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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제정신이야?”

윤혜인은 엿듣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남녀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여자가 다시 말했다.

“이하진, 미리 말해두는 데 난 그냥 남자 만나서 널 열받게 하려는 게 아니야. 나 진짜 다른 남자랑 자서 네 자존심을 짓밟아 줄 거야!”

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분홍색 모피 코트를 입고 버릇없게 말하는 여자, 그녀는 바로 정유미였다.

이하진은 짜증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정유미,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듣겠어? 난 너 안 좋아해. 예전에 캠핑 때 텐트에서 네가 술 취해서 나한테 매달려 키스한 거 기억나지? 그게 내 첫 키스였어. 난 그 일 문제 삼지도 않았는데 네가 나한테 들러붙은 거잖아!”

화가 난 정유미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이하진, 너 진짜 남자 맞아?”

“내가 왜 남자가 아닌데?”

이하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남자라면 다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네가 다른 남자들이랑 잔다고 해서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해가 되냐?”

정유미는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구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알았어. 지금 당장 가서 잘 거야!”

그러더니 이내 돌아서며 말했다.

“팔백 명이 아니라 팔천 명이랑 잘 거야. 지금 바로 가서 남자 찾을 거라고!”

하지만 이하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으며 말했다.

“어서 가봐. 근데 이 근처에선 팔천 명 찾기 좀 힘들걸.”

그러자 정유미는 울음을 멈추고 살짝 뿌듯해하며 물었다.

“나한테 미련 남은 거 아니야?”

이 말에 이하진은 어이없어하며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 그냥 너가 여러 클럽을 돌아다녀야 될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한 군데로는 부족하겠지.”

정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 얼굴을 감싸고 도망치듯 울며 사라졌다.

윤혜인 옆을 지나갈 때도 정유미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하진 역시 망설임 없이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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