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꿈에도 그리던 입술에 마음껏 키스했다. 익숙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이준혁의 코끝을 가득 메웠다.“읍...”정신을 차린 윤혜인이 소리를 내며 반항했지만 그 소리는 마치 신음처럼 사람의 마음을 더 간질거리게 했다.이준혁의 손은 마치 수갑처럼 그녀를 꽁꽁 묶고 있어 윤혜인은 도망은커녕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처음엔 이준혁도 그저 꼼수를 쓴 윤혜인을 응징하기 위해서 키스한 것이었다. 이준혁은 코가 영민한 편이었고 후추에 유난히 민감했다. 어지간히 넣은 게 아니라 한 통은 넣은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에게 키스한 순간 파도처럼 밀려드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이준혁은 그냥 이렇게 끝도 없이 그녀와 키스하고 싶었다.드르륵.문이 다시 열렸다. 탕을 마시고 목이 나가버린 주훈이 이준혁에게 탕을 마시지 말라고 귀띔하려고 들어온 것이었다. 주훈은 윤혜인이 아마 부주의로 후추를 너무 많이 뿌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게 한 모금 들이킨 주훈은 이게 후추를 많이 넣은 상태가 아니라 아예 한 통을 다 들이부은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주훈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입을 뻐끔거리던 주훈은 마치 말하는 능력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준혁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침대맡에 놓아둔 외투를 집어들어 바깥으로 드러난 윤혜인의 어깨를 꽁꽁 감싸주었다.“거기 서서 뭐 해?”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오늘따라 어리바리한 주훈을 노려봤다.주훈은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나가고 싶었지만 나갈 수가 없었다.“대표님, 목이...”주훈이 소리 내 귀띔했다.그제야 윤혜인은 이준혁의 목이 이상하리만치 빨개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급성 알레르기로 인한 증상 같았다.윤혜인이 화들짝 놀라더니 다급하게 물었다.“혹시 후추 알레르기 있어요?”이준혁도 그제야 불편함을 느꼈다. 목이 점점 간지러웠다.주훈이 잽싸게 대답했다.“대표님은 후추 알레르기 외에 산초류 알레르기도 있습
윤혜인은 이준혁이 마음을 그렇게 곱게 먹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준혁이 보상을 요구했다.윤혜인이 입을 삐쭉거리더니 어색하게 허리를 꿈틀거리며 물었다.“뭘 원하는데요?”이준혁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거 다 만족해 줄 거야?”“그런 일이라면...”수줍음이 많은 윤혜인은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하여 콕 집어 말하지 못하고 흐릿하게 말했다.“절대 안 되죠.”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와 시선을 맞추더니 웃음을 터트렸다.“그런 일이 어떤 일인데?”“...”윤혜인은 귀까지 빨개졌다.“너무하네요. 정말.”이준혁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계속 묻고 있었다.그는 장난을 멈추고 윤혜인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나 잘 챙겨줘야지.”이준혁은 일초라도 더 윤혜인과 함께 있고 싶었다.“그게 다예요?”윤혜인은 믿을 수가 없었다.이준혁이 이 기회를 빌려 과분한 요구를 제시하지 않은 게 신기했다. 그의 일관적인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행보였다.“왜? 별로야?”이준혁은 최대한 윤혜인을 핍박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윤혜인이 이를 불편해했다. 이준혁이 입을 앙다문 채 웃었다.“뭐 네가 몸으로 때우는 걸 좋아한다면 나도 기꺼이 받아들일게.”이준혁은 일부러 몸으로 때운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윤혜인은 얼굴이 하얘졌다가 빨개지기를 반복했다.“꿈도 꾸지 마요.”윤혜인이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이준혁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는 얇은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이렇게 가면 안 되지.”이준혁은 습관적으로 명령조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사실 이준혁은 그냥 윤혜인의 발이 걱정될 뿐이었다.겉보기엔 큰 문제 없어 보였지만 계속 신발을 신고 있으면 안 좋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여기서 하룻밤 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싫어요.”윤혜인이 이를 거부했다. 아까 두 사람이 엉겨 붙어 나눈 키스가 떠올라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이준혁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내가 이런 몰골로 설마 무슨 짓 하겠어? 응?”이준혁이 다친 것도 윤혜인은
윤혜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무력함과 수치심에 휩싸여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윤혜인은 참지 못하고 내뱉은 신음에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아니요...”수줍어하는 윤혜인의 모습에 이준혁이 가볍게 웃었다.“안 미덩.”이준혁은 윤혜인의 귀를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때? 만족해?”애정 행각을 수도 없이 해온 터라 이준혁은 윤혜인이 느낄 때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었다. 아까도 곧 절정에 다다를 만큼 느끼고 있었다.윤혜인은 이제 목까지 빨개졌지만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헛소리하지 마요.”“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다시 깨물어보면 알겠네.”“싫어요!”윤혜인이 목을 최대한 움츠리며 얼굴을 감추려 했다.하지만 침대는 전부 이준혁의 영역이었기에 도망갈 곳이 없었다.이준혁은 모든 면이 정상인 건강한 남자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5년 동안 금욕했다.전에는 이준혁도 마음이 호수처럼 고요했기에 다른 쪽으로 새 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윤혜인의 행방이 묘연해질 때마다 이준혁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그때 이준혁에게 남은 건 칠흑 같은 어둠과 인고의 시간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윤혜인은 이토록 생기 넘치게 이준혁의 앞에 서 있다.욕망의 문은 한번 열리면 잘 닫히지 않았다.특히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을 나누던 그때를 회상하면 뼈까지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욕구가 밀려올 때마다 이준혁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지금 이 순간, 키스 한 번에 5년간 참아왔던 그의 욕구가 터져버린 것이다.윤혜인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렇게 강렬했던 적은 업었다.이준혁이 바짝 다가와 낮은 소리로 유혹했다.“혜인아, 우리... 하면 안 될까... 하면 되게 편안해질 것 같아...”노골적인 멘트에 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윤혜인이 이준혁을 밀어내며 긴장한 말투로 말했다.“준혁 씨, 나는, 음, 안 돼요...”“혜인아, 나 5년이나 참았는데... 정말 안 되겠어?”
특히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그 장면이 너무 예뻐 미칠 것 같았다.남자의 숨소리가 이렇게 섹시할 수 있다는 걸 윤혜인은 오늘 알았다.들숨 날숨을 쉴 때마다 아주 규칙적인 게 색기가 가득 묻어났다.윤혜인은 재미난 공연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발끝까지 빨개졌다.더더욱 어려웠던 건 이준혁을 부축해 욕실로 가서 씻어줘야 한다는 뜻이다.이렇게 생각한 윤혜인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어떻게 보면 지금 내가 준혁 씨 도와준 거잖아요... 그러니 지난번 그 녹음은 제발 지워요.”이준혁이 섹시하게 휘파람을 불었다.“시간 선택이 참 탁월하다니까?”이준혁의 기분이 좋아졌으니 목숨을 내줘도 아깝지 않을 타이밍이었다.녹음을 지우고 나서야 윤혜인은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침대에 기댄 자세도 전보다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았다.윤혜인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자 뽀얗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이 드러났다. 이준혁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윤혜인에게 바짝 다가가 누웠다. 이준혁이 가까워지는 걸 느낀 윤혜인이 순간 멈칫했다.“또 뭐 하려고 그래요...”윤혜인이 안으로 조금 비키더니 기세등등하게 경고했다.“자꾸 이러면 나 진짜 가요.”윤혜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준혁이 키스했다. 가벼우면서도 부드러운 키스였다.윤혜인이 마침 이를 피하려는데 남자가 먼저 그녀를 풀어주었다.그는 깊은 눈동자로 윤혜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준혁은 목소리가 세게 잠겨 있었다.“내가 도와줄까? 응?”이준혁은 윤혜인의 민감한 부분이 어딘지 알고 있다. 전에 이미 수도 없이 사랑을 나누었기에 윤혜인의 몸은 어느덧 탐색이 끝난 상태였다.길게 기다릴 필요 없이 몇분이면 바로 쾌감을 절정까지 치닫게 할 수 있었다.윤혜인은 얼굴이 너무 뜨거웠다.“싫어요. 안 할래요. 잘 거예요.”윤혜인이 이렇게 말하며 이불로 두 사람 사이에 38선을 만들었다.이준혁이 웃으며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었다.옆에 잠들어 있는 튼실한 남자를 보자 윤혜인은 갑자기 잠이 오지 않았다. 이준혁의
육경한의 차가운 눈빛에서 강력한 소유욕이 느껴졌다. 몇 초간 눈빛을 주고받다가 소원은 티 나지 않게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육경한의 보디가드가 그녀를 막아서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쪽은 탑승 불가입니다. 다른 엘리베이터 기다리세요.”소원이 이를 듣더니 파일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거의 닫히려는데 육경한이 기다란 손으로 문을 막으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들어와.”육경한의 지인이라는 걸 알고 보디가드도 잽싸게 물러났다.소원은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말했다.“됐어. 고맙지만 사양할게.”육경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쪽 발로 엘리베이터가 닫히지 않게 버텼다.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도발 같았다.주위에는 이미 구경꾼이 모이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소원의 동료도 보였다.결국 보고만 있기 민망했던 소원이 엘리베이터를 타며 차갑게 말했다.“고마워.”소원이 안으로 들어갔지만 육경한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문을 발로 막은 채 서 있었다.하마터면 소원은 육경한의 가슴에 부딪힐 뻔했다. 다행히 그 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섰다.육경한과 눈이 마주친 소원은 그 눈빛을 피하지는 않았다. 육경한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인 채 소원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더니 몸을 옆으로 살짝 비켰다.원래도 크지 않은 엘리베이터에 육경한의 보디가드 네 명까지 더해지자 소원은 육경한의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육경한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순간 육경한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이에 소원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유지했다.중요한 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에 소원은 한쪽이 찢어진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다. 육경한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시선을 살짝 아래로 늘어트리고 거울로 그녀의 옷차림을 훑었다.소원의 몸매는 한결같이 쭉쭉빵빵했다.똑같이 하얀 셔츠를 입어도 다른 사람이 입으면 작업복, 그녀가 입으면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이 있었다.아무리 원래
소원은 육경한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라 잠시 멍해졌다.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보아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러자 소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대표님, 요즘 여자들은 일편단심인 남자를 좋아해요. 당신처럼 몇 번이나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진 남자는 무릎을 꿇고 빌어도...”그녀는 육경한의 넥타이를 가볍게 정리하며 조롱하듯 말했다.“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요.”육경한은 자신이 한 여자로부터 이런 모욕을 당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즉 서울에서 내쫓아 다시는 이곳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소원이었기에 육경한은 말문이 막혀 화를 억누르려고 애썼다.여자의 푸른 눈동자에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그가 예전에 자신에게 주었던 모욕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었다.“소원, 네가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가운 눈빛으로 육경한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복수하려면 다른 방법을 써. 이런 식으로는 날 화나게 할 수는 없어.”“대표님, 왜 그렇게 확신해요? 내가 복수하려는 거라고?”소원은 남자가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그 영상이 보고 싶다면 지금 보내드릴게요. 육 대표님도 예전에 찍었던 적 있으시잖아요? 친구들한테 보여줬던 거 아니예요?”그녀는 남자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내 몸매가 좋다고 칭찬하던가요?”소원의 말 하나하나가 육경한의 마음을 할퀴며 상기시켰다.그가 예전에 했던 일들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철저히 비열했는지 말이다.“띵-”엘리베이터가 다시 내려왔다.소원은 말을 더할 필요 없다는 듯이 남자의 손을 힘껏 밀어내고 나가려 했다.그러나 육경한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내가 보상할게.”그러자 소원은 마치 엄청 재미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크게 웃었다.“보상이라니...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
소원의 머리가 지끈거리고 시야가 흐릿해졌다.조금 전, 육경한의 앞에서 분노와 원망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충동적인 성격이라 그녀는 때로 그 증오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몸 안에 언제든지 튀어나올 것 같은 원령이 살고 있는 듯, 그것은 소원을 조여오며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쳤다.그 모든 고통의 근원은 바로 육경한 때문이었다. 5년, 무려 5년이었다.처음에는 절망감에 휩싸여 수없이 죽고 싶어 했지만 이후에는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와 일하고 생활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고 그녀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달라 보였다. 그러나 그녀만큼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심장은 결코 치유되지 않았고 이미 썩어 냄새가 나고 있다는 것을.살아있지만 마치 시체처럼 살아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대량의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자신을 치료하려 했으나 그 이유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언젠가 후회 없이 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코너를 도니 앞의 밝은 불빛이 눈부시게 비쳤다.소원은 쓸데없는 눈물을 삼키고 다시 무장하며 무너지지 않게 자신을 다잡았다.‘나만 이렇게 밤새 잠 못 이루고 고통받을 수는 없어...’회의가 끝난 후, 소원은 아인 그룹의 임원들과 함께 뷔페식 저녁 식사에 참석했다. 소원의 아인 그룹 상사는 권력 있는 반지음이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출세하기 위해 노력하며 온화한 성격으로 소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사실 소원은 귀국하기 전 이미 사직했지만 반지음은 그녀가 귀국 후 회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인 그룹의 한 프로젝트에 협력자로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반지음은 소원을 배려하여 아인 그룹의 큰 나무 아래에서 인맥을 넓히는 것이 그녀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원은 흔쾌히 받아들였다.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고 회사 운영을 계획했기에 이렇게 하면 육경한의 의심도 피하기 쉬워지니 말이다.게다가 그녀는
한편 육경한은 예상치 못하게 두 걸음도 채 가지 않아 한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에 의해 길이 막혀버렸다.그녀는 단정하고 아름다웠으며 어느 집안의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용기는 가상했다.소원은 누군가가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밖에는 바비큐가 준비된 뷔페식이 있었고 커다란 선풍기가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어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손에 있던 과일주가 거의 다 떨어져 소원은 뷔페 음료 구역으로 가서 다시 주문했다.이 과일주는 매실로 만든 것으로 새콤달콤하고 부담 없이 마시기 좋았다.그렇게 과일주를 다 받고 자리를 찾으려는 순간, 소원은 누군가와 부딪혔다.그 결과, 한 잔 가득 담긴 과일주가 소원의 치마에 절반 이상 쏟아졌고 일부는 상대방의 신발에도 튀었다.“네가 부딪힌 거야!”뱃살이 두툼한 기름진 중년 남자가 소원을 일반 직원으로 착각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남자가 먼저 자신과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고 소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응시하며 말했다.“그쪽이 저를 친 거잖아요.”“이런 하찮은 게... 너 눈멀었어?!”하지만 곧 느끼하게 생긴 중년 남자는 소원의 뛰어난 외모를 보고는 놀라 눈을 번쩍 뜨며 말문을 닫았다.“아니, 이렇게 예쁜 아가씨라니...”남자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소원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쁜 아가씨면 무슨 실수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아가씨, 아가씨 때문에 내 허리가 너무 아파. 어떻게 보상할 생각이야?”느끼한 목소리와 드문드문 남아있는 머리카락은 정말 역겨웠다.사실 소원은 이 남자가 누군지 처음 보자마자 알아봤다. 그는 인심 그룹의 조 대표였다.그는 아인 그룹의 장기 협력 공급업체 대표였고 이번 아인 그룹의 입찰에서도 유력한 후보였다.소원의 이름을 건 회사도 이번 입찰에 참여했는데 인심 그룹의 아래 순위에 있었다.즉, 조 대표를 배제하면 소원에게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었다.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