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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그럼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 줄게요.”

거실에 도착하자 이준혁은 윤혜인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한 상 가득한 음식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윤혜인이 정말로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 분명했는데 자신은 그걸 저버린 셈이었다. 그래서 이준혁은 한없이 자책했다.

윤혜인은 그가 오랫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속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토마토 달걀 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국수가 끓는 동안 그녀는 불을 약하게 줄여 더 부드럽게 끓였다.

국수를 다 준비하고 나서 이준혁은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그가 여전히 배고픈 듯 윤혜인을 바라보자 그녀가 말했다.

“더 먹으면 안 돼요. 소화 시켜야 해요.”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윤혜인은 도우미를 부르지 않고 직접 그릇을 씻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준혁이 먼저 그릇을 가져가서 싱크대에서 깨끗이 씻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긴 탓에 싱크대가 그의 허리 높이도 되지 않아 조금은 어색해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하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이준혁은 떠나기 아쉬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름이 좀 봐도 돼?”

흔쾌히 승낙한 후 윤혜인은 앞치마를 풀려고 했으나 실수로 그 리본을 더 꽉 묶고 말았다.

그러자 이준혁이 뒤에서 다가와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해 줄게.”

이준혁의 손가락이 그 리본을 풀 때, 종종 목덜미 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느낌이 윤혜인에게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그녀는 벽을 향하고 이준혁은 윤혜인의 뒤에 있는 모습이 마치 은밀한 상황을 연상시켰다.

곧 윤혜인의 호흡이 가빠지자 이준혁은 씩 미소를 지으며 낮게 웃었다.

“왜 귀가 그렇게 빨개졌어?”

남자의 느긋한 웃음소리는 마치 우아한 첼로 음악처럼 피부를 뚫고 스며들었다. 윤혜인은 귀뿐만 아니라 목까지 붉어졌다.

“다 풀었어요?”

그녀가 물었다.

“다 풀었어.”

이준혁은 앞치마를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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