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곽씨 가문의 여자들이라뇨?”순간 당황하며 원지민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자칫하면 윤아름에 대한 소식을 말해버릴 뻔했다.이건 자신이 최근 아버지 원정호의 심복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윤아름이 원진우에게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천재 소설가라더니... 결국 남편도 버리고 이름도 없이 우리 삼촌이랑 지내고 있는 거야?’원지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혜인 씨 말이에요. 혜인 씨도 곽씨 가문이 여자잖아요.”하지만 윤혜인은 그 말을 똑똑히 들었고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방금 곽씨 가문의 여자들이라고 했잖아요. 여자들이라는 게 누구를 말하는 거죠?”원지민은 잠시 표정이 굳어졌지만 곧 태연한 척 말했다.“말실수였어요. 근데 가족들을 그렇게 챙기고 싶어요? 곽씨 가문에는 애인들을 많이 두나 보죠?”윤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 곽씨 가문에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근데 제 앞에 있네요. 진짜 불륜녀.”그러자 원지민은 이를 악물더니 윤혜인을 쏘아보았다.“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 거예요?”“헛소리라뇨?”윤혜인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예전에 제가 준혁 씨랑 아직 부부일 때 원지민 씨가 직접 나서서 저한테 자기가 준혁 씨의 약혼녀라고 말하지 않았었나요? 심지어 내가 알았으면 그만이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약혼녀라고 홍보까지 했었잖아요.”“너!”원지민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목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채 소리쳤다.“닥쳐!”그러자 윤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원지민 씨, 나 건드리지 마요. 어차피 난 그쪽 신경쓰지 않거든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날 도발하고 싸움을 걸면 원지민 씨의 치부를 모두 드러낼 수도 있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이준혁 씨한테 관심 없습니다. 그리고 전 도덕을 어기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정말 이선 그룹 대표 아내가 되고 싶으면 그 자리를 확실히 지키고 나서 얘기해요.”이 말에 원지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원지민의 눈빛은 잔인했고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독을 품은 전갈처럼 끔찍한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그 장면을 놓칠 리 없었던 윤혜인은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즉시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그때 원지민이 갑자기 외쳤다.“살려줘요. 혜인 씨, 나... 나도 임신한 몸이라고요...”처음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원지민이 쓰러지는 방향을 보고 윤혜인의 눈이 커졌다.원지민의 허리가 탁자 모서리를 향하고 있었다.지금처럼 배가 불러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부딪치면 태아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순간적인 본능으로 윤혜인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그러자 원지민의 눈에 순간적으로 한 줄기 사악한 빛이 번졌고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번졌다.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했다.윤혜인은 이미 원지민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원지민 또한 손을 뻗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윤혜인을 잡아채서 문 옆에 있는 선반에 세게 부딪치게 만들 생각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손끝이 닿는 순간, 윤혜인은 갑자기 멈췄다.원지민의 목적이 담긴 눈빛을 뚫어지게 보던 윤혜인은 단호하게 손을 거둬들였다.그 순간, 원지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이 순간만큼은 윤혜인이 반드시 손을 내밀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동안 착하고 쉽게 마음을 주는 그녀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손을 뻗지 않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아아아!!!”원지민의 비명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허리가 탁자 모서리에 세게 부딪치며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곧 다리 밑에서 대량의 붉은 피가 흘러나와 현장은 마치 끔찍한 재난 현장 같았다.윤혜인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원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혜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너... 너... 너...”몇 번이나 ‘너’라고 말했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지 못했다.언제부터 윤혜인이 이렇게까지 냉정하고 잔인해졌는지 원지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윤혜
윤혜인은 조금 전 상황을 명확하게 읽어냈다.음모로 가득 찬 원지민이 단순히 넘어진 것으로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이건 분명 윤혜인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술책이었다.원지민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고통을 견디며 하마터면 기절할 지경이었다. 만약 몸이 따라줬다면 이미 윤혜인의 배를 손으로 찢어버렸을지도 모른다.“천하의 나쁜 년!”그녀는 이를 갈며 숨을 헐떡이고는 몇 번이나 욕을 퍼부었다.윤혜인은 분노에 찬 원지민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보고 조금 전의 행동이 잘한 선택임을 더욱 확신했다.선의는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때 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결국 악인의 손에 놀아나게 되어 자신이 피해자가 될 뿐이다.윤혜인은 더 이상 원지민과 엮일 생각이 없었는지라 앞쪽으로 걸어가 직원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할 생각이었다.그것만으로도 윤혜인은 충분히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그러나 윤혜인이 돌아서려는 순간, 원지민의 음침한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네가 이렇게 한다고 안전할 것 같아?”그러자 윤혜인은 도대체 무슨 속임수를 준비했는지 궁금해져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이때, 원지민이 크게 소리쳤다.“살려줘요! 날 죽이려고 해요! 누군가 날 죽이려고 해요!”윤혜인은 순간 당황했다.원지민은 바닥을 기는 연기를 하며 손에 묻은 피를 윤혜인의 손에 묻히고 그녀를 꽉 붙잡았다.“도망갈 생각 하지 마!”원지민의 눈빛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다음 순간, 어디선가 원지민의 비서가 달려와 윤혜인을 붙잡고 외쳤다.“살인자! 도망가기만 해봐!”윤혜인은 그들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바닥이 피와 물로 젖어 매우 미끄러웠기 때문에 크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결국 원지민의 비서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사람들은 윤혜인에게 비난의 눈길을 보냈고 속삭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저 여자 참 착해 보이는데 살인을 하려 하다니...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모른다니까.”“맞아. 남의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응? 그게 누군데?”“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팍!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이 나쁜 계집애!”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준혁 오빠?”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적당히 해.”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송소미!”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요…”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