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네잎클로버의 로즈골드 테두리에는 작은 맞춤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가까이에서 보다가 구지윤은 그 위에 ‘J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렇게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을까.주운 목걸이의 이니셜이 자기 이름과 같은 것이다.구지윤은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하여 목걸이를 학교의 분실물 센터에 맡겼다.이런 고급스러운 목걸이에는 모두 고유 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에 그 번호로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약 3일 후, 학교 분실물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명품 회사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목걸이의 주인은 바로 구지윤 본인이었고 신분증 번호까지 일치한다고 했다.구지윤은 어리둥절한 채로 목걸이를 찾아왔다.이 목걸이를 자신이 직접 산 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곧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해보았다.하지만 돌아오는 건 구매자의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데이터베이스에는 목걸이 주인의 정보만 남아 있었다.어쩔 수 없이 구지윤은 그 목걸이를 보관해 두었다.대학에서의 4년은 빠르게 흘러갔다.첫 3년 동안은 홍승희가 아스테리아에 와서 함께 설을 보냈고 마지막 해에는 구지윤이 귀국하여 홍승희와 새로 산 작은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20일간의 방학 동안 구지윤은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아스테리아로 돌아가기 전날이 되어서야 그녀는 익숙한 쇼핑몰과 학교를 잠깐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사실 누구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L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밤, 구지윤은 어머니에게서 곽경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3년 전, 그는 회사에서 퇴직했으며 외부에는 일에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알려졌다고 했다.그렇게 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일하며 연구를 시작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국
구지윤은 정신이 혼미한 채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반쯤 감긴 눈으로 홈 화면을 확인하자 한 줄의 문자가 보였다.[구지윤, 나 너 보러 왔어.]“쿵.”핸드폰이 그녀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듯 울리기 시작했고 과거의 악몽들이 몰려왔다.구지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목이 꽉 잠긴 듯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아...”그녀는 온 힘을 다해 겨우 뭔가 막힌듯한 소리를 냈다.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몸에 커다란 통증이 밀려왔다.눈을 깜빡였을 때 주위는 칠흑처럼 어두웠고 고요함이 감돌았다.구지윤은 허둥지둥 핸드폰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렇게 이성을 잃어갈 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구지윤의 알람 소리였다.소리가 나는 곳을 더듬어 보다가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놓여 있는 핸드폰을 발견했다.알람을 끄고 화면을 확인했지만 핸드폰에는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알고 보니 방금 그저 악몽을 꾼 것이었다.구지윤은 이미 번호를 바꿨고 연락처에도 육선재의 번호는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게다가 육선재는 육씨 가문의 어르신에게 L국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여기까지 올 리가 없었다.점차 정신이 돌아오자 구지윤은 침대 옆의 가구를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잠시 후, 그녀는 일어나야 한다는 책임감에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제대로 쉬지 못해 몸이 무거웠고 일어설 때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신 후,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구지윤은 당황스러웠다.곽경천, 윤혜인, 그리고 홍승희 외에는 이 집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홍승희는 지금 L국에 있었고 윤혜인은 아침에 찾아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곽경천은 구지윤네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구지윤은 문득 어젯밤에 비밀번호를 바꾼 게 생각났다.‘근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웬일로 여기 온 거지?
악몽이 다시 덮쳐오자 구지윤의 손발은 완전히 굳어버렸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팔을 세게 물었고 그 덕에 잠시나마 의식을 되찾았다.혼란 속에서 구지윤은 간신히 테이블 쪽으로 기어가 힘겹게 핸드폰을 잡았다.그러고는 번호를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저 신고하려고 그러는데요...”그러나 문밖에서 들리는 육선재의 악몽 같은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구지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몸을 작게 말아 떨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회사 동료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녀는 급하게 벨 소리를 끄려고 했지만 이미 육선재는 그 소리를 들은 후였다.육선재는 구지윤이 집 안에 있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곧이어 그가 문을 허리띠로 세게 때리며 짜증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지윤, 네가 아무 말 안 한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아?”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루는 숨을 수 있겠지. 그런데 평생 날 피해 다닐 수 있겠어?”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구지윤은 세게 힘을 주었다.문밖에서는 육선재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구지윤, 우리가 했던 그 숫자 세는 게임 기억나지?”그는 끔찍하게 웃으며 말했다.“열까지 센 다음에도 문을 안 열면 나 아주 화낼 거야.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구지윤은 그 게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육선재가 열까지 세면 그녀는 마치 개처럼 기어 나와야 했다. 기어 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지윤은 온몸에 특제 소스를 뒤집어쓰게 되었다.때로는 토마토소스, 때로는 간장, 그리고 때로는 고추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쏟아부었다.그 후 육선재는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엉망으로 찍어 커다란 사진으로 인화하고 그 사진을 강제로 보게 하며 구지윤을 조롱했다.그에게 있어서 구지윤을 육체적으로 때리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고문하고 그녀의 의지를 깎아내리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구지윤을 복종하는 동물로 길들이려는 것이다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응? 그게 누군데?”“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팍!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이 나쁜 계집애!”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준혁 오빠?”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적당히 해.”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송소미!”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요…”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