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1130 챕터

제1121화

“네!”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모르셨어요?”전에 곽경천과 홍승희의 관계가 굉장히 좋아 보였기 때문에 도우미는 그가 구지윤이 아스테리아로 유학을 갔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의아했다.그녀는 곽경천이 진짜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덧붙였다.“이미 한 달이나 됐어요. 딸이 올해 설에도 안 온다면서 승희 씨한테 같이 설 쇠자며 아스테리아 행 비행기 표까지 사 줬다던데요.”도우미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곽경천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우미는 곽경천이 이렇게 침착하지 않은 모습을 처음 본지라 멍하니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물컵을 집어 들었다.곽경천은 서둘러 홍승희가 살고 있는 집사 거처에 달려가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돌렸다. 홍승희는 밤에 무슨 일이 있을까 봐 항상 문을 잠그지 않고 두었고 본관과 가까운 곳이라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구지윤이 예전에 살았던 작은 방의 문을 열었을 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이전에 늘 작은 책상에 앉아 글을 쓰던 소녀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방 안에 있던 가구들마저 모두 치워져 있었고 침대조차 없었다.순간, 곽경천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구지윤이 정말로 떠났는데 그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도련님?”뒤에서 홍승희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제야 몸을 돌린 곽경천은 그녀와 마주쳤다.“도련님, 여긴 웬일로 오셨어요?”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자 곽경천은 문가에 서서 곧바로 물었다.“아줌마, 지윤이 어디 갔어요?”곽경천은 아직도 도우미가 한 말을 믿기 어려웠다.구지윤이 이곳 대학에 다닐 거라 말했던 말을 곽경천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홍승희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도련님, 지윤이는 학교 다니러 갔잖아요.”“그건 알아요. 어디로 갔냐고 물어보는 겁니다.”“아스테리아로요.”그 말을 들은 순간, 곽경천의 차가운 눈동자가 더욱 날카로워지며 그의 몸에서는 한기가 퍼져 나왔다.“지윤이가... 어떻게 아스테리아로 가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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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그때... 지윤이는 그렇게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구지윤은 곽경천을 차단했고 떠나면서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곽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는 것뿐만 아니라 곽경천과의 관계도 완전히 끊으려는 듯했다.십수 년의 정을 이렇게 쉽게 끊어낼 정도로 구지윤은 정말로 냉정했다.곽경천은 눈을 감으며 지친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홍승희에게 인사도 잊은 채 방을 떠났다.홍승희는 곽경천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걱정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문득 구지윤이 곽씨 가문에서 멀어진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계절은 지나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곽경천은 여느 때처럼 일에 몰두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스테리아의 한 대표가 곽씨 가문의 해운 회사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아스테리아는 L국에서 매우 먼 곳으로 중간 비용을 계산해 보면 이 항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었고 심지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는 아스테리아 시장을 개척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 곽경천은 그들의 현장 방문 요청을 받아들였다. 마침 아스테리아는 한겨울이었고 그는 하루 넘게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다.아스테리아의 날씨는 영하 수십 도였고 L국보다 훨씬 추웠다.그는 추위를 몹시 싫어하는 구지윤이 어째서 이처럼 얼어붙을 듯한 아스테리아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첫날은 간단히 협력사 대표를 만나고 대화를 마친 후 술자리 제안을 거절한 곽경천은 차를 몰아 프린스턴 대학교로 향했다.그 학교는 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매우 크고 아름다웠다.간단한 방문 등록 후 그는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여자 기숙사 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서 있었다.왜 여기에 서 있는 건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저 운에 맡겨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하늘에서 내리던 작은 눈송이는 어느새 커다란 눈송이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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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그녀는 여전히 가끔 곽경천의 그림자를 보곤 했다.나무도, 눈도, 심지어 희미한 뒷모습조차도 그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나 정말 미쳤나 봐.’구지윤은 속으로 생각했다.곽경천은 구지윤을 서둘러 내보내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 남자를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되었다.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몇 년 동안 곽경천을 보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스스로 다짐했다.반드시 그 남자를 잊어야 한다고.설령 완전히 잊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yuan?”옆에 있던 남학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아직도 몸이 안 좋은 거야?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그러자 구지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야. 약 먹고 자면 나아질 거야.”그녀는 아스테리아의 추운 날씨에 익숙해지지 못해 감기와 열병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자주 아프다 보니 몸도 눈에 띄게 야위었다.다행히 겨울이라 헐렁한 패딩 덕분에 크게 티가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방금도 그녀는 수업을 듣던 중 갑작스레 열이 올라 혼자 기숙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하여 교수는 같은 과 남학생에게 그녀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라고 시켰고 처음에는 남학생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걸었지만 후반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남학생에게 의지해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yuan, 너희 한국 여자들은 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남학생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작은 체구에 큰 에너지가 숨어 있네.”하지만 구지윤은 미소를 지을 힘조차 없어 보였고 이를 눈치챈 남학생이 말했다.“yuan, 내가 기숙사까지 업어줄까?”이 말에 구지윤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하지만 남학생은 결국 기숙사 관리 아줌마에게 부탁해 구지윤을 방까지 데려다주었다.기숙사에 도착하니 다른 학생들은 모두 방학이라 집으로 돌아갔고 구지윤 혼자만이 기숙사에 남아 있었다.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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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목걸이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네잎클로버의 로즈골드 테두리에는 작은 맞춤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가까이에서 보다가 구지윤은 그 위에 ‘J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렇게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을까.주운 목걸이의 이니셜이 자기 이름과 같은 것이다.구지윤은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하여 목걸이를 학교의 분실물 센터에 맡겼다.이런 고급스러운 목걸이에는 모두 고유 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에 그 번호로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약 3일 후, 학교 분실물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명품 회사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목걸이의 주인은 바로 구지윤 본인이었고 신분증 번호까지 일치한다고 했다.구지윤은 어리둥절한 채로 목걸이를 찾아왔다.이 목걸이를 자신이 직접 산 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곧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해보았다.하지만 돌아오는 건 구매자의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데이터베이스에는 목걸이 주인의 정보만 남아 있었다.어쩔 수 없이 구지윤은 그 목걸이를 보관해 두었다.대학에서의 4년은 빠르게 흘러갔다.첫 3년 동안은 홍승희가 아스테리아에 와서 함께 설을 보냈고 마지막 해에는 구지윤이 귀국하여 홍승희와 새로 산 작은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20일간의 방학 동안 구지윤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아스테리아로 돌아가기 전날이 되어서야 그녀는 익숙한 쇼핑몰과 학교를 잠깐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사실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L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 구지윤은 어머니에게서 곽경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년 전, 그는 회사에서 퇴직했으며 외부에는 일에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알려졌다고 했다.그렇게 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일하며 연구를 시작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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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구지윤은 정신이 혼미한 채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반쯤 감긴 눈으로 홈 화면을 확인하자 한 줄의 문자가 보였다.[구지윤, 나 너 보러 왔어.]“쿵.”핸드폰이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듯 울리기 시작했고 과거의 악몽들이 몰려왔다.구지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목이 꽉 잠긴 듯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아...”그녀는 온 힘을 다해 겨우 뭔가 막힌듯한 소리를 냈다.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몸에 커다란 통증이 밀려왔다.눈을 깜빡였을 때 주위는 칠흑처럼 어두웠고 고요함이 감돌았다.구지윤은 허둥지둥 핸드폰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렇게 이성을 잃어갈 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구지윤의 알람 소리였다.소리가 나는 곳을 더듬어 보다가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놓여 있는 핸드폰을 발견했다.알람을 끄고 화면을 확인했지만 핸드폰에는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알고 보니 방금 그저 악몽을 꾼 것이었다.구지윤은 이미 번호를 바꿨고 연락처에도 육선재의 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게다가 육선재는 육씨 가문의 어르신에게 L국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여기까지 올 리가 없었다.점차 정신이 돌아오자 구지윤은 침대 옆의 가구를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잠시 후, 그녀는 일어나야 한다는 책임감에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해 몸이 무거웠고 일어설 때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신 후,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구지윤은 당황스러웠다.곽경천, 윤혜인, 그리고 홍승희 외에는 이 집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홍승희는 지금 L국에 있었고 윤혜인은 아침에 찾아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곽경천은 구지윤네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구지윤은 문득 어젯밤에 비밀번호를 바꾼 게 생각났다.‘근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웬일로 여기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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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악몽이 다시 덮쳐오자 구지윤의 손발은 완전히 굳어버렸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팔을 세게 물었고 그 덕에 잠시나마 의식을 되찾았다.혼란 속에서 구지윤은 간신히 테이블 쪽으로 기어가 힘겹게 핸드폰을 잡았다.그러고는 번호를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저 신고하려고 그러는데요...”그러나 문밖에서 들리는 육선재의 악몽 같은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구지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몸을 작게 말아 떨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회사 동료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녀는 급하게 벨 소리를 끄려고 했지만 이미 육선재는 그 소리를 들은 후였다.육선재는 구지윤이 집 안에 있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곧이어 그가 문을 허리띠로 세게 때리며 짜증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지윤, 네가 아무 말 안 한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아?”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루는 숨을 수 있겠지. 그런데 평생 날 피해 다닐 수 있겠어?”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구지윤은 세게 힘을 주었다.문밖에서는 육선재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구지윤, 우리가 했던 그 숫자 세는 게임 기억나지?”그는 끔찍하게 웃으며 말했다.“열까지 센 다음에도 문을 안 열면 나 아주 화낼 거야.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구지윤은 그 게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육선재가 열까지 세면 그녀는 마치 개처럼 기어 나와야 했다. 기어 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지윤은 온몸에 특제 소스를 뒤집어쓰게 되었다.때로는 토마토소스, 때로는 간장, 그리고 때로는 고추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쏟아부었다.그 후 육선재는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엉망으로 찍어 커다란 사진으로 인화하고 그 사진을 강제로 보게 하며 구지윤을 조롱했다.그에게 있어서 구지윤을 육체적으로 때리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고문하고 그녀의 의지를 깎아내리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구지윤을 복종하는 동물로 길들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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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그렇게 해야 자신도 더 오래 살 것 같았다.구지윤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살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해.’이곳에서 설령 죽는다 해도 육선재는 그 죄를 피할 방법이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언젠가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날까지.결국, 윤혜인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곽경천에게 구지윤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구지윤은 구조될 수 있었다.곽경천이 몇몇 인맥을 동원해 북안도에서 그녀를 구출해 온 것이다.하지만 육선재는 절대 이혼하려 하지 않았다.그에게 있어서 구지윤을 때리는 것만이 유일한 쾌락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전혀 만족을 주지 못했기에 육선재는 구지윤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구지윤은 매일 공포 속에 살았지만 어느 날 곽경천이 그녀에게 이 일이 해결되었다고 말했다.육선재가 마침내 이혼을 승낙한 것이다. 그 후로 그녀는 육선재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육씨 가문의 어르신이 육선재를 감금했고 더 이상 구지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곽경천에게 했다고 했다.하지만 고요한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육선재가 그녀를 찾아 서울까지 온 것이다구지윤은 테이블 아래서 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다섯, 넷, 셋...”밖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음산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고 구지윤은 순식간에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혔다.육선재는 허리띠로 문을 두드리느라 지쳐 난간에 기대어 있던 상태였다. 곧 구지윤이 문을 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우리 와이프 말을 참 잘 듣는다니까.”몸이 떨렸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차분한 척했다.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구지윤은 이제 더 이상 육선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기는 서울이지 북안도가 아니다. 육선재가 이곳에서 그녀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구지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선재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 난 당신의 아내가 아닙니다.”그 말을 들은 육선재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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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육선재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경찰관님, 제 전처는 예전에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았고 해외에서 오래 치료받았었어요. 빨리 병원에 데려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입으로는 연민을 담은 말을 했지만 구지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으나 구지윤은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두고 봐, 내가 어떻게 너를 망가뜨리는지!’공포가 마치 붉은 개미 떼처럼 사방에서 기어와 구지윤의 온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갔고 마치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육선재의 사악한 이미지가 구지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허리띠를 만지작거리며 육선재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계속해서 작은 행동들로 그녀를 자극하며 도발하고 있었다.“쨍그랑!”구지윤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녀는 칼을 떨어뜨린 채 손을 들어 올리며 육선재의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비참하게 울음을 터뜨렸다.“경찰관님, 제 전남편은 가정폭력 전력이 있어요. 해외에서 이미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한 적도 있습니다. 저 사람이 방금 저를 위협했어요. 제가 칼을 든 건 자기방어를 위해서였어요. 정말 다행히도 제때 오셨네요...”비록 슬피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구지윤은 논리적이고도 뚜렷하게 중요한 요점을 명확히 전했다.그러자 순식간에 육선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구지윤이 이렇게 똑똑해질 줄은 몰랐고 이전에 해외에서 자주 써먹던 수법이 전혀 통하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를 악물더니 육선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감히 날 고발해? 간땡이가 부었구나?!”“아아아!!!”구지윤은 크게 소리쳤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무엇인가 두려운 것을 본 것 같았고 충격에 휩싸인 듯 몸을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러고는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때리지 마요. 제발 때리지 마요...”그 모습은 명백히 오랜 시간 학대를 당한 사람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이 모습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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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구지윤은 몸에 전해지는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곽경천은 복잡한 심정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차갑지만 어딘가 미묘한 표정이었다.곧 그가 경찰관에게 말했다.“제 여동생입니다. 제가 함께 병원에 가서 상처를 확인하겠습니다.”서류에 사인을 한 후, 그는 구지윤에게 손을 내밀었다.구지윤은 잠시 당황한 듯 그 손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곽경천은 허리를 살짝 굽혀 구지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곧 구지윤의 목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자국에 시선이 닿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걸을 수 있겠어?”구지윤은 작은 손이 곽경천의 손에 감싸 쥐어 있어 그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걸을 수 있어요.”그러자 곽경천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옷을 단정히 해주며 서서히 코트의 단추를 잠가 주었다.차 안에서 병원으로 가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차 안을 감쌌다.병원에서 상처를 검사받고 나온 후, 곽경천은 결과 자료를 들고 자신의 비서에게 넘기며 말했다.“최고의 변호사를 구해. 반드시 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니까.”그 말을 듣고 나서야 구지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그리고 마음도 차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비서가 떠난 후, 곽경천은 차 안의 온도를 조절한 후 구지윤에게 따뜻한 설탕물을 건넸다.그렇게 구지윤은 몇 모금 마시면서 조금씩 진정되었다.이때, 곽경천이 말했다. “혜인이가 너한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작업실의 전화를 받고 나한테 전화해서 네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어.”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설명해 주었다.구지윤이 묻기도 전에 곽경천은 그녀가 궁금해할 일을 이미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육씨 가문 어르신이 돌아가셨어. 그래서 육선재가 서울에 올 수 있었던 거야.”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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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육선재가 순찰하던 경찰관에게 제압당해 땅에 눕혀졌을 때 구지윤을 향한 그의 시선은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다.마치 그녀를 인간쓰레기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듯한 차갑고 잔인한 눈빛이었다.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사방에서 구지윤을 에워싸며 압박해왔고 구지윤은 다시는 그 끔찍한 느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곽경천은 그녀를 말없이 안고 있었다. 구지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그러한 조용한 감정 표현이 오히려 사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곽경천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위로했다.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단향은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구지윤은 마치 곽경천이 그녀 인생에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빛처럼 꼭 안고 있었다.차는 구지윤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곽경천의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 차가 멈추자 구지윤은 차창 밖의 집을 바라보았지만 쉽게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 순간, 곽경천이 차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그녀를 들어 올렸다.하지만 허리를 감싸는 대신 등을 감싸며 예의를 지켰다.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구지윤은 곽경천이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곽경천은 그녀를 침실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내가 물 받아줄게. 목욕하고 내려와서 저녁 먹어.”그러자 구지윤은 그의 셔츠를 살짝 잡아당기며 불안한 듯 말했다.“그래도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러나 곽경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육선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 집에서 지내. 네 집은 안전하지 않아.”그렇게 물을 받은 후, 곽경천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깨끗한 옷을 챙겨왔다.이는 방금 비서에게 부탁해 준비한 여벌 옷이었다.옷을 욕실 옆 옷걸이에 걸어두고 곽경천은 문을 닫고 나갔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구지윤은 한결 나아진 듯한 기분이었다.저녁은 별장 안의 가정부가 준비한 것이었고 건강에 좋은 담백한 요리들이 주를 이루었다.구지윤은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만 곽경천이 지켜보는 동안 억지로 몇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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