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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거실에 더없이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체격이 잘빠졌고 얼굴도 여전히 준수했다. 고개를 돌린 순간 은하수를 통째로 담은 듯한 눈동자가 보였다.

윤혜인은 넋을 잃었다. 착각이 순간 현실이 된 것이다.

시선이 닿은 순간 윤혜인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왜 온 거지...’

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메운 생각은 달랐다.

‘다리는 다 나았나... 지팡이를 짚지 않은 걸 봐서는 많이 좋아졌다는 건데. 아직 다 낫기도 전인데 찾으러 온 건 아니겠지?’

뒤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윤혜인은 걸음을 멈추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윤혜인을 부를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준... 이준혁 씨.”

윤혜인이 입을 열었다.

잠깐 고민해 봤지만 그래도 말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찾아와도 다시 그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이준혁은 아직 채 낫기 전이었다.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기는 싫었다.

윤혜인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번에 알아듣게 잘 얘기한 것 같은데요?”

이준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찾아온 건 볼일이 있어서야.”

윤혜인은 전혀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무슨 그렇게 큰 일이 있다고 병이 채 낫지 않기도 전에 엄동설한인 북안도까지 달려온 건지 궁금했다.

출산과 엄마 일로 이미 충분히 속이 뒤숭숭한 상태였기에 걱정거리를 하나 더 추가하기는 싫었다.

너무 많은 일이 쌓여 있어 숨을 돌릴 겨를도 없었다. 속으로는 자기 몸 하나 아낄 줄 모르는 남자를 보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윤혜인은 자기가 왜 화났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먼저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준혁 씨, 이러는 거 정말 짜증 나는 거 알아요? 이런 짓 하고 혼자 감동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이제 그런 짓 좀 그만해요.”

이 말에 이준혁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렇게 한참 침묵하던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더니 그런 자신이 우습다는 것처럼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윤혜인은 이준혁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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