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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그녀는 여전히 가끔 곽경천의 그림자를 보곤 했다.

나무도, 눈도, 심지어 희미한 뒷모습조차도 그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나 정말 미쳤나 봐.’

구지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곽경천은 구지윤을 서둘러 내보내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 남자를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되었다.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몇 년 동안 곽경천을 보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스스로 다짐했다.

반드시 그 남자를 잊어야 한다고.

설령 완전히 잊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yuan?”

옆에 있던 남학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거야?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 구지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야. 약 먹고 자면 나아질 거야.”

그녀는 아스테리아의 추운 날씨에 익숙해지지 못해 감기와 열병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자주 아프다 보니 몸도 눈에 띄게 야위었다.

다행히 겨울이라 헐렁한 패딩 덕분에 크게 티가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방금도 그녀는 수업을 듣던 중 갑작스레 열이 올라 혼자 기숙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하여 교수는 같은 과 남학생에게 그녀를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라고 시켰고 처음에는 남학생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걸었지만 후반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남학생에게 의지해 겨우 이동할 수 있었다.

“yuan, 너희 한국 여자들은 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야?”

남학생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작은 체구에 큰 에너지가 숨어 있네.”

하지만 구지윤은 미소를 지을 힘조차 없어 보였고 이를 눈치챈 남학생이 말했다.

“yuan, 내가 기숙사까지 업어줄까?”

이 말에 구지윤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하지만 남학생은 결국 기숙사 관리 아줌마에게 부탁해 구지윤을 방까지 데려다주었다.

기숙사에 도착하니 다른 학생들은 모두 방학이라 집으로 돌아갔고 구지윤 혼자만이 기숙사에 남아 있었다.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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