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소원은 그제야 서현재의 촉촉하게 붉은 입술이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이미 매우 가까웠지만 서현재는 더 다가왔다.순간, 소원의 심장이 북처럼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그의 자세는 마치 입을 맞추려는 것 같았다.당황한 소원이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서현재가 그녀의 눈을 가볍게, 부드럽게 불어준 것이었다.“호 하면 안 아파요.”이 말에 소원의 눈에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아주 어렸을 때, 그녀의 아버지도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착한 우리 아가, 호 하면 안 아파...”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그 고통스러운 슬픔이 그녀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왔다.서현재는 소원의 팔을 잡고 갑자기 힘을 주더니 그녀를 힘껏 안았다.본능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소원의 귓가에 한마디가 들려왔다.“안 돼요.”소원은 몸이 굳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뭐가?”“전 헛된 노력을 하는 게 아니에요.”서현재는 계속해서 말했다.“전 누나를 좋아하는 게 확실해요. 지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기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누나를 떠나는 건 안 돼요.”소원이 흔적을 감추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서현재는 상처받고 실망하며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무의식적인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소원은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고 그는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었다.이 순간, 소원은 매우 두려웠다.그의 진심 어린 고백은 그녀에게 전에 없던 공포를 안겼다.서현재의 맑은 눈빛을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그래서 소원은 자신이 마치 로봇이 된 것처럼 무감각하게 말했다.“난 널 좋아하지 않아. 이미 말했잖아.”“괜찮아요. 제가 누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서현재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하고, 집요했다.소원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서 흘러내렸다.그녀의 상처투성이의 마음은 이 무거운 사랑을 감당할 수 없었다.결국 그녀가 흐느꼈다
윤혜인은 병원에서 나온 후 일로 바삐 보내며 머릿속의 혼란을 떨쳐냈다.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싶지 않았다.이준혁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받았지만 하는 말은 전부 형식적이었다.일이 바빠서,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접대 중이라서 등등 말이다.이런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이틀 연속으로 반복했다.윤혜인은 자신이 변심한 나쁜 여자처럼 느껴져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셋째 날, 이준혁은 화를 참고 전화를 걸지 않았다.오후가 될 때까지도 참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올 거야?]문자를 보내고 나서, 김성훈이 어제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기사가 생각났다.기사에는 ‘여자는 다정한 말을 좋아하니, 당신의 사랑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라'고 적혀 있었다.이준혁은 망설이다가 세 글자를 더 보냈다.문자를 보내고 나서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마치 연애를 처음 하는 청소년처럼 사랑하는 여자의 답장을 기다렸다.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봤지만 윤혜인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이준혁의 마음속 실망과 불만이 점점 쌓여갔다.자신을 돌봐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사흘째 얼굴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역시 혜인이 말은 믿을 수 없어... 그날 아침 속아서 보내주는 게 아닌데. 한번 떠났다고 이렇게 안 돌아올 줄 알았다면...’이준혁은 점점 화가 났고 결국 참지 못해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는 전화가 빨리 연결되었다.이준혁은 화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그렇게 바빠?”“안녕하세요.”젊은 남자의 활기찬 목소리에 이준혁은 한순간 당황했다.“누구야?”이준혁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묻어 있었다.“저는 혜인 누나의 비서, 도지훈입니다.”‘비서? 남자 비서?’이준혁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전화 바꿔줘요.”“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이 비서가 그녀를 부르지도 않자 이준혁은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냥 전화 바꿔줘요. 내가 직접 말할 거니까.”그러나 비서 도지훈은 거절
그래서 그녀는 오늘 하루 종일 북성 엔터의 백스테이지에 머물며 몇몇 유명 인사들의 마지막 피팅을 도왔다.계속해서 구지윤과 연락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윤혜인은 도지훈에게 전화를 대신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그때 도지훈이 그녀에게 말했다.“혜인 누나, 방금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번호에 메모가 없어서 제가 받았어요.”‘남자?’윤혜인의 첫 예상은 이준혁이었다.이준혁 외에는 오빠나 아빠라고 모두 별칭이 저장되어 있었으니 말이다.“뭐라고 하던가요?”도지훈이 대답했다.“그냥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누나가 바쁘다고 했죠.”“그래요, 알았어요.”그때, 총감독이 윤혜인을 찾아와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윤혜인은 핸드폰을 볼 틈도 없었다.이준혁에게는 누군가 돌봐주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매일 영양 수프와 과일을 보내고 있었다.그러니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은 없었다.그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다.거의 일이 끝나갈 때쯤, 북성 엔터의 대표가 찾아와 윤혜인과 인사를 나누었다.윤혜인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북성 엔터의 대표와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북성 엔터의 대표는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혜인 씨, 저는 성준이라고 합니다.”“안녕하세요, 성 대표님.”“방금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봤는데 혜인 씨의 작업이 정말 특별하더군요. 인상 깊었습니다.”윤혜인이 말했다.“저희 달밤은 전통 한국풍 시리즈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내륙 시장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죠. 무슨 의견이 있으시면 저희가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적절히 수정할 수 있습니다.”대부분의 유명 스타들은 외국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처음으로 전통 한국풍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 수 있었다.하지만 의견이 있다면, 윤혜인은 전통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수정할 생각이었다.만약 순전히 서양식으로 바꿔야 한다면 차라리 작업을 포기하고 말이다.‘달밤’은 어머니의
윤혜인의 목소리는 떨렸다.“어떻게...”“사흘 동안 혜인 씨가 오지 않아서 대표님께서는 계속 식욕이 없으셨어요.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으셨고 매일 보내주신 수프만 조금씩 드셨죠. 근데 오늘은 수프도 드시지 않고 갑자기 피를 토하셨어요. 의사 말씀으로는 급성 위출혈이라네요...”주훈은 다급히 말했다.“혜인 씨, 가능하시면 지금 당장 와주실 수 있나요?”전화를 끊고 나자 윤혜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손발은 차가웠다.‘이 남자,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 내가 안 가면 밥도 안 먹어? 다 큰 어른이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환자이면서 왜 이렇게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거야.’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잘못한 것 같았다.‘내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해놓고...’윤혜인의 머릿속은 엉망이었고 마음도 불안했다.그래서 얼른 운전사에게 말했다.“병원으로 가요.”병원에 도착했을 때,주훈이 병실 문 앞에서 그녀를 맞이하며 보온병을 건넸다.“대표님은 방금 수액을 맞고 쉬고 계세요. 깨어나면 죽을 좀 드셔야 합니다. 제발 대표님께서 죽을 먹도록 해주세요.”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옆에 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준혁은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들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사흘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태였다.윤혜인의 마음이 아팠다.‘안색이 왜 이렇게 점점 더 나빠지는 거야...’그녀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남자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싶어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호흡을 살폈다.숨은 고르게 쉬고 있었고 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막 손을 거두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준혁이 미세하게 눈을 뜨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직 안 죽었어.”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윤혜인은 손가락을 뽑아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보온병을 열더니 말했다.“깼으면 죽 좀 먹어요.”그녀는 죽을 잘 퍼서 이준혁의 침대를 올리고 작은 테이블을
윤혜인은 이런 생각에 스스로 질책했다!‘난 정말 의지가 약하다니까... 기억을 잃은 후에도 이 남자한테 마음이 움직이다니...’정말이지 자신에게 화가 나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변명하고 안 온 게 아니에요. 진짜 바빴던 거라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어?”윤혜인은 당황했다.마치 감시받고 있는 느낌이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냐는 건 내가 안 바빴는데 일부러 안 왔다는 건가?’그녀는 불쾌하게 물었다.“저 감시하고 있었어요?”“그냥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주 비서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어.”이준혁은 주훈에게 윤혜인의 일정을 확인하게 한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윤혜인이 집에서 강아지와 놀면서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화가 나서 밥도 한 입도 먹지 않았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그래서 위 기능이 떨어지며 급성 위출혈이 발생한 것이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알지?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난 내 모든 시간을 너를 생각하는 데 쓰고 있었어.”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어떻게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지? 식은 죽 먹기네 아주.’그때, 이준혁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대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여기, 내 마음속에는 너 하나뿐이야. 다른 사람은 들어 올 수 없어.”갑작스러운 고백에 윤혜인의 얼굴은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빼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뜨겁고 진지했다.“혜인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한번만 기회를 줘.”잠시 멍해 있는 것도 잠시 윤혜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한참 만에 그녀는 당황하며 말했다.“안, 안 돼요.”“너도 나를 아직 신경 쓰고 있잖아, 왜 안 돼?”윤혜인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심코 말했다.“우리 오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만 받
“뭐라고요?”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감싸 안고 살짝 힘을 주어 윤혜인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줄 알았지만 이준혁은 바로 고개를 숙여 윤혜인에게 키스했다.장난스럽게 살짝 건드린 조금 전의 키스와는 다르게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혀를 밀어 넣어 서로의 침을 교환했다.“읍...”윤혜인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온통 외마디 소리뿐이었다.이준혁은 정말이지 키스의 고수였다.그녀는 머리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렇게 그냥 이준혁의 품에 안겨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키스를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윤혜인을 놓아주었다.그러더니 잠긴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이게 진짜 키스야.”얼굴이 마치 피가 나올 것처럼 붉어진 채로 윤혜인은 몸을 움직여 그의 무릎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꽉 껴안으며 낮게 말했다.“조금만 더 안고 있게 해줘. 이틀 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었어.”사랑이 담긴 말을 전해보니 이제 이준혁은 그 어떤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특히 그 상대가 윤혜인이라면 말이다.그는 평생 하지 않았던 사랑의 말을 그녀에게 전부 해 주고 싶었다.“정말 너를 많이 생각해. 꿈에서도 너를 봤어. 그런데 넌 나를 무시하고...”윤혜인은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이런 낮고 비참한 말투로 말하다니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다.대기업 대표라는 신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윤혜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라 이준혁은 천천히 놓아주며 말했다.“내일 네가 직접 만든 전복죽을 먹고 싶어.”그는 5년 전 그녀가 만들어준 그 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윤혜인이 직접 만든 것은 그가 먹어본 최고의 전복죽이었다.“전복죽이요?”곽씨 가문에는 도우미가 많은 탓에 윤혜인은 5년 동안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듣기에는 간단해 보였다.그래서
원지민은 이준혁의 냉정함에 충격을 받았다.그래서 약간 목이 멘 채로 말했다.“준혁아, 하지만...”“하지만은 없어.”이준혁의 목소리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 냉정했다.“원지민, 온진그룹에 위기관리 능력조차 없다면 회사의 관리 센터는 인원을 교체해야 할 거야.”“난...”원지민이 더 말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뚜뚜뚜...”전화는 무정하게 끊어졌다.잠시 후, 주훈이 들어와서 윤혜인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줬다고 보고했다.이준혁은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원지민 아버지의 병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지 확인해 봐.”원지민의 의도를 꿰뚫고 나니 원래의 신뢰에 금이 가 이준혁은 현재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하고 있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원지민의 아버지도 그의 편에 섰던 원로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간을 줄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원지민의 핑계라면, 그는 냉정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다.주훈은 빠르게 움직여 곧 원지민 아버지의 검사 결과를 가져왔다.보고서에는 그가 합병증으로 인해 쇼크 상태에 빠졌고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주훈은 보고했다.“병원을 전부 조사해봤습니다. 원지민 씨 부친의 상태는 확실히 심각하고 원지민 씨는 계속 중환자실에 머물며 부친을 돌보고 있습니다.”이준혁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사실이라면 문제가 없었기에 그는 주훈에게 지시했다.“심혈관 쪽으로 최고의 전문가를 연결해줘, 그분을 치료할 수 있게 말이야.”“알겠습니다.”떠나기 전 주훈은 또 다른 일을 보고했다.“대표님, 금란 뒷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공지가 나왔는데 외형상 임세희 씨와 일치하지만 완전히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임세희를 금란 뒷골목에 던져놓은 것은 단지 경고에 불과했다.이준혁의 지시에 따라, 주훈은 그녀의 핸드폰을 압수하지 않았다.때문에 원치 않는 일을 피하려면 임세희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
하지만 원지민은 확신했다. 반달 후에는 확실히 이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굳히리라는 것을.기분이 하도 나빠 원지민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다.그래서 VIP 병실 휴게실의 문을 열며 말했다.“들어와.”그러자 임호가 즉시 따라 들어왔다.휴게실은 고급스럽고 화려했다.원지민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약간 꼬고 임호를 바라보며 여왕처럼 말했다.“무릎 꿇어. 날 즐겁게 해줘.”임호의 그 무심한 눈빛에 잠깐의 변화가 일었다.곧이어 그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더니 익숙하게 행동했다.이 순간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임호는 어둠의 섬에서 태어났고 원지민의 부친은 딸의 안전을 위해 많은 돈을 주고 그를 고용했다.원지민의 부친은 어둠의 섬의 충성스러운 죽음의 전사들을 선택했다.그들은 평생 단 한 명의 주인만 섬기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경호원이 그에게 치명적인 약을 먹일 줄은 몰랐다.그가 어둠의 섬 전사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주인이 시키는 대로라면, 설령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라 해도 그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따를 것이다.그래서 임호는 원지민의 가장 더러운 손발이었다.모든 더러운 일들은 임호가 처리했다.그리고 임호가 배신할 걱정도 없었다.죽음의 전사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배신하지 않으니 말이다.벽 속에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한 검은 그림자가 몸을 숙여 기어 다니며 경건하게 주인을 섬기고 있었다.아무런 거리낌 없이 쾌락을 추구하며...모든 일을 마친 후.조금 전 자극을 받은 몸 때문에 원지민은 의자에 앉아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했다.“다음번에는 주의해, 실수하지 않도록.”그녀는 첫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활용하고 싶었다.임호 같은 출신이 천한 사람에게 말고 말이다.그가 잘 섬기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얼굴이 붉어진 채로 원지민은 조금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세희는 지금 어떻게 됐어?”임호는 대답했다.“감시하고 있습니다. 죽지는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