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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윤혜인은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구토하고 나서 얼굴을 씻고 휴대용 가글을 꺼내 입을 헹궜다.

이제 나가려는데 세면대 쪽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여자의 몸은 술 냄새와 함께 바비큐 냄새가 섞여 있었고 느끼하면서도 매운 향이 풍겨왔다.

윤혜인은 순간적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다시 구토가 밀려왔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돌아가 다시 토를 하고 나서야 겨우 나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아직도 원 자리에 있었다.

“아가씨, 괜찮아요?”

그 여자는 방금 물로 몸을 닦았는지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윤혜인은 살짝 코를 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 여자는 미안한 듯 말했다.

“죄송해요. 아까 웨이터랑 부딪혀서 음식이랑 술이 제 몸에 다 쏟아졌거든요. 냄새가 너무 심하죠?”

그러자 윤혜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 문제예요. 요즘 제가 냄새에 좀 민감해서요.”

이 말에 여자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보니까 상태가 제가 임신했을 때랑 똑같은데요? 혹시 임신하신 거 아니에요?”

잠시 멈칫하며 윤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낯선 사람의 지나친 친절에는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윤혜인에게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자극 없는 물티슈를 건넸다.

“이거요. 임산부도 쓸 수 있는 거예요.”

윤혜인은 상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물티슈를 받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전 그냥 위가 안 좋아서 그렇지 임신은 아니에요.”

상대는 친절해 보였지만 윤혜인은 그 여자가 질문하는 방식이 꽤 무례하다고 느꼈다. 자신이 임신했다고 한 적도 없는데 계속 임신을 암시하는 질문을 하니 뭔가 불편했다.

더군다나 오늘 윤혜인은 검은색 하이웨이스트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허리선이 위로 올라가 있어 외투를 벗지 않는 이상 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 여자가 자꾸 임신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윤혜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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