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는 이제 이준혁과 곽경천만 남았다.독이 서린 눈빛으로 곧 이준혁이 곽경천을 바라보며 말했다.“배남준 씨는 어디 있죠? 이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짓입니까?”그러자 곽경천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그는 이 두 사람이 가짜 결혼을 했고 함께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어떻게 핑계를 대야 할지 고민하는 그때, 배남준이 온몸에 빗물을 뒤집어쓴 채 급히 다가와 초조하게 말했다.“혜인이는 어디 있어?”하지만 곽경천이 대답할 틈도 없이 이준혁의 주먹이 배남준의 얼굴에 강하게 꽂혔다.그러자 배남준은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불같은 분노가 서린 눈으로 이준혁은 한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말해 보세요. 무슨 일로 임신한 아내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올 수 있었는지!”온몸에 살기를 가득 띤 채 이준혁은 위협적으로 다가갔다.“그쪽이 맞아 죽지 않을 만큼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한번 말해 보세요!”배남준은 목소리가 잠긴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자책감에 휩싸여 있었고 그 감정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모든 게 그의 잘못이었다. 경험이 부족해 윤혜인이 아무거나 먹게 한 것이 화근이었다.그게 아니었더라면 예정일보다 열흘이나 일찍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이준혁이 배남준을 때리는 건 당연했고 그 역시 자신을 때리고 싶었다.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그에게 이준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연달아 날렸다.곽경천은 이준혁이 배남준을 때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그러나 가짜 결혼 사실을 밝힐 수 없었고 배남준이 윤혜인 곁에 없었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하여 곽경천은 이준혁의 팔을 잡고 외쳤다.“이준혁 씨, 진정해요!”그러자 이준혁이 매서운 눈빛으로 곽경천을 밀쳐냈다.“뭐요? 이 남자가 곽경천 씨 여동생을 신경도 안 썼는데 그냥 넘어가겠다는 겁니까?”“아니, 그런 게 아니라...”말을 할 수가 없어 답답했다.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고 사실 배남준이 윤혜인 곁을 지키는 것은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세 명의 남자는 분만실 문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아무도 아이들을 데리러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의사가 재차 물었다.“어느 보호자분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시겠어요?”이준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윤혜인이 나올 때까지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었다.의사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귀여운 쌍둥이 아기들을 데려가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말이다.곽경천은 이준혁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제가 가겠습니다.”어차피 이준혁이 이곳을 지키고 있으니 그도 안심이었다.얼마 후 곽경천이 아이들의 유모차를 밀고 나왔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윤혜인이 나오기 전까지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오히려 곽경천이 진지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참, 저 남자랑 똑 닮았네. 완전 붕어빵이야.’아이들의 일에 대해 정리한 뒤 곽경천은 여은과 도지훈에게 철저히 지키게 하고는 배남준에게 다가가 말했다.“남준아, 얼굴에 있는 상처 좀 치료하러 같이 가자.”배남준도 떠나기를 꺼려했다. 전의 일로 이미 잔뜩 후회하는 중이었기에 윤혜인이 나오기 전에는 떠날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곽경천이 설득했다.“걱정 마. 여긴 이준혁 씨가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네 상태를 보면 혜인이가 좋아하겠어?”배남준은 이준혁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곽경천을 따라가 얼굴의 상처를 처리하기로 했다.그들이 자리를 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몇 명의 의사가 급히 분만실로 뛰어 들어갔다.표정이 굳어지더니 이준혁은 한 의사를 붙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산모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의사는 대답했다.“산모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서요...”남자의 손이 순간 힘없이 축 처졌다.의사들은 다시 급히 분만실로 뛰어 들어갔다.곽경천과 배남준도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아무도 그에게 답을 해주지 않았다.잠시 후
의사는 잠시 멈칫했다.‘방금 뽑아낸 혈액에 왜 질병 검사를 해야 하지?’그녀는 답했다.“가장 빠르면 40분, 인원이 많아지면 90분 이상,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그럴 시간이 없습니다.”이준혁의 단호한 말에 옆에 있던 두 남자도 정신을 차렸다.‘그래. 혜인이를 해치려는 사람이 아직 있을 수 있잖아. 바이러스를 의료진 중 누군가에게 주입했을 가능성도 있어.’때문에 질병 검사 없이 혈액을 바로 사용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누구도 윤혜인의 목숨을 두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의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혈액을 헬기로 긴급 수송한다 해도 4시간 이상 걸릴 겁니다. 지금은 눈보라가 심해 날씨 조건도 좋지 않아 하룻밤이 지나도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산모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어요...”곽경천은 초조했다. 그는 물론이고 배남준도 윤혜인과 혈액형이 맞지 않았다.그때 이준혁이 말했다.“제 피를 사용하세요.”의사가 물었다.“B형 혈액형인가요?”이준혁은 답했다.“제 혈액형은 RH NULL입니다.”의사는 깜짝 놀랐다. 이는 흔히 초희귀 혈액형으로 알려졌으며 어떤 혈액형에게나 수혈이 가능했다.곽경천도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제야 이준혁의 혈액형이 공개 자료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이렇게 희귀한 혈액형이 적에게 알려진다면 큰 위험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적당한 함정만 설치해도 이준혁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었다.“하지만...”의사는 망설이며 말했다.“혼자서 산모에게 필요한 혈액량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지금 출혈량을 감안하면 최소 다섯 명이 수혈해야 산모의 피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요.”그러나 이준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매를 풀어헤치며 말했다.“그럼 충분해질 때까지 뽑으세요!”당황한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곽경천 또한 이 상황이 무리라고 느꼈다. 다섯 명이 최대한 헌혈해야 할 양을 한 사람에게서 뽑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응? 그게 누군데?”“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팍!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이 나쁜 계집애!”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준혁 오빠?”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적당히 해.”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송소미!”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요…”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