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며 서현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그는 소원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유진이를 바라볼 때의 눈빛은 마치 달빛처럼 부드러웠다.그런데 왜 유독 그에게는 이리도 냉정할까.“그 사람 때문인가요?”서현재는 소원의 입술과 목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뚜렷한 흔적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었다.스스로를 속일 수도 없었다.서현재의 눈빛에 소원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그래서 마치 무언가 잘못한 사람처럼 손을 들어 머리카락으로 목을 가리려 했다.잠시 동안 그녀는 해명하려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손을 멈추었다.그러고는 포기한 듯 그 흔적을 서현재의 눈앞에 훤히 드러내었다.“그 사람과는 상관없어. 그냥 네가 싫은 거야, 그러니까 헛된 노력은 그만해.”소원은 이 말을 하면서 서현재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모든 감정을 억누르며 서현재가 떠나는 발소리를 기다렸다.서현재는 재능이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그녀가 이 얇은 막을 깨뜨리기만 하면 그는 결코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마침내, 그녀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그 순간, 소원은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방금 그녀는 서현재의 출신을 비하하는 듯한 말을 일부러 해서 그가 오해하도록 만들었다.사실 서현재와 비교하면 자신이 더 비참한 존재인데 말이다.‘현재는 나를 떠나야만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그는 더 빛나는 삶을 살아야 했다.사방의 작은 이런 도시에 갇혀 그녀의 복수심을 대신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육경한 같은 미친 사람이 그녀가 하려는 일을 알게 된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누구도 연루시키지 않기로 결심했다.‘적응 안 될 것도 없지. 난 원래부터 혼자였으니까... 혼자 버텨야 하고 혼자 살아야 하고 난 혼자 죽어야 해...’소원은 스
가까운,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소원은 그제야 서현재의 촉촉하게 붉은 입술이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이미 매우 가까웠지만 서현재는 더 다가왔다.순간, 소원의 심장이 북처럼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그의 자세는 마치 입을 맞추려는 것 같았다.당황한 소원이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서현재가 그녀의 눈을 가볍게, 부드럽게 불어준 것이었다.“호 하면 안 아파요.”이 말에 소원의 눈에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아주 어렸을 때, 그녀의 아버지도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착한 우리 아가, 호 하면 안 아파...”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그 고통스러운 슬픔이 그녀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왔다.서현재는 소원의 팔을 잡고 갑자기 힘을 주더니 그녀를 힘껏 안았다.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소원의 귓가에 한마디가 들려왔다.“안 돼요.”소원은 몸이 굳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뭐가?”“전 헛된 노력을 하는 게 아니에요.”서현재는 계속해서 말했다.“전 누나를 좋아하는 게 확실해요. 지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기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누나를 떠나는 건 안 돼요.”소원이 흔적을 감추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서현재는 상처받고 실망하며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소원은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고 그는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었다.이 순간, 소원은 매우 두려웠다.그의 진심 어린 고백은 그녀에게 전에 없던 공포를 안겼다.서현재의 맑은 눈빛을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그래서 소원은 자신이 마치 로봇이 된 것처럼 무감각하게 말했다.“난 널 좋아하지 않아. 이미 말했잖아.”“괜찮아요. 제가 누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서현재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하고, 집요했다.소원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서 흘러내렸다.그녀의 상처투성이의 마음은 이 무거운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다.결국 그녀가 흐느꼈다
윤혜인은 병원에서 나온 후 일로 바삐 보내며 머릿속의 혼란을 떨쳐냈다.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이준혁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받았지만 하는 말은 전부 형식적이었다.일이 바빠서,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접대 중이라서 등등 말이다.이런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이틀 연속으로 반복했다.윤혜인은 자신이 변심한 나쁜 여자처럼 느껴져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셋째 날, 이준혁은 화를 참고 전화를 걸지 않았다.오후가 될 때까지도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올 거야?]문자를 보내고 나서, 김성훈이 어제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기사가 생각났다.기사에는 ‘여자는 다정한 말을 좋아하니, 당신의 사랑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라'고 적혀 있었다.이준혁은 망설이다가 세 글자를 더 보냈다.문자를 보내고 나서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마치 연애를 처음 하는 청소년처럼 사랑하는 여자의 답장을 기다렸다.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봤지만 윤혜인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이준혁의 마음속 실망과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자신을 돌봐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흘째 얼굴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역시 혜인이 말은 믿을 수 없어... 그날 아침 속아서 보내주는 게 아닌데. 한번 떠났다고 이렇게 안 돌아올 줄 알았다면...’이준혁은 점점 화가 났고 결국 참지 못해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전화가 빨리 연결되었다.이준혁은 화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그렇게 바빠?”“안녕하세요.”젊은 남자의 활기찬 목소리에 이준혁은 한순간 당황했다.“누구야?”이준혁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저는 혜인 누나의 비서, 도지훈입니다.”‘비서? 남자 비서?’이준혁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전화 바꿔줘요.”“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이 비서가 그녀를 부르지도 않자 이준혁은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냥 전화 바꿔줘요. 내가 직접 말할 거니까.”그러나 비서 도지훈은 거절
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루 종일 북성 엔터의 백스테이지에 머물며 몇몇 유명 인사들의 마지막 피팅을 도왔다.계속해서 구지윤과 연락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윤혜인은 도지훈에게 전화를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그때 도지훈이 그녀에게 말했다.“혜인 누나, 방금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번호에 메모가 없어서 제가 받았어요.”‘남자?’윤혜인의 첫 예상은 이준혁이었다.이준혁 외에는 오빠나 아빠라고 모두 별칭이 저장되어 있었으니 말이다.“뭐라고 하던가요?”도지훈이 대답했다.“그냥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누나가 바쁘다고 했죠.”“그래요, 알았어요.”그때, 총감독이 윤혜인을 찾아와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윤혜인은 핸드폰을 볼 틈도 없었다.이준혁에게는 누군가 돌봐주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매일 영양 수프와 과일을 보내고 있었다.그러니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은 없었다.그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거의 일이 끝나갈 때쯤, 북성 엔터의 대표가 찾아와 윤혜인과 인사를 나누었다.윤혜인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북성 엔터의 대표와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북성 엔터의 대표는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혜인 씨, 저는 성준이라고 합니다.”“안녕하세요, 성 대표님.”“방금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봤는데 혜인 씨의 작업이 정말 특별하더군요. 인상 깊었습니다.”윤혜인이 말했다.“저희 달밤은 전통 한국풍 시리즈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내륙 시장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죠. 무슨 의견이 있으시면 저희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적절히 수정할 수 있습니다.”대부분의 유명 스타들은 외국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처음으로 전통 한국풍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 수 있었다.하지만 의견이 있다면, 윤혜인은 전통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수정할 생각이었다.만약 순전히 서양식으로 바꿔야 한다면 차라리 작업을 포기하고 말이다.‘달밤’은 어머니의
윤혜인의 목소리는 떨렸다.“어떻게...”“사흘 동안 혜인 씨가 오지 않아서 대표님께서는 계속 식욕이 없으셨어요.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으셨고 매일 보내주신 수프만 조금씩 드셨죠. 근데 오늘은 수프도 드시지 않고 갑자기 피를 토하셨어요. 의사 말씀으로는 급성 위출혈이라네요...”주훈은 다급히 말했다.“혜인 씨, 가능하시면 지금 당장 와주실 수 있나요?”전화를 끊고 나자 윤혜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손발은 차가웠다.‘이 남자,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 내가 안 가면 밥도 안 먹어? 다 큰 어른이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환자이면서 왜 이렇게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거야.’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잘못한 것 같았다.‘내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해놓고...’윤혜인의 머릿속은 엉망이었고 마음도 불안했다.그래서 얼른 운전사에게 말했다.“병원으로 가요.”병원에 도착했을 때,주훈이 병실 문 앞에서 그녀를 맞이하며 보온병을 건넸다.“대표님은 방금 수액을 맞고 쉬고 계세요. 깨어나면 죽을 좀 드셔야 합니다. 제발 대표님께서 죽을 먹도록 해주세요.”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옆에 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준혁은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들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사흘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태였다.윤혜인의 마음이 아팠다.‘안색이 왜 이렇게 점점 더 나빠지는 거야...’그녀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남자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싶어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호흡을 살폈다.숨은 고르게 쉬고 있었고 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막 손을 거두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준혁이 미세하게 눈을 뜨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직 안 죽었어.”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윤혜인은 손가락을 뽑아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보온병을 열더니 말했다.“깼으면 죽 좀 먹어요.”그녀는 죽을 잘 퍼서 이준혁의 침대를 올리고 작은 테이블을
윤혜인은 이런 생각에 스스로 질책했다!‘난 정말 의지가 약하다니까... 기억을 잃은 후에도 이 남자한테 마음이 움직이다니...’정말이지 자신에게 화가 나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변명하고 안 온 게 아니에요. 진짜 바빴던 거라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어?”윤혜인은 당황했다.마치 감시받고 있는 느낌이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냐는 건 내가 안 바빴는데 일부러 안 왔다는 건가?’그녀는 불쾌하게 물었다.“저 감시하고 있었어요?”“그냥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주 비서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어.”이준혁은 주훈에게 윤혜인의 일정을 확인하게 한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윤혜인이 집에서 강아지와 놀면서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화가 나서 밥도 한 입도 먹지 않았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그래서 위 기능이 떨어지며 급성 위출혈이 발생한 것이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알지?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난 내 모든 시간을 너를 생각하는 데 쓰고 있었어.”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어떻게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지? 식은 죽 먹기네 아주.’그때, 이준혁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대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여기, 내 마음속에는 너 하나뿐이야. 다른 사람은 들어 올 수 없어.”갑작스러운 고백에 윤혜인의 얼굴은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빼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뜨겁고 진지했다.“혜인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한번만 기회를 줘.”잠시 멍해 있는 것도 잠시 윤혜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한참 만에 그녀는 당황하며 말했다.“안, 안 돼요.”“너도 나를 아직 신경 쓰고 있잖아, 왜 안 돼?”윤혜인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심코 말했다.“우리 오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만 받
“뭐라고요?”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감싸 안고 살짝 힘을 주어 윤혜인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줄 알았지만 이준혁은 바로 고개를 숙여 윤혜인에게 키스했다.장난스럽게 살짝 건드린 조금 전의 키스와는 다르게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혀를 밀어 넣어 서로의 침을 교환했다.“읍...”윤혜인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온통 외마디 소리뿐이었다.이준혁은 정말이지 키스의 고수였다.그녀는 머리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렇게 그냥 이준혁의 품에 안겨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키스를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윤혜인을 놓아주었다.그러더니 잠긴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이게 진짜 키스야.”얼굴이 마치 피가 나올 것처럼 붉어진 채로 윤혜인은 몸을 움직여 그의 무릎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꽉 껴안으며 낮게 말했다.“조금만 더 안고 있게 해줘. 이틀 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었어.”사랑이 담긴 말을 전해보니 이제 이준혁은 그 어떤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특히 그 상대가 윤혜인이라면 말이다.그는 평생 하지 않았던 사랑의 말을 그녀에게 전부 해 주고 싶었다.“정말 너를 많이 생각해. 꿈에서도 너를 봤어. 그런데 넌 나를 무시하고...”윤혜인은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이런 낮고 비참한 말투로 말하다니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다.대기업 대표라는 신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윤혜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라 이준혁은 천천히 놓아주며 말했다.“내일 네가 직접 만든 전복죽을 먹고 싶어.”그는 5년 전 그녀가 만들어준 그 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윤혜인이 직접 만든 것은 그가 먹어본 최고의 전복죽이었다.“전복죽이요?”곽씨 가문에는 도우미가 많은 탓에 윤혜인은 5년 동안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듣기에는 간단해 보였다.그래서
원지민은 이준혁의 냉정함에 충격을 받았다.그래서 약간 목이 멘 채로 말했다.“준혁아, 하지만...”“하지만은 없어.”이준혁의 목소리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 냉정했다.“원지민, 온진그룹에 위기관리 능력조차 없다면 회사의 관리 센터는 인원을 교체해야 할 거야.”“난...”원지민이 더 말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뚜뚜뚜...”전화는 무정하게 끊어졌다.잠시 후, 주훈이 들어와서 윤혜인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줬다고 보고했다.이준혁은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원지민 아버지의 병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지 확인해 봐.”원지민의 의도를 꿰뚫고 나니 원래의 신뢰에 금이 가 이준혁은 현재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하고 있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원지민의 아버지도 그의 편에 섰던 원로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간을 줄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원지민의 핑계라면, 그는 냉정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다.주훈은 빠르게 움직여 곧 원지민 아버지의 검사 결과를 가져왔다.보고서에는 그가 합병증으로 인해 쇼크 상태에 빠졌고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주훈은 보고했다.“병원을 전부 조사해봤습니다. 원지민 씨 부친의 상태는 확실히 심각하고 원지민 씨는 계속 중환자실에 머물며 부친을 돌보고 있습니다.”이준혁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사실이라면 문제가 없었기에 그는 주훈에게 지시했다.“심혈관 쪽으로 최고의 전문가를 연결해줘, 그분을 치료할 수 있게 말이야.”“알겠습니다.”떠나기 전 주훈은 또 다른 일을 보고했다.“대표님, 금란 뒷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공지가 나왔는데 외형상 임세희 씨와 일치하지만 완전히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임세희를 금란 뒷골목에 던져놓은 것은 단지 경고에 불과했다.이준혁의 지시에 따라, 주훈은 그녀의 핸드폰을 압수하지 않았다.때문에 원치 않는 일을 피하려면 임세희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
말을 마친 주석훈은 손에 감았던 삼각 머플러를 풀어 칼을 깨끗이 닦은 뒤 다시 넣고는 진아연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참혹하게 죽은 채 혼자 남겨진 진아연은 숨이 멎는 순간에도 눈을 크게 뜬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죽어버렸다....집에서 하룻밤을 쉰 소원은 다음 날 오후가 되자 서둘러 병원으로 유진을 보러 갔다. 다행히 점점 좋아지는 유진의 상태에 소원은 안도했다.육경한은 그녀를 만나 최근에 확인한 소식을 알려주었다.“진아연이 죽었어.”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에 소원은 자리에 얼어붙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어떻게...”소원은 단서가 이렇게 쉽게 끊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아연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알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었는데 이제 그녀가 죽었으니 그동안 애써 찾아낸 다른 단서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순간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범인은 안상철과 같은 방식으로 진아연을 죽였어. 똑같이 67번을 찔렀어. 범인은 인체 해부에 아주 숙련된 사람이야.”소원은 경계심을 품으며 물었다.“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상철 삼촌을 죽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말이야...?”만약 정말 같은 사람이라면 이 범인이 아마도 아버지를 죽인 진범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누구도 이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응, 내 추측도 그래. 너도 조심하고 경계심을 잃지 마.”육경한은 반지를 꺼내 소원에게 건넸다.“이거 받아.”반지를 본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게 뭐야?”소원이 손을 내밀지 않자 그녀가 오해한 것임을 눈치챈 육경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호신용 반지야. 끼고 있어. 안에 바늘이 있는데 그 바늘에는 독이 있어서 이 바늘로 찌르면 상대방은 온몸의 힘이 빠지게 돼.”반지의 기능을 들은 소원은 그제야 이 작은 물건이 유용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받아서 손에 꼈다. 하지만 결혼반지를 끼는 곳에 아니라 독신임을 상징하는 손가락에 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지만 주석훈은 여전히 온화하고 젠틀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듯 별 반응이 없었다.마지막 몇 번의 칼질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진아연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칼날이 그녀의 살을 천천히 파고들며, 생명은 마치 촛불이 꺼지듯 서서히 소멸해 갔다.죽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 그러나 죽지 못하게 만드는 고통. 그야말로 가장 잔혹한 죽음이었다.기운이 다 빠진 진아연은 주석훈의 차분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알겠어... TV 뉴스에 나왔던 안상철의 죽음도 당신...”진아연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진작 알아차려야 했다.“당신... 맞지...”이제야 모든 진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늦어도 너무 늦었다...그날 현장에 있었던 그녀는 안상철이 도망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상철이 돈을 숨겨둔 곳까지 몰래 따라갔다. 그녀는 그 돈이 신비로운 인물이 준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인물이 주석훈인지 몰랐다.안상철을 따라간 진아연은 그 돈을 손에 넣어 자신의 도피 자금으로 쓰려고 했다.그래서 안상철이 돈을 파내는 것을 보고 망치를 들어 안상철의 머리를 내리친 뒤 돈을 챙겨 차를 타고 도망쳤다.그 후 며칠 동안 숨어 지내며 안상철에 대한 소문을 기다렸고 그러다가 안상철이 칼에 여러 번 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강하게 내리쳤을 뿐이었고 힘도 많이 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안상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얻는 것이었다.살인이 두려워서 안상철을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살인죄까지 뒤집어쓰면 도주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점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안상철을 죽인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이렇게 점잖은 주석훈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아연이 물었다.“왜... 왜 그 사람을 죽이고... 나까지... 죽이는 거야...”주석훈이
심지어 진아연은 얼마 전까지도 주석훈을 젠틀한 문화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큰 착각을 한 것 같았다.진아연은 주석훈을 향해 아첨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변호사님, 어떤 일이든 할게요. 제발...”“쉿!”주석훈은 두 번째 손가락을 입가에 올리며 ‘쉿’하는 소리를 냈다.‘쉿’하는 그 소리에 온몸에 식은땀이 난 진아연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번뜩이는 칼날을 휘두르던 남자는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찔렀다.“안녕, 나는 주석훈이야.”“으악!”진아연은 하늘을 향해 비명을 내질렀다.칼은 급소를 찌르지 않았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웠다.이어서 또 한 번 칼을 휘두른 주석훈은 이번에도 급소가 아닌 뼈 사이를 정확히 찔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조금씩 몸을 파고들자 진아연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주석훈이 친절하게 말했다.“여긴 무릎뼈가 있는 곳이야. 다음은 발목뼈, 아마 통증이 다를 거야.”“왜... 왜, 왜 이러는 거예요?”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세상 일에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네가 저지른 일에는 인과응보가 따르는 법이지. 지금 겪는 건 그저 그 대가일 뿐이야.”말을 하면서 그녀의 뼈 사이를 정확히 찌른 주석훈은 날카로운 칼날로 진아연의 발목 힘줄을 끊었다.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주석훈은 들리지 않는 듯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하나만 말해줄게. 나는 사실 법의학자가 될 뻔했어. 예전에 인체 해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 변호사가 된 이유는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야.”주석훈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진아연에게 이야기했다.고통에 죽을 지경인 진아연은 울며 말했다.“나를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육경한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렇게 말했지. 하지만...”주석훈은 뼈관절을 해부하며 말을 이었다.“너를 믿을 수 없어. 쓰레기 주제에 두 번째 기회를 바라다니, 꿈 좀 그만 꿔!”무자비하게 조롱하는 주석훈의 말에
진아연의 이름을 들은 육경한은 매우 침착하게 천천히 말을 뱉었다.”괜찮아, 아마 걔는 살 수 없을 거니까.”“...”황수진은 육경한이 진아연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고 매우 놀랐다. 그가 보기엔 이 신비한 사람이 진아연을 구출한 것을 보면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한 패거리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뜻밖에도 육경한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육경한은 동네 정문 쪽 동영상을 보면서 이리저리 보다 지프차량이 진아연을 돌격하는 곳에서 멈추었다.차량은 아무런 인정사정이 없이 그 자리에서 사고를 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마도 진아연 단지 입구에서 죽는다는 것이 정말 번거롭고 또 잠재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방안을 바꾼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이 방안은 집행될 것이고 이 신비한 사람은 절대 진아연의 목숨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황수진이 지프차를 보았는데, 분명히 가짜 번호판이었지만 조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가 한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한 날 중에는 언제든지 증거가 남게 될 것이다.반대편 차 안에서 진아연은 그곳을 본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제트 씨, 왜 저를 이렇게 황량한 교외에 두셨어요? 택시를 타고도 돌아가기도 곤란해요."“여기 안 오고 들키고 싶어요?"제트의 기분은 나빠지자 진아연은 감히 말하기 무서웠다."그럼 제가 내려가도 되나요?"진아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에야 천천히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려요.“진아연은 기쁜 마음으로 차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아주 쉽게 차 문이 열렸다. 그녀는 일종의 재난을 모면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매우 기뻤다는데 한 발이 발밑의 땅을 금방 밟았을 때, 뒤에서 누가 등이 세게 걷어찼다.진아연은 멀리 차여 입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고 마치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것처럼 느껴졌다.차근차근 차에서 내려 진아연의 앞에 다가와 걸음을 멈춘 남자를 보고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왜... 왜 저를 발로 차요?"제트는
남자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당신에게 기회를 준다면요?”“무슨 기회요?”진아연은 자신이 누구와 거래하는지 잊지 않고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남자의 두 눈은 마치 별을 숨긴듯 하였다. 그는 반혹적인 어조로 말했다.“육경한을 죽일 기회를 줄게요. 만약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저는 당신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평안히 출국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 진아연 씨, 어떻게 생각해요?”“정말이에요?”진아연은 그의 말을 정말 믿기 어려웠다.제트를 마주할 떄 진아련은 항상 착각에 빠졌다. 사실은 육경한을 죽이는 것보다 제트를 마주하는게 더 어려웠다. 이 두 문제를 함께 놓으면 비교가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아주 신비하기에 누구도 그의 배경과 내력을 알 수 없어 그와 상대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경한의 약점은 아주 많다. 소원이와 그녀 뱃속에 있는 아이, 그리고 망할 놈 유진이... 심지어 하나하나의 나쁜 계획은 이미 진아연의 마음속에서 형태를 갖추게 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제트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물론 정말이에요, 당신이 성공하면 저는 말한 대로 다시는 따지지 않을 것이에요. ”말하는 사이에 남자는 뒤에 쫓아오는 세 대의 차를 가볍게 따돌렸다.이 제트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마냥 무섭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진아연의 마음속에 있는 제트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그녀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어 놀라지 않았다.진아연은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자신의 충성심을 알려 주었다.“제트 씨, 안심해요, 저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 거니까. 당신은 저를 죽이지만 않으면 됩니다.”“음, 기대가 되네요.”“...”뒤따라오던 세 대의 차가 앞차를 잃어버린 후, 경비원들은 실시간 정보를 병실의 VIP 라운지에 전달했다.유진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남자는 황수진보고 유진이의 휴식에 방해 안 되는 대기실에 오라고 했다.지금 육경한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다.경호원들이 전송해 오는 화면
남자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잡히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또 오다니 정말 바보 중의 바보예요!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곳 경비원은 다른 동네 분들과 다를 줄은, 이곳 경비원은 정말 최고급 경호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여자가 원망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진아연, 당신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진아연은 순간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가 라는 생각에 그녀는 그를 경계하면서 물어봤다.“누구세요? “남자는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 가리려고 마스크를 썼지만, 눈빛에 드러나는 냉랭함은 숨길 수 없었다. 진아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당신이 바로 제트 씨이세요? ”남자는 그녀를 상대하지도 않고 부인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설명했다. 진아연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바지에 실수까지 할 뻔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늑대 무리에서 도망쳐 나와 호랑이 굴에 들어갈 줄을... "제트 씨... 아주 죄송해요, 제가 일부러 여기에 나타난 건 아니예요. 지금 당장 꺼질게요. ”놀라움은 하여금 진아연의 이성을 잃게 만들어 고속도로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릴 생각까지 하였다.제트와 비교했을 때, 지금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경비원들이 구세주라고 생각되었다. 진아연은 제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필경 지난번에 그의 손에서 죽을 뻔했으니까... 진아연의 손이 차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진아연은 절망 속에서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비는 자세를 취했다. “죄송해요... 제트 씨... 저 진짜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저를 놓아주세요. ”안장이 좁아서 진아연은 무릎을 꿇을 수 없어 두 손을 끊임없이 비비며 아주 작은 희망을 찾고 있었다.남자는 역시 수단과 방법을 숨기고 있었다. 뒤차의 추격을 피하는 동시에
여자가 작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경비원이 말했다. “아가씨, 길을 잘못 들었어요. 13동은 저쪽에 있어요.”여자는 할 수 없이 돌아섰는데 경비원이 다시 말했다. “아가씨, 친구 보러 처음 오셨어요?”여자는 이곳의 경비원이 왜 범인을 검문하는 것처럼 자신을 물어보는지 이해 안 가 속으로 욕했다.여자는 대충 대답했다.“네네, 처음 왔어요.”13동 문 앞에 오자 경비원이 직접 603의 초인종을 눌렀고 방울 소리가 울리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경비원은 여자보고 말하라고 고개를 돌렸다.“...”정말 어쩔 수 없어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아이고, 배가 너무 아파요.”여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경비원은 즉시 구급차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경비원이 구급차를 부르는 사이에 여자는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쳤다.“거기서요!”경비원은 일반인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 무전기에 대고 빨리 저 검은 옷 입은 여자를 잡으라는 말을 했다.여자는 자신의 눈앞에서 점점 닫혀 가는 문을 보며 당황해 어리둥절했다.“닫지 말아요.”안에서 경비원이 소리를 듣고 여자 쪽으로 돌진해 왔다. 그들은 마치 여기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 일반 경비원보다 속도가 더욱 빨랐다.바로 얼마 전 육씨 그룹이 이곳의 부동산을 사서 전문적인 경호원으로 바꾸어 수상한 인물을 주시하여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붙잡아 파출소로 보냈다. 여자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어디로 도망갈지 몰랐다. “저 여자 잡아요.”전에 여자와 얘기하던 경비원이 소리쳤다. 여자가 잡힐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펑!큰 소리가 나 그곳을 보자 검은색의 지프차 한 대가 돌진해 들어와 난간에 부딪혀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대중들은 모두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리둥절하여 반응하지 못했지만, 지프차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경비원들은 모두 재빨리 몸을 피했다.유독 여자만 제자리에서 자신한테 향해 오는 것을 멍하니 보며 어찌할 바
소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유진이를 보러 갈래”“필요 없어”육경한은 단호히 거절하다 멈칫했다. 그러다 소원이 자신이 아이를 못 본다고 오해 할가봐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보고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일도 다 병원에 가지고 갈 거니까. 넌 휴식이 필요해. 알았어? “유진이 병으로 쓰러진 후 소원은 며칠 동안 거의 밤새 자지 못해 눈 밑에는 이미 짙은 다크써클이 생겼지만 그녀는 억지로 버티는 중이었다.소원은 유진이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육경한은 무슨 일이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직접 휴대폰 음성 메시지를 소원이에게 들려주었다.“아빠, 엄마 보고 잠자고 있으래요.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저는 삼촌이라고 부를 거예요. ”“엄마보고 많이 휴식하고 있으래요. 그렇지 않으면 뱃속의 아기가 천천히 자랄 거예요. 저는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아기한테 오빠가 지금 힘이 세니까 아기를 업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캐톡에서 유진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협박한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유진이의 소리는 듣기에도 정신이 맑고 괜찮아 보였다.소원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생각해 보니 자기가 쉬지 않은 것을 아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즉 유진에게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기에 소원이는 말 듣고 차에서 내려서 휴식을 취하러 갔다.네 명의 경호원은 육경한의 분부에 따라 두 명은 아파트 입구에 두 명은 계단 입구를 엄중히 지켜 사수의 파리 한 마리조차 날아 들어갈 수 없었다.육경한의 차가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인이 사방을 둘러보며 나타났다.그녀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린 채 마스크를 쓰고 수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동네 경비원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저기요, 당신은 어느 건물로 가나요? 여기에서 뭘 하고 있습니까? “여인은 경비원한테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요... 사람을 찾고
주석훈이 웃으며 말했다.“허허. 몰랐죠? 저 평소엔 되게 허당이에요.”“변호사님 은근히 유머가 넘친다니까요.”주석훈은 언변에 능했기에 단 몇 마디에 간호사가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었다.“저기는 왜 저런 거래요? 아까 길을 잘못 들었는데 막더라고요.”주석훈이 물었다.“아, 저기요.”간호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어떤 여자애 한 명 들어왔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나 뭐라나. 실어증에 걸려서 한마디도 못 했는데 평소 믿고 따르던 언니가 와서 입을 열었다고 들었어요.”주석훈이 물었다.“여자애요? 많이 놀랐나 보네요.”“그러게요.”간호사가 대답했다.“가족이 칼 맞고 죽었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억울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데 범인만 잡아도 다행 아니겠어요?”주석훈이 말했다.“어려울 것 같던데요?”간호사가 말했다.“뭐 유용한 단서가 안 나왔나 보더라고요. 아빠가 여자애를 지키겠다고 같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 봤대요. 진술한 상황이 경찰이 알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경찰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쉬더라고요.”간호사가 이렇게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건 안지영의 간호를 책임진 간호사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주석훈이 더 물으려는데 다른 간호사가 들어왔다.“어? 이 간호사 있었네? 저쪽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빨리 가봐.”이 간호사가 말했다.“알겠어요.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치료를 받은 주석훈이 이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이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고 말했다.주석훈이 멀리 가고 나서야 다른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이 간호사, 아까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 저 병실에서 나온 얘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저 별말 안 했어요. 다들 아는 내용 얘기해준 거예요.”이 상황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인정하면 바보나 다름없었다.“그래. 앞으로 조심해. 자칫하다간 징계 먹을 수도 있어.”나이 많은 간호사가 귀띔했다.“알아요.”이 간호사가 얼른 대답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