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연희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들은 그렇게 불빛 아래서 서로를 바라보았다.박연희는 자신이 꿈속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적 꾸었던 달콤한 꿈의 한 장면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는 박연희는 조금 휘청이기까지 했다.두 사람의 발끝은 10㎝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당장이라도 닿을 듯 가까이하고 있었다.조은혁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린 소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20대 초반과 같네. 울보.”다시 고개를 쳐들고 박연희의 눈에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그러자 조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연희야, 집에 가자.”조은혁의 별장이 아닌 그녀가 사는 곳, 이젠 그녀가 있는 곳이 곧 그의 집이다.어쩌면, 박연희는 조은혁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것이다..그의 몸과 영혼은 이제부터 전부 그녀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이다... 박연희가 원하면, 박연희만 원한다면.마음은 파도같이 일렁였지만 조은혁의 얼굴은 오히려 너무나도 온화하고 평화로워 마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진귀한 남자 같았다.그의 양복 외투는 박연희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조은혁은 어린 민희를 안아 들어 어린 아가씨를 자신의 어깨에 엎드리게 한 뒤 한 손으로는 진범이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조은혁은 마침내 합격한 아버지처럼 아들딸을 돌보고 있었다.지금, 지금-그들 사이에는 상처받은 과거도 없고, 심씨 집안도 없고, 심경서도 없고, 하서인도 없이... 오직 그들과 한 쌍의 귀여운 자녀들뿐이다.여기서 박연희의 아파트까지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30분 후, 조민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박연희는 코트를 벗어서 아이의 몸에 걸치고는 참지 못하고 희고 보드라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파란만장한 등불 아래, 조은혁이 고개를 숙여 남자의 부드러움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욕구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조은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박연희는 어쩔 수 없이 싱크대에 엎드려 가녀린 몸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아직도 끓어오르는 찻물이 푸푸 소리를 내어 그녀의 웅얼거리는 신음소리를 가려주었다.그녀의 가늘고 연약한 등과 허리에 조은혁은 저도 모르게 자수 치마 속에 손을 뻗었는데 어디를 만져도 순두부처럼 말캉해 손을 뗄 수가 없었다.좁은 공간 속을 꽉 채운 그의 가쁜 숨소리가 그의 흥분과 인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하지만 이렇게 만지는 것만으로는 그의 욕구를 채울 수도 없고 만족스럽지도 않다.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꽉 눌렀다.두 사람 모두 4년 동안이나 옆자리가 비어있었는데 이렇게 얇은 옷감을 사이에 두고 맞서는 게 어떻게 감각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은혁은 그윽함이 가득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박연희의 입술을 머금고는 각도를 바꾸어가며 그녀와 키스를 했다.키스하고도 참지 못하고 또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박연희는 그의 품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난감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조은혁에게는 현재 여자친구가 있다. 박연희는 한시도 이를 잊은 적이 없다.그러자 조은혁은 박연희의 귓가에 대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건드렸다.“연희야, 난 네가 전에 함께 했던 우리의 그 느낌을 잊으리라고 믿지 않아... 만져봐. 만져보면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박연희는 거절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강제로 그것을 느끼도록 강요했다.그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한입에 삼키려는 것 같이 이글거렸다.너무 자극적이었는지 조은혁은 박연희의 손을 잡고 침대 위의 거친 말들을 내뱉었다.“옆 사람과 해본 적 있어? 나보다 나아? 연희야, 알려줘... 응?”박연희는 당연히 말하려 하지 않았고 조은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헤아릴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바지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하서인의 전화였다.하서인은 울
박연희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고 그의 팔을 잡은 채 부드럽게 밀어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유독 부드럽게 느껴졌다.“아니요.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조은혁 씨... 쓸데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네요.”조은혁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성숙한 남자이기에 여자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여 그는 매우 뻔뻔스럽게 다시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인차 가서 처리하고 아침 일찍 올게.”박연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일이 정말 급한지 조은혁은 외투만 챙겨서 급하게 자리를 떴다.그가 내려갔을 때, 운전기사는 이미 아래층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반질반질한 롤스로이스 차 옆에는 태극기를 단 검정색 차 한 대가 또 세워져 있었는데 새벽녘이 가까워져 오자 심경서는 차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밤바람에 찢긴 옅은 연무가 심경서의 얼굴을 희미하게 물들였다.그는 예전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을 되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그의 얼굴을 본 조은혁의 걸음걸이가 잠시 늦춰졌다.한참이 지나 그는 천천히 심경서를 향해 걸어갔다. 두 남자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훑어보았다. 이내 입을 연 조은혁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심경서 씨, 당신이 이렇게 연희에게 매달리는 것은... 그저 연희와 혈족 관계가 있다는 것 하나만 믿고 있을 뿐이잖아요. 그런데 그건 저도 있어요. 연희의 몸 안에 제 간이 있어요. 우리는 함께 진범이도 키웠고 그녀가 염려하는 어린 민희조차도 우리의 아이죠.”조은혁의 말을 들으며 심경서는 묵묵히 눈시울을 붉혔다.사실 조금 전, 작은 주방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그는 차에 앉아 조은혁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직접 보고 그들이 좁은 부엌에서 키스하고 쓰다듬는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마치 어릿광대 같다고 느꼈다....하룻밤이 지나도록 조은혁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박연희도 그에게 전화를 걸지
심경서의 아내...박연희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들어오라고 해주세요.”이윽고 입구로부터 하이힐 소리가 또각또각 들려왔다.김이서는 두 명의 여비서를 데리고 들어오며 결코 약하지 않은 기세를 드러냈다. 박연희의 머리를 누르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박연희 역시 그녀의 마음을 꿰뚫고 있기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조민희에게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민희 혼자 그리고 있어. 엄마는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올게.”그러자 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하게 답했다.“착하게 있을게요.”사랑스러운 조민희의 모습에 박연희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조민희가 정말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던 박연희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뽀뽀를 해주었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에 김이서는 마음이 쓰라려 왔다. 그녀는 원래 남편의 혼을 빼앗아간 여인이라면 분명 남편과 내통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마주한 박연희의 눈에서는 심경서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오직 조은혁의 딸을 보며 온유한 표정을 짓고 있다.김이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비서에게 먼저 나가라고 당부한 뒤, 사무실에 아무도 없게 되자 박연희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저도 경서 씨와 딸이 하나 있는데 이제 세 살이에요... 저 아이보다 조금 어리겠네요.”박연희는 커피 머신으로 걸어가 커피를 끓였다.그녀는 김이서의 취향을 묻지도 않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끓였다.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작은 소리와 박연희가 가볍게 말했다.“당신이 경서 씨와 결혼할 때, 전 줄곧 외국에서 지내고 있었죠. 인제 보니 축의금을 내지 못했네요.”그녀는 어른다운 모습을 하고 여전히 담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박연희와는 달리 김이서는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금 추태를 부리며 박연희에게 따져 물었다.“경서 씨가 당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능청스럽게 모른 척하시는 거죠?”그러자 박연희는 눈을 흘기며 반박했다.“그럼 당신이 경서 씨와 얘기해야죠. 전 당신들의 결혼생활을 위해 외
심경서의 점잖은 얼굴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박연희는 혹여나 그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다시 한번 강조했다.“4년 전, 제가 심씨 집을 떠날 때 전 이미 심씨 집과 의절했습니다.”이 말이 나오자 심경서는 바로 미쳐버리고 말았다.그는 옆에 있는 자신의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박연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의절할 수 있어요? 박연희, 어떻게 심씨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습니까? 제 몸에는 아직도 당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몸에는 어르신의 피가 흐르고 있고, 당신의 아들 진범이도 심씨 집안의 혈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와 인연을 끊을 수 있죠?”박연희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예전 같으면 아마 불공평한 운명에 대해 분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박연희는 성숙한 여인이 되었으니 운명에는 공평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경서는 심씨 가문의 적손이고 심지철이 일념으로 키운 사람이다. 그리고 심경서와는 달리 박연희는 단지 충동의 산물일 뿐이다.그러나 그녀는 기뻐해야 한다. 박연희에게는 진범이와 조민희가 있으니까. 박연희는 항상 마음속으로 감격스러운 감정을 품고 있었기에 심씨 가문을 대하는 일이 훨씬 덤덤해 보였지만 그녀가 담담할수록 심경서가 그녀를 내려놓을 수 없음을 더욱 드러냈고 심씨 가문은 더욱 우스워 보일 뿐이었다.박연희를 잊을 수 없는 것도 그들이고 그녀를 강제로 가게 한 것도 사실은 그들이다...박연희와 심경서는...박연희는 예전의 아름다웠던 사람들과 대치하게 되며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 역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그러자 심경서가 천천히 눈시울을 붉혔다.그런데 그때,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심경서의 얼굴이 돌아가고 이내 김이서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경서 씨, 그럼 당신은 나에게 떳떳합니까? 우리 몇 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당신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뭐예요?”심경서는 화끈거리는 한쪽 뺨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은 연희 씨를 찾으러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떠날 때,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밤에 박연희는 조진범의 숙제를 검사하고 있었다.조민희는 샤워를 마치고 아기 젖소 잠옷을 입은 채 엄마 침대에 앉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말랑한 목소리로 오늘에 있었던 일을 고자질하기 시작했다.“오늘 엄청 무서운 아줌마가 갤러리에 찾아왔는데 엄마랑 싸웠어요. 게다가 100만 원을 줄 테니 저를 떠나라고 하고 저와 진범이 오빠도 잡아가겠다고 협박했어요...”말을 이어가며 마음이 괴로워진 조민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전 잡혀가기 싫어요.”“전 엄마 옆에 있을래요.”...한편, 조은혁은 H시에 머물고 있다.하서인과 주씨네 도련님의 일은 거의 다 처리했지만 여전히 마무리해야 할 사소한 일들이 남아있었다.H시의 한 6성급 호텔의 창가 앞.조은혁은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치며 아이를 달래주었다.“아빠가 있잖아. 민희는 잡혀갈 일 없어.”그러자 조민희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며 아빠에게 애교를 부렸다.“나 아빠 보고 싶어요.”전화 건너편, 조은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거짓말이다.녀석은 집에 갈 생각도 없는데 인제 와서 아빠가 보고 싶다니... 어쨌든 그의 마음속에는 아버지로서의 다정함이 가득했지만 그가 전화를 끊었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박연희의 둘째 아이가 생각났다... 은희.그 아이를 낳았다면 은희도 그와 많이 닮았을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만약이란 건 없다...조은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는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넋을 잃었다... 사실 저번에 박연희한테 갔을 때 자세히 훑어봤는데 그녀의 아파트에는 남자 슬리퍼도 없었고 남자가 출입했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그녀는 아직 싱글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조은혁이 오해할 때, 그녀는 해명하지 않았다.분명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응어리가 남아있어 그녀는 아직 그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와 함께하고 싶었다. 꿈속이라도
금요일에 박연희는 접대가 잡혔는데 다름 아닌 황 사모님의 초대였다.약속대로 저녁 7시에 도착한 그녀는 룸 입구에서 아는 사람을 보았다.조은혁과 하서인.1주일 동안 못 본 사이에 하서인은 많이 말랐고 조은혁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세상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혁은 그녀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황 사모님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황 사모님은 하서인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제수씨라고 불렀다.그때, 마침 박연희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그녀의 등장에 탁자 하나에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두 잠자코 입을 다물었고 황 사모님도 남편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리며 다급히 말을 바꿨다.“아니지.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제수씨네.”장면은 매우 미묘하고 끔찍했다.박연희도 물러서지 않았고 황 사모님의 옆에 앉아 시원시원하게 입을 열었다.“조 대표님과 저는 4년 전에 이혼했고 앞으로 결혼과 여자는 서로 상관없는 관계입니다.”오늘 저녁은 조은혁이 마련한 자리이다.하서인이 주씨 가문에 엮이는 바람에 현재 그녀의 처지는 예전의 임지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오늘 저녁 식사에는 쓸모가 있는 사람이 꽤 있으니 조은혁은 하서인을 그 사람에게 소개해주어야 한다.그런데 뜻밖에도 황 사모님은 박연희를 대신하여 마음에 불평을 품어 그녀를 불러온 것이다.사람이 많으면 수다스럽기 마련이기에 조은혁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웠다.게다가 그는 박연희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그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늘씬한 손가락 사이에 하얀 담배를 낀 채 불을 붙이지 않고 박연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이런 자리에서는 하서인도 감히 함부로 그를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고 잠자코 가만히 앉아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조은혁이 정말 하서인의 사촌 오빠인 것을 모르고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황 사모님과 잡담을 나누었지만 조은혁의 검은 눈동자는 계속하여 노골적으로 박연희를 좇았다. 식사가 끝날 무
차 안은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한참이 지나서야 박연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하서인에 대해 거짓말한 게 재미있었어요?”조은혁이 몸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의 성깔도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너도 남자친구를 지어내서 나를 화나게 했잖아. 그 사람이... 정말 네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어?”박연희가 급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그녀는 이례적으로 그에게 답변을 주었다.“그 사람은 이지훈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로티에 있을 때, 지훈 씨가 저를 많이 도와줬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 연락했고요.”조은혁은 예민한 남자이다.박연희는 설명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지훈에 대해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조은혁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지훈이 너에게 구애할 때, 설렜어?”박연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를 몰고 바깥의 어둠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다른 나라에서 보살핌을 받고 또 서로 이혼을 했으니 쉽게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죠... 설렜던 건 사실이에요.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그러나 B시로 돌아온 뒤 박연희는 줄곧 조은혁에게 시간을 빼앗겼다.그날 밤 주방에서 서로 어루만지고 키스를 하며 그녀는 이지훈을 거절했다.물론 박연희는 이를 말하지 않았다. 이지훈을 거절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조은혁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해 그녀가 가졌던 충동은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며 꿈처럼 느껴졌다.밤이 깊어가고...힘없는 가로등 불빛 아래 아름다운 여인이 길목에 서서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아름다운 붉은 입술에 가슴이 깊게 팬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표정 속에는 생활에 쫓기는 듯한 낭패감을 가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박연희가 급정거를 했다.박연희는 차에 앉아 걷잡을 수 없이 그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여자는 진시아였다.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날 때, 진시아는 초라하기 그지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