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1141 - Chapter 1150

1150 Chapters

제1141화

하지만 윤혜인은 아직 손등의 통증을 느낄 틈도 없었다.그 순간, 눈앞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고급스러웠던 하얀색 강철 티타늄 핸드폰이 화학 용액에 잠기면서 겉이 벗겨지고 부식되기 시작한 것이다.이 물은 분명 평범한 물이 아니라 강력한 부식성을 가진 화학 용액이었다.만약 윤혜인이 조금만 더 빨리 손을 뻗었더라면 지금 부식되고 있을 것은 핸드폰이 아니라 그녀의 손가락이었을 것이다.그 끔찍한 상상을 하자마자 윤혜인의 마음은 공포로 가득 찼고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렸다.그녀는 부식된 핸드폰의 뼈대만 남은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소름 끼치게 섬뜩했다.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윤혜인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격분하며 소리쳤다.“제 핸드폰을 무슨 권리로 파괴한 거죠?”이준혁은 차갑게 대답했다.“네 핸드폰이 멀쩡하다고 경찰서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 생각하나?”그는 계속해서 말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 원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널 그냥 놔줄 거라고?”원씨 가문은 당연히 윤혜인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고 이씨 가문에는 이천수라는 문제 인물이 있어 이준혁에게 더 많은 골칫거리를 안겨줄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윤혜인의 전 부인이라는 위치는 이천수가 상황을 더 크게 부풀리게 할 수 있는 약점이었다.지금 이준혁이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윤혜인이 그 문제에 더 깊이 휘말리는 것이었다.윤혜인은 얼굴이 순식간에 격분에서 평온으로 바뀌었다.그녀는 이준혁이 던진 말 속의 위협을 명확히 들을 수 있었다.이준혁의 말은 원지민이 아이를 잃으면 그 책임은 윤혜인에게 돌아갈 것이며 원씨 가문과 이씨 가문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윤혜인은 한때 사랑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이제 그녀는 처음처럼 확신할 수 없었다. 원지민이 임신한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이준혁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위해 이토록 극단적인 행동을 할 리 없었으니 말이다.가슴에 몰려오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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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윤혜인은 마치 발밑에 짓밟힌 듯한 굴욕감에 휩싸였다.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집어 들고 이준혁의 얼굴에 그대로 물을 끼얹었다.이준혁은 재빠르게 얼굴을 손으로 가렸지만 팔과 머리카락은 차마 피하지 못해 찻물이 튀고 찻잎이 걸렸다.그의 얼굴에는 뚜렷한 분노가 가득했지만 윤혜인의 절망을 보고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미쳤구나?”그가 차갑게 말했고 윤혜인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그래요. 미쳤어요. 그쪽이랑 다시 시작한 내가 미쳤던 거예요. 다시 그쪽을 사랑한 내가 더 미친 거라고요.”“이준혁 씨, 당신은 정말 하나도 가치가 없는 사람이에요.”윤혜인의 창백한 입술은 피 한 방울 없이 말라 있었고 얼굴에는 멈추지 않는 눈물이 흘렀으며 목소리에는 자조 섞인 웃음이 가득했다.마음속 가득했던 분노가 이준혁은 그녀의 눈빛 속 절망을 보자마자 사라졌고 할 말을 잃은 듯했다.윤혜인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고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낯선 사람처럼 바라보았다.‘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정말 이렇게까지 차가운 사람이었나?’알고 보니 이 관계를 중히 여긴 건 오직 윤혜인 자신뿐이었던 것 같았다.이준혁에게 그녀는 그저 필요할 때만 찾는 가벼운 존재였다. 이준혁은 자신의 이익에 위협이 되면 망설임 없이 그녀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울다가도 윤혜인은 갑자기 쓴웃음을 지었다.다행히 자신이 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이준혁이 아직 모른다는 점에서 말이다.‘만약 지금 그걸 알았다면 분명 직접 이 아이를 없애려고 했을 거야... 나와 내 아이는 반드시 내가 지켜낼 거야. 이 아이는 내 아이이지 그 누구의 아이도 아니니까.’이 일로 인해 윤혜인은 앞으로 쉬이 감정에 얽매이지 않기로 다짐했다.남은 인생은 오직 아기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채우며 말이다.아름이가 혼자 외롭지 않게 동생을 만들어 주려는 이유에서 윤혜인은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나중에 자신이 나이가 들면 아이들은 혈연의 유대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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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결혼을 한 주도 남기지 않은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윤혜인을 서둘러 내쫓으려 한 이유는 명확했다.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곁에서 그녀를 완전히 떼어내려는 것이었다.문 앞에 도착한 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마치 자신에게도, 이준혁에게도 하는 말처럼 한마디를 던졌다.“당신은 어떻게 나한테 상처를 줘야 내가 완전히 포기할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끝까지 날 아프게 하려고 애쓴다는 건 뭔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아마 이 모든 게 제 상상이 과한 걸지도 모르죠. 대표님 마음엔 아무런 비밀이 없을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이 제 미련 때문일지도 모른단 소리예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러는 거든 간에 대표님은 저를 완전히 부숴버렸어요. 축하해요. 정말 잘 해냈어요.”윤혜인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전 떠날 거니까. 더 이상 대표님을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곧이어 윤혜인은 빠르게 문을 나선 덕에 뒤에서 이준혁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그의 깊은 눈동자는 점차 붉게 변했고 어느새 두 줄기의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이준혁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VIP 병실 안, 주훈이 막 임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그는 최근에 계속 해외를 오가며 이준혁 곁을 떠나 있었기에 이제서야 원지민의 사건과 이준혁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허약해진 몸으로도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준혁을 보자 마음 한구석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주훈은 자신이 부하로서 해야 할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오래 고민한 끝에 말을 꺼냈다.“대표님, 이렇게까지 해야만 합니까? 사모님... 아니, 혜인 씨를 생각해서 하시는 일이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분은 곽씨 가문이 지켜주고 있고 곽경천 씨가 많은 경호원을 배치해 두지 않았습니까... 분명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꼭 혜인 씨를 멀리 보내고 돌아올 길조차 남기지 않으려 하시는 건가요?”그러자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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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원지민은 아이를 원래부터 원하지 않았고 최근 있었던 출산 전 검사 후에는 더더욱 그 아이를 지우고 싶어졌다.이번 사건을 통해 윤혜인의 손을 빌려 아이를 없앤 것은 계획대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얻은 결과가 있었다.원지민은 이 사건을 이용해 윤혜인을 감옥에 넣고 그녀가 임신한 아이까지 없애려고 했다.하지만 원지민의 계획은 곧 그녀의 비서가 전한 소식으로 물거품이 됐다. 비서는 소심하게 말했다.“아가씨, 그 여자를... 이 대표님께서 풀어줬습니다.”“뭐라고?”원지민은 분노에 차서 비서를 노려보았다.그러자 비서는 작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다.“그 여자를... 이 대표님께서 풀어줬습니다.”곧 원지민은 물 주전자를 집어 비서의 얼굴에 던지며 소리쳤다.“이 쓸모없는 놈! 내가 그 여자를 감옥에 넣으라고 했잖아! 후문에는 CCTV도 없는데... 네가 끝까지 내가 밀렸다고 주장했으면 분명 그 여자를 감옥에 넣을 수 있었을 거라고!”이런 계획을 세우며 원지민은 윤혜인이 자신을 잡아주길 유도한 것이었다.만약 윤혜인이 손을 내밀었다면 아이는 물론이고 그녀 자신도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그리고 원지민은 윤혜인이 자신을 밀쳤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조작할 생각이었다.그렇게 되면 원지민은 간단히 빠져나가고 원하지 않았던 아이를 잃게 되며 윤혜인은 법적 문제에 얽히게 될 것이었다.그러나 예상보다 똑똑했던 윤혜인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고 그래서 원지민은 자신만 아이를 잃은 것을 그저 넘길 수 없었다.하여 이 일로 반드시 윤혜인을 감옥에 보내기로 한 것이다.그런데 비서가 이 간단한 일을 망쳤다. 비서는 끓는 물에 맞고도 피하지 않으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이 대표님의 비서가 저를 막았어요. 만약 거짓 증언을 하면 바로 저를 첫 번째로 감옥에 보내겠다고 경고했습니다.”화가 난 원지민은 또 다른 물건을 던지며 소리쳤다.“겁을 준다고 그냥 믿은 거야? 증거가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당장 가서 신고해, 그 여자를 잡아넣으라고!”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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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원지민은 이준혁의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아이를 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내 아이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그러나 이준혁이 손뼉을 치자마자 주훈이 흰 장갑을 끼고 검은 천으로 덮인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그 순간, 원지민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무언가를 직감한 듯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몸을 떨며 소리쳤다.“오지 마! 제발 오지 마!”하지만 주훈은 원지민의 말을 무시하고 이준혁의 명령만을 따르며 상자를 그녀 앞으로 가져갔다.천이 걷히자 원지민은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아아아아!!!”짧은 침묵 후, 그녀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다.상자 안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아기라고 부를 수 없는 끔찍한 모습이었다.네 개의 다리와 여덟 개의 손가락 얼굴은 둥글지만 코와 입이 없는 흉측한 형상이었다.이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숨을 쉴 수 없었고 곧바로 질식해 죽을 운명이었다.원지민은 이 광경을 보자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곧 역겨움과 혐오가 담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최신 4D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 아이의 기형을 미리 본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의사들은 원지민에게 이 아이가 호르몬 약물 복용으로 인해 변형되었다고 말했다.임신 후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그녀는 계속해서 호르몬 약물을 복용했고 이로 인해 아이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특히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 이후, 원지민은 약물 복용에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 더욱 많은 약물을 복용했고 결과적으로 아이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아이의 체내에는 너무 많은 수은이 축적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이러한 아이가 배 속에 계속 있었으니 원지민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원지민은 이 아이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윤혜인을 이용해 아이를 없애려는 결심을 굳혔다.병원 의사들도 이미 그녀에게 매수되어 있었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즉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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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원지민은 처음으로 이준혁에게 두려움을 느꼈다.원래는 병약해져 죽어가야 할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존재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이 남자한테는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더 있는 거지?’긴장감에 원지민은 주먹을 꽉 쥔 채 애써 미소를 지어 분위기를 가볍게 넘기려 했다.“준혁아, 농담이지? 이런 농담은 좀...”하지만 이준혁의 눈은 차갑게 반짝였다.“농담 아니야. 내가 네 아들의 죽음을 억울하지 않게 해줬잖아. 혜인이는 곧 서울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그가 하는 말에서 묻어나는 냉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에 원지민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녀는 분명히 느꼈다.만약 지금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하면 이준혁은 주저 없이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걸 말이다.때문에 원지민은 최대한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이 일은 준혁이 네가 알아서 해.”이준혁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미소 속에는 칼날 같은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원지민, 정말 이렇게 순순히 행동했었다면 넌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거야.”원지민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공포에 떨며 물었다.“이준혁, 대체 뭘 하려는 거야?”그의 차가운 태도가 단순한 위협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다.이준혁의 얼굴은 상냥했던 표정에서 급격히 차갑게 변했고 목소리마저 얼음처럼 냉정했다.“원지민, 난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어. 하지만 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지.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어.”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처럼 변하며 그는 무자비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여기서 조용히 쉬어. 결혼식이 열리는 날까지.”그러자 원지민은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실상 그녀를 감금하겠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이준혁! 난 네 신부지 죄수가 아니라고! 날 이렇게 가둬둘 순 없어. 네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우린 결혼 못 해!”원지민은 이 말이 자신에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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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임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아이를 지키려고 했었잖아. 이제 이 괴물 같은 아이가 임호와 함께 저승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황천길에서라도 둘이 같이 있을 수 있을 테니 어쩌면서 좋은 일일지도 몰라.’하지만 마음속에 남은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아이가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원지민은 손해 보는 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의 아이가 죽었다면 반드시 그 대가로 몇 배의 생명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찰스 가문을 통해 윤혜인과 그 가족을 전부 없애버릴 계획이었다.‘이준혁... 그 여자를 보호하겠다고?’원지민은 비웃었다.서울에서는 찰스 가문의 손이 미치지 못했지만 외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윤혜인이 출국하면 원지민의 한 마디에 그녀는 즉시 사라질 운명이었다....병원에서 돌아온 윤혜인은 지쳐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곽경천은 소식을 듣고 동생을 찾으러 왔지만 깊이 잠든 그녀를 깨울 수 없어 조용히 기다렸다.새벽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 윤혜인은 소파에서 잠든 곽경천을 발견했다.윤혜인은 조용히 담요를 가져와 그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에 곽경천이 깨어나며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혜인아!”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윤혜인은 오빠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켰다.“오빠, 나 여기 있어.”곽경천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괜찮아?”그러자 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응. 괜찮아.”하지만 곽경천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그 여자 너를 몇 번이나 해치려 했어. 오빤 그냥 두지 않을 거야.”분노하는 곽경천을 달래며 윤혜인이 말을 이었다.“오빠, 그러지 마. 우리 그 사람들이랑 싸우지 말자. 서울은 우리 땅이 아니야. 그냥 떠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버지도 연로하셨는데 굳이 계속 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윤혜인은 조용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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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지금 모든 것이 변해버린 상황에서 윤혜인은 이 다리를 다시 한번 건너기로 결심했다.이제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말이다.다리 위에 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윤혜인의 눈에는 멀리 있는 이선 그룹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들어왔다.‘이선’이라는 두 글자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정말 멋지지 않아?”한 남자의 목소리가 윤혜인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구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윤혜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하지만 한구운은 윤혜인의 표정 변화를 전혀 개의치 않고 깊고 검은 눈으로 빛나는 두 글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나도 여기 서서 보는 걸 좋아해. 여기에 서면 저 고층 건물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거든.”곧 윤혜인이 돌아서서 가려 하자 남자는 그녀의 팔을 단번에 붙잡았다. 그러자 윤혜인이 힘껏 팔을 빼려 하며 소리쳤다.“이... 이 손 놔요!”하지만 한구운은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윤혜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한구운... 으음...”그는 윤혜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으며 남은 말을 삼켜버리도록 했다.그 어두운 눈빛에는 광적인 기운이 감돌았다.“흥분하지 마. 난 그저 너와 대화하고 싶을 뿐이니까.”윤혜인은 숨이 막혀서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애초에 남녀 간의 힘의 차이는 너무나 컸고 그녀는 몸부림칠수록 체력이 고갈될 뿐이었다.그래서 윤혜인은 최대한 몸에 힘을 풀며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한구운은 윤혜인이 얌전해진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어릴 때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말은 바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었어. 왜 저 사람은 떳떳하게 소위 말하는 부자의 삶을 누리는데 나는 누구에게나 미움받고 쥐새끼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사생아로 살아야 했을까?”윤혜인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고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손을 가방 쪽으로 움직였다.한구운은 술을 많이 마신 듯 말할 때마다 술 냄새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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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윤혜인은 팔목을 세차게 들어 올려 한구운의 가슴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지지직...”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나며 한구운은 짧은 신음을 내뱉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윤혜인은 손에 들린 작은 호신용 전기 충격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처럼 한구운 씨는 힘이 세다는 이유로 남을 억누르고 강자처럼 행동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절대 남의 존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한구운은 윤혜인이 자신을 전기 충격기로 공격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전혀 대비하지 못한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 몇 번이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뿐 그녀를 제어할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가슴을 부여잡고 한구운은 창백한 얼굴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그 남자는? 이준혁이 지금 널 이렇게 대하는데도 넌 이준혁이 일하는 곳을 이렇게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거야? 이준혁이 그렇게도 좋아?”그러자 핏기조차 없는 얼굴로 윤혜인이 고개를 숙였다.“이준혁 씨와는 이미 끝났어요. 내가 여기 서 있는 건 그 사람을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예요...”그 말만 남기고 윤혜인은 돌아서서 떠나버렸다.곧 한구운의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나 그를 부축했다.경호원들은 떠나는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도련님, 저분을 막을까요?”“그럴 필요 없어.”한구운은 전기 충격으로 인한 가슴의 고통이 조금씩 가라앉자 몸을 세우며 멀리서 빛나는 건물을 바라보았다.그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움과 잔혹함이 서려 있었다.지금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면 그때 그 몰락한 자가 무엇을 가지고 자신과 맞설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여자는 돈과 시간만 들이면 언제든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어.’한구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아무도 존중하지 않으며 무엇 하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이 중요한 순간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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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네, 문제없습니다. 내일 파리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이준혁은 멀리서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듯 그곳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때 바깥에서 상황 좀 봐줘.”주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대표님, 그래도 제 생각엔 제 옆에 계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현재 이준혁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주훈은 그를 잠시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다가오는 결혼식을 앞두고 주훈은 바깥일을 마무리하느라 밤낮없이 일했고 이제는 그 중요한 순간에 이준혁의 곁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지난번 폭탄 사건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게 둘 수 없었다.필요하다면 주훈은 이준혁을 대신해 기꺼이 희생할 생각이었다.주훈이 이렇게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하나는 이준혁이 그를 발굴하고 키워준 은인이라는 점에서였다. 그 누구도 주훈을 믿지 않던 시절 이준혁은 그를 직접 길러냈다.다른 하나는 이준혁의 지혜와 능력이었다.이준혁의 머리는 마치 금융이라는 폭풍 속에서도 안정적인 항해를 이끄는 배와 같았고 그 덕분에 한국의 금융 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짓밟히지 않고 높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국가의 명예를 세우고 외세에 무시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주훈이 지켜온 신념이었다.그래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에 기여하고 있는 이준혁 같은 사람을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괜찮아. 바깥도 중요해.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엔 내가 불안하니까.”이준혁이 환한 빛 속에 앉아 있었지만 주훈은 그가 어느 순간 먼 곳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 느낌은 잠시였고 이준혁의 말에 금세 설득당했다.이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내부는 W에게 맡길 거야.”W는 이준혁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이었고 주훈과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게다가 W는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은 오히려 주훈보다 더 뛰어났다.주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준혁의 지시에 따랐다.“알겠습니다, 대표님.”“이제 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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