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천은 본능적으로 욕망에 휩싸였지만 이를 억누르기 위해 애써 이를 악물었다. 몸을 약간 뒤로 물러서며 구지윤과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녀가 손을 잡아당겼고 그 순간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입술 위로 다가왔다.구지윤은 특별한 기술이 있진 않았지만 곽경천의 입술을 애정 가득하게 붙잡고 있었고 그 작은 접촉만으로도 둘 사이의 긴장감이 폭발했다.곽경천은 몸을 바로 세우며 방해가 되는 잠옷을 벗어 던졌다. 길고 강한 손가락 그녀의 쇄골을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지더니 그가 말했다.“내가 할게...”단단한 복근과 살짝 땀에 젖은 곽경천의 몸은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구지윤은 지금까지 몇 번 안 되는 경험 속에서 이번에야 비로소 그 미묘한 쾌감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를 꼭 껴안으며 행복에 겨운 나머지 울고 싶은 정도였다.곽경천은 그녀가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한 손은 침대를 받치고 다른 손은 구지윤의 등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불러줘...”구지윤은 얼굴이 새빨개졌고 온몸이 긴장된 상태에서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곽경천은 그녀가 좋아하는 부분을 알기에 일부러 속도를 늦추었다. 그는 이런 일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너무나도 능숙한 곽경천을 구지윤은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애원하든 말했다.“도련님, 제발...”그러자 곽경천은 구지윤의 턱을 살짝 잡았다. 땀에 젖은 턱선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그는 명령하듯 말했다.“그거 말고.”구지윤은 부끄러움 속에서 조용히 말했다.“오빠...”그 순간,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결국 구지윤은 완전히 지쳐서 움직일 힘조차 없게 되었다.목욕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라 곽경천이 그녀를 욕실로 데려가 몸을 씻겨주었다.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구지윤은 이미 지쳐 방향 감각을 잃었고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다.곽경천은 구지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윤혜인은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구토하고 나서 얼굴을 씻고 휴대용 가글을 꺼내 입을 헹궜다.이제 나가려는데 세면대 쪽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 여자의 몸은 술 냄새와 함께 바비큐 냄새가 섞여 있었고 느끼하면서도 매운 향이 풍겨왔다.윤혜인은 순간적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다시 구토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돌아가 다시 토를 하고 나서야 겨우 나왔다.그런데 그 여자는 아직도 원 자리에 있었다.“아가씨, 괜찮아요?”그 여자는 방금 물로 몸을 닦았는지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윤혜인은 살짝 코를 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그 여자는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아까 웨이터랑 부딪혀서 음식이랑 술이 제 몸에 다 쏟아졌거든요. 냄새가 너무 심하죠?”그러자 윤혜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에요. 제 문제예요. 요즘 제가 냄새에 좀 민감해서요.”이 말에 여자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보니까 상태가 제가 임신했을 때랑 똑같은데요? 혹시 임신하신 거 아니에요?”잠시 멈칫하며 윤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낯선 사람의 지나친 친절에는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여자는 윤혜인에게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자극 없는 물티슈를 건넸다.“이거요. 임산부도 쓸 수 있는 거예요.”윤혜인은 상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물티슈를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근데 전 그냥 위가 안 좋아서 그렇지 임신은 아니에요.”상대는 친절해 보였지만 윤혜인은 그 여자가 질문하는 방식이 꽤 무례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임신했다고 한 적도 없는데 계속 임신을 암시하는 질문을 하니 뭔가 불편했다.더군다나 오늘 윤혜인은 검은색 하이웨이스트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허리선이 위로 올라가 있어 외투를 벗지 않는 이상 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 여자가 자꾸 임신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여자는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윤혜인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원지민은 점점 더 확신이 들었다.‘그래, 윤혜인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게 틀림없어. 준혁이를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른 남자와 엮어 아이까지 가지다니... 수년간의 정이 참 가볍기도 하네. 역시 천박한 여자는 변하지 않지,’원지민은 속으로 비웃었다.이 상황을 이준혁에게 빨리 말하고 그의 표정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은 대개 자기 전 여자가 다른 남자와 엮이는 일을 싫어할 테고 특히 그것도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이준혁의 태도를 생각하니 원지민은 당장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직접 알리고 싶었다.윤혜인의 진짜 모습을 그가 알 수 있도록 말이다.그러나 혹시 잘못된 정보일까 봐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보았다.“정말 확실해? 임신한 게 맞아?”그러자 비서는 의자를 끌어와 원지민 옆에 앉으려 했다.하지만 원지민은 코를 막고 손을 휘저으며 조금 떨어져 앉으라고 지시했다.그 비린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임신한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비서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의자를 멀찍이 끌어가며 말했다.“제가 들어갔을 때 또 구토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임신은 아니라고 부정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시도해봤죠. 일부러 부딪칠 듯이 다가갔는데 첫 반응이 배를 감싸는 거였어요. 그러니 임신이 아니면 뭐겠어요?”원지민은 임신 후 육감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한눈에 보고 윤혜인이 임신했을 가능성을 의심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비서는 경험이 많은 듯 덧붙였다.“제 생각엔 아직 초기인 것 같아요. 보통 임신 5개월 이전에는 배가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5개월 이후부터 조금씩 배가 불러오고 7,8개월쯤 되면 크게 부풀어요. 제 짐작으로는 3,4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3,4개월...”그 말을 듣고 멍해진 원지민은 얼굴에 당혹스러운 듯한 기색이 스쳐 갔다.‘이 시기는... 혹시 아이가 준혁이의 아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원지민의 눈빛이 어두워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응? 그게 누군데?”“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팍!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이 나쁜 계집애!”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준혁 오빠?”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적당히 해.”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송소미!”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요…”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