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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장

윤혜인의 약점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의 감정을 매우 신경 쓴다는 점이다.

배남준이 이렇게 말하니 거절하고 싶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거절하면 너무 무정해 보일 것 같아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 말에 동의한 셈인 것이다.

임신한 몸이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고 말이다.

공원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었고 윤혜인은 아이스크림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배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북안도는 춥지만 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마음이 답답해져서 아이스크림이 꽤 인기가 있다. 이제 윤혜인은 임신 말기에 접어들어서 음식을 달리 가리지 않고 있었다.

배남준이 물었다.

“먹고 싶어?”

이 말에 윤혜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아이스크림은 서울의 아이스크림과 달리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소스가 얹어져 있었다.

북안도의 바닐라 소스는 특별히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는 터라 이미 맛을 본 적이 있었다.

임신한 후로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8개월 넘게 윤혜인은 그 맛이 그리웠다.

그러나 윤혜인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먹어도 돼요?”

입으로는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서도 눈빛은 초롱초롱한 게 배남준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표정에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배남준은 그녀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말했다.

“의사 말로는 이제 뭐 딱히 가리지 않아도 된대. 조금만 먹으면 돼. 출산 후엔 또 못 먹을 테니까.”

북안도에서는 산후조리를 하는 관습이 없었지만 윤혜인은 서울의 방식으로 몸을 관리해야 했다.

“내가 가서 작은 사이즈로 사 올게. 소스는 조금만 달라고 할게.”

배남준의 말 덕분에 윤혜인은 죄책감이 한결 덜어졌다.

곧 배남준은 그녀를 옆에 있는 긴 벤치로 데려가 손수건을 꺼내 깔아주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

아이스크림 파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아 줄을 서야 했다.

혹시나 사람들이 윤혜인과 부딪힐까 염려하여 배남준은 그녀를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했다.

특권 남용을 선호하지 않았던 배남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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