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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1화

그러면 혼자 좋아할 자격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오빠가 한 말은 고민해 볼게요.”윤혜인이 말했다.배남준은 윤혜인이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넋을 잃은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윤혜인은 배남준에게 거부감이 없었다. 만약 가정을 다시 꾸린다면 배남준도 좋은 선택이긴 했다.그리고 윤혜인도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아이들을 정확히 인도할 수 있으니 말이다.침착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함께라면 무슨 일을 하든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전에는 아이가 한 명뿐이라 이런 일은 고민하지 않아도 혼자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뱃속에 품은 아이까지 태어나면 고려해야 할 게 점점 늘어날 것이다.배남준은 침착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입에 발린 말에 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낑낑대던 배남준이 겨우 고맙다는 말밖에 내뱉지 못했다.윤혜인은 그런 배남준의 반응이 재미있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고마워요. 남준 씨.”변화를 주고 싶다면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호칭을 바꾸는 것이었다. 계속 배남준을 오빠라고 부르면 곽경천처럼 오빠로만 생각하지 좋은 남자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배남준은 너무 기뻐서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두 사람이 식당에서 나왔을 때는 하늘에서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북안도는 다른 건 다 좋았지만 너무 추운 게 문제였다. 윤혜인은 매번 곰처럼 겹겹이 껴입고 나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배남준은 윤혜인의 손에 보들보들한 장갑을 끼워주고 나서야 윤혜인의 손을 잡고 돌아갔다.오늘은 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손을 잡지 않으면 부딪히기 십상이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오늘 저녁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멀지 않은 곳에서 또 이준혁과 닮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익숙함이 전에 봤던 그림자보다 더 짙었다.어깨라인이 선명한 뒷모습에 윤혜인은 순간 그 사람이 이준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배남준은 윤혜인이 또 멍을 때리고 있자 윤혜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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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거실에 더없이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남자는 체격이 잘빠졌고 얼굴도 여전히 준수했다. 고개를 돌린 순간 은하수를 통째로 담은 듯한 눈동자가 보였다.윤혜인은 넋을 잃었다. 착각이 순간 현실이 된 것이다.시선이 닿은 순간 윤혜인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여기는 왜 온 거지...’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은 달랐다.‘다리는 다 나았나... 지팡이를 짚지 않은 걸 봐서는 많이 좋아졌다는 건데. 아직 다 낫기도 전인데 찾으러 온 건 아니겠지?’뒤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윤혜인은 걸음을 멈추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렸다.남자는 윤혜인을 부를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준... 이준혁 씨.”윤혜인이 입을 열었다.잠깐 고민해 봤지만 그래도 말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찾아와도 다시 그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게다가 이준혁은 아직 채 낫기 전이었다.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기는 싫었다.윤혜인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저번에 알아듣게 잘 얘기한 것 같은데요?”이준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찾아온 건 볼일이 있어서야.”윤혜인은 전혀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무슨 그렇게 큰 일이 있다고 병이 채 낫지 않기도 전에 엄동설한인 북안도까지 달려온 건지 궁금했다.출산과 엄마 일로 이미 충분히 속이 뒤숭숭한 상태였기에 걱정거리를 하나 더 추가하기는 싫었다.너무 많은 일이 쌓여 있어 숨을 돌릴 겨를도 없었다. 속으로는 자기 몸 하나 아낄 줄 모르는 남자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윤혜인은 자기가 왜 화났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먼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이준혁 씨, 이러는 거 정말 짜증 나는 거 알아요? 이런 짓 하고 혼자 감동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이제 그런 짓 좀 그만해요.”이 말에 이준혁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그렇게 한참 침묵하던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더니 그런 자신이 우습다는 것처럼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윤혜인은 이준혁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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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하여 이선 그룹에서 이 프로젝트를 중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유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염치를 불문하고 준혁 오빠랑 같이 왔다고...’윤혜인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이준혁을 오해한 것 같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 온 것이었고 여자 친구까지 데리고 왔다.윤혜인은 그것도 모르고 이준혁이 그녀를 위해서 달려온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난감한 순간은 없을 것 같았다.이때 이신우도 안에서 나왔다. 윤혜인을 보자마자 먼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혜인 씨, 준혁이는 프로젝트 토론하러 온 거예요. 그리고 곽경천 씨 상황을 전해 듣고 같이 보러 왔어요.”이신우가 소개하기 시작했다.“강씨 가문 아가씨는 기억하고 있죠?”전에 캠핑하러 갔을 때 정유미도 함께였고 윤혜인도 있었으니 더 소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윤혜인은 지금 이 상황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출산에 가까워진 초조함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얻은 직접적인 결과는 바로 사리 판단에 어두워졌다는 것이었다.아까 이준혁이 분명 여러 번이나 그녀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그녀는 자꾸만 자기와 연관 지었다.윤혜인은 얼굴이 너무 뜨거워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정유미는 눈치를 살필 줄 잘 몰랐기에 아직도 열정적으로 말했다.“언니, 설마 방해한 거 아니죠? 준혁 오빠가 데려오지 않겠다는 거 내가 꼭 따라가고 싶다고 한 거예요...”“아니에요. 오빠 보러 와줘서 고마워요.”윤혜인의 얼굴이 빨갛던 데로부터 하얗게 변하더니 애써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요. 좀 피곤해서 올라가서 쉬어야겠어요.”윤혜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하고는 곽경천을 보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당황한 정유미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오빠, 내가 혹시 실수한 거 아니에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준혁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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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곽경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정일이 다가오니 잠을 잘 자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일단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아이나 생각해.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뱃속에 있는 아이니까.”곽경천이 말했다.윤혜인은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 곧 예정일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일이 지체되고 있었다.곽경천은 윤혜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불모래에 대처할 방법도 아직 찾고 있고 원진우도 최근에 두문불출이래. 게다가 저택 경비까지 더 강화했고. 들어가려고 해도 억지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 중이야.”“응, 알았어.”윤혜인이 말했다.곽경천이 위로했다.“이제 와서 하루 이틀 급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지금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원진우가 갑자기 미쳐서 엄마한테 해코지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냥 원진우가 무슨 낌새를 눈치챈 것 같으니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더 파헤쳐봐야지.’곽경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원진우는 윤아름과 감정으로 얽혀 있는 관계인 것 같았다. 그러니 윤아름을 쉽게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하지만 사람이 약간 미친 건 확실했다. 계획 없이 무턱대고 진입했다가는 원진우가 안으로 들어간 사람과 같이 죽자고 달려들 수도 있다. 거기에는 당연히 윤아름도 포함되어 있었다.곽경천이 자연스럽게 물었다.“어제 이준혁 씨 만났어?”윤혜인은 쪽팔렸던 어제가 다시 떠올라 고개를 끄덕였다.윤혜인이 부담을 느낄까 봐 그러는지 곽경천이 특별히 설명했다.“하나로 프로젝트 토론하려고 왔대.”“알아.”윤혜인이 말했다.“남준이가 그러더라. 어제 너한테 고백했다고.”곽경천이 어제 있었던 일을 꺼냈다.윤혜인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배남준이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고 생각했다.“너는 어떻게 생각해?”곽경천이 물었다.윤혜인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곽경천이 질문을 바꿨다.“고민해 본다고 한 말 진심이야?”“나... 사실 나도 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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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너에게 잘해주고 아이에게 잘해주는 건 우리 같은 가족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늘 해줄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고민할 때 이 두 개는 제쳐두고 하나만 생각해. 그건 바로...”곽경천이 말을 이어갔다.“그 남자가 네가 원하는 남자인지만 생각하라는 거지.”윤혜인은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윤혜인은 기여형 인격이었다. 제일 먼저 자기가 제일 아끼는 사람부터 챙겼다. 그다음이 가족이고 마지막이 윤혜인 자신이었다.아이에게 아빠를 찾아주는 일을 고민할 때도 순전히 좋은 아빠의 표준만 고려했고 윤혜인은 자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곽경천이 말했다.“혜인아, 나도 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너랑 남준이처럼 지내는 건 아닌 것 같아. 남준이가 너에게 잘해주는 건 맞지만 거기에 보답할 방법이 없어서 억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야.”윤혜인은 어릴 적 겪었던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자기 기분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다른 사람이 잘해주면 윤혜인도 곱절로 잘해줬다. 그러다 은혜를 갚을 길이 없다고 생각하면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그 사람이 만족한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곽경천은 윤혜인이 자기 마음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싫었다.“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는 거를 우리의 의견을 듣는답시고 선택하지 말라는 소리야. 너의 인생이니까 네 생각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어?”윤혜인은 곽경천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순간 곽경천이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직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정말 똥멍청이나 다름없었다. 윤혜인도 곽경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곽경천은 윤혜인이 그저 좋은 남자를 찾아서 결혼하기보다는 그녀와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를 바랐다.윤혜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전에는 뭔가 이상한 늪에 빠진 것 같았다. 세 아이에게 아빠를 찾아준다는 기준만 생각하고 상대를 가늠했기 때문이다.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뜻인지 알아. 잘 고민해 볼게.”곽경천은 동생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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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장

윤혜인의 약점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의 감정을 매우 신경 쓴다는 점이다.배남준이 이렇게 말하니 거절하고 싶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거절하면 너무 무정해 보일 것 같아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말에 동의한 셈인 것이다.임신한 몸이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고 말이다.공원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었고 윤혜인은 아이스크림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배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렸다.북안도는 춥지만 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마음이 답답해져서 아이스크림이 꽤 인기가 있다. 이제 윤혜인은 임신 말기에 접어들어서 음식을 달리 가리지 않고 있었다.배남준이 물었다.“먹고 싶어?”이 말에 윤혜인의 눈빛이 반짝였다.그 아이스크림은 서울의 아이스크림과 달리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소스가 얹어져 있었다.북안도의 바닐라 소스는 특별히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는 터라 이미 맛을 본 적이 있었다.임신한 후로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8개월 넘게 윤혜인은 그 맛이 그리웠다.그러나 윤혜인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먹어도 돼요?”입으로는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서도 눈빛은 초롱초롱한 게 배남준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이 표정에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배남준은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말했다.“의사 말로는 이제 뭐 딱히 가리지 않아도 된대. 조금만 먹으면 돼. 출산 후엔 또 못 먹을 테니까.”북안도에서는 산후조리를 하는 관습이 없었지만 윤혜인은 서울의 방식으로 몸을 관리해야 했다.“내가 가서 작은 사이즈로 사 올게. 소스는 조금만 달라고 할게.”배남준의 말 덕분에 윤혜인은 죄책감이 한결 덜어졌다.곧 배남준은 그녀를 옆에 있는 긴 벤치로 데려가 손수건을 꺼내 깔아주고 웃으며 말했다.“여기 앉아서 기다려.”아이스크림 파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야 했다.혹시나 사람들이 윤혜인과 부딪힐까 염려하여 배남준은 그녀를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했다.특권 남용을 선호하지 않았던 배남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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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사람들에게 비웃음당하지 않기 위해 윤혜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입을 열었다. “그날은... 제가 잘 알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사과할게요.”“괜찮아.”이준혁은 이렇게 말을 하며 몸을 약간 움직여 햇빛 한 줄기를 내주었다.그제야 윤혜인은 그가 검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다리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도 일하러 나온 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양국 간의 협력이라 이준혁의 위치에서 직접 나서야 할 일이긴 했다.뒤쪽에 여러 명의 경호원과 북안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라오는 걸 보고 이 공원이 그가 지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짐작했다.윤혜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제 여자친구도 있는 만큼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었다.그러나 이준혁은 떠날 생각 없는지 먼저 말을 걸었다.“이곳 음식에 익숙해졌어?”“네, 괜찮아요.”짧게 대답하고 윤혜인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이준혁에게 말했다.“대표님,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이준혁은 그녀가 자신을 떠밀고 있다는 걸 못 알아챌 리 없었다.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정유미 씨는...”“대표님...”곧 윤혜인이 단호하게 이준혁의 말을 끊었다.“대표님 일은 저와 상관없으니까 얘기하실 필요 없습니다.”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사실 윤혜인은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현재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윤혜인이 자신의 말을 듣기 싫어하자 이준혁은 약간 무안해졌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러던 중 배남준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가왔고 윤혜인의 눈빛은 즉시 반짝였다. 이준혁은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멈칫했다.오래 기다렸던 아이스크림이 오자 윤혜인은 이준혁이 옆에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일어나 아이스크림을 받으려 했다.그렇게 배남준이 아이스크림을 윤혜인에게 건네주려는데 다음 순간 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이스크림이 손에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쳐서 떨어뜨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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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두 사람을 비교해보니 윤혜인은 이준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두 남자가 대치하고 있을 때 윤혜인은 남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쏙 넣어 다 먹어버렸다.그러자 두 남자는 시선을 돌리더니 잠시 멈칫했다.윤혜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한 거예요. 혼내실 상대가 잘못된 것 같네요.”게다가 윤혜인은 그가 자신이 해산물을 먹었다는 걸 알 줄 몰랐는지라 따져 물었다.“절 따라다니기라도 하는 건가요? 지금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이라도 있으신 건지... 이건 제 아이고 제가 알아서 잘 보살필 거예요.”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라 방금 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조차 기억나지 않고 속이 울렁거렸다.윤혜인의 날 선 말에 이준혁은 잠시 굳어졌다.몇 초간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말했다.“미안해. 내 말투가 잘못됐어.”배남준은 이 말을 듣고 이준혁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에 설명하기 어려운 쓸쓸하고 자존심 상한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표정을 늘 의기양양하던 이준혁의 얼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뭐랄까,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표정이었다.솔직히 그의 이런 모습은 경제 뉴스에서 보던 이준혁의 모습과는 달랐고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마음속으로 배남준은 이준혁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어쨌든 이준혁의 행동도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니 그의 태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이준혁의 말에 배남준도 조금은 무리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며 약간 걱정이 들었다.윤혜인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배남준에게 손을 내밀며 같이 가자고 신호를 보냈다.배남준은 그녀의 손짓이 앞에 있는 이준혁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잡아주었다.곧 그는 이준혁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네고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이준혁은 무언가 아쉬운 표정으로 윤혜인의 손을 갑자기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윤혜인이 크게 손을 뿌리치는 바람에 이준혁은 중심을 잃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눈살을 잠시 찌푸리며 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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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웠다.이때 배남준이 물었다.“왜 그런 생각을 해?”“모르겠어.”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그냥 그 사람이 내 아이를 뺏어가려는 것 같아요.”이어 그녀는 단호하게 덧붙였다.“아이 빼앗아가게 두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배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혜인아, 그건 오해인 것 같아.”배남준의 눈에 이준혁은 아이보다는 윤혜인을 더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어차피 아이는 이미 상당히 자라 안정적인 상태였고 잘못 먹은 것으로 인해 고생하게 될 건 어른이었다.하지만 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배남준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오해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준혁 씨는 아이를 빼앗으려는 게 아닌 것 같아.”배남준이 말했다.그러나 윤혜인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이틀 내내 유령처럼 나타나기만 하고 내 출산일이 가까워졌을 때 맞춰서 나타났잖아요. 아이를 뺏으려는 게 아니면 뭐겠어요.”배남준은 잠시 침묵했다. 사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윤혜인이 다시 불안에 휩싸일까 봐 걱정이 되어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걸지도 몰라.”“걱정한다고요?”윤혜인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준혁 씨가 날 걱정한다고? 근데 지금은 여자친구도 있잖아... 정유미 씨한테도 이건 공평하지 않은 거 아닌가?’정유미의 처지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윤혜인은 남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연애를 하든 여자든 확실한 관계인 여자든 그 시기에 다른 여자와 얽히면 안 된다고 여겼다.윤혜인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고 배남준도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그저 차에서 내릴 때 그녀에게 너무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을 뿐이다.윤혜인은 방으로 돌아와서 배남준의 말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이준혁의 행동을 생각했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이준혁의 모습은 늘 오만했다. 게다가 그녀가 완강히 거절했는데도 걱정한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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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늦은 밤 배씨 가문 저택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두드려졌다.도우미가 곽경천에게 보고한 뒤 문을 열었다.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그러자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양털 코트를 입고 검은 지팡이를 짚은 남자가 빗물을 흠뻑 뒤집어쓰고 안으로 들어섰다.곽경천은 이제 간신히 걸을 수 있게 된 상태였지만 이준혁의 방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이 밤중에 무슨 일이죠?”“혜인이는 잠들었습니까?”그러자 곽경천이 의아해하며 다시 말했다.“시간이 이렇게 됐는데 당연히 자고 있겠죠.”“혼자요?”이준혁이 묻자 곽경천은 잠시 멍해 있다가 대답했다.“당연히 아니죠.”가짜 결혼이라는 사실은 이신우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윤혜인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곧 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럼 가서 확인해 줄 수 있습니까?”이해할 수 없는 말에 곽경천이 다시 물었다.“이 밤에 자고 있는 사람한테 저더러 뭘 확인하라는 거죠?”“방금 혜인이의 핸드폰 신호가 잠깐 움직이더니 그 뒤로 멈췄어요.”“핸드폰 신호요?”깜짝 놀란 곽경천은 이내 깨달았다.“혜인이 핸드폰에 뭐 설치했었나요?”“전 단지 혜인이의 출산 전 안전을 위해 위치만 확인할 수 있게 했을 뿐입니다. 다른 정보는 누설되지 않아요.”이준혁이 해명했다.“그래도 안 되죠!”이준혁이 아무 말도 없이 윤혜인의 핸드폰에 위치 추적 장치를 설치한 것에 대해 곽경천은 분노했다.언제 설치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이렇게 늦은 밤에 혜인이의 동향을 알고 있다니... 잠도 안 자고 혜인이를 감시하는 건가?’“당장 없애요!”곽경천은 경고했다.하지만 이준혁은 떼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북안도를 떠나기 전까진 유지하겠습니다. 우선 가서 혜인이가 무사한지 확인해 주세요.”그는 끝까지 곽경천에게 확인을 부탁했다.그러나 화가 난 곽경천은 이를 갈며 말했다.“금방 돌아올 테니 그때는 꼭 없애요!”그는 윤혜인이 있는 방으로 향하며 다시 경고했다.“따라오지 마세요. 방해하지 말란 말입니다. 부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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