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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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원지민이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기억해. 너는 영원히 내 발치만 맴도는 개 같은 존재야. 내 개가 됐으면 영원히 주인 말을 잘 들어야겠지? 네 주장이나 생각 같은 건 있어서는 안 돼. 알아들어?”임호는 입이 피투성이라 말하는 것도 아팠다. 그래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네, 아가씨.”원지민은 뭐나 생각난 듯 차갑게 물었다.“임세희 쪽은 가서 알아봤어?”“알아봤습니다. 아직 안에서 치료받는 중입니다. 다음 달 판결 예정이라고 합니다.”원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입막음은 잘 해뒀지?”“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예 혀를 잘라버렸는데 혼비백산해서 이미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입니다.”임호는 병원에서 선수를 쳤다. 야밤에 병원으로 잠입해 임세희의 혀를 자르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혼비백산한 임세희는 당장에 바지에 실수하더니 완전히 미쳐버렸다.정말 미친 거라면 임세희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걸 빌미로 며칠 더 살다 죽을 수 있으니 말이다.원지민은 임세희의 처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뒤처리만 깔끔히 하면 된다는 취지였다.사실 원지민도 아직은 임세희가 죽는 게 싫었다. 죽기 전에 한 번 더 이용할 셈이었기 때문이다.임세희는 죽음도 가치 있는 죽음이어야 했다.원지민은 임호의 손을 야무지게 지르밟더니 욕설을 퍼부었다.“꺼져.”임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이런 대우를 받고도 눈빛은 여전히 미련 가득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굽신거리며 방에서 나갔다.원지민은 임호의 충심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아니면 시중들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임호는 생긴 것도 꽤 잘생겼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그는 준수하면서도 튼튼해 보였고 짐승미가 다분한 터프가이 같았다.신분만 바꾼다면 원지민도 그를 거들떠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호는 비천한 신분을 가졌기에 시중을 드는 데에만 만족해야 했다.원지민은 거울 앞으로 걸어가 옷을 천천히 들어 올리고는 하얀 뱃가죽을 내려다보았다.만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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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아주 예의 바른 볼 키스였기에 사실 정상이었다. 외국에서는 흔한 인사였다.하지만 윤혜인이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곽아름의 볼을 꼬집으며 이준혁의 품에서 내렸다.“엄마가 안 아프다고 했잖아. 얼른 손 씻고 와서 아침 먹어야지.”곽아름은 살짝 실망했지만 이준혁과 같이 밥 먹는다는 생각에 그래도 기뻤다.하여 잽싸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엄마.”곽아름이 자리를 비우자 윤혜인이 얼굴을 굳히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이준혁 씨, 도대체 뭐 하자는 거죠?”윤혜인이 내비치는 거리감과 적대감에 이준혁은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아파져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름이랑 아침 먹고 싶어서.”윤혜인은 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이준혁이 찾아온 목적은 얼굴에 쓰여있을 만큼 선명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곽아름을 핑계 삼아 그녀에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윤혜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저 준혁 씨가 아름이의 상 하굣길에 동행하는 것만 동의했을 뿐이지 우리 생활까지 공유하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우리라는 단어에는 이준혁을 아예 포함하지 않고 있었다.이준혁은 목구멍이 막혀왔지만 진심으로 말했다.“혜인아, 난 정말 그냥 아름이랑 더 같이 있고 싶을 뿐이야. 이미 5년이라는 시간을 놓쳐버려서 더는 한 순간도 낭비하기가 싫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으니까 아름이 자주 보게 해줘.”당연히 곽아름뿐만 아니라 윤혜인도 보고 싶었다.하지만 이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 한걸음 가까워졌는데 다시 망칠 수는 없었다.만약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윤혜인은 곽아름도 만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에 이준혁도 곽아름을 뺏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윤혜인도 부녀의 만남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이준혁은 꼴 보기 싫었지만 곽아름이 실망하는 것도 싫었다.잠깐 고민하던 윤혜인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밥 먹고 얼른 가요.”이준혁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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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곽아름은 이준혁이 단팥 호빵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직접 조금 나눠서 주었다.하지만 뜨거운 단팥이 손등까지 흘러내려 뜨거웠던 곽아름은 손에 들었던 호빵을 이준혁에게 던지고 말았다.이준혁은 더럽혀진 옷은 상관도 하지 않고 한 손으로 곽아름을 안고 다급하게 물었다.“데었어?”이준혁의 생각은 윤혜인과 같았다. 윤혜인도 첫 반응이 곽아름의 손을 살피는 것이었다.“아름아…”다급해진 윤혜인이 곽아름을 안으려 했지만 이준혁이 한발 빨리 곽아름을 안고 싱크대로 향해 차가운 물로 씻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몸에 묻은 단팥이 곽아름에게 묻지 않게 조심했다.손을 씻고 나니 홍 아줌마가 화상 연고를 가져왔다.“제가 할게요.”홍 아줌마가 곽아름을 안아가려는데 이준혁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연고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이리 주세요.”윤혜인은 이준혁이 발라주는 게 신경 쓰여 홍 아줌마에게 이렇게 말했다.“나한테 줘요.”홍 아줌마는 화상 연고를 윤혜인에게 건네주었다. 이준혁은 곽아름을 안아 다리 위에 앉혔고 윤혜인은 쪼그리고 앉아 곽아름에게 약을 발라주었다.약을 바르는데 윤혜인의 팔이 이따금 남자의 바지를 스쳤지만 윤혜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이준혁은 까만 눈동자를 아래로 늘어트린 채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 평화롭게 윤혜인과 지낸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늦게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제일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심을 듬뿍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 곽아름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아빠, 아름이 안 아파요.”제때 처리한 덕분에 곽아름의 손등은 별 영향이 없어 보였다. 그제야 두 사람은 한시름 놓았다.홍 아줌마가 얼른 곽아름을 안아가더니 이준혁에게 말했다.“대표님,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세요.”이준혁의 옷을 힐끔 살펴보니 더는 입지 못할 것 같았다.얼마냐고 변상해 주겠다고 하려는데 곽아름이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가 외삼촌 주려고 만든 옷이 위층에 있는데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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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순간 윤혜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화가 나서인지 더워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윤혜인은 숨을 꾹 참으며 덤덤하게 말했다.“나가 있을게요.”윤혜인은 이준혁과 부딪칠까 봐 몸을 최대한 옆으로 틀고 지나가다가 거기 놓아둔 작은 걸상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이제 옷장 문에 쓰러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윤혜인은 눈을 감고 낮게 비명을 질렀다.“아!”하지만 비명이 이내 신음이 되었다.이준혁이 잽싸게 팔을 내밀어 그녀를 건져냈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문제는 윤혜인의 얼굴이 이준혁의 튼튼한 가슴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입술이 닿지 말아야 할 곳에 닿았다는 것이다.“흡.”이준혁이 숨을 들이마셨다. 끓어오르는 욕구에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분위기가 갑자기 어색해졌다.엎드려 있던 윤혜인은 바로 이준혁의 몸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순간 윤혜인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이때 밖에서 홍 아줌마가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괜찮아요?”장난감을 가지러 올라왔다가 둔탁한 소리를 듣고는 걱정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홍 아줌마는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아가씨, 안에 계세요? 저 들어갑니다…”윤혜인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이 장면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윤혜인은 이준혁의 가슴을 짚고 일어나다가 이준혁의 중요 부위를 살짝 건드렸다. 이에 이준혁이 신음하더니 윤혜인의 발목을 움켜잡고는 하얘진 얼굴로 말했다.“나 고자 만들고 싶어?”윤혜인은 그제야 자기가 어디를 걷어찼는지 알았다. 이에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그때 탈칵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윤혜인이 눈을 부릅뜨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이거 놔…”‘요’라는 말을 내뱉기도 전에 이준혁이 갑자기 손을 뻗어 윤혜인의 허리를 감싸더니 옷장으로 숨어들었다.문이 열림과 동시에 옷장 문도 따라서 닫혔다.옷장은 컸지만 두 사람이 들어가니 갑자기 비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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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윤혜인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준혁을 노려보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함부로 만지지 마요.”이준혁은 아무 말 없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지금 홍 아줌마가 더 있다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윤혜인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당연히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키스도 하고 싶고 다른 것도 하고 싶었다.하지만 윤혜인이 화낼까 봐, 다시는 다가가지 못하게 할까 봐 무서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이준혁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윤혜인은 발가벗겨진 사람처럼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드디어 홍 아줌마가 방에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윤혜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가려고 했다.옷장 문을 밀고 나가려는데 밖에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청소기 소리였다. 알고 보니 홍 아줌마가 도우미에게 바닥 좀 닦으라고 시켰던 것이다.이준혁이 윤혜인을 끌어당겼다. 그러다 손에 뭔가 말캉한 게 잡히길래 그대로 잡았다.순간 꾹꾹 눌러 담았던 욕구가 다시 활활 불타올랐다.사랑을 나누었던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이준혁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는 욕정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키스해도 돼?”옷장 안은 공기가 희박했기에 윤혜인의 머리도 점점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지는 것 같았고 이준혁이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오랫동안 탐냈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윤혜인이 두 손으로 힘껏 그를 밀쳐냈다. 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윤혜인의 두 팔목을 꽉 붙잡더니 옷장 문에 꾹 눌렀다. 쾅 하는 소리가 마침 청소기 소리에 가려졌다.다급해진 윤혜인이 욕하려고 입을 벌린 게 오히려 이준혁에겐 더 안쪽으로 파고들 기회가 되었다. 그의 긴 혀는 윤혜인의 혀에 닿자마자 거침없이 공략을 이어갔다.윤혜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속으로는 온갖 욕을 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준혁의 저돌적인 키스에 생각과는 다르게 신음했다.화가 나 미칠 지경인 윤혜인은 이준혁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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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드러나는 윤혜인의 진심에 이준혁은 다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더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혜인아. 너를 잃은 5년간 나는 일분일초를 고통 속에서 살았어. 정말 많이 후회했다고...”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 안겨 있어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말투에서 그의 비굴함과 후회를 느낄 수 있었다.비굴함은 늘 윤혜인의 몫이었는데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다. 그렇다 해도 윤혜인은 전혀 통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괴롭기만 했다.실망으로 무너져 폐허가 된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감동할 수가 없었다.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마치 예전에 그가 그녀를 그렇게 대했듯이 말이다.이준혁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낮은 소리로 애원했다.“혜인아.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 우리 식구 셋이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 안긴 채 발버둥 치지도 반항하지도 않았다.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었다.마치 차갑디차가운 동상처럼 온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이준혁도 이를 느끼고 체온으로 그녀를 녹여주고 싶은 생각에 더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준혁은 몰랐다. 윤혜인이 차가운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한번 처절하게 냉대받은 마음은 다시 뜨거워지기 힘들었다.이준혁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혜인아. 다시는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윤혜인은 목구멍이 메어왔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얼른 손바닥을 꽉 꼬집었다.‘약속? 허허.’전에도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하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을까?윤혜인은 바보같이 그 약속을 믿었다.하지만 외할머니의 병세가 위급할 때 그는 매정하게 그녀를 버렸다.그리고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가 나타나 그녀와 아이를 구해주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다.이준혁에게 최우선은 늘 그녀가 아니었다.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힘껏 그를 밀쳐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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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전에는 이준혁을 계속 삼촌이라고 지칭하던 윤혜인도 상황이 급해지자 곽아름을 따라 이준혁을 아빠라고 불렀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다.곽아름이 눈물이 맺힌 큰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며 울먹였다.“엄마, 아름이 말 잘 들을 테니까 꼭 아빠 살려줘야 해요. 네?”윤혜인이 말했다.“응, 아빠 아무 일도 없을 거야.”홍 아줌마가 곽아름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윤혜인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계속 위층으로 올라갔다.바닥에 쓰러진 이준혁은 창백한 얼굴로 입가에 피를 흥건히 묻힌 채 미동도 없었다.순간 윤혜인은 머리가 윙 해지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어쩔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규남 아저씨가 사람을 데리고 올라왔다. 아마도 규남 아저씨가 주훈을 부른 것 같았다.주훈은 바닥에 쓰러진 이준혁을 보며 얼른 그쪽으로 뛰어가 무릎을 꿇은 채 불렀다.“대표님.”이준혁이 아무 반응도 없자 주훈은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훈은 과감하게 이준혁을 업고 아래로 향했다.윤혜인도 따라서 내려가 주훈과 함께 이준혁을 뒷좌석에 태웠다. 하지만 윤혜인의 걸음은 거기서 멈췄다.주훈은 윤혜인을 보며 애원했다.“사모님, 같이 가시죠.”윤혜인은 눈이 시려왔지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가려고 발이 움찔거렸지만 윤혜인은 끝내 그 충동을 참았다.“저는 여기까지만 할게요.”윤혜인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주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사모님, 사실 대표님은...”윤혜인이 주훈의 말을 잘라버리더니 당부했다.“얼른 가봐요.”주훈은 하마터면 이준혁의 경고를 잊고 주사기에 관한 일을 털어놓을 뻔했다.시간이 없는지라 주훈은 입만 뻐끔거리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집을 빠져나갔다.차가 멀어지는 걸 보고 윤혜인은 문틀에 기댄 채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치 북극에라도 떨어진 듯 너무 추워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툭.뜨거운 눈물이 손등에 떨어졌다.윤혜인은 그 눈물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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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원지민은 도도한 표정으로 자기의 명분을 뽐내는 듯 이렇게 물었다.윤혜인이 다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원지민의 태도에 속아 넘어갔을 수도 있다.윤혜인은 그런 원지민을 가볍게 무시하고 문을 열려는데 원지민이 이를 막았다. 원지민은 매서운 눈빛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인제 그만 돌아가요. 준혁이는 약혼녀인 내가 보살피면 돼요. 병문안은 사절할게요.”윤혜인은 우쭐대는 원지민이 우스울 따름이었다.원지민이 임세희보다는 한 수 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임세희와 도긴개긴인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헛소리를 늘어놓기 좋아하는 작자들이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원지민의 헛소리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냥 이준혁의 상황을 확인하러 온 것일 뿐 괜찮다는 것만 알면 바로 돌아갈 생각이었다.윤혜인의 집에서 쓰러졌으니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마음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윤혜인은 원지민의 거짓말을 까밝히기 귀찮아 차갑게 쏘아보며 말했다.“좀 비켜줄래요?”“어떻게 그렇게 뻔뻔해요?”대인배인 척은 더는 힘들었던 원지민이 바로 비아냥댔다.“왜 멀쩡한 사람이 세컨드를 하려고 그래요?”원지민은 윤혜인과 신경전을 벌인 적만 몇 번이었기에 윤혜인이 ‘세컨드’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알고 있었다.하여 그 말을 빌려 알아서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도 덤덤했고 심지어 가벼운 미소까지 지었다.“원지민 씨, 혼자서 단 약혼녀 명분 이준혁 씨는 인정하던가요?”원지민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당연하죠. 우리가 커플이라는 거 모를 사람 없어요. 헛소리로 이간질할 생각하지 마요.”윤혜인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몰랐네요. 아니면 지금 들어가서 물어볼래요?”윤혜인이 원지민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근데 원지민 씨 그럴 담은 있어요?”“나는.”원지민의 표정이 굳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혜인이 문고리에 손을 올리더니 덤덤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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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네?”윤혜인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이준혁에게 배다른 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면 그 동생이라는 사람이 바로 숨겨둔 자식 아닌가?원지민은 그제야 입지를 되찾았다는 듯 우쭐거리며 말했다.“그러니 확실히 말해둘게요. 우린 무조건 결혼할 거예요. 왜냐하면 준혁이는 내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나서야 원지민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돈도 없고 출신도 별로인 윤혜인이 자기와 남자를 뺏는다는 건 정말 허황한 꿈이라고 생각했다.원지민은 그런 윤혜인이 하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조금 있다 아주머니 오실 거니까 지금 얼른 가는 게 좋을 거예요. 아주머니는 윤혜인 씨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 하거든요.”문고리에 올려둔 윤혜인의 손이 멈칫했다.아까 너무 급한 나머지 그녀를 힘들게 했던 사람과 일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문현미와 이천수,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윤혜인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이 문을 열고 확인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렇다고 이준혁과 이어질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윤혜인은 그저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준혁이 나타나서 그 소중한 평온함을 산산이 조각냈다.다시는 그렇게 난감한 처지에 놓이고 싶지 않았다.앞이 보이지 않는 일은 지금이라도 끊어내는 게 맞다. 그냥 이준혁이 무사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원지민은 윤혜인의 어여쁜 얼굴을 보며 확 긁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아냈다. 그러더니 이내 이렇게 경고했다.“앞으로 더는 준혁이 찾아오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는 사이에요.”윤혜인은 원지민의 말을 듣고도 전혀 슬프지 않아 덤덤하게 말했다.“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길 바라요. 헛수고가 아니길 빌게요.”윤혜인이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원지민의 표정이 굳더니 씩씩거리며 윤혜인을 불러세웠다.“거기 서요. 그 말 무슨 뜻이에요?”“아직도 모르겠어요?윤혜인이 입꼬리를 당기더니 이렇게 말했다.“설마 이준혁이 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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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VIP 병실.문이 열리자 이준혁은 희망찬 눈빛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마치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들어온 사람을 확인한 이준혁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준혁아, 왜 그래?”원지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눈빛에서 걱정이 철철 흘러넘쳤다.“어떻게 들어왔어?”이준혁은 커다란 체구를 침대 머리에 기대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쉽게 다가가지 못할 거리감이 느껴졌다.원지민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이준혁이 캐물었다.“내가 여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안 거야?”이준혁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원지민을 바라보며 의심했다. 마치 그녀가 도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가슴이 철렁한 원지민이 설명했다.“준혁아, 잊었어? 우리 아빠도 여기 계시잖아. 아래에 잠깐 내려갔다가 주훈 씨가 있길래 혹시나 너한테 무슨 일 생긴 게 아닌가 해서 와봤어.”이준혁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원지민은 난감한게 뭔지 모르는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침대 가에 자리를 잡았다.“준혁아, 어쩌다가 쓰러진 거야? 무슨 일 있었어?”원지민이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어 이준혁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다.이준혁의 미간이 순간 구겨지더니 그런 원지민이 역겹다는 듯 몸을 크게 움직여 원지민의 손을 피했다.원지민의 표정이 그대로 굳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함을 쏟아냈다.“준혁아, 난 그냥... 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이준혁의 까만 보석 같은 눈동자는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내 그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원지민, 쇼하는 거 안 힘들어?:원지민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준혁아,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얘기해.”“원지민, 내가 전에 똑똑히 말했을 텐데. 네가 직접 공지 내서 우리 사이 잘 설명하라고. 업무 외에 불필요한 연락과 만남은 없었다고.”이준혁이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전처럼 가식적인 핑계를 대가며 놀리지 말아줄래?”원지민의 표정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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