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134 챕터

제861화

윤혜인은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절망에 빠졌다.밟고 있는 진흙도 비가 와서 물컹한 상태였다. 윤혜인이 서 있는 곳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더는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윤혜인은 손으로 넝쿨을 잡아당겼다. 꽤 탄탄한 것 같았다.마음을 단단히 먹은 윤혜인은 넝쿨을 손에 감고는 무게를 두 개의 넝쿨에 실으려 했다.그렇게 위로 올라가려는데 돌이 후드득 떨어졌다.밟고 진흙은 낙석에 의해 크게 갈라지고 말았다.윤혜인은 그대로 아래로 미끄러졌다.“아악.”윤혜인이 절규했다. 밟고 있던 곳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방법이 없었던 윤혜인은 이를 악물고 허공에 떠 있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발로 벽을 짚으려 했다.전에 곽경천이 암벽 등반할 때 같이 가서 놀아본 적이 있었지만 혼자 해본 적은 없었다.그저 전에 봤던 등반 동작을 떠올리며 조금씩 위로 타기 시작했다.다행히 몸이 가벼웠기에 넝쿨 두 개가 그녀의 무게를 이길 수 있었다.윤혜인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을 참으며 위로 기어 올라갔다.희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상과 겨우 두 걸음 남은 상태였다.순간.후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넝쿨 하나가 부러졌다. 나머지 하나로 그녀의 몸무게를 지탱하기엔 너무 무거웠다.마음이 급해진 윤혜인은 돌이 떨어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을 서둘렀다.후드득.갑자기 중력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 한 개도 끊어진 것이다.순간 윤혜인은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지면을 짚었다. 하지만 윤혜인이 잡은 건 곧 떨어질 것 같은 돌부리였다. 이제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았다.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윤혜인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그때 손목이 누군가에게 단단히 잡혔다. 윤혜인은 돌벽에 부딪히며 떨어지는 걸 멈추었다.팔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팔이 그대로 뜯겨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윤혜인이 힘껏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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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보고 싶었다는 말에 이준혁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윤혜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더는 숨길 수 없었다.“너무 보고 싶었어요...”곧 죽을 마당에 내려놓지 못할 원망과 증오가 어디 있겠는가.끝내 윤혜인은 마음이 흔들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돌아온 후로 이준혁은 그녀에게 정말 잘해줬다.아무리 그녀가 과거를 내려놓지 못해 막무가내 화내고 때리고 투정을 부려도 그는 여전히 곁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지켜줬다.이 생각을 조금만 빨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깨달았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윤혜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가볍게 말했다.“이준혁 씨, 이제 놔요...”윤혜인의 눈빛에 이준혁은 순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내가 너 아무 일 없게 지켜줄 거야.”이준혁이 확고하게 말했다.윤혜인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에 입술에 하얀 이빨 자국이 남았다.“준혁 씨, 우리 같이 떨어질 수는 없잖아요.”윤혜인은 이렇게 말하더니 먼저 꽉 잡은 그 손을 떼려고 했다.“떼기만 해봐.”이준혁이 낮게 소리쳤다.그 바람에 이준혁의 몸이 앞으로 조금 더 미끄러졌다.“혜인아...”이준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직 희망이 있어.”윤혜인의 눈빛은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만약 지금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준혁도 따라서 끌려 내려갈 것이다.윤혜인이 차가운 눈동자로 매섭게 쏘아붙였다.“이준혁 씨, 당신 정말 최악인 거 알아요? 놓으라니까요.”이준혁은 윤혜인이 일부러 그를 화나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말에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준혁이 씁쓸하게 웃었다.“최악이어도 어쩔 수 없어. 네가 좋은 걸 어떡하라고.”이준혁은 가느다란 팔목을 꽉 붙잡고 눈시울을 붉혔다.“벗어날 생각하지 마. 평생.”이때 바닥이 다시 붕괴했다. 이제 더는 두 사람을 지탱할 힘이 없어 보였다.많아도 겨우 1분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1분도 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윤혜인은 더 잔인한 말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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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물이다. 물이 있었다. 그러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윤혜인은 수영을 전혀 못 할 줄 알았는데 물에 떨어진 순간 익숙한 느낌과 함께 물 위로 떠 올랐다.하지만 이내 당황한 윤혜인이 어쩔 바를 몰라 하며 큰 소리로 불렀다.“이준혁 씨, 이준혁 씨.”물은 고요하기만 했다.겁에 질린 윤혜인이 심호흡을 하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이준혁을 찾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내 윤혜인은 누군가에 의해 수면으로 건져졌다.이준혁은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참으로 매혹적이었다.그는 윤혜인을 안고 물가로 헤엄쳐 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여기 있어.”윤혜인이 멈칫하더니 그를 품에 꽉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당신 정말... 놀랐잖아요.”윤혜인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같이 뛰어내릴 생각을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짜증이 치밀어오른 윤혜인은 이준혁의 어깨를 가볍게 때리며 원망을 쏟아냈다.“정말 미쳤어. 미쳤다고...”때리고 나서는 마음이 아팠는지 바보처럼 웃기 시작했다.“다행이에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이준혁은 아이처럼 울다가 웃는 윤혜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힘껏 꼭 끌어안았다.“미치지 않았어.”잠깐 뜸을 들이던 이준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너를 잃었다면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모르지.”윤혜인은 무언가에 부딪쳐 구멍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준혁은 복잡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꼭 끌어안았다.윤혜인은 이준혁이 몸을 파르르 떨고 있음을 발견했다. 눈을 깜빡이며 생각해 봐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이내 깨달았다. 이준혁은 무서웠던 것이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약속해.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나는...”이준혁이 갑자기 그녀를 풀어주더니 어둡고 차가운 눈동자로 말했다.“약속해.”말투는 명령조였고 어딘가 화나 보이기도 했다. 아니, 매우 화나 있었다. 죽다 살아났으니 이제 따질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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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윤혜인도 의도한 행위는 아니었고 자기도 모르게 한 반응이었다.순간 곽아름을 대하던 방법으로 이준혁을 대한 것이다.달래기 어렵다면 제일 간단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된다.하지만 볼 뽀뽀를 했는데도 이준혁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이에 윤혜인이 난감해졌다.‘설마 아직도 화난 건가?’어쩔 바를 몰라 하는데 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잠깐 멈칫하던 윤혜인이 손을 뻗어 그를 안으려는데 아까 떨어질 때 낙석이 이준혁의 등을 명중했던 게 떠올랐다.하여 자기도 모르게 그를 밀쳐내고는 상처를 물어보려 했다.하지만 몸을 꽉 묶여 있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이준혁이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말했다.“내가 미우면 밀어내.”윤혜인이 하려던 동작을 멈추고는 가만히 있었다.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더니 낮지만 매혹적인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혜인아, 사랑해.”순간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파르르 떨더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그녀는 사실 왜 이때 이 말을 하냐고 물어보고 싶었다.이준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한테 말해줄 기회가 없을까 봐 겁나. 나 너 많이 사랑해. 사랑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감동해서든 아니면 미안해서든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마워요.”이준혁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윤혜인이라는 사람을, 그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욕심스러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그는 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앞으로 절대, 다시는 내 옆을 떠나지 마. 알겠지?”오만하고 도도하기로 소문난 이준혁이 지금은 비굴하게 윤혜인에게 애원하고 있다.윤혜인은 코끝이 찡했다.사실 이준혁이 따라서 뛰어내린 순간 그녀도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전에는 항상 이 남자를 마약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건드려서도 시작해서도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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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준혁 씨, 등 안 아파요?”돌이 이준혁의 등에 떨어지는 걸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이준혁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까지 말이다.“아니. 안 아파.”이준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네가 무사한게 내게는 제일 좋은 약이야.”이준혁의 표정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윤혜인은 믿지 않았다.윤혜인은 기억이 생생했다. 그렇게 큰 낙석이라면 그 누구도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걱정됐던 윤혜인은 바로 이준혁의 옷을 벗기려 했다.“한번 봐봐요.”단추를 두 개 풀었는데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자기 가슴에 꾹 누르며 웃었다.“뭐가 그렇게 급해? 아니면 으스스한 곳 좋아해? 밖이 더 좋나?”윤혜인은 이준혁의 상처가 걱정되어 얼른 손을 빼려했다.“밖이면 뭐 어때서요?”이준혁이 눈썹을 추켜세웠다.“밖이면 보는 눈도 많은데 괜찮겠어?”윤혜인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네?”이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말 원하면 돌아가서 사람 없는 외딴 시골 하나 통으로 예약할게. 마음껏... 즐기게.”윤혜인은 순간 이준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두 사람은 아예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얼굴이 빨개진 윤혜인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누가 원한대요? 원하는 건 당신이겠죠.”“응, 난 원해.”이준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근데 곧 구조대가 도착할 거야.”추락할 당시 보디가드가 이미 그들을 찾아냈다.아까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었으니 아마 이 방향으로 오는 중일 것이다.그는 손으로 윤혜인의 볼을 꼬집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 와이프를 다른 사람이 봐서는 안 되지.”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정말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이준혁은 씩씩거리는 윤혜인을 보며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윤혜인이 무슨 생각하는지 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숨만 쉬어도 얼굴이 창백해질 만큼 한 고통이 등에 난 상처가 심상치 않음을 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그래도 윤혜인이 걱정하는 게 싫어 줄곧 참고 있었다.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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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갈비뼈 12대라니, 몸에 있는 갈비뼈를 다 세어봐도 고작 24대일 텐데 말이다.윤혜인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이송 차량에 같이 오른 윤혜인은 가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녀를 구하지만 않았다면 이준혁도 이렇게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그 낙석을 이준혁이 몸으로 받아내지 않았다면 윤혜인이 맞았을 것이다.아무리 산골짜기의 깊은 곳에 호수가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심하게 부딪치면 헤엄쳐 올라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아까 왜 오랫동안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윤혜인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이준혁이 어떠한 의지력으로 호수 깊은 곳에서 위로 올라왔는지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를 끌고 호숫가로 향했다.이준혁이 그녀를 받쳐 든 동작이 왜 그리 어정쩡했는지도 이제야 알 수 있었다.‘얼마나 아팠을까.’40분 후.이준혁은 상급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주훈은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에서 시병원으로 달려왔다.병실 안.이준혁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링거를 맞았다.상황을 파악한 주훈도 겁이 났다.전에 난 상처도 채 낫지 않았는데 새로운 상처까지 더해진 것이다.아무리 무쇠 같은 몸이라 해도 이렇게 막 굴리면 버티지 못할 것이다.윤혜인은 아까 의사가 이준혁의 몸이 허약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확실히 심각한 상처를 입은 건 맞지만 의사는 이준혁의 혈액 응집력이 부족하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윤혜인의 기억 속에 이준혁은 늘 건강했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다.‘왜 갑자기 몸이 이렇게 안 좋아진 거지?’주훈이 나가려 하자 윤혜인이 얼른 뒤따라 나갔다.“주 비서님, 아까 의사 선생님이 준혁 씨 혈액 응집력이 안 좋다 그러던데 무슨 원인인지 알아요?”주훈의 안색이 변했다.김성훈은 원래 이준혁에게 주말에 외국에 있는 친구한테 피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안 될 것 같았다.혈액 응집력이 안 좋은 문제는 주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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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이준혁이 제일 원하는 게 바로 윤혜인이 무사한 것일 테니 말이다.주훈이 조금은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윤혜인 씨,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 건 경각심을 높여서 자신을 보호했으면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그리고 대표님은 윤혜인 씨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긴장을 늦춘 적이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번 모든 걸 다 바치지만 생색내는 걸 싫어하시기도 하고 혹시나 부담될까 봐 비밀로 한 것도 있어요. 하지만 윤혜인 씨한테만큼은 정말 진심이에요.”윤혜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목구멍이 메어와 미칠 지경이었다.그녀는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약간만 소리를 내도 눈물이 바로 떨어질 것 같았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해주었고 그녀의 안전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하지만 한 번도 그걸로 생색낸 적이 없었다.정말 바보 같은 남자였다.주훈이 자리를 비운 건 김성훈에게 연락하기 위해서였다.이준혁은 매우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요즘 따라 몸이 눈에 띄게 나빠져서 너무 걱정되었다.‘도대체 그 주사와 관련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김성훈에게 다른 방법을 알아보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의사가 서울로 와서 혈액 검사를 해줄 수는 없는지 말이다.병실로 돌아온 윤혜인은 이준혁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보살폈다.저녁이 되자 그녀는 따듯한 수건으로 얼굴을 간단하게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손에 든 수건으로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을 조심조심 닦아주었다.지금까지 이준혁의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뜯어본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속눈썹이 매우 길었다. 하여 매번 사람을 쳐다볼 때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오뚝한 콧날과 조각 같은 이목구비, 이 남자는 정말 못생긴 데가 없었다.윤혜인은 수건으로 이준혁의 입술을 천천히 닦아줬다. 입술이 얇으면 정이 없다는데 이준혁은 예외였다. 그녀를 향한 애정 공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었다.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였다.“이런 바보...”...소원은 일을 끝내자마자 육경한의 별장으로 향했다.여기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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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육경한은 원래도 의심이 많았는데 지금 이 말은 이미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화들짝 놀란 소원이 멍한 표정으로 당황함을 감추려 했다.육경한을 쳐다보는 소원의 눈매는 항상 매서웠고 이렇게 억울한 눈빛은 처음이었다. 등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는 지금 소원은 왠지 모르게 청순하고 매혹적이었다.육경한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소원에 대한 갈망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눈빛...’소원은 저 휠체어만 아니었다면 이미 그는 그녀위로 올라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소원이 눈을 부릅떴다.“왜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요.”이렇게 말하며 지퍼를 올리려 했지만 중간에 걸려버린 지퍼는 올라가지 않았다.방법이 없었던 소원은 하는 수 없이 잠옷을 목에 둘렀다.감추려 할수록 드러나는 소원의 행동에 육경한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남의 방이라니?”육경한이 휠체어를 돌려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더니 소원 앞에 멈췄다.“여기 내 것이 아닌 게 어디 있어?”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있었다. 뜻인즉 그녀가 그의 소유물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말로 지기 싫었던 소원은 빨간 입술로 비아냥댔다.“대표님, 망상도 병이에요. 얼른 치료받아요.”육경한은 딱히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승리를 거머쥔 듯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그는 어정쩡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정말 내가 안 도와줘도 돼?”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였다.육경한은 소원이 무슨 말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나왔다.“괜찮아요.”소원이 이를 악물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당장 나가요. 샤워할 거예요.”“같이 할까?”육경한이 말했다.“...”소원은 할 말을 잃었다. 낯짝이 저 정도로 두꺼운 사람은 처음이었다.“대표님, 저 좀 존중해주실래요? 다친 곳이 이젠 거의 다 나았나 봐요?”소원은 차가운 말투로 그가 저번에 스킨십하려 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육경한은 오늘 예상외로 인내심이 좋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기다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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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화들짝 놀란 소원이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호들갑을 떠는 소원의 모습에 육경한이 덤덤하게 말했다.“정신을 어디 팔고 있는 거야.”소원은 그런 육경한을 심사하는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봤다.‘뭘 알고 하는 소리야, 아니면 그냥 해보는 소리야...’소원은 육경한이 그녀의 몸에 레이다라도 달아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온몸으로 경계했다. 그녀는 지금 육경한에게 의심 외의 다른 감정은 없었다.정말 너무 웃픈 상황이었다.어떤 때는 육경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런 간첩을 옆에 두고 있는 건지 말이다.‘정말 그냥 정신병자인가?’소원이 멍때리고 있는데 육경한은 이미 입고 있던 실크 잠옷을 벗고 튼실한 가슴 근육을 훤히 들어냈다. 정신을 차린 소원이 이 광경을 보고는 눈을 가리며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 하는 거야?”“샤워하지.”육경한이 말했다.소원이 짜증스럽게 말했다.“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육경한은 소원이 행동이 그저 웃기기만 했다.몸을 닦아준지도 며칠째인데 지금 눈을 가리는 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육경한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나는 샤워할 때 옷 입는 습관 없어.”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누워서 그냥 닦아주는 대로 가만히 있을 때는 해부학 시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멀쩡하게 욕조에 들어가 누우면 상황이 달랐다.소원이 미간을 찌푸렸다.“혼자 일어날 수 있으면 혼자 씻을 수 있다는 거 아니야?”육경한은 동문서답이었다.“뭐야? 내 몸 보면 아직도 쑥스러워?”소원이 얼른 반박했다.“그럴 리가.”말하다 보니 약이 올랐다.“일어나 걸을 수 있는 거 보면 내 임무도 끝난 거지. 내일 바로 집에 갈 거야.”육경한이 덤덤하게 말했다.“상처가 아직 덜 나았는데.”“덜 낫긴 뭘 덜 나아. 지팡이 짚고 걸을 수 있잖아.”소원이 말했다.육경한이 그런 그녀를 보며 비꼬았다.“지팡이 짚고 걸어야 한다는 걸 아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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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소원이 심호흡했다. 목 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얼른 타올을 한 장 꺼내 육경한의 뒤로 걸어가 타올을 둘러줬다.손가락이 의도치 않게 육경한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탄탄한 근육과 뜨거운 온도가 느껴졌다. 마치 손난로 같았다.타올을 두른 소원은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시작해 볼까요?”육경한이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미끄럼방지 매트를 밟고 욕조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바늘로 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소원은 육경한의 어깨를 아래로 꾹 누르며 열정적으로 말했다.“이제 씻어요. 의사가 물이 따듯하면 건강에 좋다고 했어요.”육경한의 미간이 천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따듯하면 몸에 좋다니, 욕조에 담긴 물은 따뜻한 게 아니라 뜨거웠다. 찬물을 아예 섞지 않은 것 같았다.‘소원 너 정말.’소원은 육경한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힘겨루기에서 이겼다는 성취감을 느꼈다.하여 덤덤하게 되물었다.“왜요? 성에 안 차요?”소원은 약을 올리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었다.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았지만 육경한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찬물을 넣지 않은 것 육경한의 병이 채 낫지 않았기 때문이다. 찬물에 샤워했다가 열이 나서 상처가 덧나기라도 하면 다시 잡혀서 보살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뭘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냥 샤워를 도와주기는 싫고 억울해 뜨거운 물을 받아 골탕 먹일 생각이었다.어차피 화상 입을 온도는 아니었고 조금 괴롭다가 말 것이다.욕조가 커서 온도가 잘 빠지기도 했고 말하면서 시간을 잡아먹었기에 지금 욕조 물의 온도는 겨우 70, 80도 좌우였다.육경한은 정말 참을성이 좋았다. 물이 너무 뜨거워 온몸이 빨개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차지. 네가 직접 받은 물인데 안 찰 게 뭐가 더 있겠어?”육경한은 덤덤한 말투로 말하긴 했지만 상처에 난 살은 새살이었기에 뜨거운 물을 만나면 간질거렸고 이에 바짝 약이 오른 육경한은 뭔가를 막 잡아 뜯고 싶은 생각이었다.그는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팔을 내밀어 불난 집에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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