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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박연희는 식전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마음을 감추려는 듯 부정했다.

“아뇨, 우리 갤러리는 그런 의향이 없어서요.”

박연희의 반응을 살피던 조은혁은 묵묵히 그녀의 답을 받아들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술을 마셨다.

잠시 후 그는 또 박연희에게 디저트를 건네주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밥 먹었으니 달콤한 디저트도 좀 먹어.”

다정한 성격에 용모까지 훌륭하니 그 어떤 여자도 그 앞에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녀를 꼬시기 위해 작정을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박연희는 그렇게 둔하지 않다.

그녀는 눈꺼풀을 드리워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낮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조은혁 씨, 4년 전에 흔들렸던 건 인정할게요. 확실히 저는 당신과 다시 화해하고 당신과 다시 시작하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 마음은 우리의 과거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에요. 하물며 우리는 4년 동안 떨어져 있었죠.”

그녀는 계속하여 담담한 목소리로 조은혁을 거절했다.

“그 과거는... 우리 모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요. 알겠죠?”

조은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꿋꿋하게 물었다.

“그 남자 때문이야? 아니면 하서인 때문이야? 그냥... 우리 깔끔하게 헤어지고 재혼해서 진범이와 민희에게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주자.”

박연희는 그와 몇 년 동안 부부로 지내며 만난 지도 7년이 넘었다.

그러나 오늘 그녀는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

조은혁은 계속하여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왜, 그 남자가 그렇게 아까워? 대체 어떤 남자길래 당신을 이렇게 애지중지하게 하는 거야?”

조금 전의 평온함과는 달리 끝내 질투심을 감추지 못한 모양이다.

“아빠 질투하는 거예요?”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조은혁은 쿨하게 인정했다.

“진범이 말이 맞아. 아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

그러자 조진범이 입술을 오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옅게 웃는 모습은 조금 수줍어 보였고 특히 박연희와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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