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한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올 듯했다.그는 소원의 약한 몸을 강하게 당겨 공격적으로 자신의 품에 안았다.남자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허락 못 해!”뜨거운 그의 피부는 화학 약물이 몸에 퍼진 소원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육경한은 그녀를 감싸 안아 몸속 깊이 녹여버렸다.육경한의 몸은 경직되어 기계적이었다.오래전, 익숙한 듯한 감각이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할 것 같았다.5년 전의 그 찢어질 듯한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아니, 겪을 수도 없었다.소원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했다!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소원은 그의 젖은 가슴에 얼굴이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발버둥 치려 했지만 남자의 또 다른 손이 그녀의 등을 단단히 눌러서 움직일 수 없었다.산소 부족과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가슴속에 휘몰아쳤다.그러자 육경한이 붉게 변한 눈으로 이를 악물며 외쳤다.“소원!”그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죽지 마, 다른 방법으로 나를 벌해...”남자의 낮고 떨리는 목소리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지만 다행히도 물이 얼굴을 가려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소원은 얼굴이 눌려 육경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저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몸이 떨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뿐.‘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머리가 어지러워 판단이 흐려졌기에 소원은 아마도 자신의 감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육경한 같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낄 리 없지.’그녀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본래도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제 육경한이 더욱 강하게 안고 있어서 가슴 속의 갈증이 목구멍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으으...”그녀는 힘겹게 소리를 냈다.마침내, 육경한은 환각에서 깨어난 듯 그녀의 얼굴을 풀어주었다.“누가 죽고 싶어 한다고 그래?! 당신이 죽어도 난 절대 안 죽어!”소원은 화가 나서 그를 욕하며 손을 세게 뿌리쳤다.“손 떼!”그러고 나서 그녀는
찰나의 순간, 육경한의 마음속에 즐거움이 피어올랐다.수영장에 떨어진 조세진은 이제야 구조 봉을 붙잡고 겨우 물 밖으로 나왔다.그는 땅에 엎드려 개처럼 헐떡이고 있었다.조금 전 강한 힘에 의해 물에 빠졌을 때,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다 육경한이 소원을 안고 물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그는 또 언제부터 육경한이 사람을 구하는 착한 사람이 되었는지 의아해했다.조세진은 육경한이 여자를 데려오는 것을 보고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그는 현재 방씨 집안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육경한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에게 무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속으로는 육경한을 욕하며 조세진은 얼굴에 아첨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소원을 가리켰다.“육 대표님, 이 여자 기억하시죠? 예전에 우리와 함께 놀던 그 술집 여자입니다!”‘술집 여자'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육경한의 얼굴은 일순간에 심하게 변했다.조세진은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바보 같은 인물이었다.그는 육경한이 자신을 때린 것이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였다고 생각했고 소원과 얽힌 것은 우연히 화풀이를 당한 것이라고 믿었다.지금 그는 육경한이 여자를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의 일을 들먹이며 그녀를 비방하여 증거를 없애려 했다.조세진은 말했다.“육 대표님, 이 여자가 저를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저를 강간하려 했다고 모함했습니다.”그는 육경한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수영장에 떠다니는 돈과 물건들을 가리키며 헛소리를 이어갔다.“보세요, 이게 다 이 여자가 훔친 거예요. 이 여자를 저에게 넘기시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육경한은 어두운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이 여자가 조 대표를 유혹했다고요?”“맞습니다, 이런 여자들은 유혹하는 게 직업이잖아요.”조세진은 냉소하며 과거를 떠올리듯 말했다.“기억 안 나세요? 예전에 이 여자 데려왔을 때 얼마나 꼬리를 쳤는지... 가슴이 제 얼굴에 거의 닿을 뻔했고 저보고 소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조세진은
소원은 고통스러워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두 다리는 마치 지네처럼 꼬여갔다. 그녀의 정신은 한 번은 맑았다가 또 한 번은 흐려지기를 반복했다.그러다 문득 그녀를 술집 여자라고 부르던 조세진의 말이 떠올랐다.그렇다, 그때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그렇게 보였었다.이 모든 것은 바로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이 남자 때문이었다.육경한은 그녀의 두 다리를 팔꿈치에 고정하여 공주님 안기 자세로 바꾸었다.기회가 보이자 소원은 그의 가슴을 이로 꽉 물었다. 그렇게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이를 물고 있었다가 천천히 놓았다.그러나 육경한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차분하게 물었다.“더 이상 안 물어? 참을 수 있어?”소원은 몸 전체가 연한 붉은 빛으로 덮여 있는 듯했다.이 증상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했다.소원은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몸을 제어하며 한 마디씩 끊어 말했다.“나 내려놔!”하지만 육경한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재킷을 덮어 준 후 계속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했다.소원의 옷은 전부 젖어 있었고 속옷까지도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어 매우 불편했다.그녀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그를 때리고 발로 찼다.“나 내려놔! 내려놔!”조세진을 무너뜨리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육경한은 그녀가 극도로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진정시키려 말했다.“뒷일은 내가 처리하게 할게. 조세진은 반드시 처벌받을 거야.”소원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육경한이 나서서 처리하면 어떤 면에서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조세진의 처제는 시원 그룹의 이사장 동생과 결혼하여 방씨와 친인척 관계를 맺었고 또 방씨와 육씨 두 집안은 깊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때문에 지금 육경한이 아무 경고 없이 조세진을 처리하는 것은 방씨 집안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이렇게 되면 두 집안의 견고한 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안도의 숨을 쉰 후, 소원의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간
그 어두운 눈빛에는 소원을 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그의 눈빛은 소원이 너무도 잘 아는 것이었다. 마치 한밤중에 되살아나는 악몽 같았다.그는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안 힘들어?”육경한은 소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물었다.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젖은 옷이 몸에 붙어 있으면 병이 날 수 있었다.소원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젖은 옷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은 확실히 불편했지만 옷을 벗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입술을 세게 깨문 탓에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소원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민감한 부분을 움켜잡았다.차 안의 공간이 좁아서 발로 찰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약물의 효과가 더 강했고 그녀는 머리가 맑은 육경한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어두운 눈빛으로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뭐 하려고?”소원이 두 번이나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그의 강한 손은 마치 철제 집게처럼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소원...”육경한은 머리를 그녀의 이마에 강하게 대고 아래쪽에 있는 그 손을 제어하며 멈추지 않았다.그러고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어찌하려던 게 아니었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해줄게...”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 소리쳤다.“육경한, 너는 짐승이야!”그는 언제 어디서나 발광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소원의 손은 그의 통제하에 있었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신은 사람이 아니야!”“맞아, 난 사람이 되기를 좋아하지 않아.”육경한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으로 사는 건 너무 구속이 많아서 차라리 짐승이 되는 게 낫지.”두 사람은 좁은 차 안에서 무언의 싸움을 벌였다.소원의 이마는 땀으로 젖었고 눈은 피로 물든 듯했다.한쪽 손은 마비가 된 듯 기계적으로 움직였다.갑자기, 육경한은 고개를 숙이
해독 주사를 맞고 나서 소원의 몸은 상당히 회복되었다.경찰이 와서 진술을 받고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했다.진단서에는 ‘위장에 약물 잔여물, 환각제'라고 적혀 있었다.소원은 ‘신체에 피해 없음'이라는 문구를 찾아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없었다.약물 외에 신체적 피해는 없었고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24시간 더 병원에서 관찰해야 했다.사람들이 떠난 후, 소원은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거울 속의 창백하고 허약해 보이는 얼굴에 소원 본인이 깜짝 놀랐다.특히 목에 남은 뚜렷한 자국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소원은 뜨거운 물을 틀고 수건을 들고 기계적으로 반복해 닦아냈지만 효과는 없었다.목이 오히려 더 붉어지고 자국이 더 선명해졌다.소원은 그 자국을 보며 기운 빠진 공처럼 주저앉았다.수많은 감정이 터진 상처에서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움켜잡고 그것을 거울에 내던졌다.뜨거운 물이 얼굴에 튀면서 눈가가 따뜻해지자 그녀는 뜨거운 물을 최대로 틀어놓고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오른손을 뜨거운 물 속에 넣었다.손바닥은 금방 붉게 익어갔다.그녀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처럼 손이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열렸다.육경한이 문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그는 소원이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손이 붉게 변할 때까지 물속에 넣고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어두워지며 그녀의 손을 확 잡아당겼다.“너 미쳤어?!”남자의 손길에 소원은 본능적으로 그를 떨쳐내려 했지만 힘이 없어 결국 세면대에 부딪히면서 크게 다쳤다.곧 육경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소원은 그가 다가오기도 전에 마치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경계하며 차갑게 말했다. “비켜!”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찬물로 바꿔 식히며 다시는 손을 뜨거운 물에 넣지 못하게 했다.소원은 그의 단단한 턱선을 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육경한, 아직도 모르겠어? 난 당신
소원의 얼굴은 하얗고 깨끗했으며 그 아래로 굴곡적인 몸매가 드러났다.그녀는 어깨를 격렬하게 떨며 말했다.“육경한, 당신은 변태야. 미친놈아, 꺼져, 나 역겹게 만들지 마.”육경한은 그녀의 절망한듯한 표정을 보자 가슴 속에 맺힌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곧 화가 난 그가 비웃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처음 했을 때 기억나? 넌 네가 먼저 날 보고 날 쫓아다닌 줄 알지?착각이야. 내가 널 먼저 봤어.”소원은 이를 악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대학교 1학년 때, 너랑 네 남자친구가 내 옆에 앉았을 때 난 너를 봤어. 그리고 그때부터 난 널 내 밑에 두고 싶었어. 그때 그 남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지? 내가 그 사람 아버지한테 2억 주고 서울에서 떠나게 했거든. 나중에 내가 학생회장이 된 것도 네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어.”육경한은 그녀의 젖은 속눈썹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미친놈이라고 했지? 맞아, 처음에 네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 가짜였으니까.처음부터 끝까지 난 널 통제하려고 했어. 네가 도망갈까 두려워서 함정에 빠뜨리고 통제하려고 했어. 정말 모든 게 다 내가 잘 계획한 거였어.”하지만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육씨 집안의 몰락과 뒤이은 일련의 오해가 육경한을 미치게 만들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순간도 그는 소원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증오가 사랑을 가렸다.이제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그는 한 번 정한 사람은 어떤 수단을 쓰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었다.소원은 터무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육경한, 나 이미 당신이 비참하게 죽은 모습을 본 것 같아.”방안은 죽은 듯 조용해졌다.육경한은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더욱 강렬하고 무모한 눈빛을 보였다.그러더니 그는 소원을 세면대 위로 안아 올리고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
“한 대 때리면 한 번 키스하고, 열 번 다 채우면...”남자는 소원의 손을 잡아 목에 남은 키스 자국에서 빙빙 돌며 낮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때는 너랑 잘 거야!”그러자 동공이 순간 커지는 것도 잠시 소원은 다시 천천히 차분해졌다.분노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인간의 자기방어 메커니즘이 과도한 감정을 억제한다.그의 말에 대해 소원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낭비라고 느꼈다.그래서 눈을 감고 텅 빈 목소리로 말했다.“육경한, 세상에는 매 순간 누군가가 죽고 있어. 왜 그중에 당신은 없는 거야?”남자는 무언의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잘 기억해 둬, 너는 영원히 내 사람이야. 내가 죽어도 넌 날 기억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육경한은 그녀를 침대로 데려간 뒤 다시 나가서 화상 연고를 가져왔다.약을 바르면서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네가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한다고 내가 마음이 약해져 널 놓아줄 거라고 생각해?”이제 더 두 사람의 관계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육경한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려 했다.조금 전의 몸부림으로 소원은 힘을 많이 잃었기에 너무 지쳐서 말을 할 기력도 없었다.그래서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피곤해, 좀 꺼져 줄래?”육경한은 잠시 멈칫했다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없이 돌아섰다.그렇게 소원은 그가 떠나는 소리에 맞춰 긴장을 풀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한밤중에 그녀는 입이 너무 말라 잠을 설쳤다.그러자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등을 받쳐주고 베개를 올려준 후 따뜻한 물을 입에 대주었다.따뜻한 물로 목이 적셔지자 기분이 좋아졌다.심지어 누군가가 손수건으로 부드럽게 입가를 닦아주기도 했다.여전히 졸린 눈을 힘겹게 떠서 보니, 소원의 앞에는 서현재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현재?”소원은 그가 한밤중에 병실에 나타난 것에 놀랐다.마지막으로 호텔에서 만난 이후로 두 사람은 연락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네.”서현재는 아무런 표
“자요. 방해하지 않을게요.”서현재가 단호히 말했다.소원은 바보가 아니다. 서현재가 자신에게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그녀 역시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분류하지 않았다.서현재의 감정은 단지 자신이 그의 인생에서 한때 빛나던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녀의 아버지의 지원 덕분에 그가 감사의 마음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서현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감사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소원은 그걸 그렇게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런 마음을 받는 것은 서현재에게 너무 불공평했다.그래서 지난번 호텔 이후 두 사람은 연락하지 않았고 소원은 오히려 한숨 돌릴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서현재의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그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서현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소원은 눈을 감고 냉정하게 말했다.“서현재, 난 네가 필요 없어.”서현재는 잠시 몸이 굳었다가 이내 평소처럼 돌아왔다.“네, 알아요. 제가 누나가 필요한 거예요.”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났다.소원은 마치 커다란 돌에 가슴이 눌린 듯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손이 심하게 떨리자 그녀는 몰래 이불 속으로 숨겼다.몇 초 망설인 후,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서현재, 내 말 이해 못 했어? 내 말은 네가 내 삶에 나타날 필요가 없다는 거야.”주변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했다.서현재는 몇 분 동안 멍하니 있다가 불쑥 물었다.“소원 누나, 제가 뭐 잘못했어요?”그는 자신이 들어오며 했던 세세한 모든 행동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어디에서 실수했는지 생각했다.그러다 아마도 자신이 동료에게 이름을 기억하라고 한 것이 그녀를 불쾌하게 했을 거라 생각했다.“이름 기억하라고 한 건 제가 너무 성급했어요. 하지만 정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 서울에는 누나 가족이 없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이 안 될까 봐요.”서현재는
말을 마친 주석훈은 손에 감았던 삼각 머플러를 풀어 칼을 깨끗이 닦은 뒤 다시 넣고는 진아연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참혹하게 죽은 채 혼자 남겨진 진아연은 숨이 멎는 순간에도 눈을 크게 뜬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죽어버렸다....집에서 하룻밤을 쉰 소원은 다음 날 오후가 되자 서둘러 병원으로 유진을 보러 갔다. 다행히 점점 좋아지는 유진의 상태에 소원은 안도했다.육경한은 그녀를 만나 최근에 확인한 소식을 알려주었다.“진아연이 죽었어.”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에 소원은 자리에 얼어붙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어떻게...”소원은 단서가 이렇게 쉽게 끊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아연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알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었는데 이제 그녀가 죽었으니 그동안 애써 찾아낸 다른 단서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순간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범인은 안상철과 같은 방식으로 진아연을 죽였어. 똑같이 67번을 찔렀어. 범인은 인체 해부에 아주 숙련된 사람이야.”소원은 경계심을 품으며 물었다.“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상철 삼촌을 죽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말이야...?”만약 정말 같은 사람이라면 이 범인이 아마도 아버지를 죽인 진범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누구도 이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응, 내 추측도 그래. 너도 조심하고 경계심을 잃지 마.”육경한은 반지를 꺼내 소원에게 건넸다.“이거 받아.”반지를 본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게 뭐야?”소원이 손을 내밀지 않자 그녀가 오해한 것임을 눈치챈 육경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호신용 반지야. 끼고 있어. 안에 바늘이 있는데 그 바늘에는 독이 있어서 이 바늘로 찌르면 상대방은 온몸의 힘이 빠지게 돼.”반지의 기능을 들은 소원은 그제야 이 작은 물건이 유용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받아서 손에 꼈다. 하지만 결혼반지를 끼는 곳에 아니라 독신임을 상징하는 손가락에 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지만 주석훈은 여전히 온화하고 젠틀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듯 별 반응이 없었다.마지막 몇 번의 칼질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진아연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칼날이 그녀의 살을 천천히 파고들며, 생명은 마치 촛불이 꺼지듯 서서히 소멸해 갔다.죽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 그러나 죽지 못하게 만드는 고통. 그야말로 가장 잔혹한 죽음이었다.기운이 다 빠진 진아연은 주석훈의 차분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알겠어... TV 뉴스에 나왔던 안상철의 죽음도 당신...”진아연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진작 알아차려야 했다.“당신... 맞지...”이제야 모든 진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늦어도 너무 늦었다...그날 현장에 있었던 그녀는 안상철이 도망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상철이 돈을 숨겨둔 곳까지 몰래 따라갔다. 그녀는 그 돈이 신비로운 인물이 준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인물이 주석훈인지 몰랐다.안상철을 따라간 진아연은 그 돈을 손에 넣어 자신의 도피 자금으로 쓰려고 했다.그래서 안상철이 돈을 파내는 것을 보고 망치를 들어 안상철의 머리를 내리친 뒤 돈을 챙겨 차를 타고 도망쳤다.그 후 며칠 동안 숨어 지내며 안상철에 대한 소문을 기다렸고 그러다가 안상철이 칼에 여러 번 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강하게 내리쳤을 뿐이었고 힘도 많이 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안상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얻는 것이었다.살인이 두려워서 안상철을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살인죄까지 뒤집어쓰면 도주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점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안상철을 죽인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이렇게 점잖은 주석훈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아연이 물었다.“왜... 왜 그 사람을 죽이고... 나까지... 죽이는 거야...”주석훈이
심지어 진아연은 얼마 전까지도 주석훈을 젠틀한 문화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큰 착각을 한 것 같았다.진아연은 주석훈을 향해 아첨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변호사님, 어떤 일이든 할게요. 제발...”“쉿!”주석훈은 두 번째 손가락을 입가에 올리며 ‘쉿’하는 소리를 냈다.‘쉿’하는 그 소리에 온몸에 식은땀이 난 진아연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번뜩이는 칼날을 휘두르던 남자는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찔렀다.“안녕, 나는 주석훈이야.”“으악!”진아연은 하늘을 향해 비명을 내질렀다.칼은 급소를 찌르지 않았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웠다.이어서 또 한 번 칼을 휘두른 주석훈은 이번에도 급소가 아닌 뼈 사이를 정확히 찔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조금씩 몸을 파고들자 진아연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주석훈이 친절하게 말했다.“여긴 무릎뼈가 있는 곳이야. 다음은 발목뼈, 아마 통증이 다를 거야.”“왜... 왜, 왜 이러는 거예요?”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세상 일에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네가 저지른 일에는 인과응보가 따르는 법이지. 지금 겪는 건 그저 그 대가일 뿐이야.”말을 하면서 그녀의 뼈 사이를 정확히 찌른 주석훈은 날카로운 칼날로 진아연의 발목 힘줄을 끊었다.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주석훈은 들리지 않는 듯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하나만 말해줄게. 나는 사실 법의학자가 될 뻔했어. 예전에 인체 해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 변호사가 된 이유는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야.”주석훈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진아연에게 이야기했다.고통에 죽을 지경인 진아연은 울며 말했다.“나를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육경한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렇게 말했지. 하지만...”주석훈은 뼈관절을 해부하며 말을 이었다.“너를 믿을 수 없어. 쓰레기 주제에 두 번째 기회를 바라다니, 꿈 좀 그만 꿔!”무자비하게 조롱하는 주석훈의 말에
진아연의 이름을 들은 육경한은 매우 침착하게 천천히 말을 뱉었다.”괜찮아, 아마 걔는 살 수 없을 거니까.”“...”황수진은 육경한이 진아연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고 매우 놀랐다. 그가 보기엔 이 신비한 사람이 진아연을 구출한 것을 보면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한 패거리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뜻밖에도 육경한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육경한은 동네 정문 쪽 동영상을 보면서 이리저리 보다 지프차량이 진아연을 돌격하는 곳에서 멈추었다.차량은 아무런 인정사정이 없이 그 자리에서 사고를 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마도 진아연 단지 입구에서 죽는다는 것이 정말 번거롭고 또 잠재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방안을 바꾼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이 방안은 집행될 것이고 이 신비한 사람은 절대 진아연의 목숨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황수진이 지프차를 보았는데, 분명히 가짜 번호판이었지만 조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가 한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한 날 중에는 언제든지 증거가 남게 될 것이다.반대편 차 안에서 진아연은 그곳을 본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제트 씨, 왜 저를 이렇게 황량한 교외에 두셨어요? 택시를 타고도 돌아가기도 곤란해요."“여기 안 오고 들키고 싶어요?"제트의 기분은 나빠지자 진아연은 감히 말하기 무서웠다."그럼 제가 내려가도 되나요?"진아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에야 천천히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려요.“진아연은 기쁜 마음으로 차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아주 쉽게 차 문이 열렸다. 그녀는 일종의 재난을 모면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매우 기뻤다는데 한 발이 발밑의 땅을 금방 밟았을 때, 뒤에서 누가 등이 세게 걷어찼다.진아연은 멀리 차여 입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고 마치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것처럼 느껴졌다.차근차근 차에서 내려 진아연의 앞에 다가와 걸음을 멈춘 남자를 보고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왜... 왜 저를 발로 차요?"제트는
남자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당신에게 기회를 준다면요?”“무슨 기회요?”진아연은 자신이 누구와 거래하는지 잊지 않고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남자의 두 눈은 마치 별을 숨긴듯 하였다. 그는 반혹적인 어조로 말했다.“육경한을 죽일 기회를 줄게요. 만약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저는 당신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평안히 출국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 진아연 씨, 어떻게 생각해요?”“정말이에요?”진아연은 그의 말을 정말 믿기 어려웠다.제트를 마주할 떄 진아련은 항상 착각에 빠졌다. 사실은 육경한을 죽이는 것보다 제트를 마주하는게 더 어려웠다. 이 두 문제를 함께 놓으면 비교가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아주 신비하기에 누구도 그의 배경과 내력을 알 수 없어 그와 상대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경한의 약점은 아주 많다. 소원이와 그녀 뱃속에 있는 아이, 그리고 망할 놈 유진이... 심지어 하나하나의 나쁜 계획은 이미 진아연의 마음속에서 형태를 갖추게 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제트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물론 정말이에요, 당신이 성공하면 저는 말한 대로 다시는 따지지 않을 것이에요. ”말하는 사이에 남자는 뒤에 쫓아오는 세 대의 차를 가볍게 따돌렸다.이 제트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마냥 무섭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진아연의 마음속에 있는 제트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그녀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어 놀라지 않았다.진아연은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자신의 충성심을 알려 주었다.“제트 씨, 안심해요, 저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 거니까. 당신은 저를 죽이지만 않으면 됩니다.”“음, 기대가 되네요.”“...”뒤따라오던 세 대의 차가 앞차를 잃어버린 후, 경비원들은 실시간 정보를 병실의 VIP 라운지에 전달했다.유진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남자는 황수진보고 유진이의 휴식에 방해 안 되는 대기실에 오라고 했다.지금 육경한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다.경호원들이 전송해 오는 화면
남자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잡히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또 오다니 정말 바보 중의 바보예요!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곳 경비원은 다른 동네 분들과 다를 줄은, 이곳 경비원은 정말 최고급 경호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여자가 원망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진아연, 당신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진아연은 순간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가 라는 생각에 그녀는 그를 경계하면서 물어봤다.“누구세요? “남자는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 가리려고 마스크를 썼지만, 눈빛에 드러나는 냉랭함은 숨길 수 없었다. 진아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당신이 바로 제트 씨이세요? ”남자는 그녀를 상대하지도 않고 부인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설명했다. 진아연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바지에 실수까지 할 뻔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늑대 무리에서 도망쳐 나와 호랑이 굴에 들어갈 줄을... "제트 씨... 아주 죄송해요, 제가 일부러 여기에 나타난 건 아니예요. 지금 당장 꺼질게요. ”놀라움은 하여금 진아연의 이성을 잃게 만들어 고속도로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릴 생각까지 하였다.제트와 비교했을 때, 지금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경비원들이 구세주라고 생각되었다. 진아연은 제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필경 지난번에 그의 손에서 죽을 뻔했으니까... 진아연의 손이 차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진아연은 절망 속에서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비는 자세를 취했다. “죄송해요... 제트 씨... 저 진짜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저를 놓아주세요. ”안장이 좁아서 진아연은 무릎을 꿇을 수 없어 두 손을 끊임없이 비비며 아주 작은 희망을 찾고 있었다.남자는 역시 수단과 방법을 숨기고 있었다. 뒤차의 추격을 피하는 동시에
여자가 작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경비원이 말했다. “아가씨, 길을 잘못 들었어요. 13동은 저쪽에 있어요.”여자는 할 수 없이 돌아섰는데 경비원이 다시 말했다. “아가씨, 친구 보러 처음 오셨어요?”여자는 이곳의 경비원이 왜 범인을 검문하는 것처럼 자신을 물어보는지 이해 안 가 속으로 욕했다.여자는 대충 대답했다.“네네, 처음 왔어요.”13동 문 앞에 오자 경비원이 직접 603의 초인종을 눌렀고 방울 소리가 울리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경비원은 여자보고 말하라고 고개를 돌렸다.“...”정말 어쩔 수 없어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아이고, 배가 너무 아파요.”여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경비원은 즉시 구급차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경비원이 구급차를 부르는 사이에 여자는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쳤다.“거기서요!”경비원은 일반인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 무전기에 대고 빨리 저 검은 옷 입은 여자를 잡으라는 말을 했다.여자는 자신의 눈앞에서 점점 닫혀 가는 문을 보며 당황해 어리둥절했다.“닫지 말아요.”안에서 경비원이 소리를 듣고 여자 쪽으로 돌진해 왔다. 그들은 마치 여기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 일반 경비원보다 속도가 더욱 빨랐다.바로 얼마 전 육씨 그룹이 이곳의 부동산을 사서 전문적인 경호원으로 바꾸어 수상한 인물을 주시하여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붙잡아 파출소로 보냈다. 여자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어디로 도망갈지 몰랐다. “저 여자 잡아요.”전에 여자와 얘기하던 경비원이 소리쳤다. 여자가 잡힐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펑!큰 소리가 나 그곳을 보자 검은색의 지프차 한 대가 돌진해 들어와 난간에 부딪혀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대중들은 모두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리둥절하여 반응하지 못했지만, 지프차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경비원들은 모두 재빨리 몸을 피했다.유독 여자만 제자리에서 자신한테 향해 오는 것을 멍하니 보며 어찌할 바
소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유진이를 보러 갈래”“필요 없어”육경한은 단호히 거절하다 멈칫했다. 그러다 소원이 자신이 아이를 못 본다고 오해 할가봐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보고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일도 다 병원에 가지고 갈 거니까. 넌 휴식이 필요해. 알았어? “유진이 병으로 쓰러진 후 소원은 며칠 동안 거의 밤새 자지 못해 눈 밑에는 이미 짙은 다크써클이 생겼지만 그녀는 억지로 버티는 중이었다.소원은 유진이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육경한은 무슨 일이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직접 휴대폰 음성 메시지를 소원이에게 들려주었다.“아빠, 엄마 보고 잠자고 있으래요.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저는 삼촌이라고 부를 거예요. ”“엄마보고 많이 휴식하고 있으래요. 그렇지 않으면 뱃속의 아기가 천천히 자랄 거예요. 저는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아기한테 오빠가 지금 힘이 세니까 아기를 업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캐톡에서 유진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협박한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유진이의 소리는 듣기에도 정신이 맑고 괜찮아 보였다.소원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생각해 보니 자기가 쉬지 않은 것을 아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즉 유진에게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기에 소원이는 말 듣고 차에서 내려서 휴식을 취하러 갔다.네 명의 경호원은 육경한의 분부에 따라 두 명은 아파트 입구에 두 명은 계단 입구를 엄중히 지켜 사수의 파리 한 마리조차 날아 들어갈 수 없었다.육경한의 차가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인이 사방을 둘러보며 나타났다.그녀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린 채 마스크를 쓰고 수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동네 경비원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저기요, 당신은 어느 건물로 가나요? 여기에서 뭘 하고 있습니까? “여인은 경비원한테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요... 사람을 찾고
주석훈이 웃으며 말했다.“허허. 몰랐죠? 저 평소엔 되게 허당이에요.”“변호사님 은근히 유머가 넘친다니까요.”주석훈은 언변에 능했기에 단 몇 마디에 간호사가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었다.“저기는 왜 저런 거래요? 아까 길을 잘못 들었는데 막더라고요.”주석훈이 물었다.“아, 저기요.”간호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어떤 여자애 한 명 들어왔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나 뭐라나. 실어증에 걸려서 한마디도 못 했는데 평소 믿고 따르던 언니가 와서 입을 열었다고 들었어요.”주석훈이 물었다.“여자애요? 많이 놀랐나 보네요.”“그러게요.”간호사가 대답했다.“가족이 칼 맞고 죽었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억울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데 범인만 잡아도 다행 아니겠어요?”주석훈이 말했다.“어려울 것 같던데요?”간호사가 말했다.“뭐 유용한 단서가 안 나왔나 보더라고요. 아빠가 여자애를 지키겠다고 같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 봤대요. 진술한 상황이 경찰이 알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경찰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쉬더라고요.”간호사가 이렇게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건 안지영의 간호를 책임진 간호사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주석훈이 더 물으려는데 다른 간호사가 들어왔다.“어? 이 간호사 있었네? 저쪽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빨리 가봐.”이 간호사가 말했다.“알겠어요.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치료를 받은 주석훈이 이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이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고 말했다.주석훈이 멀리 가고 나서야 다른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이 간호사, 아까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 저 병실에서 나온 얘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저 별말 안 했어요. 다들 아는 내용 얘기해준 거예요.”이 상황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인정하면 바보나 다름없었다.“그래. 앞으로 조심해. 자칫하다간 징계 먹을 수도 있어.”나이 많은 간호사가 귀띔했다.“알아요.”이 간호사가 얼른 대답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