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1192 챕터

제871화

박연희가 들어오자 조은혁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비록 일찍이 재회했더라도 오늘의 만남은 의미가 다르다. 이곳은 그들이 전에 약속했던 장소이다. 이곳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진정한 재회이며 진정한 원만한 만남인 것이다.박연희는 진범이의 손을 잡고 있고 조은혁의 옆자리에는 어린 조민희가 앉아 있다.두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그들의 눈에는 오직 서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4년 전의 아련한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때, 조은혁이 먼저 가볍게 입을 열었다.“오랜만이야.”말을 할 때,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콧소리가 났다.박연희도 덩달아 입술을 달싹거렸다.조은혁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웅크리고 앉아 진범이를 가볍게 품에 안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 진범이 많이 컸네. 아빠 보고 싶지 않았어?”진범이는 어느새 일곱 살이 되었는데 큰 키에 마른 몸매까지 더해져 더욱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다.그는 조은혁의 몸에 기대어 솔직하게 말했다.“보고 싶었어요.”그러자 조은혁은 그의 작은 얼굴을 주무르고 뽀뽀까지 한 후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안아 들고 식탁으로 향했다.이제 제법 성장한 진범이는 조금 난처한 감이 있었지만 가만히 있었다.조은혁은 두 아이를 한곳에 앉혔는데 진범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조민희가 귀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진범 오빠.”그녀는 참으로 작고 귀여웠다.진범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민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움을 만끽했다.그러자 조민희는 이내 작은 엉덩이를 조금씩 그에게로 옮기더니 포도같이 까만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며 요구했다.“오빠, 나 목말라요.”조진범은 평소에 애교 많은 여자를 가장 싫어한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그러나 조민희는 달랐다. 조민희는 그의 마음속으로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이다. 진범이는 물 대신 멜론 조각을 천천히 참을성 있게 그녀의 작은 입에 먹여주었다. 입안 가득 꽉 차 오물오물 씹고 나서 꿀꺽 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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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박연희는 식전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마음을 감추려는 듯 부정했다.“아뇨, 우리 갤러리는 그런 의향이 없어서요.”박연희의 반응을 살피던 조은혁은 묵묵히 그녀의 답을 받아들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술을 마셨다.잠시 후 그는 또 박연희에게 디저트를 건네주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밥 먹었으니 달콤한 디저트도 좀 먹어.”다정한 성격에 용모까지 훌륭하니 그 어떤 여자도 그 앞에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하물며 그녀를 꼬시기 위해 작정을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그러나 박연희는 그렇게 둔하지 않다.그녀는 눈꺼풀을 드리워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낮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조은혁 씨, 4년 전에 흔들렸던 건 인정할게요. 확실히 저는 당신과 다시 화해하고 당신과 다시 시작하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 마음은 우리의 과거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에요. 하물며 우리는 4년 동안 떨어져 있었죠.”그녀는 계속하여 담담한 목소리로 조은혁을 거절했다.“그 과거는... 우리 모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요. 알겠죠?”조은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꿋꿋하게 물었다.“그 남자 때문이야? 아니면 하서인 때문이야? 그냥... 우리 깔끔하게 헤어지고 재혼해서 진범이와 민희에게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주자.”박연희는 그와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만난 지도 7년이 넘었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조은혁은 계속하여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왜, 그 남자가 그렇게 아까워? 대체 어떤 남자길래 당신을 이렇게 애지중지하게 하는 거야?”조금 전의 평온함과는 달리 끝내 질투심을 감추지 못한 모양이다.“아빠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그러나 뜻밖에도 조은혁은 쿨하게 인정했다.“진범이 말이 맞아. 아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그러자 조진범이 입술을 오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옅게 웃는 모습은 조금 수줍어 보였고 특히 박연희와 똑 닮았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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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그러나 박연희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들은 그렇게 불빛 아래서 서로를 바라보았다.박연희는 자신이 꿈속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적 꾸었던 달콤한 꿈의 한 장면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는 박연희는 조금 휘청이기까지 했다.두 사람의 발끝은 10㎝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당장이라도 닿을 듯 가까이하고 있었다.조은혁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린 소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20대 초반과 같네. 울보.”다시 고개를 쳐들고 박연희의 눈에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그러자 조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연희야, 집에 가자.”조은혁의 별장이 아닌 그녀가 사는 곳, 이젠 그녀가 있는 곳이 곧 그의 집이다.어쩌면, 박연희는 조은혁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것이다..그의 몸과 영혼은 이제부터 전부 그녀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이다... 박연희가 원하면, 박연희만 원한다면.마음은 파도같이 일렁였지만 조은혁의 얼굴은 오히려 너무나도 온화하고 평화로워 마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진귀한 남자 같았다.그의 양복 외투는 박연희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조은혁은 어린 민희를 안아 들어 어린 아가씨를 자신의 어깨에 엎드리게 한 뒤 한 손으로는 진범이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조은혁은 마침내 합격한 아버지처럼 아들딸을 돌보고 있었다.지금, 지금-그들 사이에는 상처받은 과거도 없고, 심씨 집안도 없고, 심경서도 없고, 하서인도 없이... 오직 그들과 한 쌍의 귀여운 자녀들뿐이다.여기서 박연희의 아파트까지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30분 후, 조민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박연희는 코트를 벗어서 아이의 몸에 걸치고는 참지 못하고 희고 보드라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파란만장한 등불 아래, 조은혁이 고개를 숙여 남자의 부드러움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욕구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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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조은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싱크대에 엎드려 가녀린 몸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끓어오르는 찻물이 푸푸 소리를 내어 그녀의 웅얼거리는 신음소리를 가려주었다.그녀의 가늘고 연약한 등과 허리에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자수 치마 속에 손을 뻗었는데 어디를 만져도 순두부처럼 말캉해 손을 뗄 수가 없었다.좁은 공간 속을 꽉 채운 그의 가쁜 숨소리가 그의 흥분과 인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하지만 이렇게 만지는 것만으로는 그의 욕구를 채울 수도 없고 만족스럽지도 않다.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꽉 눌렀다.두 사람 모두 4년 동안이나 옆자리가 비어있었는데 이렇게 얇은 옷감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게 어떻게 감각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은혁은 그윽함이 가득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박연희의 입술을 머금고는 각도를 바꾸어가며 그녀와 키스를 했다.키스하고도 참지 못하고 또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박연희는 그의 품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난감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조은혁에게는 현재 여자친구가 있다. 박연희는 한시도 이를 잊은 적이 없다.그러자 조은혁은 박연희의 귓가에 대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건드렸다.“연희야, 난 네가 전에 함께 했던 우리의 그 느낌을 잊으리라고 믿지 않아... 만져봐. 만져보면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박연희는 거절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강제로 그것을 느끼도록 강요했다.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한입에 삼키려는 것 같이 이글거렸다.너무 자극적이었는지 조은혁은 박연희의 손을 잡고 침대 위의 거친 말들을 내뱉었다.“옆 사람과 해본 적 있어? 나보다 나아? 연희야, 알려줘... 응?”박연희는 당연히 말하려 하지 않았고 조은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헤아릴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하서인의 전화였다.하서인은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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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박연희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고 그의 팔을 잡은 채 부드럽게 밀어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유독 부드럽게 느껴졌다.“아니요.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조은혁 씨...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네요.”조은혁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성숙한 남자이기에 여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여 그는 매우 뻔뻔스럽게 다시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인차 가서 처리하고 아침 일찍 올게.”박연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일이 정말 급한지 조은혁은 외투만 챙겨서 급하게 자리를 떴다.그가 내려갔을 때, 운전기사는 이미 아래층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반질반질한 롤스로이스 차 옆에는 태극기를 단 검정색 차 한 대가 또 세워져 있었는데 새벽녘이 가까워져 오자 심경서는 차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밤바람에 찢긴 옅은 연무가 심경서의 얼굴을 희미하게 물들였다.그는 예전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그의 얼굴을 본 조은혁의 걸음걸이가 잠시 늦춰졌다.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심경서를 향해 걸어갔다. 두 남자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훑어보았다. 이내 입을 연 조은혁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심경서 씨, 당신이 이렇게 연희에게 매달리는 것은... 그저 연희와 혈족 관계가 있다는 것 하나만 믿고 있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저도 있어요. 연희의 몸 안에 제 간이 있어요. 우리는 함께 진범이도 키웠고 그녀가 염려하는 어린 민희조차도 우리의 아이죠.”조은혁의 말을 들으며 심경서는 묵묵히 눈시울을 붉혔다.사실 조금 전, 작은 주방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그는 차에 앉아 조은혁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직접 보고 그들이 좁은 부엌에서 키스하고 쓰다듬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마치 어릿광대 같다고 느꼈다....하룻밤이 지나도록 조은혁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박연희도 그에게 전화를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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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심경서의 아내...박연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들어오라고 해주세요.”이윽고 입구로부터 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들려왔다.김이서는 두 명의 여비서를 데리고 들어오며 결코 약하지 않은 기세를 드러냈다. 박연희의 머리를 누르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박연희 역시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기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조민희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민희 혼자 그리고 있어. 엄마는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올게.”그러자 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하게 답했다.“착하게 있을게요.”사랑스러운 조민희의 모습에 박연희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조민희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던 박연희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뽀뽀를 해주었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에 김이서는 마음이 쓰라려 왔다. 그녀는 원래 남편의 혼을 빼앗아간 여인이라면 분명 남편과 내통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마주한 박연희의 눈에서는 심경서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오직 조은혁의 딸을 보며 온유한 표정을 짓고 있다.김이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비서에게 먼저 나가라고 당부한 뒤, 사무실에 아무도 없게 되자 박연희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저도 경서 씨와 딸이 하나 있는데 이제 세 살이에요... 저 아이보다 조금 어리겠네요.”박연희는 커피 머신으로 걸어가 커피를 끓였다.그녀는 김이서의 취향을 묻지도 않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끓였다.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작은 소리와 박연희가 가볍게 말했다.“당신이 경서 씨와 결혼할 때, 전 줄곧 외국에서 지내고 있었죠. 인제 보니 축의금을 내지 못했네요.”그녀는 어른다운 모습을 하고 여전히 담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박연희와는 달리 김이서는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금 추태를 부리며 박연희에게 따져 물었다.“경서 씨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능청스럽게 모른 척하시는 거죠?”그러자 박연희는 눈을 흘기며 반박했다.“그럼 당신이 경서 씨와 얘기해야죠. 전 당신들의 결혼생활을 위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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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심경서의 점잖은 얼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박연희는 혹여나 그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다시 한번 강조했다.“4년 전, 제가 심씨 집을 떠날 때 전 이미 심씨 집과 의절했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심경서는 바로 미쳐버리고 말았다.그는 옆에 있는 자신의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박연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의절할 수 있어요? 박연희, 어떻게 심씨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습니까? 제 몸에는 아직도 당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몸에는 어르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아들 진범이도 심씨 집안의 혈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와 인연을 끊을 수 있죠?”박연희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예전 같으면 아마 불공평한 운명에 대해 분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박연희는 성숙한 여인이 되었으니 운명에는 공평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경서는 심씨 가문의 적손이고 심지철이 일념으로 키운 사람이다. 그리고 심경서와는 달리 박연희는 단지 충동의 산물일 뿐이다.그러나 그녀는 기뻐해야 한다. 박연희에게는 진범이와 조민희가 있으니까. 박연희는 항상 마음속으로 감격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었기에 심씨 가문을 대하는 일이 훨씬 덤덤해 보였지만 그녀가 담담할수록 심경서가 그녀를 내려놓을 수 없음을 더욱 드러냈고 심씨 가문은 더욱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박연희를 잊을 수 없는 것도 그들이고 그녀를 강제로 가게 한 것도 사실은 그들이다...박연희와 심경서는...박연희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사람들과 대치하게 되며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 역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그러자 심경서가 천천히 눈시울을 붉혔다.그런데 그때,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심경서의 얼굴이 돌아가고 이내 김이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서 씨, 그럼 당신은 나에게 떳떳합니까? 우리 몇 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당신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뭐예요?”심경서는 화끈거리는 한쪽 뺨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은 연희 씨를 찾으러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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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떠날 때,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밤에 박연희는 조진범의 숙제를 검사하고 있었다.조민희는 샤워를 마치고 아기 젖소 잠옷을 입은 채 엄마 침대에 앉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말랑한 목소리로 오늘에 있었던 일을 고자질하기 시작했다.“오늘 엄청 무서운 아줌마가 갤러리에 찾아왔는데 엄마랑 싸웠어요. 게다가 100만 원을 줄 테니 저를 떠나라고 하고 저와 진범이 오빠도 잡아가겠다고 협박했어요...”말을 이어가며 마음이 괴로워진 조민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전 잡혀가기 싫어요.”“전 엄마 옆에 있을래요.”...한편, 조은혁은 H시에 머물고 있다.하서인과 주씨네 도련님의 일은 거의 다 처리했지만 여전히 마무리해야 할 사소한 일들이 남아있었다.H시의 한 6성급 호텔의 창가 앞.조은혁은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치며 아이를 달래주었다.“아빠가 있잖아. 민희는 잡혀갈 일 없어.”그러자 조민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며 아빠에게 애교를 부렸다.“나 아빠 보고 싶어요.”전화 건너편, 조은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거짓말이다.녀석은 집에 갈 생각도 없는데 인제 와서 아빠가 보고 싶다니... 어쨌든 그의 마음속에는 아버지로서의 다정함이 가득했지만 그가 전화를 끊었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박연희의 둘째 아이가 생각났다... 은희.그 아이를 낳았다면 은희도 그와 많이 닮았을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만약이란 건 없다...조은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는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넋을 잃었다... 사실 저번에 박연희한테 갔을 때 자세히 훑어봤는데 그녀의 아파트에는 남자 슬리퍼도 없었고 남자가 출입했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그녀는 아직 싱글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조은혁이 오해할 때,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분명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응어리가 남아있어 그녀는 아직 그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와 함께하고 싶었다. 꿈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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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금요일에 박연희는 접대가 잡혔는데 다름 아닌 황 사모님의 초대였다.약속대로 저녁 7시에 도착한 그녀는 룸 입구에서 아는 사람을 보았다.조은혁과 하서인.1주일 동안 못 본 사이에 하서인은 많이 말랐고 조은혁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세상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혁은 그녀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황 사모님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황 사모님은 하서인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제수씨라고 불렀다.그때, 마침 박연희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그녀의 등장에 탁자 하나에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두 잠자코 입을 다물었고 황 사모님도 남편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리며 다급히 말을 바꿨다.“아니지.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제수씨네.”장면은 매우 미묘하고 끔찍했다.박연희도 물러서지 않았고 황 사모님의 옆에 앉아 시원시원하게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과 저는 4년 전에 이혼했고 앞으로 결혼과 여자는 서로 상관없는 관계입니다.”오늘 저녁은 조은혁이 마련한 자리이다.하서인이 주씨 가문에 엮이는 바람에 현재 그녀의 처지는 예전의 임지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늘 저녁 식사에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 꽤 있으니 조은혁은 하서인을 그 사람에게 소개해주어야 한다.그런데 뜻밖에도 황 사모님은 박연희를 대신하여 마음에 불평을 품어 그녀를 불러온 것이다.사람이 많으면 수다스럽기 마련이기에 조은혁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게다가 그는 박연희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그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늘씬한 손가락 사이에 하얀 담배를 낀 채 불을 붙이지 않고 박연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는 하서인도 감히 함부로 그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고 잠자코 가만히 앉아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조은혁이 정말 하서인의 사촌 오빠인 것을 모르고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황 사모님과 잡담을 나누었지만 조은혁의 검은 눈동자는 계속하여 노골적으로 박연희를 좇았다. 식사가 끝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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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차 안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박연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서인에 대해 거짓말한 게 재미있었어요?”조은혁이 몸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의 성깔도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너도 남자친구를 지어내서 나를 화나게 했잖아. 그 사람이... 정말 네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어?”박연희가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그녀는 이례적으로 그에게 답변을 주었다.“그 사람은 이지훈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로티에 있을 때, 지훈 씨가 저를 많이 도와줬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 연락했고요.”조은혁은 예민한 남자이다.박연희는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지훈에 대해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조은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지훈이 너에게 구애할 때, 설렜어?”박연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몰고 바깥의 어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다른 나라에서 보살핌을 받고 또 서로 이혼을 했으니 쉽게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죠... 설렜던 건 사실이에요.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그러나 B시로 돌아온 뒤 박연희는 줄곧 조은혁에게 시간을 빼앗겼다.그날 밤 주방에서 서로 어루만지고 키스를 하며 그녀는 이지훈을 거절했다.물론 박연희는 이를 말하지 않았다. 이지훈을 거절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조은혁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해 그녀가 가졌던 충동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며 꿈처럼 느껴졌다.밤이 깊어가고...힘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다운 여인이 길목에 서서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아름다운 붉은 입술에 가슴이 깊게 팬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표정 속에는 생활에 쫓기는 듯한 낭패감을 가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박연희가 급정거를 했다.박연희는 차에 앉아 걷잡을 수 없이 그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여자는 진시아였다.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날 때, 진시아는 초라하기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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