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한이 아무리 침착하게 말하려 해도 소원은 그 속에서 다가오는 폭풍을 느낄 수 있었다.소원의 붉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육 대표님, 분별 있는 사람은 이런 시간에 전화해서 남의 일을 방해하지 않습니다.”“내가 분별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비록 병약해 보였지만, 육경한의 목소리 속 권위감과 잔혹함은 여전히 가볍게 볼 수 없었다.“대표님 전에는 EQ가 높아서 여자를 되게 잘 달래줬던 것 같은데. 왜, 나이를 먹을수록 퇴화하는 것 같아요? 이제 그런 것도 이해 못 하는 겁니까?”“소원!”육경한의 인내심은 한계가 있었다. 그는 몇 초도 참지 못하고 어금니로 혀끝을 물며 말했다.“지금, 당장 나와!”그녀가 자신을 놀리든 조롱하든 상관없었다.하지만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소원은 그의 말투에서 상황을 파악했다.‘날 따라온 건가? 내가 현재랑 호텔에 온 걸 알고 있는 거야.’이윽고 소원이 미소를 씩 짓자 그녀의 긴 속눈썹이 떨렸다.“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안 입고 있어서 나갈 수가 없어요.”그 말에 전화기 너머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심지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통화 중이라는 표시가 아니었다면 소원은 그가 전화를 끊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소원은 냉소를 짓고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이내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원, 너 내 화 돋우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떨리는 입술로 내뱉은 육경한의 그 말은 마치 애원하는 듯했다.“그런 거라면 성공했어, 나 정말 화났어. 내 오장육부가 다 아플 정도로. 제발, 내려와 줄래?”단순히 오장육부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숨을 쉴 때마다 칼이 가슴에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가 자신을 무릎 꿇게 만들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여전히 어둠이 깔릴 때까지 무릎을 꿇고 버텼다.그의 상태가 심각해져 거의 죽기 직전에도, 소종은 그녀를 불러올 수 없었다.이 모든 것이 명확하게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육경한이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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