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아아!”돼지 멱따는 소리와 같은 비명이 들렸다.소원이 조 대표의 민감한 부분을 힘껏 발로 찬 것이었다.조 대표의 덩치가 커서 정확히 맞추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그 부분은 워낙 약한 곳이라 그 강한 발차기 한 방에 조 대표는 바닥에 쓰러져 아파서 숨을 헐떡였다.그는 고함을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싸가지 없는 년, 네가 감히 날 때려? 당장 죽여버릴 거야...”그러자 소원은 일어서서 손을 털며 냉소했다.“당신의 그 중요 부위가 부러졌는지 안 부러졌는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좋을걸?”그러고 나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조 대표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여기 전시 센터에 누군가 약을 타서 여성에게 불법 행위를 시도하려고 해요... 네, 이게 제 번호예요, 제가 피해자예요. 네... 여기서 기다릴게요.”조 대표는 소원이 정말 경찰에 신고할 줄은 몰랐다.순간 그는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이 싸가지 없는 년, 몸 파는 주제에 감히 겁도 없이 경찰을 불러? 네가 먼저 유혹한 거잖아! 헛소리하지 마! 경고하는데 내 뒤 봐줄 사람 있거든? 당장 신고 취소하지 않으면 넌 끝장날 줄 알아.”조 대표는 소원처럼 젊고 예쁜 여자는 이런 위협에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냥 겁을 주기만 해도 금방 무릎을 꿇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게다가 그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회사의 대표로서 이런 일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었으니 말이다.점점 화가 치밀어올라 조 대표는 욕설을 퍼부었다.“빌어먹을 년, 내가 너만 죽여버릴 것 같아? 네 가족 모두를 죽여...”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세게 뺨을 얻어맞았다.순간, 조 대표의 얼굴에는 다섯 개의 붉은 손자국이 새겨졌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이 빌어먹을 년이 감히 나를...”그러나 또 말을 마치기도 전에...“짝, 짝, 짝!”분노에 찬 잔인한 얼굴로 소원은 계속해서 조 대표를 때렸다.곧 그의 얼굴은 돼지 간처럼 붉게 변했고 입가에는 피가 흘러내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는 소원의 귀에 있는 것을 가리키며 경악했다.“너! 그게 뭐야...”그러자 소원은 냉소를 지으며 귀에 있는 장치를 가리켰다.“당신 생각이 맞아.”그녀가 착용한 것은 전화용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위장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였는데 흰색이라 눈에 띄지 않아서 몸에 가지고 다니기에 매우 편리했다.소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안에 당신 사람이 있다고 했지? 이번에는 누가 당신 도와주는지 한번 봐야겠네.”조 대표는 피가 마를 정도로 화가 치밀어올랐다!사실 그는 소원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줄 알고 겁을 주려 했던 것뿐이었다.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사실 그대로 녹화되었고 거짓말을 한 증거까지 남겨졌다.조 대표는 분노와 충격으로 인해 피를 토할 듯한 고통을 느끼며 ‘우웩’ 하는 소리와 함께 큰 소리로 피를 토했다.그리고 소원은 조 대표의 그런 비참한 모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정신을 집중하며 손가락을 꽉 쥐고 가슴에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가려움과 함께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조 대표에게 방해받아 원래 계획했던 시간에 구토를 하지 못해 약물은 이미 몸에 흡수되었다.이제 구토를 유도해봐야 소용없었고 그저 위를 상하게 할 뿐이었다.소원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조 대표를 보며 그가 다시 일어설 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빠르게 수영장으로 들어갔다.차가운 물은 그녀에게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었다.그러나 잠시 후,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소원은 더 깊은 물로 들어가 상체를 물속에 잠기게 하여 고통을 완화하려 했다.경찰이 도착해 증거를 넘기기 전까지 병원에 갈 수 없었다.이곳의 누구에게라도 증거를 맡길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이 가장 쉽게 매수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물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내부의 갈증이 그녀를 수영장 더 깊은 곳으로 향하게 했다.그리고 물속에서 조 대표는 소원의 이상한 모습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어깨가 붉게 변한 것으로 보아
육경한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올 듯했다.그는 소원의 약한 몸을 강하게 당겨 공격적으로 자신의 품에 안았다.남자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허락 못 해!”뜨거운 그의 피부는 화학 약물이 몸에 퍼진 소원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육경한은 그녀를 감싸 안아 몸속 깊이 녹여버렸다.육경한의 몸은 경직되어 기계적이었다.오래전, 익숙한 듯한 감각이 그의 심장을 멈추게 할 것 같았다.5년 전의 그 찢어질 듯한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아니, 겪을 수도 없었다.소원은 반드시 살아 있어야 했다!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소원은 그의 젖은 가슴에 얼굴이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발버둥 치려 했지만 남자의 또 다른 손이 그녀의 등을 단단히 눌러서 움직일 수 없었다.산소 부족과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가슴속에 휘몰아쳤다.그러자 육경한이 붉게 변한 눈으로 이를 악물며 외쳤다.“소원!”그는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죽지 마, 다른 방법으로 나를 벌해...”남자의 낮고 떨리는 목소리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지만 다행히도 물이 얼굴을 가려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소원은 얼굴이 눌려 육경한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그저 자신을 안고 있는 이 몸이 떨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뿐.‘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머리가 어지러워 판단이 흐려졌기에 소원은 아마도 자신의 감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육경한 같은 사람이 두려움을 느낄 리 없지.’그녀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본래도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제 육경한이 더욱 강하게 안고 있어서 가슴 속의 갈증이 목구멍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으으...”그녀는 힘겹게 소리를 냈다.마침내, 육경한은 환각에서 깨어난 듯 그녀의 얼굴을 풀어주었다.“누가 죽고 싶어 한다고 그래?! 당신이 죽어도 난 절대 안 죽어!”소원은 화가 나서 그를 욕하며 손을 세게 뿌리쳤다.“손 떼!”그러고 나서 그녀는
찰나의 순간, 육경한의 마음속에 즐거움이 피어올랐다.수영장에 떨어진 조세진은 이제야 구조 봉을 붙잡고 겨우 물 밖으로 나왔다.그는 땅에 엎드려 개처럼 헐떡이고 있었다.조금 전 강한 힘에 의해 물에 빠졌을 때,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다 육경한이 소원을 안고 물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그는 또 언제부터 육경한이 사람을 구하는 착한 사람이 되었는지 의아해했다.조세진은 육경한이 여자를 데려오는 것을 보고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그는 현재 방씨 집안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육경한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에게 무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속으로는 육경한을 욕하며 조세진은 얼굴에 아첨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소원을 가리켰다.“육 대표님, 이 여자 기억하시죠? 예전에 우리와 함께 놀던 그 술집 여자입니다!”‘술집 여자'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육경한의 얼굴은 일순간에 심하게 변했다.조세진은 똑똑하면서도 동시에 바보 같은 인물이었다.그는 육경한이 자신을 때린 것이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였다고 생각했고 소원과 얽힌 것은 우연히 화풀이를 당한 것이라고 믿었다.지금 그는 육경한이 여자를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의 일을 들먹이며 그녀를 비방하여 증거를 없애려 했다.조세진은 말했다.“육 대표님, 이 여자가 저를 유혹하려다 실패하자 저를 강간하려 했다고 모함했습니다.”그는 육경한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수영장에 떠다니는 돈과 물건들을 가리키며 헛소리를 이어갔다.“보세요, 이게 다 이 여자가 훔친 거예요. 이 여자를 저에게 넘기시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육경한은 어두운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이 여자가 조 대표를 유혹했다고요?”“맞습니다, 이런 여자들은 유혹하는 게 직업이잖아요.”조세진은 냉소하며 과거를 떠올리듯 말했다.“기억 안 나세요? 예전에 이 여자 데려왔을 때 얼마나 꼬리를 쳤는지... 가슴이 제 얼굴에 거의 닿을 뻔했고 저보고 소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조세진은
소원은 고통스러워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두 다리는 마치 지네처럼 꼬여갔다. 그녀의 정신은 한 번은 맑았다가 또 한 번은 흐려지기를 반복했다.그러다 문득 그녀를 술집 여자라고 부르던 조세진의 말이 떠올랐다.그렇다, 그때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그렇게 보였었다.이 모든 것은 바로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이 남자 때문이었다.육경한은 그녀의 두 다리를 팔꿈치에 고정하여 공주님 안기 자세로 바꾸었다.기회가 보이자 소원은 그의 가슴을 이로 꽉 물었다. 그렇게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이를 물고 있었다가 천천히 놓았다.그러나 육경한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차분하게 물었다.“더 이상 안 물어? 참을 수 있어?”소원은 몸 전체가 연한 붉은 빛으로 덮여 있는 듯했다.이 증상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했다.소원은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몸을 제어하며 한 마디씩 끊어 말했다.“나 내려놔!”하지만 육경한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재킷을 덮어 준 후 계속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했다.소원의 옷은 전부 젖어 있었고 속옷까지도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어 매우 불편했다.그녀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그를 때리고 발로 찼다.“나 내려놔! 내려놔!”조세진을 무너뜨리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육경한은 그녀가 극도로 불안해하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진정시키려 말했다.“뒷일은 내가 처리하게 할게. 조세진은 반드시 처벌받을 거야.”소원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육경한이 나서서 처리하면 어떤 면에서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조세진의 처제는 시원 그룹의 이사장 동생과 결혼하여 방씨와 친인척 관계를 맺었고 또 방씨와 육씨 두 집안은 깊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때문에 지금 육경한이 아무 경고 없이 조세진을 처리하는 것은 방씨 집안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이렇게 되면 두 집안의 견고한 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안도의 숨을 쉰 후, 소원의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간
그 어두운 눈빛에는 소원을 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그의 눈빛은 소원이 너무도 잘 아는 것이었다. 마치 한밤중에 되살아나는 악몽 같았다.그는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안 힘들어?”육경한은 소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물었다.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젖은 옷이 몸에 붙어 있으면 병이 날 수 있었다.소원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젖은 옷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은 확실히 불편했지만 옷을 벗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입술을 세게 깨문 탓에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소원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민감한 부분을 움켜잡았다.차 안의 공간이 좁아서 발로 찰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약물의 효과가 더 강했고 그녀는 머리가 맑은 육경한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어두운 눈빛으로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뭐 하려고?”소원이 두 번이나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그의 강한 손은 마치 철제 집게처럼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소원...”육경한은 머리를 그녀의 이마에 강하게 대고 아래쪽에 있는 그 손을 제어하며 멈추지 않았다.그러고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어찌하려던 게 아니었어.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해줄게...”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 소리쳤다.“육경한, 너는 짐승이야!”그는 언제 어디서나 발광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소원의 손은 그의 통제하에 있었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당신은 사람이 아니야!”“맞아, 난 사람이 되기를 좋아하지 않아.”육경한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으로 사는 건 너무 구속이 많아서 차라리 짐승이 되는 게 낫지.”두 사람은 좁은 차 안에서 무언의 싸움을 벌였다.소원의 이마는 땀으로 젖었고 눈은 피로 물든 듯했다.한쪽 손은 마비가 된 듯 기계적으로 움직였다.갑자기, 육경한은 고개를 숙이
해독 주사를 맞고 나서 소원의 몸은 상당히 회복되었다.경찰이 와서 진술을 받고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했다.진단서에는 ‘위장에 약물 잔여물, 환각제'라고 적혀 있었다.소원은 ‘신체에 피해 없음'이라는 문구를 찾아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없었다.약물 외에 신체적 피해는 없었고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24시간 더 병원에서 관찰해야 했다.사람들이 떠난 후, 소원은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거울 속의 창백하고 허약해 보이는 얼굴에 소원 본인이 깜짝 놀랐다.특히 목에 남은 뚜렷한 자국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소원은 뜨거운 물을 틀고 수건을 들고 기계적으로 반복해 닦아냈지만 효과는 없었다.목이 오히려 더 붉어지고 자국이 더 선명해졌다.소원은 그 자국을 보며 기운 빠진 공처럼 주저앉았다.수많은 감정이 터진 상처에서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움켜잡고 그것을 거울에 내던졌다.뜨거운 물이 얼굴에 튀면서 눈가가 따뜻해지자 그녀는 뜨거운 물을 최대로 틀어놓고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오른손을 뜨거운 물 속에 넣었다.손바닥은 금방 붉게 익어갔다.그녀는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처럼 손이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열렸다.육경한이 문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그는 소원이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손이 붉게 변할 때까지 물속에 넣고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어두워지며 그녀의 손을 확 잡아당겼다.“너 미쳤어?!”남자의 손길에 소원은 본능적으로 그를 떨쳐내려 했지만 힘이 없어 결국 세면대에 부딪히면서 크게 다쳤다.곧 육경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소원은 그가 다가오기도 전에 마치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경계하며 차갑게 말했다. “비켜!”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찬물로 바꿔 식히며 다시는 손을 뜨거운 물에 넣지 못하게 했다.소원은 그의 단단한 턱선을 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육경한, 아직도 모르겠어? 난 당신
소원의 얼굴은 하얗고 깨끗했으며 그 아래로 굴곡적인 몸매가 드러났다.그녀는 어깨를 격렬하게 떨며 말했다.“육경한, 당신은 변태야. 미친놈아, 꺼져, 나 역겹게 만들지 마.”육경한은 그녀의 절망한듯한 표정을 보자 가슴 속에 맺힌 분노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곧 화가 난 그가 비웃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처음 했을 때 기억나? 넌 네가 먼저 날 보고 날 쫓아다닌 줄 알지?착각이야. 내가 널 먼저 봤어.”소원은 이를 악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대학교 1학년 때, 너랑 네 남자친구가 내 옆에 앉았을 때 난 너를 봤어. 그리고 그때부터 난 널 내 밑에 두고 싶었어. 그때 그 남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지? 내가 그 사람 아버지한테 2억 주고 서울에서 떠나게 했거든. 나중에 내가 학생회장이 된 것도 네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어.”육경한은 그녀의 젖은 속눈썹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미친놈이라고 했지? 맞아, 처음에 네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 가짜였으니까.처음부터 끝까지 난 널 통제하려고 했어. 네가 도망갈까 두려워서 함정에 빠뜨리고 통제하려고 했어. 정말 모든 게 다 내가 잘 계획한 거였어.”하지만 그 이후로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육씨 집안의 몰락과 뒤이은 일련의 오해가 육경한을 미치게 만들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한순간도 그는 소원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증오가 사랑을 가렸다.이제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그는 한 번 정한 사람은 어떤 수단을 쓰든, 어떤 대가를 치르든 절대 놓지 않는 성격이었다.소원은 터무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육경한, 나 이미 당신이 비참하게 죽은 모습을 본 것 같아.”방안은 죽은 듯 조용해졌다.육경한은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더욱 강렬하고 무모한 눈빛을 보였다.그러더니 그는 소원을 세면대 위로 안아 올리고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
소종은 육경한이 아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교도소 안에 있을 때 육경한은 모든 사람들의 면회를 거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 아이를 그리워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타세요, 대표님.”소종이 침묵을 깨며 한마디 했다.육경한이 차에 타자 소종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가족이 소 대표님을 잘 돌봐주셨어요.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김 대표님도 하정이와 유진이를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윤혜인 사모님의 오빠가 8년 전에 결혼했어요. 집 가정부의 딸 구지윤 씨와 결혼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딸을 낳으면서 할아버지도 받아들이셨고요... 아, 참. 예전에 소 대표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경 강민혜 씨, 기억하시죠? 소 대표님의 친동생이었더라고요. 당시 소 대표님의 어머니가 과다 출혈로 위독하셨을 때 그 여경이 수혈해 줬거든요. 소 대표님이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은 것을 알고 친자 확인을 했더니 강민혜 씨가 정말 친동생이었어요. 예전에 도둑맞아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거죠...”소종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화로운 호텔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육경한을 위해 환영회를 준비한 듯했다.육경한이 말했다.“이런 거 필요 없어.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그러자 소종이 바로 말했다.“안 돼요. 오늘 식사 자리에는 꼭 가야 해요.”황진수도 말했다.“맞아요, 육경한 씨.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니 우리 마음을 봐서라도 꼭 참석해 주세요.”마지못해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호텔 룸에 들어간 순간 방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예쁜 소녀가 육경한에게 다가오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말했다.“그쪽이 우리 아빠예요?”자신과 닮은 소녀의 눈매에 육경한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육하정이 계속 말했다.“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잘못을 저질러
법정 안, 판사가 선고했다.“피고인 육경한, 살인죄로... 그러나 피해자와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고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여 본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육경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대표님...”방금 깨어나서 법정에 나와 주석훈의 살인을 증언한 소종은 울며 육경한을 불렀다.뒤에 서서 두 달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아기의 얼굴과 핑크색 이불을 본 육경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더 이상 소원에게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소종을 보며 한마디 했다.“잘 돌봐줘.”육경한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캐치한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15년 후, 구치소 대문 앞.15년 전 입소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온 육경한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교도소에 있는 동안 좋은 표현 덕분에 감형을 받아 조기 출소했다.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육경한의 얼굴에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고 온화한 매력을 내뿜었다.구치소 밖에서는 황진수와 소종이 육경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종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붙잡고 울었다.“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키가 185cm나 되는 팔이 하나뿐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대표님...”옆에 있던 황진수가 육경한에게 담배를 건네자 담배를 받은 육경한은 깊게 빨아들인 뒤 말했다.“내 재봉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나중에 너희들에게 옷 한 벌 만들어 줄게.”소종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슬픈 분위기가 육경한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종이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기대하고 있을게요.”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꺼져.”먼 곳을 바라본 육경한은 소종과 황진수 외에 그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왠지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그녀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결코 좋은
“두 번째 것을 선택할게.”죽어도 소원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육경한이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대답했다.“허허, 육 대표가 소원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주석훈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그럼 시작하지. 육 대표,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소녀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자리에 얼어붙은 육경한은 주석훈이 혹시라도 소원을 해칠까 봐 바로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덫이 ‘탁탁’ 소리를 내며 그의 두 다리를 집었고 이내 피가 철철 흘렀지만 육경한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몰라.”손에 칼을 움켜쥔 주석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 소녀의 이름은 수정이야. 육 대표처럼 모든 지원을 다 받아 치료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큰 고통 속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육경한이 입을 열었다.“그 교통사고에서 소녀가 죽은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 미우 그룹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 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치료한 이유는 대동맥이 눌러져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소녀도 나와 똑같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 후에 소녀의 가족에게 위로금도 보냈어.”육경한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녀의 부모님이 통곡하는 모습을 본 육경한은 소종을 시켜 소녀의 가족에게 2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주석훈이 매서운 눈빛을 내뿜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어쨌든 넌 살아남았고 나의 수정이는 떠났어. 아무도 우리 수정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주석훈은 더 이상 게임 따위 생각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너희들은 모두 냉혈 인간들이야. 너희들은 죽어도 싸!”말을 마친 주석훈이 칼을 휘둘러 소원의 배를 찌르려 하자 육경한은 재빨리 몸을 날려 자신의 종아리로 칼을 막았다.소원을 밀어낸 육경한은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주석훈과 맞붙었다.팔다리가 멀쩡한 주석훈은 이내 다리가 다친 육경한보다 우위를 점했다.도우려고 한 발 나선 소
이후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소원의 입에 물린 천을 빼주며 말했다.“어떻게 여기에!”소원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를 계속 도와주던 주석훈이었다!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과는 원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주석훈이라니...“소원, 많이 놀랐지?”가면을 벗어 던진 주석훈은 마치 조금 전까지 잔인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왜... 이렇게까지?”소원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해 물건을 잡는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너였어!”소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상철 삼촌과 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너! 맞지?!”주석훈은 부인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 또한 모든 걸 말해주듯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소원, 그 사람들은 죽어도 싼 사람들이야. 그들이 죽었으니 네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공모해서 네 아버지를 죽였잖아?”“아니야!”소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그 사람들은 단순히 조종당한 희생양일 뿐이야. 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너였어?! 넌 그냥 증거 인멸을 한 거야!”“소원, 정말 똑똑하네?!”칭찬하듯 한마디 한 주석훈의 말에 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올라 외쳤다.“왜! 아빠가 뭘 잘못했다고 죽인 건데?!”주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 알고 싶어? 나와 육경한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그게 아빠와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고?”주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진용이 죽어야만 너와 육경한의 갈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넌 내 손에 있는 최고의 무기야. 넌 육경한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지. 지난 5년 동안, 본인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소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남자의 방향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다친 전미영을 바닥에 내던졌다.전미영은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소원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사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몰래 반지 속의 장치를 작동시켰다.이내 독이 묻은 바늘로 남자의 팔을 찌르자 팔이 곧바로 마비되기 시작한 남자는 저린 감각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망할 년! 감히 날 속여?”남자는 분노하며 소원을 발로 걷어찼다.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소원은 엉덩이가 세게 걷어차인 바람에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다행히 앞에 소파가 있었기에 소파를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있는 힘껏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그러나 남자가 바로 달려와 순식간에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최면제의 효과가 서서히 올라옴과 동시에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몇 발의 총성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렸다.소원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엄마를 구해 주세요...’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걸이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점점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하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운송 차 안인 듯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입안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고 팔도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순간 소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끌려온 것이다.주위에 전미영이 보이지 않자 소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같이 끌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엄마를 병원으로 옮겼을 거야. 그러면 희망이 있어.’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속으로 행운을 빌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납치범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밀려왔다.‘이 사람은 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지?’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소원은 졸음이 밀려왔다.임신 후기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극심한 피
육경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여경을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 이 사람이 아직도 쇼핑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나도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소원은 순간 숨을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응시했다.바로 앞에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이 바로 모두가 찾는 전미영이었다.육경한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는 정말 여기에 있었다.육경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지만 소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미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교활한 남자는 사람을 쇼핑몰 안에 붙잡아둔 채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짜 번호판 차량은 아마도 이 남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똑똑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가면 쓴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고 전화를 끊으라는 뜻을 내비쳤다.자기 엄마가 상대방의 손에 있기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지시했다.“전화기를 꺼서 이쪽으로 던져.”소원은 남자의 말대로 순순히 전화기를 끄고 그의 앞에 던진 후 한마디 물었다.“누구세요? 지금 뭘 원하는 거예요? 제발 우리 엄마만 해치지 마세요!”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소원은 남자를 향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상대방이 엄마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말을 하면서도 소원은 몰래 주변을 관찰했다. 가면 쓴 신비로운 남자는 정말 교묘한 장소를 선택했다.화장실은 휴게실 제일 안 쪽에 있었고 뒤쪽에 있는 창문과 거리가 가까웠다.남자는 전미영을 붙잡고 입구 쪽에서 소원과 정면으로 마주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좁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소원을 한 구석에 가둘 수 있다.남자는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권총 비슷한 것
강민혜는 즉시 지시를 내려 이 수상한 차량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다. 육경한이 회사의 위기 대응팀과 협력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그들은 이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육경한은 즉시 차량을 출동시켜 추적하도록 했지만 소원더러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현재 상대방의 목표가 소원의 엄마가 아니라 임신 중인 소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 추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원 같은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차량 추격에 참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본인까지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 된다.육경한의 부탁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경한은 회사 경호원 한 팀을 불러 상대방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했다.쇼핑몰에 남아 있는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원을 경호했다. 소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육경한도 차량 추적에 나섰다.이렇게 되어 여러 대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그 검은 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소원은 쇼핑몰의 휴게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심박 수가 빨라져 의사가 와서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몸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조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소원이 걱정된 강민혜는 현장에 남아 그녀를 달랬고 소원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다.소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고 강민혜도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큰 고비도 넘겼는데 별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경찰과 육 대표님이 모두 추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본인이 아무리 불안해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육경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이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육경한이었다.당황한
육경한이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 장모님은?”“엄마가 사라졌어...”소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충돌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미영은 그녀 곁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미영이 사라졌다.전미영은 걸을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능도 두세 살 아이 수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원이 급히 찾으러 가려 하자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너무 급해 하지 마. 우선 CCTV를 보자. 경호원들에게 찾으라고 했어. 네가 걷는 것보다 경호원들이 움직이는 게 빨라.”소원도 육경한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찾아야 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되었다.두 사람이 CCTV 실로 향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전미영이 사라지는 영상을 찾아냈다.영상을 보니 전미영은 처음에는 경호원의 뒤, 소원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말싸움이 일어나면서 그 남자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소원과 육경한 주변으로 몰렸다.그러면서 전미영은 자연스럽게 뒤에 갔다. 원래대로라면 전미영도 별일 없어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전미영이 갑자기 혼자 모퉁이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곳에 그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불과 7, 8걸음 되는 모퉁이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한편 소원과 육경한에게 정신이 팔린 경호원들은 전미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미영이 뒤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모퉁이의 CCTV에는 소원이 비상구로 들어가는 것이 찍었다. 계단에 CCTV가 없었고 출구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전미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즉 전미영이 출구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면 유일한 통로는 지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출구의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나 있어 전미영이 그 출구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전미영이 실종된 지 불과 몇 분, 실종자를 한 시간 이내에
두 모자가 가식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 것을 안 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모자를 제일 먼저 도우려고 나섰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소원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눈이 어두웠네요.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는 정말 톡톡히 교육해야 해요. 얼마든지 책임을 물으세요.”주변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이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 화가 날 것이다.게다가 이 모자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아들은 말썽을 부리고 엄마는 말재주를 발휘해 변명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화가 날 것이다.구경꾼들이 흩어진 후 육경한은 두 모자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아이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시킨 거야?”엄마가 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우리 애가 장난친 거예요.”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왜 이래요... 우리가 그냥... 사과할게요... 아이고,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한지...”그들은 완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이상해 보였다.조금 지친 소원이 육경한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이만 가자.”“1분만 기다려.”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육경한은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압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너를 시켰는지 말해. 안 그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겁이 많은 아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더니 이내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저씨가...”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이 아이의 엄마를 밀어내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어떤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부딪히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