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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그러나 박연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불빛 아래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박연희는 자신이 꿈속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적 꾸었던 달콤한 꿈의 한 장면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는 박연희는 조금 휘청이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발끝은 10㎝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은 당장이라도 닿을 듯 가까이하고 있었다.

조은혁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어린 소녀를 달래듯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도 20대 초반과 같네. 울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박연희의 눈에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러자 조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연희야, 집에 가자.”

조은혁의 별장이 아닌 그녀가 사는 곳, 이젠 그녀가 있는 곳이 곧 그의 집이다.

어쩌면, 박연희는 조은혁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은혁은 박연희의 것이다..

그의 몸과 영혼은 이제부터 전부 그녀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이다... 박연희가 원하면, 박연희만 원한다면.

마음은 파도같이 일렁였지만 조은혁의 얼굴은 오히려 너무나도 온화하고 평화로워 마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진귀한 남자 같았다.

그의 양복 외투는 박연희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조은혁은 어린 민희를 안아 들어 어린 아가씨를 자신의 어깨에 엎드리게 한 뒤 한 손으로는 진범이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조은혁은 마침내 합격한 아버지처럼 아들딸을 돌보고 있었다.

지금, 지금-

그들 사이에는 상처받은 과거도 없고, 심씨 집안도 없고, 심경서도 없고, 하서인도 없이... 오직 그들과 한 쌍의 귀여운 자녀들뿐이다.

여기서 박연희의 아파트까지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30분 후, 조민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박연희는 코트를 벗어서 아이의 몸에 걸치고는 참지 못하고 희고 보드라운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

파란만장한 등불 아래, 조은혁이 고개를 숙여 남자의 부드러움과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욕구가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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