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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서준은 얌전하게 듣고 있었다.

윤혜인이 말했다.

“일단 나무를 꽉 잡고 있어. 절대 자면 안 돼. 조금만 더 버티면 누가 구해주러 올 거야. 사람들은 너 포기하지 않아.”

“네...”

“무슨 소리 들리면 빨간 스카프를 마구 흔들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너 발견할 수 있어. 알겠니?”

서준이 울먹이며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발밑은 갯벌에 빠진 것처럼 꽉 조여왔다. 그런 압박감에 윤혜인은 점점 더 허약해졌다.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에 윤혜인은 천천히 입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

“서준아, 만약에 아름이라는 여자애 만나면 대신 전해줄래? 아줌마 딸이거든.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줘... 아름이는 늘 엄마의 자랑이라고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눈앞이 점점 흐릿해져갔고 더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온몸에 힘이 점점 풀려갔다.

“...”

윤혜인은 이제 의지할 데가 없었다. 어렴풋이 서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몸이 거의 물에 잠기려는 순간 아직 인사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아빠, 오빠, 소원, 구지윤, 홍 아줌마, 그리고 그 남자까지... 너무 화가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거였는데...’

의식을 잃기 전 윤혜인은 힘껏 입꼬리를 당겼다.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면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다.

무섭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무서웠다. 무서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못한 걸 후회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다시 닥쳐온다 해도 윤혜인은 서준이 죽어가는 걸 나 몰라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줄기 희망만 있다면 꼭 살리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

해남 공항.

까만 슈트는 이준혁의 기다란 체구를 더 돋보이게 했다. 그 모습이 점잖으면서도 우아했다.

손에는 빨간 장미를 한 다발 안고 있었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김성훈은 와이프에게 선물하려면 꽃부터 선물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혁은 윤혜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먼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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