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6화

작가: 이한나
악몽이 다시 덮쳐오자 구지윤의 손발은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팔을 세게 물었고 그 덕에 잠시나마 의식을 되찾았다.

혼란 속에서 구지윤은 간신히 테이블 쪽으로 기어가 힘겹게 핸드폰을 잡았다.

그러고는 번호를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저 신고하려고 그러는데요...”

그러나 문밖에서 들리는 육선재의 악몽 같은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구지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웅크리고 몸을 작게 말아 떨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크게 울렸다. 회사 동료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급하게 벨 소리를 끄려고 했지만 이미 육선재는 그 소리를 들은 후였다.

육선재는 구지윤이 집 안에 있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곧이어 그가 문을 허리띠로 세게 때리며 짜증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지윤, 네가 아무 말 안 한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아?”

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루는 숨을 수 있겠지. 그런데 평생 날 피해 다닐 수 있겠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갈 정도로 구지윤은 세게 힘을 주었다.

문밖에서는 육선재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구지윤, 우리가 했던 그 숫자 세는 게임 기억나지?”

그는 끔찍하게 웃으며 말했다.

“열까지 센 다음에도 문을 안 열면 나 아주 화낼 거야.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구지윤은 그 게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육선재가 열까지 세면 그녀는 마치 개처럼 기어 나와야 했다. 기어 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지윤은 온몸에 특제 소스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때로는 토마토소스, 때로는 간장, 그리고 때로는 고추장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쏟아부었다.

그 후 육선재는 카메라로 그녀의 모습을 엉망으로 찍어 커다란 사진으로 인화하고 그 사진을 강제로 보게 하며 구지윤을 조롱했다.

그에게 있어서 구지윤을 육체적으로 때리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고문하고 그녀의 의지를 깎아내리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었다.

구지윤을 복종하는 동물로 길들이려는 것이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27화

    그렇게 해야 자신도 더 오래 살 것 같았다.구지윤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었다.‘살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해.’이곳에서 설령 죽는다 해도 육선재는 그 죄를 피할 방법이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언젠가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날까지.결국, 윤혜인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곽경천에게 구지윤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구지윤은 구조될 수 있었다.곽경천이 몇몇 인맥을 동원해 북안도에서 그녀를 구출해 온 것이다.하지만 육선재는 절대 이혼하려 하지 않았다.그에게 있어서 구지윤을 때리는 것만이 유일한 쾌락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전혀 만족을 주지 못했기에 육선재는 구지윤을 놓아줄 리가 없었다.구지윤은 매일 공포 속에 살았지만 어느 날 곽경천이 그녀에게 이 일이 해결되었다고 말했다.육선재가 마침내 이혼을 승낙한 것이다. 그 후로 그녀는 육선재를 다시는 보지 못했다.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육씨 가문의 어르신이 육선재를 감금했고 더 이상 구지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곽경천에게 했다고 했다.하지만 고요한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육선재가 그녀를 찾아 서울까지 온 것이다구지윤은 테이블 아래서 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다섯, 넷, 셋...”밖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음산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고 구지윤은 순식간에 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혔다.육선재는 허리띠로 문을 두드리느라 지쳐 난간에 기대어 있던 상태였다. 곧 구지윤이 문을 열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역시 우리 와이프 말을 참 잘 듣는다니까.”몸이 떨렸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차분한 척했다.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구지윤은 이제 더 이상 육선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여기는 서울이지 북안도가 아니다. 육선재가 이곳에서 그녀를 때리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구지윤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선재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요. 난 당신의 아내가 아닙니다.”그 말을 들은 육선재는 입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28화

    육선재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경찰관님, 제 전처는 예전에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앓았고 해외에서 오래 치료받았었어요. 빨리 병원에 데려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입으로는 연민을 담은 말을 했지만 구지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으나 구지윤은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두고 봐, 내가 어떻게 너를 망가뜨리는지!’공포가 마치 붉은 개미 떼처럼 사방에서 기어와 구지윤의 온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갔고 마치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육선재의 사악한 이미지가 구지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허리띠를 만지작거리며 육선재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계속해서 작은 행동들로 그녀를 자극하며 도발하고 있었다.“쨍그랑!”구지윤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녀는 칼을 떨어뜨린 채 손을 들어 올리며 육선재의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다가 비참하게 울음을 터뜨렸다.“경찰관님, 제 전남편은 가정폭력 전력이 있어요. 해외에서 이미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한 적도 있습니다. 저 사람이 방금 저를 위협했어요. 제가 칼을 든 건 자기방어를 위해서였어요. 정말 다행히도 제때 오셨네요...”비록 슬피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구지윤은 논리적이고도 뚜렷하게 중요한 요점을 명확히 전했다.그러자 순식간에 육선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구지윤이 이렇게 똑똑해질 줄은 몰랐고 이전에 해외에서 자주 써먹던 수법이 전혀 통하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를 악물더니 육선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감히 날 고발해? 간땡이가 부었구나?!”“아아아!!!”구지윤은 크게 소리쳤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무엇인가 두려운 것을 본 것 같았고 충격에 휩싸인 듯 몸을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러고는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때리지 마요. 제발 때리지 마요...”그 모습은 명백히 오랜 시간 학대를 당한 사람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이 모습에 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29화

    구지윤은 몸에 전해지는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곽경천은 복잡한 심정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차갑지만 어딘가 미묘한 표정이었다.곧 그가 경찰관에게 말했다.“제 여동생입니다. 제가 함께 병원에 가서 상처를 확인하겠습니다.”서류에 사인을 한 후, 그는 구지윤에게 손을 내밀었다.구지윤은 잠시 당황한 듯 그 손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곽경천은 허리를 살짝 굽혀 구지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곧 구지윤의 목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자국에 시선이 닿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걸을 수 있겠어?”구지윤은 작은 손이 곽경천의 손에 감싸 쥐어 있어 그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걸을 수 있어요.”그러자 곽경천은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의 옷을 단정히 해주며 서서히 코트의 단추를 잠가 주었다.차 안에서 병원으로 가는 동안,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차 안을 감쌌다.병원에서 상처를 검사받고 나온 후, 곽경천은 결과 자료를 들고 자신의 비서에게 넘기며 말했다.“최고의 변호사를 구해. 반드시 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니까.”그 말을 듣고 나서야 구지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그리고 마음도 차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비서가 떠난 후, 곽경천은 차 안의 온도를 조절한 후 구지윤에게 따뜻한 설탕물을 건넸다.그렇게 구지윤은 몇 모금 마시면서 조금씩 진정되었다.이때, 곽경천이 말했다. “혜인이가 너한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작업실의 전화를 받고 나한테 전화해서 네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어.”그는 자신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설명해 주었다.구지윤이 묻기도 전에 곽경천은 그녀가 궁금해할 일을 이미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육씨 가문 어르신이 돌아가셨어. 그래서 육선재가 서울에 올 수 있었던 거야.”육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30화

    육선재가 순찰하던 경찰관에게 제압당해 땅에 눕혀졌을 때 구지윤을 향한 그의 시선은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다.마치 그녀를 인간쓰레기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듯한 차갑고 잔인한 눈빛이었다.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사방에서 구지윤을 에워싸며 압박해왔고 구지윤은 다시는 그 끔찍한 느낌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곽경천은 그녀를 말없이 안고 있었다. 구지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그러한 조용한 감정 표현이 오히려 사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곽경천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위로했다.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단향은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구지윤은 마치 곽경천이 그녀 인생에서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빛처럼 꼭 안고 있었다.차는 구지윤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곽경천의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 차가 멈추자 구지윤은 차창 밖의 집을 바라보았지만 쉽게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 순간, 곽경천이 차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그녀를 들어 올렸다.하지만 허리를 감싸는 대신 등을 감싸며 예의를 지켰다.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구지윤은 곽경천이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곽경천은 그녀를 침실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내가 물 받아줄게. 목욕하고 내려와서 저녁 먹어.”그러자 구지윤은 그의 셔츠를 살짝 잡아당기며 불안한 듯 말했다.“그래도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러나 곽경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육선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내 집에서 지내. 네 집은 안전하지 않아.”그렇게 물을 받은 후, 곽경천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깨끗한 옷을 챙겨왔다.이는 방금 비서에게 부탁해 준비한 여벌 옷이었다.옷을 욕실 옆 옷걸이에 걸어두고 곽경천은 문을 닫고 나갔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구지윤은 한결 나아진 듯한 기분이었다.저녁은 별장 안의 가정부가 준비한 것이었고 건강에 좋은 담백한 요리들이 주를 이루었다.구지윤은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만 곽경천이 지켜보는 동안 억지로 몇 숟가락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31화

    구지윤은 곽경천보다 오히려 더 담담하게 말하곤 했다.“우리 둘 다 어른이잖아요. 필요한 게 있다면 서로 도와주는 거죠.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냥 서로의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에요.”그녀의 말은 둘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려는 듯했다.곽경천은 이 단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그 잠자리 파트너라는 역할이 구지윤과 관련된 것이 되면서 감정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그는 구지윤이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왜냐하면 자신은 구지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곽경천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필요한 도움과 약간의 위로뿐이었다. 그 이상은 기대할 수 없었다.곽경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는 이 방에서 자고 나는 옆방에서 잘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푹 쉬어.”말을 마치고 그는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곽경천의 잠옷 끝자락이 한 손에 의해 살짝 잡혔다.곽경천은 시선을 내려 구지윤의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름다운 그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구지윤은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주는 따뜻함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하여 이번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고 솔직해지고 싶었다.그녀는 말했다.“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 한 번만.”구지윤의 눈은 촉촉했고 약간의 상처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히려 그녀의 연약함이 더 돋보였으니 말이다.그녀의 모습은 말 한마디 없이도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곽경천은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그는 구지윤이 혼자서 조용히 쉬기를 바랐다. 그러나 관계를 맺은 두 사람이 한 침대에 누우면 자연스럽게 단순히 자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확률이 컸다. 작은 접촉조차도 쉽게 불꽃을 일으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곽경천은 잠옷을 벗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구지윤을 품에 안은 뒤, 불을 끄고 조용히 말했다.“자, 이제 자자.”‘이 시점에 건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32화

    곽경천은 본능적으로 욕망에 휩싸였지만 이를 억누르기 위해 애써 이를 악물었다. 몸을 약간 뒤로 물러서며 구지윤과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녀가 손을 잡아당겼고 그 순간 부드러운 입술이 그의 입술 위로 다가왔다.구지윤은 특별한 기술이 있진 않았지만 곽경천의 입술을 애정 가득하게 붙잡고 있었고 그 작은 접촉만으로도 둘 사이의 긴장감이 폭발했다.곽경천은 몸을 바로 세우며 방해가 되는 잠옷을 벗어 던졌다. 길고 강한 손가락 그녀의 쇄골을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지더니 그가 말했다.“내가 할게...”단단한 복근과 살짝 땀에 젖은 곽경천의 몸은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구지윤은 지금까지 몇 번 안 되는 경험 속에서 이번에야 비로소 그 미묘한 쾌감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를 꼭 껴안으며 행복에 겨운 나머지 울고 싶은 정도였다.곽경천은 그녀가 더 나은 경험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였다.한 손은 침대를 받치고 다른 손은 구지윤의 등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불러줘...”구지윤은 얼굴이 새빨개졌고 온몸이 긴장된 상태에서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곽경천은 그녀가 좋아하는 부분을 알기에 일부러 속도를 늦추었다. 그는 이런 일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너무나도 능숙한 곽경천을 구지윤은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애원하든 말했다.“도련님, 제발...”그러자 곽경천은 구지윤의 턱을 살짝 잡았다. 땀에 젖은 턱선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그는 명령하듯 말했다.“그거 말고.”구지윤은 부끄러움 속에서 조용히 말했다.“오빠...”그 순간,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결국 구지윤은 완전히 지쳐서 움직일 힘조차 없게 되었다.목욕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지라 곽경천이 그녀를 욕실로 데려가 몸을 씻겨주었다.다시 침대에 누웠을 때, 구지윤은 이미 지쳐 방향 감각을 잃었고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다.곽경천은 구지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33화

    윤혜인은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구토하고 나서 얼굴을 씻고 휴대용 가글을 꺼내 입을 헹궜다.이제 나가려는데 세면대 쪽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 여자의 몸은 술 냄새와 함께 바비큐 냄새가 섞여 있었고 느끼하면서도 매운 향이 풍겨왔다.윤혜인은 순간적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다시 구토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돌아가 다시 토를 하고 나서야 겨우 나왔다.그런데 그 여자는 아직도 원 자리에 있었다.“아가씨, 괜찮아요?”그 여자는 방금 물로 몸을 닦았는지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윤혜인은 살짝 코를 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그 여자는 미안한 듯 말했다.“죄송해요. 아까 웨이터랑 부딪혀서 음식이랑 술이 제 몸에 다 쏟아졌거든요. 냄새가 너무 심하죠?”그러자 윤혜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니에요. 제 문제예요. 요즘 제가 냄새에 좀 민감해서요.”이 말에 여자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보니까 상태가 제가 임신했을 때랑 똑같은데요? 혹시 임신하신 거 아니에요?”잠시 멈칫하며 윤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낯선 사람의 지나친 친절에는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여자는 윤혜인에게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자극 없는 물티슈를 건넸다.“이거요. 임산부도 쓸 수 있는 거예요.”윤혜인은 상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물티슈를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근데 전 그냥 위가 안 좋아서 그렇지 임신은 아니에요.”상대는 친절해 보였지만 윤혜인은 그 여자가 질문하는 방식이 꽤 무례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임신했다고 한 적도 없는데 계속 임신을 암시하는 질문을 하니 뭔가 불편했다.더군다나 오늘 윤혜인은 검은색 하이웨이스트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허리선이 위로 올라가 있어 외투를 벗지 않는 이상 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 여자가 자꾸 임신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여자는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윤혜인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34화

    원지민은 점점 더 확신이 들었다.‘그래, 윤혜인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게 틀림없어. 준혁이를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른 남자와 엮어 아이까지 가지다니... 수년간의 정이 참 가볍기도 하네. 역시 천박한 여자는 변하지 않지,’원지민은 속으로 비웃었다.이 상황을 이준혁에게 빨리 말하고 그의 표정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은 대개 자기 전 여자가 다른 남자와 엮이는 일을 싫어할 테고 특히 그것도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이준혁의 태도를 생각하니 원지민은 당장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직접 알리고 싶었다.윤혜인의 진짜 모습을 그가 알 수 있도록 말이다.그러나 혹시 잘못된 정보일까 봐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보았다.“정말 확실해? 임신한 게 맞아?”그러자 비서는 의자를 끌어와 원지민 옆에 앉으려 했다.하지만 원지민은 코를 막고 손을 휘저으며 조금 떨어져 앉으라고 지시했다.그 비린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임신한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그 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비서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의자를 멀찍이 끌어가며 말했다.“제가 들어갔을 때 또 구토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는데 임신은 아니라고 부정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시도해봤죠. 일부러 부딪칠 듯이 다가갔는데 첫 반응이 배를 감싸는 거였어요. 그러니 임신이 아니면 뭐겠어요?”원지민은 임신 후 육감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한눈에 보고 윤혜인이 임신했을 가능성을 의심했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비서는 경험이 많은 듯 덧붙였다.“제 생각엔 아직 초기인 것 같아요. 보통 임신 5개월 이전에는 배가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5개월 이후부터 조금씩 배가 불러오고 7,8개월쯤 되면 크게 부풀어요. 제 짐작으로는 3,4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3,4개월...”그 말을 듣고 멍해진 원지민은 얼굴에 당혹스러운 듯한 기색이 스쳐 갔다.‘이 시기는... 혹시 아이가 준혁이의 아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원지민의 눈빛이 어두워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2화

    이지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생트집을 잡았다.그러나 사건의 경과를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무작정 소원을 내연녀라고 생각했다.하필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소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이를 본 이지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오늘 기필코 소원을 짓밟으리라 다짐했다.그녀는 계속하여 소리쳤다.“빈말이 아니라 여러분은 남편 간수 잘해요. 한동네 살다가는 이 여자한테 홀랑 넘어갈 수도 있다니까요?”소원은 분노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말조심하세요. 계속 이런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고소할 겁니다.”소원이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내자 이지애는 단번에 핸드폰을 쳐냈다. 소원을 모욕하려고 찾아온 만큼 절대 경찰에 신고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화가 났던 소원은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에 이지애가 손을 들어 그녀를 밀었다.계단에 서 있던 소원은 이지애가 손을 뻗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짚었다.그러고선 자신의 본능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다,‘내가 왜... 이 아이를 신경 쓰는 거지...’그녀의 몸은 이미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 같다.비록 소원은 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지만 본능이 이렇게 행동하게끔 그녀를 이끌었다.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건 타고난 모성애일까?이지애는 죄책감을 느낀 소원이 겁을 먹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착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더욱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욕설을 퍼부었다.“다들 봤죠? 겁먹었잖아요. 잘못한 게 있으니까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어요?”“이 여우 같은 계집애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남자에 환장한 X이에요. 천박한 것.”주변 사람들은 이지애의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우리 동네에 이런 여자가 살고 있었다니. 정말 몰랐네요.”“이래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야. 저 예쁜 얼굴로 이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남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1화

    “우리 연주를 그렇게 괴롭혀놓고 뻔뻔스럽게 무슨 일로 왔냐는 말이 나와요?”이지애의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밝은 미래를 가진 그녀의 딸은 구타 사건으로 인해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았고 석방된 후에는 정신 상태에 큰 타격을 입었다.소문에 의하면 구치소 동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늘 부잣집 아가씨로만 살아왔던 육연주는 구치소에 들어가도 모든 사람이 자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만한 태도로 구치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을 무시했고 그러다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말았다.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혔다는 소문도 있다. 밖에서는 경호원들이 지켜주니 제멋대로 행동해도 아무 일 없었지만 그 버릇을 구치소에서 똑같이 하는 건 죽자고 덤비는 거나 다름없다.게다가 이미 구치소에 갇힌 사람들인데 누굴 무서워하겠는가?육경한은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기어코 육연주를 해외로 보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이지애는 모든 자원이 국내에 있다. 해외로 나간다해서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세상에 그녀보다 잘나가고 부유한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해외로 나가면 횡포를 부릴 수 없을 텐데, 엄마와 딸이 억울함을 당하고만 있겠는가?하지만 육경한은 그녀의 하소연을 듣지 않았고 이혼도 혼자서 처리했다. 서한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곧바로 두 사람의 이혼을 결정지었다.게다가 이혼했음에도 육연주를 해외로 보냈기에 이지애는 분노와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모든 걸 알게 된 소원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스웠다.그녀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말은 똑바로 하세요. 그쪽 따님이 저를 때렸습니다. 제가 괴롭혔다면 구치소에 들어간 사람은 저였겠죠.”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우리 사위한테 치근덕거리지 않았다면 연주가 때렸겠어요? 당신 같은 인간은 맞아도 싸죠. 얌치도 모르는 천박한 주제에.”소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증거 있으세요? 제가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0화

    소원이 이야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육경한은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요양원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에게 자세히 말해줬다.전화를 끊은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며칠 동안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임신중절 약은 소원의 손에 있었기에 그녀가 약을 먹는 순간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고 불안했다.비록 위협을 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 속에 섞인 두려움을 소원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고 고작 이런 협박으로 겁을 먹을 사람이 아니다.어쩌면 더욱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 있다.이러한 끈기가 보통 사람에게 나타난다면 분명 빛날 테지만, 소원은 육경한에 의해 거듭 억압당해 모든 자존심이 닳아 없어졌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래전에 시들었을 텐데도 소원은 여전히 끝없는 황야에서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썼다.육경한에게 과거의 일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으면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지키는것 뿐이다.한편으로는 전미영이 빨리 호전되길 원했다. 어머님의 호전이 소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마음을 약하게 하고 이로부터 순진한 아이를 지켜내길 바랐다....소원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지난번 진찰받았던 의사였다.“선생님, 안녕하세요.”“소원 씨, 오늘 병원에 안 오셔서 연락드린 거예요. 3일 동안 약 다 먹으면 병원에 검사받으러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위험할 거예요.”의사의 말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는데 약을 먹은 후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집에서 출혈이 발생하고서야 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많았다.“아직 약을 안 먹었어요.”소원이 말했다.“안 먹었다면 다행이네요.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하셨나요?”의사가 물었다.“아직 고민 중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민 중이라면 검사를 받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9화

    전미영은 소원의 행동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녀는 소원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점점 멍한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소원의 복부를 가리키며 여전히 더듬거리는 어조로 말했다.“꽃이야... 꽃이 피었어...”소원은 회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고 셔츠 단추에는 하얀 데이지 한송이가 있었다.전미영은 복부 쪽 단추에 달린 작은 데이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꽃...”소원의 외침은 간병인의 주의를 끌었고, 부랴부랴 달려온 간병인은 말하는 진미영을 보고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재빨리 달려가 요양원의 의사를 모셔 왔다.소원은 의사가 살펴볼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피했고 진찰을 마친 의사가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검사를 해보니 어머니는 여전히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금 그런 반응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좋은 징조이기도 합니다. 만약 간단한 요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말한다면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다만 기억 회복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때때로 많은 기억이 환자의 뇌에 부담을 주어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환자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겠죠?”의사는 전미영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남아있는 기억 또한 부담일 수 있으니 간단하게 사는 게 최고다.소원은 검사 결과에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태가 만신창이된 그들에게는 최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전미영이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했다.병실로 돌아온 소원은 전미영의 곁을 지켰지만 처음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소원은 전미영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병실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택시를 잡는 게 아니라 주차된 은색의 승용차로 향했다.창문을 두드리자 차장이 내려가며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는데 다름 아닌 육경한이다.육경한은 놀라지 않은듯하다. 비서의 차를 타고 있다 한들 예민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8화

    택시의 이동 동선만 봐도 육경한은 소원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챘다.그는 소원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앞차와의 거리를 넓혔다.역시나 택시는 소원의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 앞에 멈췄고 소원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자주 온 덕분에 간병인들은 소원을 알아봤다.“소원 씨, 오셨어요?”소원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요즘 달라진 건 없죠?”이건 소원이 매번 묻는 말인데, 그녀는 자신이 오지 않은 2, 3일 동안 엄마한테 일어난 일들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다른 일을 전부 다 제쳐두고 요양원에서 매일 엄마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했다.엄마를 집으로 모셔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육경한이 절대 동의할 리가 없다. 게다가 요양원은 의료기기가 잘 갖춰져 있어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됐기에 집에 이런 걸 놓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간병인이 입을 열었다.“전이랑 비슷해요. 달라진 건 없어요.”매번 똑같은 답이 돌아왔지만 소원은 듣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변화가 없다는 게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차라리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만약 깨어난다면 무너져가는 이 현실을 직면할 수 있을까?가능하다면 그녀는 혼자서 이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다.소원은 간병인에게 물었다.“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당연하죠. 전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벨 눌러요.”“알겠습니다.”간병인이 나간 후 소원은 침대에 앉아 창틀에 놓인 꽃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엄마를 보고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마...”전미영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눈을 깜빡이며 꽃들을 바라봤다.소원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아 전미영을 껴안았다.“엄마...”하고 싶은 말이 수천 개가 있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이곳에서 모든 감정과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게 소원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었다.“엄마... 엄마...”소원은 결국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7화

    육경한은 소원이라는 독에 중독되어 이미 구제 불능의 상태였다.게다가 무곡산의 일은 소원이 그에게 아무 사랑이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어쩌면 생사가 달린 일이라도 다시 육경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소원의 눈빛은 이미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줬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알려줬다.육경한은 처음으로 삶에 대한 절망감을 처절하게 느꼈다. 그래서 소원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싶었는데 하느님은 장난이라도 치는 듯 아이를 선물해 줬다.육경한은 소원의 변호사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진이 없었다면 아마 평생 알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진실을 알게 된 순간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는 뜨거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왔고 어쩌면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기쁨 뒤에는 늘 그렇듯 두려움이 찾아온다.육경한은 아이를 놓칠까 봐 두려웠고 그 아이가 유진과 같은 고통을 겪을까 봐 무서웠다.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두려워했다.손에 넣기도 전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를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소원이 죽었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경험한 두려움이 다시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육경한은 간절히 기도했다.‘소원아, 제발 잔인한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한테 기회를 줘. 나한테도...’저녁.퇴근한 육경한은 소원이네 집 아래에 머물며 위층에 켜져 있는 불빛을 오랫동안 바라봤다.밤새 잠을 못 잤고 낮에 눈을 붙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피곤했다.3일 연속으로 육경한은 감시를 붙여놓은 사람을 찾아와 교대했다. 지금껏 보고받은 행적을 보면 지난 3일 동안 소원은 유난히 조용했고 누굴 만나기는커녕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아무도 모르겠지만 지난 3일간의 육경한의 삶은 그저 고문이었다. 마치 칼이 머리 위에 걸려있는 듯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몰랐고 매 순간 목숨을 걸고 답을 기다리고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6화

    생각할 것도 없다. 소원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까..하지만 육경한이 제안한 조건은 너무 유혹적이었다.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진을 만날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살 수도 있다.거절하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조건을 생각해 보면 삼킬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어길 일은 절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수만 있다면 임신 중에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아. 내가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인 건 알지?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지만...”육경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아이를 지우겠다고 고집한다면 우리에게 협상의 여지는 없어. 너도 알다시피 소송을 진행하면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이 줄어들 거야.”소원은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육경한은 그의 스타일대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의외는 아니었다.“육경한, 아이를 꼭 낳으라고 하는 이유는 뭐야?”육경한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랑 나 사이의 아이니까.”이 정도면 충분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육경한이 이번에는 명확하게 의견을 표현했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그는 임신한 소원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이러면 예전에 유진을 임신했을 때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달래질 것만 같았다.그러니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꼭 이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원은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생각해 보고 연락할게.”그 말에 조금이나마 안도감이 밀려왔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황 비서가 데려다 줄거야.”육경한은 소원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아무리 걱정되어도 직접 배웅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매 순간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었다.물론 거절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지금 이 순간 소원은 혼자 있고 싶었다.“괜찮아. 혼자 가면 돼.”육경한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강요하지 않고 그녀의 뜻을 따랐다.“그래.”소원이 문에 다다르자 육경한도 그녀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5화

    “육경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잘 들어, 난 반드시 아이를 지울 거야.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24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날 감시할 수 있어? 내가 화장실에 갈 때는 어떻게 할 건데? 난 아이를 지울 방법이 백 가지나 있어. 아이로 날 통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소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제발 현실을 직시해. 아이를 낳으라고? 네가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육경한은 얼굴에 붉은 손바닥 자국이 있었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매우 차분했다.“소원아, 네가 내 곁을 떠나고 싶은 건 알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혼하지 않을 거야. 이혼하고 나서도 유진을 보고 싶으면 뱃속에 있는 아이를 낳으면 돼.”차분한 표정과 달리 육경한의 마음속에는 이미 거센 파도가 일었다.원래는 정말 놓아주려고 했다. 이준혁의 말대로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묶어두는 건 두 사람에게 모두 상처가 되니까.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런 충동적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원이 아이를 임신한 이상 절대 지우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육경한은 알고 있다. 이 아이가 그들의 관계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소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꿈 깨라고.”다만 절대로 이 아이를 낳지 않을 거란 확신은 변함없었다.육경한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비서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일단 이것 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소원은 위에 적힌 조항을 주의 깊게 읽어봤다.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은 혼인 관계를 끊을 수 있다. 그 후에도 양측 모두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며 누구랑 함께 살지는 아이의 결정에 맡긴다고 되어 있었다.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조건이다. 육경한은 강제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아닌 함께 키우는 것을 택했다.그러나 상대는 교활함이 몸에 배인 육경한이니 소원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거지? 협박하려고 이러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4화

    이건 소원에 대한 시험이다. 육경한은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아이를 볼 수 있게 허락한 것도 이미 큰 양보를 한 거나 다름없다.잔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 소원이 결혼할 계획이 있다면 아이를 못 보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절대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그리고...육경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소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건에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내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렇게 할게.”어차피 처음부터 재혼할 생각이 없었다. 육경한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 결혼에 대한 마음은 진작에 접었다.육경한은 흔쾌히 승낙하는 소원을 보고선 마음속의 불편한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이때 소원이 물었다.“또 있어?”“응.”육경한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청천벽력 같은 그의 말에 소원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의 눈빛은 초점이 약간 흐려져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육경한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소원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 아이를 낳으라고.”“나... 임신 안 했어.”누군가가 가슴을 움켜쥐는 것처럼 숨이 막혀왔던 소원은 힘겹게 답했다.유진은 처음부터 우연이었다. 아이를 지킬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는데 기적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았다.하지만 그 뒤로 육경한과 얽혔고 그들의 관계는 소원을 극도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이가 그녀의 약점이라는 걸 육경한은 분명히 알고 있다.그러므로 소원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육경한은 진료 기록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선 소원에게 다가가 두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소원아, 난 아무런 조사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단정 짓는 사람이 아니야.”그 위에는 소원의 검사 기록과 약 처방 기록이 명확하게 쓰여있었다.육경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이를 지우는 건 절대 안 돼.”그는 진료 기록을 받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