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민은 이준혁의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아이를 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내 아이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그러나 이준혁이 손뼉을 치자마자 주훈이 흰 장갑을 끼고 검은 천으로 덮인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그 순간, 원지민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무언가를 직감한 듯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몸을 떨며 소리쳤다.“오지 마! 제발 오지 마!”하지만 주훈은 원지민의 말을 무시하고 이준혁의 명령만을 따르며 상자를 그녀 앞으로 가져갔다.천이 걷히자 원지민은 그 안에 든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아아아아!!!”짧은 침묵 후, 그녀는 소스라치게 비명을 질렀다.상자 안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아기라고 부를 수 없는 끔찍한 모습이었다.네 개의 다리와 여덟 개의 손가락 얼굴은 둥글지만 코와 입이 없는 흉측한 형상이었다.이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숨을 쉴 수 없었고 곧바로 질식해 죽을 운명이었다.원지민은 이 광경을 보자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곧 역겨움과 혐오가 담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최신 4D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 아이의 기형을 미리 본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의사들은 원지민에게 이 아이가 호르몬 약물 복용으로 인해 변형되었다고 말했다.임신 후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그녀는 계속해서 호르몬 약물을 복용했고 이로 인해 아이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특히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 이후, 원지민은 약물 복용에 더욱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과거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 더욱 많은 약물을 복용했고 결과적으로 아이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아이의 체내에는 너무 많은 수은이 축적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이러한 아이가 배 속에 계속 있었으니 원지민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원지민은 이 아이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윤혜인을 이용해 아이를 없애려는 결심을 굳혔다.병원 의사들도 이미 그녀에게 매수되어 있었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즉시 비밀
원지민은 처음으로 이준혁에게 두려움을 느꼈다.원래는 병약해져 죽어가야 할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존재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이 남자한테는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더 있는 거지?’긴장감에 원지민은 주먹을 꽉 쥔 채 애써 미소를 지어 분위기를 가볍게 넘기려 했다.“준혁아, 농담이지? 이런 농담은 좀...”하지만 이준혁의 눈은 차갑게 반짝였다.“농담 아니야. 내가 네 아들의 죽음을 억울하지 않게 해줬잖아. 혜인이는 곧 서울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그가 하는 말에서 묻어나는 냉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에 원지민은 잠시 말을 잃었다.그녀는 분명히 느꼈다.만약 지금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하면 이준혁은 주저 없이 자신의 목을 조를 것이라는 걸 말이다.때문에 원지민은 최대한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며 말했다.“이 일은 준혁이 네가 알아서 해.”이준혁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 미소 속에는 칼날 같은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원지민, 정말 이렇게 순순히 행동했었다면 넌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을 거야.”원지민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공포에 떨며 물었다.“이준혁, 대체 뭘 하려는 거야?”그의 차가운 태도가 단순한 위협이 아님을 곧 알게 되었다.이준혁의 얼굴은 상냥했던 표정에서 급격히 차갑게 변했고 목소리마저 얼음처럼 냉정했다.“원지민, 난 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어. 하지만 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지.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어.”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처럼 변하며 그는 무자비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여기서 조용히 쉬어. 결혼식이 열리는 날까지.”그러자 원지민은 입을 크게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실상 그녀를 감금하겠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이준혁! 난 네 신부지 죄수가 아니라고! 날 이렇게 가둬둘 순 없어. 네가 나한테 이렇게 하면 우린 결혼 못 해!”원지민은 이 말이 자신에게 있어
‘임호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아이를 지키려고 했었잖아. 이제 이 괴물 같은 아이가 임호와 함께 저승길을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황천길에서라도 둘이 같이 있을 수 있을 테니 어쩌면서 좋은 일일지도 몰라.’하지만 마음속에 남은 불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아이가 이제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건 사실이지만 원지민은 손해 보는 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녀의 아이가 죽었다면 반드시 그 대가로 몇 배의 생명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찰스 가문을 통해 윤혜인과 그 가족을 전부 없애버릴 계획이었다.‘이준혁... 그 여자를 보호하겠다고?’원지민은 비웃었다.서울에서는 찰스 가문의 손이 미치지 못했지만 외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윤혜인이 출국하면 원지민의 한 마디에 그녀는 즉시 사라질 운명이었다....병원에서 돌아온 윤혜인은 지쳐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곽경천은 소식을 듣고 동생을 찾으러 왔지만 깊이 잠든 그녀를 깨울 수 없어 조용히 기다렸다.새벽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 윤혜인은 소파에서 잠든 곽경천을 발견했다.윤혜인은 조용히 담요를 가져와 그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에 곽경천이 깨어나며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혜인아!”그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윤혜인은 오빠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켰다.“오빠, 나 여기 있어.”곽경천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괜찮아?”그러자 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응. 괜찮아.”하지만 곽경천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그 여자 너를 몇 번이나 해치려 했어. 오빤 그냥 두지 않을 거야.”분노하는 곽경천을 달래며 윤혜인이 말을 이었다.“오빠, 그러지 마. 우리 그 사람들이랑 싸우지 말자. 서울은 우리 땅이 아니야. 그냥 떠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버지도 연로하셨는데 굳이 계속 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윤혜인은 조용히 덧붙였다.
지금 모든 것이 변해버린 상황에서 윤혜인은 이 다리를 다시 한번 건너기로 결심했다.이제 이곳에서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말이다.다리 위에 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윤혜인의 눈에는 멀리 있는 이선 그룹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들어왔다.‘이선’이라는 두 글자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정말 멋지지 않아?”한 남자의 목소리가 윤혜인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구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윤혜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하지만 한구운은 윤혜인의 표정 변화를 전혀 개의치 않고 깊고 검은 눈으로 빛나는 두 글자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나도 여기 서서 보는 걸 좋아해. 여기에 서면 저 고층 건물을 아주 선명하게 볼 수 있거든.”곧 윤혜인이 돌아서서 가려 하자 남자는 그녀의 팔을 단번에 붙잡았다. 그러자 윤혜인이 힘껏 팔을 빼려 하며 소리쳤다.“이... 이 손 놔요!”하지만 한구운은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윤혜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한구운... 으음...”그는 윤혜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으며 남은 말을 삼켜버리도록 했다.그 어두운 눈빛에는 광적인 기운이 감돌았다.“흥분하지 마. 난 그저 너와 대화하고 싶을 뿐이니까.”윤혜인은 숨이 막혀서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애초에 남녀 간의 힘의 차이는 너무나 컸고 그녀는 몸부림칠수록 체력이 고갈될 뿐이었다.그래서 윤혜인은 최대한 몸에 힘을 풀며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한구운은 윤혜인이 얌전해진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어릴 때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말은 바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었어. 왜 저 사람은 떳떳하게 소위 말하는 부자의 삶을 누리는데 나는 누구에게나 미움받고 쥐새끼처럼 숨어 살아야 하는 사생아로 살아야 했을까?”윤혜인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고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손을 가방 쪽으로 움직였다.한구운은 술을 많이 마신 듯 말할 때마다 술 냄새가 약
윤혜인은 팔목을 세차게 들어 올려 한구운의 가슴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지지직...”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나며 한구운은 짧은 신음을 내뱉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윤혜인은 손에 들린 작은 호신용 전기 충격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처럼 한구운 씨는 힘이 세다는 이유로 남을 억누르고 강자처럼 행동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절대 남의 존경을 받을 수 없습니다.”한구운은 윤혜인이 자신을 전기 충격기로 공격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전혀 대비하지 못한 그는 온몸의 힘이 빠져 몇 번이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뿐 그녀를 제어할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가슴을 부여잡고 한구운은 창백한 얼굴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그 남자는? 이준혁이 지금 널 이렇게 대하는데도 넌 이준혁이 일하는 곳을 이렇게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거야? 이준혁이 그렇게도 좋아?”그러자 핏기조차 없는 얼굴로 윤혜인이 고개를 숙였다.“이준혁 씨와는 이미 끝났어요. 내가 여기 서 있는 건 그 사람을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예요...”그 말만 남기고 윤혜인은 돌아서서 떠나버렸다.곧 한구운의 뒤에서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나 그를 부축했다.경호원들은 떠나는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도련님, 저분을 막을까요?”“그럴 필요 없어.”한구운은 전기 충격으로 인한 가슴의 고통이 조금씩 가라앉자 몸을 세우며 멀리서 빛나는 건물을 바라보았다.그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움과 잔혹함이 서려 있었다.지금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모든 것을 차지하게 되면 그때 그 몰락한 자가 무엇을 가지고 자신과 맞설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는 생각뿐이었다.‘여자는 돈과 시간만 들이면 언제든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어.’한구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아무도 존중하지 않으며 무엇 하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을.그래서 그는 이 중요한 순간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었다.
“네, 문제없습니다. 내일 파리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이준혁은 멀리서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듯 그곳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때 바깥에서 상황 좀 봐줘.”주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대표님, 그래도 제 생각엔 제 옆에 계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현재 이준혁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주훈은 그를 잠시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다가오는 결혼식을 앞두고 주훈은 바깥일을 마무리하느라 밤낮없이 일했고 이제는 그 중요한 순간에 이준혁의 곁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지난번 폭탄 사건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게 둘 수 없었다.필요하다면 주훈은 이준혁을 대신해 기꺼이 희생할 생각이었다.주훈이 이렇게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하나는 이준혁이 그를 발굴하고 키워준 은인이라는 점에서였다. 그 누구도 주훈을 믿지 않던 시절 이준혁은 그를 직접 길러냈다.다른 하나는 이준혁의 지혜와 능력이었다.이준혁의 머리는 마치 금융이라는 폭풍 속에서도 안정적인 항해를 이끄는 배와 같았고 그 덕분에 한국의 금융 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짓밟히지 않고 높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국가의 명예를 세우고 외세에 무시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주훈이 지켜온 신념이었다.그래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에 기여하고 있는 이준혁 같은 사람을 지켜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괜찮아. 바깥도 중요해.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엔 내가 불안하니까.”이준혁이 환한 빛 속에 앉아 있었지만 주훈은 그가 어느 순간 먼 곳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 느낌은 잠시였고 이준혁의 말에 금세 설득당했다.이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내부는 W에게 맡길 거야.”W는 이준혁의 해외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이었고 주훈과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게다가 W는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위기 대처 능력은 오히려 주훈보다 더 뛰어났다.주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준혁의 지시에 따랐다.“알겠습니다, 대표님.”“이제 나가봐.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