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1150 챕터

제671화

육경한은 소원의 이마 라인을 따라 옆으로 슬쩍 움직이더니 뜨거운 숨결을 소원의 귓가에 불어넣었다.“나만 원한다면 못 할 건 없다는 거.”이렇게 말하면서도 육경한의 손을 쉴 틈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금단의 영역으로 들어갔다.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갑자기 들이닥친 육경한의 손짓에 소원은 온몸이 딱딱히게 굳었다. 화가 치밀어오른 소원은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그러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육경한의 턱을 꼬집었다.“내가 싫다고 했잖아. 육경한. 설마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건 아니지?”육경한의 어두운 눈동자가 소원의 파란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녀의 눈동자에서 역겨움과 차가움을 읽어낸 육경한이 순간 동작을 멈췄다.소원은 육경한의 얼굴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손 하나 까딱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할 거야.”계속 밀어붙일 줄 알았던 육경한이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지금 나 갖고 놀았네.”질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소이현은 육경한을 올려다보며 비웃었다.“갖고 놀면 안 돼? 싫으면 관두든지.”“아니.”육경한이 소원의 팔목을 잡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 하지만 다른 남자랑 노는 건 절대 안 돼.”소원이 웃으며 비아냥댔다.“육경한. 내가 누구랑 놀든 어떻게 놀든 내 자유야. 지금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말 하는데?”육경한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전에 한 짓만 봐도 그녀에게 이런 요구를 꺼낼 자격은 없었다.머리는 알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육경한이 소원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소원아.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나를 미워하면서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겠지. 근데 나도 한계라는 게 있어. 그 한계를 건들지는 마. 그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소원이 웃음을 터트렸다.“건드려봐야 알지. 네 한계가 어딘지, 날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 죽었다 살아난 내가 과연 네 한계를 무서워할 거라 생각해?”오만방자한 소원을 보며 육경한은 두손 두발 다 들었다.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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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윤혜인은 이준혁의 병실 앞에서 빙빙 돌았다.보디가드가 많아 뭔가 들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디가드가 교대를 서는 틈을 타 윤혜인이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다.다행히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있어 눈속임하기가 쉬웠다. 게다가 철저하게 이 병원의 간호사 명찰까지 만들어 달았다. 그러니 더 들키기 쉽지 않았다.윤혜인이 병실로 들어가 보니 이준혁은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에 채 내려가지 않은 멍 자국이 보였다.팔뚝에 난 작은 상처들은 붕대를 감지 않고 그저 물리 치료만 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깨에 난 상처는 옷에 가려져 있어도 불룩하게 올라온 게 붕대를 두껍게 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어깨에 난 상처도 그녀를 구하려다 다친 건데 그 뒤로 곽경천에게 두들겨 맞기까지 하면서 상처를 한 번 더 입다 보니 이렇게 심각한 상태가 된 것이다.이준혁은 잠을 자면서도 잔뜩 긴장한 상태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준혁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손가락이 이준혁의 미간에 닿은 순간 이준혁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눈을 번쩍 떴다.윤혜인은 그대로 얼어붙은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비몽사몽인 상태라 이준혁은 아직 눈앞이 흐릿했다. 그는 까만 눈동자로 앞에 있는 섬섬옥수를 바라보더니 덤덤하게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윤혜인은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찰싹.윤혜인이 이준혁의 이마를 내리쳤다. 그러자 정신을 번쩍 차린 이준혁이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윤혜인은 가슴이 벌렁거려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모, 모기 있어요.”“...”이준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기가 한 분장에 자신감이 넘쳤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알아챈 게 아닌지 의심 갈 정도였다.윤혜인이 메추리처럼 머리를 처박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푹 쉬세요. 저는 그만 나가볼게요.”생명의 위협이 없는 걸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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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윤혜인은 이준혁의 엄숙한 얼굴에 넋을 잃었다. 정말 온도 조절을 잘못했나 싶어 얼른 한입 마셔봤다.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온도가 맞춤한 게 딱 마시기 적절한 온도였다.윤혜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안 뜨거운데요.”“그래요?”이준혁의 눈빛이 짙어졌다.“그럼 한 번 더 마셔볼게요.”윤혜인이 물잔을 건넸다.이준혁도 이번엔 먹여달라고 하지 않고 물잔을 받아 가 한 모금 마셨다.윤혜인은 그제야 그 컵을 같이 사용했다는 걸 알아챘다. 지금 이준혁이 입을 댄 쪽도 그녀가 마신 쪽이었다.민망해진 윤혜인이 얼른 컵을 뺏으려 했다.“죄송해요. 이 컵...”이준혁이 다시 컵을 돌려줬다. 하지만 컵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참 너그럽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윤혜인은 이준혁이 신경 쓰지 않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컵을 내려놓고 나가려는데 이준혁이 다시 윤혜인의 팔목을 잡았다. 콕 움켜쥔 것이 마치 그녀가 도망갈까 봐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이준혁이 입을 열었다.“상처가 아픈데 혹시 덧난 게 아닌지 확인해 줄래요?”윤혜인은 그저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나가서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하지만 이준혁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억지를 부렸다.“지금 바로 봐줘요.”“...”윤혜인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혹시나 아프게 하면 어떡해요?”이준혁이 딱 잘라서 말했다.“괜찮아요.”윤혜인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결심한 듯했다. 그녀 때문에 입은 상처이니 봐주는 것도 맞다고 생각했다.윤혜인은 이준혁을 힐끔 쳐다봤다. 이준혁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싸움했다.그러다 이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옷 벗는 거 좀 도와줘요.”“네?”윤혜인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이준혁이 붕대를 칭칭 감은 오른손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보다시피 내가 직접 벗기엔 불편해서요.”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보고도 딱히 내키지는 않았다.그날 차에서는 긴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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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이준혁은 윤혜인의 손을 잡아 매끈한 근육 라인에 갖다 대더니 꾹 누르기까지 했다. 보들보들한 촉감에 뜨거운 온도까지 윤혜인의 손끝에 전해졌다.뜨거운 열기가 윤혜인의 얼굴까지 전해져 더 후끈 달아올랐다.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치골을 따라 점점 아래로 향했다.윤혜인이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손을 확 뺐다.뽀얀 얼굴에서 시작된 홍조가 귀와 목 끝까지 번졌다.‘지금 어딜 만지라는 거야! 변태! 정말 너무 저질이야!’이렇게 생각한 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변... 이런 변태...”목소리를 변조하는 것도 잊은 채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아까 뚫어져라 보길래 만지고 싶은 줄 알았죠.”“누가 만지고 싶대요? 변태 아니야! 당신! 내가 성추행으로 고소할 거야!”이준혁이 느긋하게 눈까풀을 올리더니 눈썹을 추켜세웠다.“그럼 나도 당신이 간호사로 위장했다고 신고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바락바락 성을 내던 윤혜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녀를 발견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말투를 보아하니 들어올 때부터 알아챈 것 같았다.=알고 보니 아까 시킨 일들은 전부 고의였다. 물 먹여 달라더니 뜨겁다면서 마셔보라고 했고 그녀가 마신 쪽으로 마신 것도 모자라 상처까지 살펴달라 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마스크를 벗기더니 볼을 살짝 꼬집으며 올려다봤다.“네가 거부기 등딱지 달고 온대도 나는 한눈에 알아볼 것 같은데.”그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눈을 뜨자마자 그리운 그녀를 만났다는 생각에 큰 만족감을 얻었다.윤혜인은 역시나 그렇게 쿨하지는 않았다. 아직 그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것 같았다.이렇게 결론을 내린 이준혁은 기분이 좋아졌다. 표정도 따라서 밝아졌고 빙산처럼 영원히 녹지 않을 것만 같던 얼굴도 부드러워졌다.“누가 거북이 등딱지 쓰고 온대요? 잘난 척은!”윤혜인이 이준혁의 손을 쳐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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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윤혜인은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아 물을 뜨러 가려는데 이준혁이 손목을 잡아당겼다.이준혁이 눈을 부릅뜨더니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이 간호사는 내 전용이야.”그 뜻인즉 원지민은 간호사에게 뭔가를 시킬 자격이 없다는 소리였다.잠깐 멈칫하던 원지민이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준혁아, 난 그냥 물을 마시고 싶었을 뿐이야.”하지만 이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네가 따라서 마셔.”“나는...”원지민은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힘들었지만 더는 물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한참 후 타협한 원지민이 입을 열었다.“됐어. 안 마실래.”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혜인은 원지민이 참 비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준혁은 그녀를 전혀 챙겨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윤혜인은 더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기 싫어 이렇게 말했다.“저 먼저 나가볼게요.”이준혁은 윤혜인을 순순히 돌려보낼 리가 없었다. 그는 주훈을 부르더니 데리고 나가라고 하며 한마디 덧붙였다.“데리고 가서 내가 먹을 탕 좀 끓여와.”주훈이 멈칫하더니 물었다.“대표님, 무슨 탕 드시고 싶으세요?”탕을 먹고 싶으면 셰프에게 부탁하면 되지 간호사에게 부탁하는 건 또 처음이었다.이준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난 저분이 끓인 탕만 마실 거야.”이준혁은 사실 탕을 마시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윤혜인을 옆에 남겨두고 싶은 것이었다.이준혁의 뜻을 바로 알아챈 주훈이 윤혜인을 데리고 탕을 끓이러 나갔다.윤혜인이 내키지 않아서 가버리려는데 주훈이 앞을 막았다. 아직 눈앞에 선 사람이 윤헤인인 줄 모르고 나지막한 소리로 부탁했다.“간호사님, 간호사님이 안 도와주시면 제가 난감해지니까 보내드리긴 힘들 것 같아요.”윤혜인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여기는 하나같이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탕을 마시고 싶으면 원지민이 가져온 탕을 마시면 될 일인데 말이다.이제 갈 수 없게 된 윤혜인은 예쁜 눈을 깜빡이며 주훈에게 물었다.“식자재는 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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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원지민은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애원했다.“나는... 그러기 싫어...”이준혁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민아, 이 문제를 너랑 토론하려는 게 아니야.”원지민의 눈에 차오른 감정을 확인한 이준혁은 더는 역겨움을 숨기지 못하고 또박또박 말했다.“공지 내보내고 더는 이상한 소문 없었으면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원지민이 눈물을 뚝뚝 떨궜다. 더는 마음속의 그 감정을 숨길 데가 없었다.“준혁아...”원지민이 흥분하며 이준혁의 침대 앞에 반쯤 꿇은 채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나한테 이러면 안 돼. 그때 우리 집안에서 너를 어떻게 도와줬는지 다 잊은 거야?”원지민이 처량한 모습으로 울먹이며 말했다.“준혁아, 설마 지금 토사구팽하려는 거야?”원지민이 기선제압을 위해 여론으로 그를 압박했다.이런 기사가 나기라도 하면 이준혁은 바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부두 비축 공사, 근교 중심에 있는 땅, 원더랜드, 클라우드 빌리지...”이준혁이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원씨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가져갔는지 내가 일일이 다 설명해 줘야 해?”이준혁은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원지민의 얼굴을 무시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그때 내가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이씨 가문과 원씨 가문이 정략결혼 한다는 소문, 아저씨랑 너, 그리고 우리 엄마랑 같이 토론해서 낸 아이디어지?”“처음부터 우리는 이익으로 뭉친 사이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협력이었지. 근데 그거를 토사구팽이라고 한다고? 주훈한테 자료 한 장 더 만들어서 남청 원씨 가문이 어떻게 서울에서 자리 잡았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줄까?”이준혁은 냉정하다 못해 잔인한 정도였다. 원씨 집안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얻게 되었는지 조목조목 논리정연하게 다 말해주었다.그 어떤 프로젝트를 꺼내보든 몇천억은 넘는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토사구팽이라니 정말 우스울 따름이었다.도대체 누가 누구의 피를 빨아먹었는지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원지민은 유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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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원지민의 말에 이준혁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이준혁도 3일을 더 못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원지민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면 제일 좋았다. 이준혁은 원씨 가문과 이씨 가문의 불화설이 도는 게 싫었다.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많았기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소식이 들리면 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그럼 휴식에 방해되지 않게 먼저 갈게.”원지민이 억지로 웃어 보이더니 가방을 메고 병실을 나서려 했다.“잠깐만.”이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응?”원지민이 걸음을 멈추더니 희망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준혁이 침대맡에 놓인 도시락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가져가.”원지민의 표정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점점 삐져나오고 있었다.원지민은 고개를 숙인 채 일그러진 표정으로 흐느꼈다.“준혁아, 너는 왜 항상 나한테만 그렇게 잔인해?”원지민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말했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했다.분명 이준혁의 옆을 5년 동안 지킨 사람은 그녀였다. 옆에서 이준혁에게 힘껏 서포트하며 무조건 기여했다.하지만 결국 돌아온 대답은 도시락마저 가지고 나가라는 말뿐이었다.이 탕은 원지민이 꼬박 8시간을 공들여 푹 고아 온 것이었다.그런데 이준혁은 간호사가 만든 탕은 마시면서 그녀가 끓인 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원지민은 이게 다 죽다 살아난 그 여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다른 남자와 아이까지 낳은 과부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지민은 윤혜인이 예쁜 얼굴만 믿고 주제도 모르고 남자들만 꼬시고 다닌다고 생각했다.원지민은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그냥 그녀가 슬퍼한다는 것만 알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는 건 보아내지 못했다.이준혁이 무표정으로 말했다.“사실 너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만약 네가 내게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걸 내가 알았다면 내가 원씨 가문과 손잡을 일도 없었을 거라고.”원지민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러더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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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이 모든 게 다 원지민의 허황한 꿈이었다.기껏해야 비서 정도 되는 업무였지만 그녀는 이를 없어서는 안 되는 보살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점점 미쳐갔고 빠져 들어갔다.원지만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있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준혁에게 원지민은 특별했던 적이 없었다.이준혁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혹시나 윤혜인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더는 원지민과 입씨름하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이제 가.”원지민은 늘 자랑스럽게 여기던 무언가가 짓밟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너무 슬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도시락을 꽉 움켜쥔 채 잽싸게 병실에서 달려 나와 이미지 관리는 포기한 채 정신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다 하마터면 탕을 들고 들어오는 윤혜인과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윤혜인이 제때 피했지만 그래도 바닥에 조금 흘리게 되었고 덕분에 발까지 조금 데었다.원지민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윤혜인에게 화풀이했다.“눈을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거예요?”이렇게 말하고는 얼른 도망가려는데 윤혜인에게 잡히고 말았다.윤혜인은 원지민을 보고도 한치의 두려움도 없이 입을 열었다.“사과해요.”사람을 치고도 이렇게 당당하다니.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이준혁에게 푸대접을 받고 나온 것도 분한데 눈에 뵈는 게 없는 간호사가 지금 사과하라고 길을 막고 있다.원지민은 겉보기엔 온화했지만 성질을 부리면 말릴 자가 없었다.“당신이 뭔데요?”원지민이 이렇게 말하며 바로 손을 날렸다. 하지만 윤혜인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누군가 무쇠 같은 팔로 원지민의 두 손을 단번에 낚아챘다.고개를 돌려보니 이준혁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그러다 이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원지민이 부딪치며 나동그라졌다. 원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준혁을 올려다봤다. 알지도 못하는 간호사를 위해 그녀를 이렇게 천대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준혁은 그런 원지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윤혜인의 빨개진 손가락을 보며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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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원지민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딘데요?”상대방이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금란 뒷골목이요.”원지민의 표정이 굳었다. 그곳은 원지민도 들어본 적이 있다. 좋지 않은 골목이었고 일반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이준혁이 이 정도로 매정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한때 이준혁의 첫사랑이었는데 말이다.상대가 물었다.“아가씨, 임세희 씨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구할까요?”원지민이 웃으며 말했다.“구해요. 치료만 해주면 더는 상관할 필요 없어요.”“네, 아가씨.”원지민이 전화를 끊더니 손톱이 살을 뚫고 들어갈 만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눈동자에 깃든 매섭고 음침한 기운이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그런 곳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딱히 원지민이 시키지 않아도 생각보다 더 미친 사람처럼 나올 수도 있다....금란 뒷골목.규칙이란 통하지 않는 회색 지대.쓰레기통 옆에 까맣고 기다란 어떤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발이 그래도 하얘서 말이지 아니면 이게 사람이라는 걸 누구도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지저분했다. 여러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제일 기본인 속옷도 없어 보였다.임세희는 고열을 앓은 지 오래되어 의식도 흐릿한 상태였다. 최근 두 날은 그녀의 인생에서 제일 암울하고 제일 긴 이틀이 될 것이다. 정신 병원에 있을 때보다 더 끔찍한 이틀이었다.여기는 점잖은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같이 욕구를 충족시키러 온 짐승들이었다.이준혁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냥 그녀를 금란 뒷골목에 던져 버렸을 뿐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임세희가 알아서 떠나면 된다.하지만 자체 제작 ‘음료수’를 마신 몸은 급히 해소할 구멍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로 떠날 수가 없었다.처음에 만난 남자는 사실 임세희가 원해서 만난 것이었다. 마음이 착잡하고 공허해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임세희는 차에서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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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쾅!임세희는 남자에게 또 한 번 걷어차였다.“아악!”임세희가 바닥에 쓰러진 채 배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행색이 지저분한 남자가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개처럼 달려들어서 마신 거잖아. 그래 놓고 나를 원망해?”그 남자가 일행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너도 와서 물 좀 빼. 그래야 이 년이 실컷 마실 거 아니야.”일행이 얍삽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있지. 있지. 당연히 있지.”쪼르륵하는 물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이내 임세희의 때 묻은 얼굴을 씻어줬다.남자는 갑자기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헤헤 웃으며 말했다.“오? 이렇게 보니 꽤 예쁘장하게 생겼다?”임세희의 얼굴은 전에 수억을 들여서 관리를 받은 얼굴이었다.아무리 여기서 이틀간 수모를 당했다 해도 피부는 아직 탱글탱글 촉촉한 상태였다.남자는 음침한 눈빛으로 일행에게 말했다.“아직 물 덜 뺀 사람 있어? 거기도 씻어줘야지...”“물은 다 뺐는데...”일행이 손에든 술병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임세희는 그들의 의도를 눈치채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건드리지 마!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임세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려 했지만 머리채를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찰싹.남자가 사정없이 임세희의 싸대기를 후려쳤다.순간 볼이 얼얼해지면서 머리가 윙 했다.이내 두 손을 바꿔가며 수십 대를 더 때리고 나서야 남자들은 그만뒀다.그러더니 마치 짐짝을 내다 버리듯 임세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젠장, 더 지랄해 봐!”일행이 재촉했다.“할 거면 빨리 하자. 나 다른 애랑 약속 잡았단 말이야. 속전속결하자...”두 사람은 마치 말이라도 맞춘 듯 일제히 임세희를 향해 다가갔다.“아아악!”뒷골목에 임세희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남자는 그런 임세희가 성가셨는지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서 임세희의 입에 밀어 넣었다.“닥쳐! 빌어먹을 년! 여기까지 와서 원하는 게 이거 아니야? 청순한 척은 혼자 다 하고 있어!”“흑흑...”임세희의 처절하게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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