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60화

작가: 이한나
이준혁이 왜 계속 이천수를 임산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의문이 커져갔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무대 위로 쏠렸고 이준혁은 차갑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병으로 인해 거리에 버려진 당신을 할아버지가 우연히 발견했죠. 당신 얼굴이 내 친부였던 이문천 씨와 약간 닮아 보여서 할아버지는 당신을 우리 이씨 집안에 데려왔습니다. 이후 한 도사가 당신의 팔자에 큰 재앙이 있을 거라며 이 세상의 가족만이 그 재앙을 피하게 도울 수 있다고 했죠. 때문에 할아버지는 당신이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그 말을 믿고 당신을 우리 집안의 친자식으로 발표한 거고요.”

이준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본 후 이어서 말했다.

“그 후 13년이 지나고 제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죠. 저는 갓 태어나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을 때였습니다. 당신은 할아버지가 저를 아끼는 것을 보고 자청해서 저를 당신의 아들로 키우겠다고 나섰죠. 그리고 또 한 번 도사를 끌어들여 제 운명이 당신과 함께 있어야 좋다고 말했고요.”

“사실 당신은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그런 거였는데 말이죠. 나를 이용해 이씨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가 되려는 욕심 때문이었죠.”

그 순간, 이준혁은 한구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아마 주 집사님이 너에게 이 사실을 말해준 것이 마지막 계기가 되었겠지?”

이준혁의 말을 마치자마자,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오늘이 그저 화려한 결혼식일 줄로만 알았는데 사건은 끊임없이 반전되고 있었다.

이제는 이천수가 이씨 집안에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준혁이 진정한 이씨 집안의 손자였다.

몸이 굳어버린 채 멍하니 서 있는 이천수를 깨운 것은 한구운의 강한 손길이었다.

한구운은 그의 귀에 빠르게 속삭였다.

“이준혁이 알면 뭐 어쩌겠어요? 증거가 없잖아요. 누가 이준혁이 그 죽은 이문천의 아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겠어요?”

한구운의 말이 이천수에게 일깨움을 주었다.

‘그래. 준혁이가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모두 이 세상에 없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1화

    이천수는 귀가 빨개지며 불안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이신우, 아버지가 없다고 네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그렇다. 나타난 사람은 오랫동안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이신우였다.그는 젊었을 때 한 여자를 두고 이태수와 갈등을 빚은 후, 더 이상 이선 그룹의 일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이태수가 그를 내쫓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태수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사서 손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그러나 이신우는 사랑에 미쳐 있던 사람이었다.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남청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이태수는 그가 그 여자와 도망가려 한다고 오해해 이를 막으려 했다.그 결과 이신우는 너무 늦게 도착했고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잃고 말았다. 그 순간이 그들의 인연을 영원히 끊어 놓았다.이후 이신우는 상처를 안고 먼 타지로 떠나 자신의 사업을 일구었고 이씨 집안과는 완전히 거리를 두었다.이태수도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 명씨 가문의 그 아이는 부모를 모두 잃고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다그때 이신우는 겨우 18살에 불과했고 그런 아이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이태수는 그들의 관계를 강하게 반대하며 막았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신우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을 때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들은 다시는 이어질 수 없었다.이태수는 그 후로도 이신우에 대해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많은 후회를 품고 있었다. 당시 이신우를 막지 말고 오히려 도와주었더라면,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결말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하지만 이태수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은 이신우가 사랑했던 그 여자, 윤아름이 바로 윤혜인의 친모라는 사실이었다.이준혁이 사랑한 여인과 이신우가 사랑한 여인이 같은 모녀 관계였던 것이다.이것이 이신우가 윤혜인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고 배려해 온 이유였다. 윤혜인의 눈 속에서 과거 그가 사랑했던 윤아름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2화

    한구운은 자신과 이천수가 이미 공모하여 이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있었다는 불명예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떨궜다.이제 그와 그의 아버지는 세상에 악명 높은 배신자들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었다.그는 충격에 휩싸여 이천수를 노려보며 물었다.“저 말들... 사실이에요?”이천수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돌려 한구운을 바라보지 못했다.하지만 한구운은 그의 회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곧 한구운이 차분하지만 무겁게 말했다.“대답해요. 저들이 말하는 게 사실이냐고요.”이천수는 마치 누군가에게 뺨을 맞고 있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대답할 수 없었던 그는 손가락으로 이신우를 가리키며 반박했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분명 이씨 집안의 사람이야!”그는 매우 교묘하게도 화살을 이신우에게 돌렸다.“지금 이씨 집안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나를 공격하는 거지? 네 의도를 누가 모를 것 같아?”이천수는 참으로 영리했다.그는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대체로 재벌 가문에서는 비밀과 음모가 있기 마련이고 형제들 간의 경쟁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재산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에서는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으니 이천수는 이 논리를 이용해 사람들의 의심을 이신우에게 돌리고자 했다.게다가 이천수는 자신의 출생 비밀과 관련된 증거를 모두 없앴다.‘내가 조금만 조심한다면 누구도 내가 이씨 집안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어!’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갖고 이천수는 한구운의 손을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구운아, 나를 믿어라. 내가 널 반드시 이씨 집안의 상속자로 만들 거야. 넌 내 아들이고 이씨 집안의 진정한 사람이야!”하지만 한구운의 주먹은 점점 더 강하게 쥐어졌다.‘왜, 왜 또다시 난 속은 거지?’한구운은 분노에 휩싸인 채 결혼식장을 나가버렸다. 이천수의 처참한 외침은 그의 뒤에서 계속 이어졌지만 한구운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한구운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차가워졌다.처음에는 충격과 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3화

    한구운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이천수는 그를 해외로 보내 최고의 치료를 받게 했다.그의 마음속에는 이준혁에 대한 증오가 깊어졌고 만약 이준혁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아들이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이준혁 덕분에 자신이 이태수의 신뢰를 받아 오늘날의 영광을 이룩할 수 있었음을 말이다.결국 이천수는 탐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본모습을 비추는 거울 속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이신우는 매서운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네 신분을 증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곧 이신우는 손뼉을 치자 한 비서가 상자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천수는 그 상자를 보자마자 경악했다.“이, 이건...”당황한 그가 두 번이나 말을 더듬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이신우가 가져온 상자는 이태수가 금고에 숨겨둔 것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었다.‘하지만 그 상자는 내가 이미 없애버리지 않았었나?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낯익지 않아?”이내 이신우는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그때 그건 가짜였어. 이게 진짜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천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이태수는 역시 노련한 인물이었다.죽기 직전, 그는 금고 속의 중요한 증거를 교묘히 바꿔치기해 두었고 진짜 증거는 이신우에게 넘겼던 것이다.이천수는 갑작스런 깨달음에 고개를 젖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태수, 당신이 살아있을 때 내가 얼마나 공손하게 존경을 표했는데... 끝까지 날 믿지 않고 이런 술수를 써왔군...”그는 하늘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당신은 날 한 번도 믿지 않았던 건가?!”이신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가 그 상자를 나에게 넘길 때 뭐라고 말씀하신 줄 알아?”이태수가 남긴 말이 궁금해 이천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절대로 이걸 꺼내지 말라고 하셨지.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이신우는 덧붙였다.“아버지는 너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네가 눈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4화

    이천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감싸 안았다. 이준혁의 발차기가 거의 그의 무릎을 부서뜨릴 뻔했던 것이다.“이 자식...”하지만 이천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준혁은 한 장의 사진을 그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그 사진에는 강가에서 누군가가 자루를 강에 던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천수는 몸을 떨며 물었다.“너, 너 이걸 어디서...”이준혁은 차갑게 말했다.“이천수 씨, 당신이 주 집사님을 살해하도록 사주한 것에 대한 모든 증거를 경찰에 넘겼습니다.”경찰들이 이미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그들은 경찰증을 보여주고 수갑을 꺼내 이천수의 손목에 채우기 시작했다.상황을 깨달은 이천수는 발악하듯 몸부림치며 소리쳤다.“이 자식, 네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야! 이건 다 너 때문이야!”이준혁은 그에게 다가가 결정을 내리듯 낮게 말했다.“증거는 충분해요. 당신은 이제 바깥세상의 햇빛을 볼 수 없을 겁니다. 주 집사님께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거예요.”이천수는 미친 듯이 발악하며 소리쳤다.“난 안 가! 아무도 날 쓰러뜨릴 수 없어! 네가 뭔데 감히...”그러자 이준혁은 조소를 지으며 속삭였다.“지하에 내려가면 할아버지께 절 많이 해요. 그리고... 내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에게도.”“아이...”이천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뭘 알아낸 거야?”이준혁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당시 송소미가 혜인이를 납치해 우리 아이를 유산하게 만든 일, 당신과 원지민도 연루되었죠?”이 말에 이천수는 한 걸음 비틀거렸다. 그의 몸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토록 비밀스럽고 오래된 일이 어떻게 이준혁의 손에 넘어갔을까 매우 의문스러웠다.이준혁은 흥미로운 듯 무심하게 말했다.“당신을 도와 일을 처리했던 비서를 찾아냈거든요.”그러자 이천수는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그,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 비서는 이미 차 사고로 죽었는데!”이준혁은 설명했다.“그 비서 사실 죽지 않았어요. 당신이 자기를 제거할까 봐 죽은 척 한 거지. 그 사람은 살아서 당신 손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5화

    이천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충격에 빠졌다.이제야 그는 자신이 그동안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칭송받던 천재가 얼마나 무서운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그가 한때 ‘아들’이라 부르던 이준혁은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정말로 이준혁은 이천수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이씨 집안에 몸담았지만 이방인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아무리 그가 모범적인 사람처럼 행동하고 귀한 옷을 입어도 본질적으로 여전히 임산이었다.그것이 이천수가 이선 그룹을 빼앗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려 했던 이유였다.그는 한구운에게 자신이 이씨 집안의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한구운이 이씨 집안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냈다.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이준혁, 넌 정말 길러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구나!”이준혁은 차갑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쳤는데. 앞으로 당신에게 다가올 고통은 인과응보일 뿐입니다.”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싸늘해졌다.“이천수 씨, 당신의 인생은 이제 끝났어요. 당신이 애지중지하던 아들도 절대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테니 두고 봐요.”그러자 입술이 시퍼렇게 변하며 이천수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너... 너 정말 독한 놈이구나!”“남의 목숨을 함부로 짓밟을 땐 그렇게 당당하더니 내가 반격하니까 독하다고요? 난 단지 정의를 되돌리는 것뿐입니다. 당신이 저지른 짓의 1%도 되지 않아요.”분노에 찬 이천수가 고함을 질렀다.“너한테 남은 길은 이제 없어.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데? 내가 널 키웠는데 이선 그룹을 나한테 넘길 바에는 남한테 넘기겠다는 거야?”그는 자신이 엄청난 비밀을 폭로한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준혁은 놀라지 않은 채 오히려 평온한 태도로 대답했다.“작은아버지가 돌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6화

    “누가 먼저 죽나 어디 한번 보자고!”이천수는 이준혁에게 독설을 남기고 두 명의 경찰에게 끌려나갔다.이천수가 떠난 후, 현장은 다시 조용해졌다.이준혁은 무대로 돌아와서 바로 선언했다.“죄송합니다, 여러분. 예상치 못한 일로 모두의 기분을 망쳤습니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호텔 연회장으로 이동해 식사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사람들은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소동이 벌어진 후에 결혼식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어차피 결혼이라는 건 혼인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결혼식은 치르든 말든 상관없었다.이번 소동을 통해 이준혁의 존재감은 더 확고해졌고 누구도 그를 쉽게 흔들 수 없게 되었다.사람들은 이준혁에 관한 가십거리를 감히 더 두고 지켜볼 수 없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곧이어 직원들이 손님들을 안내해 모두 퇴장시켰고 현장은 다시금 고요해졌다.그 자리에는 원지민만 남아 어리둥절해 했다.왜 결혼식에 온 손님들이 전부 떠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직 반지 교환도 하지 않았고 어떤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준혁은 코사지도 꽂지 않은 상태였다.원지민은 이 상황에 관해 묻고 싶었으나 이신우가 이준혁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하지만 마음속 불안감과 상상의 나래는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귀를 기울이며 이준혁과 이신우가 무슨 말을 나누는지 듣고 싶어 했지만 너무 멀어서 그들의 대화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이신우는 이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음에는 뭘 할 생각이야?”“저녁 연회는 삼촌이 신경 안 써도 돼요. 나가셔서 손님들을 안심시키고 전부 안전한 통로로 옮겨서 다른 건물로 대피시키세요.”이신우는 떠나기를 거부하며 말했다.“그건 내 비서가 처리해줄 거야. 뭘 하려든 내가 함께하마.”“삼촌, 우리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삼촌은 밖에 계셔야 해요. 만약을 대비해서 뒷수습을 해 주셔야 하니까요.”이신우는 오랜 침묵 끝에 속에 담긴 우려를 드러냈다.“사실 나는 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7화

    이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원지민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원지민은 속으로 불안했지만 애써 자신을 달래며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왔는데... 준혁이가 나한테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이미 온 세상에 우리 둘이 결혼한다고 알렸는데 날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까 그 일 때문에 불길하다고 생각해서 결혼식 장소를 옮기는 거지? 그럼 난 축하주를 바꿔야 하나?”이준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말했다. “필요 없어.”얼굴이 굳어졌지만 원지민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준혁아, 아까 사람이 많아서 설명할 틈이 없었는데 청첩장 일은 사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사람들이 나한테 강요한 거야!”눈물을 참는 듯 그녀는 눈가를 가리며 이준혁의 반응을 살폈다.속으로는 한구운을 원망하며 욕하고 있으면서 말이다.결국 그는 이씨 집안의 사람도 아니었고 이천수의 유일한 자식이라는 말은 거짓이었다.‘그날 그렇게 뻔뻔하게 말할 때 난 왜 한구운의 말을 믿었지?’ 이천수와 한구운은 이씨 집안의 사람들과는 달랐다.이씨 집안의 사람들은 당당하고 정직했지만 이천수와 한구운은 그렇지 않았다.원지민은 자신이 그동안 눈이 멀었다고 자책하면서도 다행히 자신이 한 행동이 너무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에 위안을 삼았다.“준혁아...”그녀는 이준혁이 여전히 반응이 없자 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한구운이 나한테 찾아와서 준혁이 네가 이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라고 폭로하겠다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청첩장을 준 거야. 준혁이 네 명성을 지키려고 한 거였어.” 그 변명은 말도 안 되는 구멍투성이였지만 지금 원지민은 더 나은 핑계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준혁은 살고 싶다면 그녀의 말에 따라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녀는 그에게 핑계를 대주면서 스스로도 숨통을 틔웠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원지민은 다시 한 번 덧붙였다.“정말로 그 사람들이 이렇게 소동을 일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68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한 채 이준혁은 비웃듯이 말했다. “사랑이라니, 그건 네가 스스로 만든 핑계일 뿐이야. 넌 내가 너에게 굴복하길 원했지. 오랜 시간 동안 쏟아부은 것 때문에 이제는 반드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 후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사랑이라는 그 위대한 단어로 네 악행을 덮으려 했고.”“원지민, 넌 정말 역겨워.”이준혁은 짧은 한마디로 자신의 감정을 끝맺었다.그 말은 그가 원지민을 진심으로 역겨워한다는 것을 분명히 표현했다.눈빛에는 다시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다는 깊은 혐오가 뒤섞여 있었다.그 광경은 원지민에게 마치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다.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준혁아!”이준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차가운 독기마저 띠고 있었다.“내 이름 부르지 마. 너는 자격이 없어.”그가 한 자 한 자 내뱉은 말은 마치 고추 물을 묻힌 칼날처럼 원지민의 얼굴을 베어냈다.‘역겨워... 자격이 없어...’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자 원지민은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지고 하얗게 질렸다.격한 감정이 지나가고 나서야 원지민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그리고 이제는 어떤 가식도 없는 진짜 본모습을 드러냈다.“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결혼한 걸 알고 있어. 네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미 너를 떠났어. 내가 없으면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그녀는 비웃듯이 크게 웃었다.“이준혁, 그렇게 잘난 척해봤자 결국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잖아. 넌 절대 내 곁을 떠날 수 없어.”점점 광기에 휩싸인 원지민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난 내가 원하는 건 절대 놓치지 않아. 너도 예외는 아니야!”그러자 이준혁은 차갑게 말했다.“보아하니 널 과대평가했군. 넌 후회할 줄 모르니 말이야.”원지민은 더욱더 자랑스럽게 웃어댔다.“내가 왜 후회해야 하지? 나는 절대 지지 않아!”후회는 약자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6화

    방씨 가문에서 지키려 한다 해도 방민아의 인생은 별로 희망이 없었다.육연주는 적게 연루되기도 했고 육경한이 손쓴 덕분에 구치소에 한 달 구금되었다가 나왔다. 육경한이 육연주에게 변호사를 찾아줬지만 육연주 모녀는 이를 소원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한사코 거절하면서 일부러 육연주를 구치소에 들여보냈고 육경한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하지만 육연주 모녀가 모르는 게 있었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게 원칙인 방씨 가문은 방민아가 이 지경까지 된 게 다 육연주 탓이라고 생각한 이상 복수를 준비할 것이고 그 후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다음은 서씨 가문이었다. 육연주가 서씨 가문에서 보낸 시간은 그리 오라지 않았지만 서현재의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람이 점점 이상해진 데다 원래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재벌 집 아가씨라 서씨 가문에 척을 진 사람이 많았다.지금의 서씨 가문은 몰락하게 되었고 서현재가 암 덩어리 같은 사람들을 서씨 가문에서 몰아내긴 했지만 줄곧 호의호식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그 어떤 미친 생각을 해도 놀라울 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육연주가 계속 서울에서 나댄다면 앙심을 품은 서씨 가문 사람들이 기회를 노리고 복수해 올 수도 있기에 아예 이지애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 피신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지만 모녀는 육경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소원에게 홀려 인사불성이라고만 생각했다.이지애는 끌려가면서 육경한에게 원망을 퍼붓기도 했다.“경한아, 네가 어떻게 우리한테 이래? 우리가 잘해준 거 다 잊은 거야? 여자 하나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 우리를 내치겠다고?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사실 잘해줬다고 할 것도 없었다. 상대편에 서서 손가락질하지 않고 돈 몇십만 원 쥐여준 게 전부였다. 이지애도 그때는 살만했기에 양심이라는 게 남아있었고 조금의 ‘선심’을 베풀었지만 육경한은 갚아야 할 돈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많은 돈으로 보답했다.다만 이지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빚쟁이 대하듯 대했다. 돈이 많으니 이걸로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5화

    “경한아... 억울해서 죽을 것 같구나. 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날 욕하고 때리고...”이지애는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소원은 어이가 없는 상황에 헛웃음만 나왔고 한편으로는 육경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육경한은 이 일에 엮이고 싶은 생각조차 없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옆에 서 있는 경호원을 바라봤다.“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데려가.”육경한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경호원들은 두피가 저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지금 바로 데려가겠습니다.”이지애는 육경한이 자신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해 재빨리 다각 그의 손목을 잡았다.“역시 경한이가 최고야. 우린 가족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저 여자가 우리 남매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연주가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살도 많이 빠졌어. 삼촌이 무시한다며 얼마나 울었는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지애는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경호원이 왜 나한테 오지?’‘저 천박한 계집애를 끌어내지 않고 뭐 하는 거야.’“잠깐만... 지금 착각하는 모양인데 경한이는 저 여자를 끌어내라고 한 거야. 옆에 있는 변호사까지 묶어서 밖으로 쫓아내.”경호원들은 이지애처럼 눈치가 없고 멍청하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육경한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는 이지애였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빽이 있다며 대표님과 미우 그룹을 언급하는지...’‘대표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인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거지?’경호원들은 이지애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그녀를 끌고 나갔다.현실 부정 중인 이지애는 육경한의 팔을 꽉 잡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경한아, 말 좀 해봐. 저 여자 쫓아내려고 했잖아. 나는 네 누나야. 어떻게 가족을 버리고 외부인 편을 들 수 있어? 경한아...”이지애는 눈물을 쏟았다.“말 좀 해봐.”“누나.”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진지하게 말했다.“여러 번 말했잖아요. 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4화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대뜸 욕을 바가지째로 먹었다.그럼에도 이지애는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X신들. 멍청하기는.”방금까지 동정심을 느끼던 여자에게 심한 욕을 먹었으니 다들 어이가 없었고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을 지껄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저렇게 추잡스러운 엄마 밑에서 자란 딸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그러니까요. 좋은 사람이었다면 구치소에 수감되었겠어요?”이지애는 여론이 이렇게 빨리 바뀔 줄 몰랐는지 더욱 흥분했다.“너희들이 뭘 알아. 이 여자가 내 딸을 해쳤고 내 딸은 피해자야. 이 여자가 헛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수감될 일도 없었어.”사람들은 더 이상 이지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 지르며 욕하는 모습은 정말 품위가 없어 보였다.“그쪽이 돈 많고 대단한 사람이라면서요? 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면 당연히 빼냈겠죠.”이때 한 아주머니가 일침을 놓았다.“맞는 말이에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잡았겠어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맞장구를 쳤다.“이유 없이 사람을 잡았다면 돈도 없고 인맥도 없는 우리가 일 순위이겠죠.”“됐어요. 됐어요. 이만하고 다들 들어갑시다. 구경났어요?”아파트 단지 관리자가 달려와 구경 중인 사람들을 돌려보냈다.그 시각.육경한은 고위급 회의에 참석 중이었고 황진수는 전화를 받고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육경한은 해외의 유명 대기업과 협상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중요한 회의인 만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원에 관한 일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황진수는 몇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회의실로 들어갔다.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그는 육경한에게 다가가 보고 했다.그러자 육경한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더니 옆에 있던 황진수를 회의석으로 끌어당겼다.“네가 해.”‘지금 나한테 이 중요한 회의를 떠맡기고 간 거야? 내가 이런 걸 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3화

    소원은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허리를 짚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했다.“소원 씨, 괜찮아요?”말을 건넨 사람은 주석훈이었다.오늘 아침 두 사람은 합의 사항을 만들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했다.그러다가 미친 사람처럼 소원에게 달려드는 이지애를 목격했고 소원이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지려던 찰나에 타이밍 좋게 나타나서 부축했다.옆에서 발악하던 이지애는 어디선가 나타난 경호원에게 제압되었다.“너 누구야? 감히 날 막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경호원에게 꽉 붙잡힌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럽다.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당장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미우 그룹 대표가 내 동생이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다들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구나. 내 동생이 오면 너희는 하나도 빠짐없이 서울에서 쫓겨날 거야.” 이지애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반응을 보니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육경한이 보낸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눈치다.경호원들은 육경한과의 관계를 듣고 쉽게 손을 쓰지 못했다. 그들의 임무는 소원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기에 이지애가 해치지 못하게 손을 묶어두었다.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지애와 소원이 다투고 있을 때 곧바로 육경한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이지애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녀는 소원을 부축하는 주석훈을 보며 막말을 퍼부었다.“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동생이랑 헤어진 지 며칠 됐다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 너는 남자를 꼬시는 게 취미야?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하여튼 개 버릇 남 못 준다니까.”이지애의 말은 듣기 굉장히 거북했고 소원은 방금 한 대만 때리고 멈춘 자신을 원망했다.그 시각 주석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지애를 바라봤다.“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도 처벌 대상입니다. 제 의뢰인이 내연녀라는 증거가 있나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일방적인 모함에 속하고 법에 의거하여 충분히 고소할 수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2화

    이지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생트집을 잡았다.그러나 사건의 경과를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무작정 소원을 내연녀라고 생각했다.하필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 하나둘씩 밖으로 나와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소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이를 본 이지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오늘 기필코 소원을 짓밟으리라 다짐했다.그녀는 계속하여 소리쳤다.“빈말이 아니라 여러분은 남편 간수 잘해요. 한동네 살다가는 이 여자한테 홀랑 넘어갈 수도 있다니까요?”소원은 분노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말조심하세요. 계속 이런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고소할 겁니다.”소원이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내자 이지애는 단번에 핸드폰을 쳐냈다. 소원을 모욕하려고 찾아온 만큼 절대 경찰에 신고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화가 났던 소원은 맞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에 이지애가 손을 들어 그녀를 밀었다.계단에 서 있던 소원은 이지애가 손을 뻗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허리를 짚었다.그러고선 자신의 본능적인 행동에 깜짝 놀랐다,‘내가 왜... 이 아이를 신경 쓰는 거지...’그녀의 몸은 이미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 같다.비록 소원은 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지만 본능이 이렇게 행동하게끔 그녀를 이끌었다.이런 제스처를 취하는 건 타고난 모성애일까?이지애는 죄책감을 느낀 소원이 겁을 먹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착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더욱 뻔뻔하고 오만한 태도로 욕설을 퍼부었다.“다들 봤죠? 겁먹었잖아요. 잘못한 게 있으니까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뗄 수 있겠어요?”“이 여우 같은 계집애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남자에 환장한 X이에요. 천박한 것.”주변 사람들은 이지애의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우리 동네에 이런 여자가 살고 있었다니. 정말 몰랐네요.”“이래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거야. 저 예쁜 얼굴로 이런 짓을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남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1화

    “우리 연주를 그렇게 괴롭혀놓고 뻔뻔스럽게 무슨 일로 왔냐는 말이 나와요?”이지애의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밝은 미래를 가진 그녀의 딸은 구타 사건으로 인해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았고 석방된 후에는 정신 상태에 큰 타격을 입었다.소문에 의하면 구치소 동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늘 부잣집 아가씨로만 살아왔던 육연주는 구치소에 들어가도 모든 사람이 자기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만한 태도로 구치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을 무시했고 그러다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말았다.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혔다는 소문도 있다. 밖에서는 경호원들이 지켜주니 제멋대로 행동해도 아무 일 없었지만 그 버릇을 구치소에서 똑같이 하는 건 죽자고 덤비는 거나 다름없다.게다가 이미 구치소에 갇힌 사람들인데 누굴 무서워하겠는가?육경한은 이것만으로도 부족한지 기어코 육연주를 해외로 보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이지애는 모든 자원이 국내에 있다. 해외로 나간다해서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세상에 그녀보다 잘나가고 부유한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해외로 나가면 횡포를 부릴 수 없을 텐데, 엄마와 딸이 억울함을 당하고만 있겠는가?하지만 육경한은 그녀의 하소연을 듣지 않았고 이혼도 혼자서 처리했다. 서한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곧바로 두 사람의 이혼을 결정지었다.게다가 이혼했음에도 육연주를 해외로 보냈기에 이지애는 분노와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모든 걸 알게 된 소원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스웠다.그녀는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말은 똑바로 하세요. 그쪽 따님이 저를 때렸습니다. 제가 괴롭혔다면 구치소에 들어간 사람은 저였겠죠.”이지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우리 사위한테 치근덕거리지 않았다면 연주가 때렸겠어요? 당신 같은 인간은 맞아도 싸죠. 얌치도 모르는 천박한 주제에.”소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증거 있으세요? 제가 서현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90화

    소원이 이야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육경한은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요양원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에게 자세히 말해줬다.전화를 끊은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며칠 동안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임신중절 약은 소원의 손에 있었기에 그녀가 약을 먹는 순간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고 불안했다.비록 위협을 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 속에 섞인 두려움을 소원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고 고작 이런 협박으로 겁을 먹을 사람이 아니다.어쩌면 더욱 고집을 부리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 있다.이러한 끈기가 보통 사람에게 나타난다면 분명 빛날 테지만, 소원은 육경한에 의해 거듭 억압당해 모든 자존심이 닳아 없어졌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래전에 시들었을 텐데도 소원은 여전히 끝없는 황야에서 스스로 꽃을 피우기 위해 애를 썼다.육경한에게 과거의 일에 대해 후회하냐고 물으면 당연하다고 대답할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이를 지키는것 뿐이다.한편으로는 전미영이 빨리 호전되길 원했다. 어머님의 호전이 소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마음을 약하게 하고 이로부터 순진한 아이를 지켜내길 바랐다....소원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지난번 진찰받았던 의사였다.“선생님, 안녕하세요.”“소원 씨, 오늘 병원에 안 오셔서 연락드린 거예요. 3일 동안 약 다 먹으면 병원에 검사받으러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위험할 거예요.”의사의 말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수많은 환자를 마주하는데 약을 먹은 후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집에서 출혈이 발생하고서야 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많았다.“아직 약을 안 먹었어요.”소원이 말했다.“안 먹었다면 다행이네요.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하셨나요?”의사가 물었다.“아직 고민 중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민 중이라면 검사를 받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9화

    전미영은 소원의 행동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녀는 소원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점점 멍한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소원의 복부를 가리키며 여전히 더듬거리는 어조로 말했다.“꽃이야... 꽃이 피었어...”소원은 회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고 셔츠 단추에는 하얀 데이지 한송이가 있었다.전미영은 복부 쪽 단추에 달린 작은 데이지 꽃을 가리키며 말했다.“꽃...”소원의 외침은 간병인의 주의를 끌었고, 부랴부랴 달려온 간병인은 말하는 진미영을 보고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재빨리 달려가 요양원의 의사를 모셔 왔다.소원은 의사가 살펴볼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피했고 진찰을 마친 의사가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검사를 해보니 어머니는 여전히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금 그런 반응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좋은 징조이기도 합니다. 만약 간단한 요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말한다면 점점 더 좋아질 겁니다.”“다만 기억 회복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때때로 많은 기억이 환자의 뇌에 부담을 주어 과부하를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환자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겠죠?”의사는 전미영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남아있는 기억 또한 부담일 수 있으니 간단하게 사는 게 최고다.소원은 검사 결과에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태가 만신창이된 그들에게는 최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전미영이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했다.병실로 돌아온 소원은 전미영의 곁을 지켰지만 처음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소원은 전미영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병실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온 그녀는 택시를 잡는 게 아니라 주차된 은색의 승용차로 향했다.창문을 두드리자 차장이 내려가며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는데 다름 아닌 육경한이다.육경한은 놀라지 않은듯하다. 비서의 차를 타고 있다 한들 예민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8화

    택시의 이동 동선만 봐도 육경한은 소원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챘다.그는 소원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앞차와의 거리를 넓혔다.역시나 택시는 소원의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 앞에 멈췄고 소원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자주 온 덕분에 간병인들은 소원을 알아봤다.“소원 씨, 오셨어요?”소원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요즘 달라진 건 없죠?”이건 소원이 매번 묻는 말인데, 그녀는 자신이 오지 않은 2, 3일 동안 엄마한테 일어난 일들을 놓칠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다른 일을 전부 다 제쳐두고 요양원에서 매일 엄마를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했다.엄마를 집으로 모셔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육경한이 절대 동의할 리가 없다. 게다가 요양원은 의료기기가 잘 갖춰져 있어 치료에 굉장히 도움이 됐기에 집에 이런 걸 놓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간병인이 입을 열었다.“전이랑 비슷해요. 달라진 건 없어요.”매번 똑같은 답이 돌아왔지만 소원은 듣고도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변화가 없다는 게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차라리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 만약 깨어난다면 무너져가는 이 현실을 직면할 수 있을까?가능하다면 그녀는 혼자서 이 고통을 감당하고 싶었다.소원은 간병인에게 물었다.“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당연하죠. 전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벨 눌러요.”“알겠습니다.”간병인이 나간 후 소원은 침대에 앉아 창틀에 놓인 꽃들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엄마를 보고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엄마...”전미영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눈을 깜빡이며 꽃들을 바라봤다.소원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아 전미영을 껴안았다.“엄마...”하고 싶은 말이 수천 개가 있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이곳에서 모든 감정과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게 소원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었다.“엄마... 엄마...”소원은 결국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