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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말을 마친 윤혜인은 방으로 돌아와 그 후로는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저녁 식사도 방으로 배달되어 왔다.

식사를 하면서 윤혜인은 습관적으로 경제 채널을 켰는데 화면에 바로 이준혁의 성대한 결혼식 장면이 나왔다.

그녀는 잊고 있었다. 이곳은 해외의 경제 채널이 아니었다.

지금 서울의 모든 채널이 아마도 그 남자의 전례 없는 결혼식 현장을 방송하고 있을 것이다.

화면에 나오는 건 점심시간의 감사 연회로 손님들이 넘쳐나고 현장은 화려하게 장식되어 꽃바다로 빛났다.

이 결혼식을 위해 꽤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이 분명했다.

잘 차려입은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신부는 입구에서 나란히 손을 잡고 연단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보고 나서 윤혜인은 더 이상 볼 마음이 사라졌다.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현재 임신 중이니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었고 괜히 스스로 불편함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감정이란 멀어질수록 희미해지는 법, 상대의 어떤 일에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만으로 그녀는 꽤나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윤혜인이 이제 막 TV를 끄려는 순간, 화면 속의 배경음이 갑자기 딱 하고 꺼졌다.

곧 단정하고 세련된 하얀 정장 차림을 한 한구운이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오늘 정말 기쁜 날이군요.”

한구운은 신랑 신부를 바라보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씨 집안을 대표하여 형님께 축하드립니다.”

순간, 현장이 술렁였다.

‘이씨 집안을 대표한다고? 무슨 뜻이지?’

그동안 몇 번의 소란이 있었지만 이선 그룹의 명성을 위해 그런 소식들은 모두 차단되었다.

그래서 약간의 소문은 있었을지 몰라도 현장에 있던 많은 협력업체들은 한구운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저 사람이 왜 이씨 집안을 대표하는 거지?’

높은 자리에 서 있던 이준혁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한구운과 이천수는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 중 하나였고 몇몇 주주들 또한 입장이 금지되었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청첩장을 받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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