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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작가: 이한나
육경한의 차가운 눈빛에서 강력한 소유욕이 느껴졌다. 몇 초간 눈빛을 주고받다가 소원은 티 나지 않게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육경한의 보디가드가 그녀를 막아서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쪽은 탑승 불가입니다. 다른 엘리베이터 기다리세요.”

소원이 이를 듣더니 파일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거의 닫히려는데 육경한이 기다란 손으로 문을 막으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육경한의 지인이라는 걸 알고 보디가드도 잽싸게 물러났다.

소원은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말했다.

“됐어. 고맙지만 사양할게.”

육경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쪽 발로 엘리베이터가 닫히지 않게 버텼다. 누가 이기나 보자 하는 도발 같았다.

주위에는 이미 구경꾼이 모이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소원의 동료도 보였다.

결국 보고만 있기 민망했던 소원이 엘리베이터를 타며 차갑게 말했다.

“고마워.”

소원이 안으로 들어갔지만 육경한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문을 발로 막은 채 서 있었다.

하마터면 소원은 육경한의 가슴에 부딪힐 뻔했다. 다행히 그 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섰다.

육경한과 눈이 마주친 소원은 그 눈빛을 피하지는 않았다. 육경한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인 채 소원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더니 몸을 옆으로 살짝 비켰다.

원래도 크지 않은 엘리베이터에 육경한의 보디가드 네 명까지 더해지자 소원은 육경한의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육경한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순간 육경한의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이에 소원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거리를 유지했다.

중요한 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기에 소원은 한쪽이 찢어진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다. 육경한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시선을 살짝 아래로 늘어트리고 거울로 그녀의 옷차림을 훑었다.

소원의 몸매는 한결같이 쭉쭉빵빵했다.

똑같이 하얀 셔츠를 입어도 다른 사람이 입으면 작업복, 그녀가 입으면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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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유진의 얼굴도 부드러워지고 밝아졌다. 방민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사진을 찍더니 아이를 육씨 저택으로 보내주고는 시터가 아이를 씻기는 것까지 기다렸다가 육경한에게 답장했다.“경한 씨, 미안해요. 유진이랑 놀아주느라 핸드폰 확인을 못 했네요. 씻기고 침대에 눕히니 이제 조금 확인할 시간이 나네요. 내게 가정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방민아는 유진이 진심으로 좋아하며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육경한에게 보내주더니 시터에게 눈치를 주자 시터가 방민아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방민아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가서 이렇게 물었다.“그 아줌마 요 며칠 좀 어때요?”방민아가 물은 아줌마는 전에 소원이 유진을 보살펴달라고 위탁한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유진에게 진심이었기에 절대 유진을 해치지 않았고 돈으로 매수될 사람도 아니었다.하여 방민아는 그 아줌마가 먹는 식수와 음식에 다른 사람은 쉽게 발견하지 못할 미량의 독을 탔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쓰러진 것이었다. 그러다 더는 유진을 보살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방민아가 제일 좋은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도 여전히 무슨 질병인지 알지 못했고 그저 위장에 문제가 생겼다고만 했다.아줌마는 소원의 위탁을 받았는지라 몸이 아픈 와중에도 유진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옆에 꼭 붙어있으려 했다. 유진은 이제 아줌마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라 소원 못지않게 유진을 챙기고 보호했다.방민아는 아줌마가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자 유진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이유로 별장 뒤에 있는 창고에서 지내게 했고 사람과 의사를 보내 아줌마를 보살폈기에 다른 사람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고 소종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을 보고할 때면 늘 방민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시터가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아마 다음 달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방민아의 눈빛이 살짝 빛나더니 웃으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2화

    유진이 처음 왔을 땐 정말 말 그대로 고슴도치 같았고 평소 그를 보살펴주던 시터와 아줌마 외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게 했을뿐더러 원망이 담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봤는데 지금은 아예 다른 아이가 되어 있었다. 이런 변화라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육경한의 눈동자가 깊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종은 최근 방민아가 집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했다. 유진을 보살피던 아줌마가 갑자기 병이 도지는 바람에 계속 휴가를 내고 쉬는 중이라 방민아가 매일 육씨 저택으로 가서 유진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낸 덕분에 유진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육씨 저택은 유진이 올 때부터 데려온 아줌마 외에 전문적인 시터 두 명을 따로 들였기에 방민아가 유진을 해칠 걱정도 없었다.“방민아 씨 아이를 꽤 잘 다루는 것 같아요. 가정 심리 주치의도 작은 도련님 진료를 보고는 진보가 크다며 매우 만족해하셨거든요.”소종의 말에 육경한이 시선을 축 늘어트린 채 방민아가 요 며칠 보낸 안부 문자를 확인했다. 많이 보낸 건 아니었고 하루에 한두 개 정도, 그것도 다 육경한의 몸을 걱정하는 문자지 다른 걸 묻지는 않았다.유진의 사진도 틈틈이 보내왔다. 유진이 진흙을 가지고 노는 사진, 책을 보는 사진, 뭔가를 손으로 만드는 사진, 그리고 밥 먹는 사진까지... 진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긴 했다.육경한이 잠깐 생각하더니 답장을 보냈다....한편, 차 안에 있는 유진은 얌전하고 부드럽던 아까와는 달리 방민아를 살짝 무서워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이모, 나랑 약속했잖아요. 말도 잘하고 행동도 예쁘게 하면 엄마 보여주겠다고.”방민아도 아까와는 달리 차가운 표정으로 훈계했다.“조금 더 노력해야지. 아빠가 진짜 만족해야만 엄마 볼 수 있어.”유진은 금세 김이 빠졌다. 원래도 내향적인 성격이었기에 아까 그 연기가 살짝 버거웠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노력했다.왜냐하면 방민아가 육경한을 아빠라고 부르고 아빠와 몇 마디 대화해 아빠를 기쁘게 해주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1화

    육경한은 방민아의 유도가 유진의 반감을 살까 봐 입을 열려는데 유진이 한발 빨랐다.“몸은 좀 나아졌어요?”나지막한 목소리는 어딘가 주눅이 들어있었지만 유진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아빠.”이 말에 병실 안이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방금... 뭐라고?”육경한은 믿을 수가 없어 큰소리로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아 최대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이 착하지... 다시 한번 말해봐.”육경한이 흥분하자 유진이 살짝 놀랐는지 머리를 방민아 뒤로 숨기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방민아가 다시 쪼그리고 앉아 유진과 눈을 맞추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유진아, 우리 아까 한 말 다시 아빠한테 들려주는 게 어떨까?”유진이 방민아와 육경한을 번갈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린 채 이렇게 말했다.“많이 좋아졌요? 아빠.”이 목소리는 전보다 컸고 전보다 뚜렷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상처가 찢어져 너무 아팠지만 육경한은 꾹 참으며 유진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유진아... 아빠 괜찮아.”육경한에겐 머리를 만져주는 게 그가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었다. 어릴 때 육경한의 아버지가 육경한을 격려할 때도 머리를 쓰다듬어줬기에 육경한에겐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게 일종의 인정이자 칭찬이었다.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육경한은 자기 자신을 꼭꼭 싸맨 상태였고 괴물로 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손에 넣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원한에 사로잡힌 육경한은 가족 간의 사랑이나 윤리 도덕은 안중에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유진이 아빠라고 부르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그 소리는 그동안 육경한이 저지른 수많은 죄를 씻어내리는 천사의 목소리와 같아 육경한은 눈시울을 붉히며 작게 기침했다.“민아 씨, 여기 아이가 있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이에요. 일단 유진이 데리고 돌아가요.”“그래요. 경한 씨. 몸조리 잘해요. 국 좀 가져왔는데 이따 챙겨 먹어요.”방민아가 테이블에 놓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80화

    육경한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이었다. 침대에 누운 육경한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아직 창백했고 입술 색도 참담하기 그지없었다.안으로 들어온 소종은 육경한이 문 쪽을 보며 멍때리는 걸 발견했다. 육경한이 멍때리는 건 아주 드문 장면이었기에 소종은 순간 그런 육경한이 마음이 아팠지만 육경한이 실망할까 봐 어색하게 부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 어제 병원에 같이 왔다가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니까 그때 갔어요. 많이 피곤해 보였는데 집에 가서 쉬는 게 맞을 것 같더라고요.”소종의 말은 내용은 사실이었지만 앞뒤 순서가 바뀌어 있었고 흐릿한 게 맥이 없었다. 그래도 소종은 음울해 보이는 육경한이 걱정되어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졌으면 해서 한 말이었다.“대표님, 소원 씨 그래도 많이 감사해하더라고요. 그때 그 산길에서도 목숨 걸고 대표님을 끌어올린 걸 보면... 그렇게 미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됐어. 너 나가.”육경한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는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고 소원이 어떤 태도인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10번, 100번을 더 구해도 소원은 전혀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소원이 육경한에 대한 원한은 육경한을 깊숙한 지옥에 빠트려도 모자랄 정도의 그런 원한이었다.게다가 산길에서 만약 소원이 육경한을 알아봤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소원이 육경한을 해치려 한다는 게 아니라 살려야 하는 사람이 육경한이라면 아마 망설였을 것이다.소원은 늘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육경한을 죽일 듯이 원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심 때문에 모든 사람을 구한 육경한을 나 몰라라 하지는 못했을 테고 육경한을 살리면 그런 자신이 밉겠지만 살리지 않는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기에 어떤 선택을 하든 소원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육경한은 왜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소원이 영원히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런 일로 엮일 때마다 서로 힘들어했지만 육경한은 소원을 아직 놓아주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9화

    그렇다는 건 서현재가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있으면 행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일단은 다시 계획을 짜보기로 다짐하고는 소종과 함께 차에 올랐다.차에는 함께 따라온 의사가 육경한에게 간단한 구급 조치를 하고 있었다.육경한은 의사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지만 소종까지 그럴 수는 없었기에 가정 주치의를 불러 같이 왔다. 의사는 육경한의 상처를 처치해 주며 지혈했지만 빨갛게 물든 셔츠가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소종이 나지막한 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며 소원을 노려봤다. 가는 길에 적어도 백번은 소원을 째려보더니 뭔가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하자 응급 의사가 허둥지둥 달려와 육경한을 데리고 들어가며 상처를 확인했다. 새로운 상처가 새로 난 상처와 겹쳐 너무 흉측해 의사가 놀란 나머지 신고할 뻔했지만 소종이 제때 해석하며 산에서 입원했던 증명과 사건 기사를 의사에게 보여준 덕분에 의사는 비로소 신고할 생각을 버리고 육경한을 응급실로 데려갔다.소종은 마음이 답답했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른 의사에게 소원도 검사해달라고 했지만 소원이 거절했다.“나는 됐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 봐야 해요.”소원이 말했다.“어딜 돌아간다는 거예요?”소종이 경계하며 말했다.“서씨 가문에 제 발로 죽으로 들어가려고요?”소종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젠장, 애초에 당신을 구하는 게 아니었는데. 대표님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당신이 다시 서진태에게 잡히면 정말 서진태 손에 죽을지도 몰라요.”소원이 그런 소종을 바라보며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하지만 내가 죽으러 가든 아니든 소종 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소종은 도무지 소원이라는 여자를 이해할 수가 없어 말문이 턱 막혔다. 그때 소원이 한마디 덧붙였다.“육경한 깨어나면 고마워하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해요. 이렇게 한다고 해서 예전에 저지른 일들이 잊히는 것도 아니고 원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상처가 아무는 것도 아니니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말라고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8화

    서진태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소 비서, 소원 씨가 우리 집 액세서리를 훔친 건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니 이렇게 데려가면 안 되죠.”“어르신, 후과는 생각해 보셨어요?”소종은 육경한을 꽤 오래 따라다녔기에 표정을 굳히면 육경한의 모습이 살짝 보였고 굳이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서진태는 살짝 겁이 났지만 소종은 하인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만약 육경한의 비서가 아니면 이렇게 눈길을 줄 일도 없이 바로 혼내주고 내쫓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침착한 척했다.“어르신, 저는 일개 서민일 뿐이라 어르신이 무슨 꿍꿍이를 펼치려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 대표님은 아니에요. 우리 대표님 앞에서 그런 얕은수를 썼다고 생각해 보세요, 승산이 얼마나 될 것 같으세요?”소종이 차갑게 웃으며 말하자 서진태가 화들짝 놀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육경한은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 누구보다 총명할뿐더러 수단도 좋았다.오늘은 소원을 어쩌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서진태는 얼른 기회를 잡았다.“소 비서, 오해에요. 우리가 소원 씨를 남긴 건 다 좋은 뜻이 있어서 그래요.”서진태가 억지로 웃자 얼굴에 잡힌 주름은 파리를 잡아도 될 만큼 깊었다.“그저 이 일을 확실하게 조사해서 소원 씨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거예요. 얼마나 큰일인데 소원 씨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할 수는 없잖아요.”짬밥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서진태가 한 말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거짓말도 그럴싸하게 참 잘했다.소종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기에 서진태가 뭔가를 꾸민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고 정확히 뭘 꾸미는지 몰라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건 기억하고 차갑게 웃었다.“어르신, 그 말은 대표님이 깨어나시면 직접 하세요. 서씨 가문과 육씨 가문 사람이 결혼했다 해도 하고 싶은 대로 막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아직 우리 대표님을 몰라도 한참 모르네.”소종의 말에 서진태의 얼굴이 잿빛이 되더니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눈알이 뒤집힐 뻔했다. 비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7화

    분풀이를 마친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눈이 멀어나. 감히 우리 대표님을 때려? 짐승 같은 것들, 내가 오늘 너희들 혼내주지 않으면 소종이 아니라 잡종이다.”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소종이었다.그때 소원의 옆으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대표님.”소종이 화들짝 놀라며 얼른 육경한을 부축했다. 육경한은 지금 꼴이 많이 처참했는데 하얀 셔츠는 피로 물들었고 전에 차 사고로 다친 상처가 지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덧난 데다가 소원 대신에 몽둥이까지 맞아 다 터지고 말았다.차 사고를 겪으면서 피를 많이 잃었는데 여기서 또 피를 흘리는 바람에 얇은 입술은 무서울 만큼 창백했고 극도로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육경한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몰라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 보디가드가 휘두른 몽둥이에 맞아 그대로 쓰러질 줄 알았는데 육경한이 갑자기 튀어나와 대신 막아준 것이다.소종이 소원을 째려보며 말했다.“소원 씨 때문에 또 이렇게 다쳤네요. 대표님은 정말 소원 씨와 엮어서 좋은 일이 없어요.”소종이 이렇게 말하더니 허리를 숙여 육경한을 업으려 했지만 정신을 잃은 육경한은 소종에게 잘 업히지도 못했다. 이에 소종이 소원을 힐끔 째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좀 도와주면 안 돼요? 대표님이 소원 씨를 몇 번이나 구했는데, 피도 눈물도 없어요?”소원이 멈칫하더니 허둥지둥 육경한을 소종의 등에 업혔다. 그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서진태가 소종의 등에 업힌 육경한을 보더니 놀란 듯 연기하며 말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어르신, 제 앞에서는 연기하지 않아도 돼요.”소종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소 비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통 못 알아듣겠는데.”서진태가 얼굴을 굳히자 위엄은 여전했다.“허허.”소종이 콧방귀를 뀌었다.“제 기억으로는 대표님이 절대 이 여자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죠? 이 정도로 굵은 몽둥이를 가져왔다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76화

    집사가 대답했다.“소원 씨는 지금 대기실에 갇혀 있습니다.”서진태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톡톡히 손봐주고 던져버려.”서진태는 독벌레가 진귀하지만 않으면 존재 자체가 화근인 소원에게도 한 마리 넣어 뇌를 남김없이 모조리 잠식당하길 바랐다. 엮이면 재수 없는 여자라 이가 바득바득 갈렸지만 다행히 몸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었고 이번 기회에 쌍으로 지옥에나 보내버릴 생각이었다.상황이 종료되자 서진태가 손을 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대기실.소원은 여기 갇힌 후로 도무지 나갈 방법이 없었고 서현재가 한 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상했다. 그 모습은 마치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영혼을 뺏긴 사람 같았고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고민하는데 대기실 문이 다시 열렸고 까무잡잡한 보디가드 두 명이 들어오더니 몽둥이를 들고 험악한 표정으로 소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소원이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뭐 하려는 거야?”“뭐 하긴 뭐해? 위쪽 지시를 받고 너 혼내주러 온 거지.”“이거 불법인 거 알아, 몰라.”소원이 매섭게 쏘아붙였다.몽둥이를 잡은 기세를 봐서는 소원을 때려죽이기라도 할 것 같았다. 서진태는 보면 볼수록 음침하고 교활한 노인네였다.“우린 그냥 명령을 받고 결혼식에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을 혼내줬을 뿐이야.”보디가드가 한마디 덧붙였다.“결혼식에서 20억짜리 액세서리가 사라졌는데 그 범인이 너야. 지금은 잡힌 거고.”보디가드가 이렇게 말하며 액세서리 몇 개를 바닥에 던졌다.서진태는 소원을 죽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한 것 같았다. 소원은 바닥에 떨어진 액세서리를 보며 넋을 잃었다.“나 아니야. 나는 훔친 적 없어. 이건 모함이야.”보디가드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더니 말했다.“인증도 있고 물증도 있는데 네가 아니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보디가드는 그저 서진태가 시키는 대로 죄명을 소원에게 덮어씌우고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앞으로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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