구를 더 돋보이게 했다. 그 모습이 점잖으면서도 우아했다.손에는 빨간 장미를 한 다발 안고 있었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김성훈은 와이프에게 선물하려면 꽃부터 선물해야 한다고 했다.이준혁은 윤혜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먼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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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작은 촌이라 주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봉사팀은 거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현재 실종된 사람은 5명밖에 없었는데 그중에 윤혜인과 서준이 있었다.“윤혜인 씨는 어떤 아이를 구하다가 제때 대피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표님...”풉.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피를 왈칵 토해냈다.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입술에서 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대표님.”보디가드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이준혁을 부축하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를 밀어냈다.그렇게 바닥에 오랫동안 꿇어있던 이준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금 당장 헬리콥터 불러서 수색 범위 확대하고 수색 인원도 더 추가해. 동진촌을 갈아엎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내.”이준혁의 명령에 보디가드가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맴돌던 헬리콥터가 큰 공터에 착륙했다.이준혁은 헬리콥터에 올라 전용 안경을 쓰고 손짓했다. 그러자 헬기가 낮게 선회했다.몇 바퀴 둘러봤지만 사람은커녕 생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건 회색뿐이었다.옆에 있는 동진숲은 아직도 진흙 덩어리가 떨어지고 있었다.이곳은 산사태의 중심에 속해 있었고 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었다.그렇게 두 바퀴 선회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같이 타 있던 보디가드도 희망을 잃고 포기했다.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회색으로 뒤덮인 폐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살아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이준혁은 믿지 않았다. 하늘이 이 정도로 무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절대 그렇게 무심할 리가 없다.보디가드는 이준혁의 병적인 모습에 낮은 소리로 설득했다.“대표님, 아니면 일단 돌아가서 좀 쉬세요. 나머지는 저희가...”“북위 45도, 꺾어.”이준혁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조종사가 이를 듣고 방향을 꺾었다.보디가드는 그제야 깡마른 나뭇가지에 빨간 스카프가 걸려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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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윽...”쓰러졌던 윤혜인이 눈을 떴다.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신음했다. 하지만 한편 기쁘기도 했다.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했다.윤혜인은 팔을 들어 눈 앞을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우고 주변 상황을 살피려 했다.차리리 보지 않는 게 더 나을 뻔했다. 상황을 확인한 윤혜인은 혼비백산했다.산자락의 움푹 들어간 곳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벼락이었다. 그리고 옆에는 크고 낡은 타이어가 놓여 있었다.의식을 잃어가는데 진흙이 밀려오길래 살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는 물건을 잡았던 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덕분에 진흙에 매몰되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은 매몰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움푹 팬 곳은 혼자 서 있어도 꽉 찰 정도로 작았다. 그것도 모자라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돌덩이가 마구 흘러내렸다.그리고 지금 밟고 있는 곳이 25kg이 넘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날씨를 보니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으면 날이 어두워질 것 같았다.잠들어도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기엔 너무 모험적이었다.윤혜인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굵은 넝쿨이 자라난 걸 발견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 넝쿨에 손을 뻗으려고 애썼다.하지만 움직이자마자 뒤에서 돌이 후드득 떨어졌다. 깜짝 놀란 윤혜인이 얼른 다시 몸을 벽에 바짝 붙였다. 낙석이 타이어에 부딪히며 굴러떨어졌다. 얼마나 깊은지 바닥에 닿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윤혜인은 벽에 바짝 붙어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진동에 의해 돌이 다시 부서져 떨어질까 봐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너무 오래 서 있었더니 몸 곳곳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손에는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는 물건도 없었고 큰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여기에 이렇게 있는 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았다.절망에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왔다.“거기 누구 없어요?”“거기 누구 없어요?”“윤혜인 씨...”“혜인아...”마지막 한마디가 윤혜인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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