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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원지민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딘데요?”

상대방이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금란 뒷골목이요.”

원지민의 표정이 굳었다. 그곳은 원지민도 들어본 적이 있다. 좋지 않은 골목이었고 일반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

이준혁이 이 정도로 매정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한때 이준혁의 첫사랑이었는데 말이다.

상대가 물었다.

“아가씨, 임세희 씨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구할까요?”

원지민이 웃으며 말했다.

“구해요. 치료만 해주면 더는 상관할 필요 없어요.”

“네, 아가씨.”

원지민이 전화를 끊더니 손톱이 살을 뚫고 들어갈 만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눈동자에 깃든 매섭고 음침한 기운이 사람을 소름 돋게 했다.

그런 곳에서도 살아남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딱히 원지민이 시키지 않아도 생각보다 더 미친 사람처럼 나올 수도 있다.

...

금란 뒷골목.

규칙이란 통하지 않는 회색 지대.

쓰레기통 옆에 까맣고 기다란 어떤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발이 그래도 하얘서 말이지 아니면 이게 사람이라는 걸 누구도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지저분했다. 여러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제일 기본인 속옷도 없어 보였다.

임세희는 고열을 앓은 지 오래되어 의식도 흐릿한 상태였다. 최근 두 날은 그녀의 인생에서 제일 암울하고 제일 긴 이틀이 될 것이다. 정신 병원에 있을 때보다 더 끔찍한 이틀이었다.

여기는 점잖은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같이 욕구를 충족시키러 온 짐승들이었다.

이준혁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냥 그녀를 금란 뒷골목에 던져 버렸을 뿐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임세희가 알아서 떠나면 된다.

하지만 자체 제작 ‘음료수’를 마신 몸은 급히 해소할 구멍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로 떠날 수가 없었다.

처음에 만난 남자는 사실 임세희가 원해서 만난 것이었다. 마음이 착잡하고 공허해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임세희는 차에서 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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