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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1화

잠시 멈춰서더니 그는 금고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에 제가 쓴 편지가 있습니다. 나중에 혜인이에게 같이 전해줘요.”

하지만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받지 않고 탐색하는듯한 시선을 던졌다.

“대표님, 혹시 저한테 숨기고 있는 다른 일이 있는 건가요?”

“아까부터 왜 이렇게 예의를 차리십니까? 대표님은 무슨, 말씀 편하게 하세요. 다른 일은 없고 전 그저 미리 대비하는 것뿐입니다.”

이준혁은 무표정하게 답했다.

남자는 몇 초간 침묵한 후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거니 그래도 예의를 차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혜인 씨는 좋은 사람이예요. 그건 저도 알 수 있어요.. 예전부터 늘 대표님을 마음에 두고 있었잖아요. 게다가 대표님 건강도 아직 회복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굳이 모든 길을 끊을 필요는 없어요.”

그러자 이준혁은 갑자기 가볍게 웃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바짓자락을 걷어 올리며 말했다.

“봐요. 내가 아직도 선택지가 있어 보이나요?”

원래 탄탄했던 그의 종아리는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었다.

이렇게 마른 다리로 키가 190에 가까운 남성의 몸을 지탱했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다리 위로는 짙은 자주색과 보랏빛으로 부어오른 혈관이 뒤덮여 있었고 독이 퍼지면서 그 혈관들은 더욱 검은 자줏빛을 띠고 있었다.

이 다리는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그 자체로 섬뜩했다.

심지어 세상 풍파를 많이 겪어본 맞은편의 남자도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준혁의 표정은 허망함을 지나 더 이상 담담해질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해졌다.

“저는 혜인이에게 행복을 줄 수 없어요. 차라리 깨끗이 놓아주는 게 낫습니다.”

맞은편 남자의 표정도 침울해졌고 더 이상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많은 일은 직접 겪지 않으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

윤혜인은 아버지와 며칠간 해외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해외 온라인 운영 회사의 일로 바빠졌다.

그녀는 몇 년간 곽씨 가문에서 건강을 잘 챙겼기 때문에 임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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